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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SQ스페셜]① 송효경 "나에게 격투기는 사랑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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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SQ스페셜]① 송효경 "나에게 격투기는 사랑입니다"
  • 이세영 기자
  • 승인 2014.08.11 11:00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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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른 둘 아줌마 파이터의 끝나지 않은 도전

[300자 Tip!] 현재 한국 격투기에서 규모가 큰 단체로 손꼽히는 로드FC에 등록된 여성 파이터는 송효경, 함서희, 김지연, 송가연 등 단 4명에 불과하다. 이 가운데 송효경(32·싸비 MMA)은 국내에서 같은 체급으로 맞붙을 상대를 찾지 못해 바다 건너 일본으로 향하곤 했다. 사실 그는 선수보다는 트레이너로 안정적인 삶을 이어갈 수 있었다. 그렇다보니 주변에선 저변이 좁고 파이트머니도 적은 ‘여성 격투기’에 왜 발을 들어놓았느냐고 의아해 하는 이들도 없지 않다. 하지만 송효경은 ”고 자신 있게 말한다. 스포츠의 묘미, 스포츠의 정신도 그 가운데 하나다. 격투기는 상처투성이인 송효경의 마음을 치유해줬다.

[스포츠Q 글 이세영·사진 이상민 기자] 지난달 26일 구미박정희체육관에서 열린 로드FC 016 여자부 계약체중 54kg급 경기.

1라운드부터 주도권을 잡았던 송효경은 2라운드 2분이 지날 무렵 기무라 하즈키(일본)에게 거침없는 주먹세례를 퍼부어 파운딩으로 상대의 혼을 빼놓았다. 일방적인 공격에 상대 코치진은 수건을 던져 경기를 포기했고 마침내 송효경은 6연패(입식 2패, MMA 4패) 끝에 2라운드 기권승으로 데뷔 첫 승의 감격을 맛봤다.

실로 통쾌한 승리였다.

이날 경기는 각별한 의미가 있었다. 장기인 타격으로 국내에서 격투기 데뷔 첫 승을 올리면서 송호경 개인에 대한, 그리고 여자격투기에 대한 스포츠팬들의 뜨거운 관심이 쏟아졌다.

경기가 끝나고 많은 변화가 생겼다. 송호경은 개인사와 함께 싱글맘 파이터로 더욱 부각되기도 했다. 하루에도 수백 명이 사회관계망서비스(SNS)를 통해 친구 신청을 하고 친하지 않았던 사람들에게서도 연락이 왔다.

기쁨과 당황스러움이 교차한다는 송효경은 일단 모든 것을 뒤로하고 “선수로서 중심을 잃지 않겠다”고 다짐했다.

▲ 태권도 외에 주특기가 없었던 송효경. 그는 격투기를 접하면서 복싱을 함께 익혔다. 그 결과 입식 타격에서 공격력이 더욱 강해졌다.

◆ 격투기, 스포츠라고 생각하지 않았다

격투기를 하기 전에는 보디빌더와 헬스 트레이너, 크로스피터로 활동하고 있었다. 각종 대회에서 상을 휩쓸어 생계에는 문제가 없었고 만족감을 느끼며 살아가던 중이었다.

하지만 어린 나이에 쉽게 감당하기 힘든 일들이 펼쳐졌다. 스물다섯에 결혼해 아이를 낳은 뒤 행복하길 바랐고, 또 행복할 줄 알았지만 현실은 이상과는 달랐다. 이후 별거와 이혼을 겪으며 마음고생을 많이 한 송효경은 힘들었던 시기를 떠올렸다.

“세상 일이 마음대로 이뤄지지 않으니 너무 화가 나더라고요. 손에 잡히는 물건은 다 던지고 싶었어요. 머리 속에는 세상을 향한 분노로 가득 차 있었고 매일 ‘내가 왜 이렇게 살아야 하나. 다 없애버리고 싶다’는 생각만 했어요.”

