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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메리칸 허슬 vs 노예 12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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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메리칸 허슬 vs 노예 12년
  • 태상준 영화평론가
  • 승인 2014.02.21 13:3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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블랙 코미디, 장대한 드라마 '아카데미시상식' 격돌
대개 칸, 베니스, 베를린 등 이른바 3대 국제영화제들을 전세계 영화 관계자들은 최고 권위 있는 행사로 꼽는다. 그러나 일반 관객들이나 국내 유수의 수입, 배급사들의 생각은 다르다. 다분히 아트하우스 영화에 방점을 찍은 영화제 영화들은 따분하고 어렵다는 고정 관념이 그들의 뇌를 지배하고 있는 탓이다.
상황이 이러니 그들은 미국 국내용 시상식에 불과한 미국 아카데미 수상작들을 더 신뢰하고 따른다. 미국 아카데미는 할리우드 유수의 스튜디오들이 제작한, 흥행성과 작품성을 고루 갖춘 영화들의 잔치다. 슬프지만 냉엄한 현실이다. 영화는 더 이상 ‘예술’이 아닌, ‘엔터테인먼트’로 받아들여 지는 것이 요즘 트렌드니까 말이다.
▲ 영화 '아메리칸 허슬'의 한 장면.

다음달 2일 제86회 아카데미시상식이 열린다. 인기 코미디언이면서 진행자로 유명한 엘렌 드제네러스의 사회로 진행되는 이번 시상식의 키 포인트는 ‘아메리칸 허슬’과 ‘노예 12년’의 맞대결이다.
‘쓰리 킹즈’ ‘실버 라이닝 플레이북’ ‘더 파이터’ 데이비드 O. 러셀 감독의 블랙 코미디 ‘아메리칸 허슬’은 작품상, 감독상 등 최다 10개 부문 후보에 올라있다. ‘셰임’으로 주목 받은 신예 스티브 맥퀸의 장대한 드라마 ‘노예 12년’도 주요 부문 9개에 이름을 올렸다. 팽팽하다. 아카데미의 전초전으로 불리는 골든글로브 시상식에서 ‘아메리칸 허슬’은 코미디,뮤지컬 부문 작품상을, ‘노예 12년’은 드라마 부문 작품상을 거머쥐었다. 또 영국 아카데미에서는 ‘노예 12년’이 최우수 작품상의 수상자가 됐다.
'아메리칸 허슬’(