이혼이 가장 큰 계기였다. 사랑받고 싶었지만 그렇지 못했던 송효경은 갈수록 자존감이 낮아졌다. 우울증 치료를 하며 버텨보기도 했으나 한계가 있었다. 시간이 흐를수록 분노는 커져갔고 그 분노를 해결할 무언가가 필요했다.

“처음에 격투기를 접했을 때 운동이라는 생각이 들지 않았어요. 그저 분노를 풀 무언가가 필요했는데 길거리를 지나다니는 사람을 때릴 수는 없잖아요. 그래서 우연히 격투기를 배우게 됐죠. 처음에는 선수를 하지 않으려 했어요.”

▲ 송효경은 "각 체급에서 최상위 랭커인 일본 선수들을 상대하기가 벅찼다"고 했다.

◆ 선수로서 마음가짐 바꾸게 한 일본 원정경기

6전 6패. 송효경이 일본에서 거둔 격투기 성적이다. 송효경은 한국이 아닌 일본에서 데뷔전을 치렀다. 그가 격투기 선수로서 첫 발을 내딛은 것도 우연한 기회를 통해서다.

“한국에는 제 체급에 여성 파이터들이 적어 경기를 할 수 없었어요. 그 와중에 일본에서 여자 선수가 없냐는 연락을 받았고 그것을 계기로 일본에서 경기를 하게 됐지요. 즐기면서 경기를 하고 싶은 마음에 선수 입장 때 춤을 추면서 들어왔는데 반응이 좋았는지 그 뒤로도 계속 불러주더라고요.”

하지만 현실은 냉혹했다. 태권도 기술이 주특기(태권도 공인 4단)인 까닭에 그라운드 기술에서 약점을 보였던 송효경은 동 체급 최상위권이었던 일본 선수들에게 연이어 패했다.

“상대 선수들의 체격이 작아서 내심 이길 수도 있겠다는 생각이 들었는데 못내 아쉬웠어요. 하지만 경기에 져 창피하다는 생각보다는 아기가 걸음마를 떼듯 한 걸음씩 걸어가자고 생각했습니다. 격투기라는 게 한 번에 실력이 확 늘어나지는 않아요. 서두르지 않고 ‘나도 언젠간 늘겠지’라는 마음으로 경기에 임했어요.”

차근차근 배우는 마음으로 경기를 치른 결과 작은 변화가 생기기 시작했다. 현지 언론에서 ‘패자’ 송효경을 언급했던 것. 처음에는 전혀 언급이 없다가 두 번째 경기가 끝나고 기사를 통해 ‘타격이 강하다’는 표현이 나왔다. 네 번째 경기가 끝난 뒤에는 열 줄 이상의 기사가 실려 나름의 존재감을 드러내기도 했다.

또 송효경은 일본 선수와 경기를 치르면서 놀라운 일을 겪었다. 일본 현지에서 열린 다섯 번째 경기였다. 그는 상대방과 함께 눈에 멍들고 피까지 흘릴 만큼 혈전을 치렀던 그 때 상황을 잊을 수 없다고 회상한다.

“상대 선수가 저에 대해 칭찬을 했어요. 비록 자기가 이기기는 했지만 싸우기에 벅찬 상대였다고요. 그냥 밖에서 싸우면 서로 안 보잖아요. 한데 승자가 패자를 격려하는 것이 의외로 다가왔어요. 이 일을 겪고 나서 격투기가 스포츠구나라는 생각이 들었어요. 그 선수가 존경스러웠어요. 아마 그 일이 없었으면 이번 경기도 그냥 제가 잘해서 이긴 걸로 착각했을 거예요. 그 선수와 경기를 하고 심경의 변화가 생겼어요. ‘나도 누군가를 격려해주는 선수가 돼야지. 항상 배우는 선수가 돼야지’라는 생각을 하게 됐지요.”

▲ 송효경(왼쪽)에게 이재선 감독(왼쪽서 네번째)은 자신이 나가야 할 방향을 제시해주는 아빠와 같은 존재다. 사진은 홍대 MMA 싸비짐 개관식에 참석한 송효경과 이재선 감독. [사진=송효경 제공]

◆ 첫 승 후 아들보다 감독님 생각이 먼저 났다

한국에서 데뷔전이 열리기 36일전. 대전 상대가 정해졌고 송효경은 이때부터 다이어트를 하기 위해 맹훈련을 소화했다.

“패배를 반복했을 때는 다이어트를 어떻게 해야 효과적으로 하는 건지도 몰랐어요. 그냥 살이 안찌는 채소 다이어트를 했는데 몸이 아프더라고요. 그래서 어떻게 하면 다이어트를 잘 할 수 있을까 공부를 했고 탄수화물을 이용한 다이어트가 운동선수에게 효과적이라는 사실을 알게 됐어요.”

송효경은 마지막이라는 각오로 국내 무대 데뷔전이자 자신의 7번째 경기를 준비했다. 이재선 감독의 지휘 아래 혹독한 훈련을 받은 송효경은 처음에는 이 감독의 말을 잘 듣지 않았다고 했다.

“처음 일본에 경기를 하러 갔을 때는 격투기 선수로서의 마음가짐이 전혀 없었어요. 훈련도 제대로 소화하지 않고 ‘그냥 여행 한 번 다녀올까’ 하는 마음으로 출전했어요. 그러니 경기를 지고도 분한 마음도 없고 어디 놀러가기에 바빴지요. 그걸 보는 감독님 심정은 오죽했을까 생각하니 지금은 죄송한 마음이 들어요.”

하지만 국내 데뷔전을 앞두고서는 이 감독이 지시하는 대로 훈련했다. 하루 4시간 이상 웨이트 트레이닝과 복싱, 주짓수, 태권도 등 MMA에 필요한 운동을 소화한 송효경은 훈련이 끝나면 몸이 녹초가 돼 매트에 쓰러졌다. 이 감독은 성실하게 훈련에 임한 송효경에게 칭찬으로 화답했다.

“경기를 하면서 감독님이 실시간으로 주문하시는 내용이 다 들렸어요. 그게 많이 도움이 됐고 경기가 끝나고 나서는 아들보다는 감독님 얼굴이 먼저 떠오르더라고요. 감독님은 저에게 아빠 같은 존재예요. 하나부터 열까지 다 챙겨주는 아빠가 아닌 제가 어떤 방향으로 나가야 할지를 제시해주는 아빠요.”

▲ 송효경은 자신에게 불리한 그라운드 기술을 브라질 무술인 주짓수로 보완했다.

◆ 나에게 격투기는 사랑이에요

한창 사람들과 어울려 놀 시기에 마음 아픈 일들을 겪었던 송효경은 격투기를 사랑이라고 정의했다.

“격투기는 사랑인 것 같아요. 힘들고 외로웠을 때 많은 사람들이 관심을 가지고 아픔을 견딜 수 있도록 해줬지요. 사람은 관심 받아야 하고 사랑을 받아야만 힘이 생긴다는 것을 이번에 절실히 느꼈어요. 저의 아픈 과거 때문에 인생을 포기할 수도 있었는데 격투기를 통해 사람과 사람의 끈끈한 정을 느끼게 됐지요.”

그는 격투기에 더 많은 관심과 사랑을 달라고 주문했다. 자신은 경기 후 팬들의 관심과 사랑을 충분히 받았으니 이제 그 관심을 다른 선수들에게도 가져달라는 것.

송효경은 ”이라고 힘주어 말했다.

[취재후기] 격투기로 인해 삶이 바뀌었다는 고백을 들으니 새삼 스포츠의 힘이 대단하다는 것을 느꼈다. 이기기 위해 최선을 다하는 것뿐만 아니라 상대를 배려하고 존중해주는 것도 스포츠 정신이라는 말에 스포츠의 본질을 생각하게 됐다. 순수한 스포츠 정신을 가슴에 안고 지금도 굵은 땀방울을 흘리고 있을 이 땅의 모든 선수에게 경의를 표한다.

[SQ스페셜]② '아들에게 당당한 엄마' 싱글맘 파이터, 오해와 편견?으로 이어집니다.

syl015@sportsq.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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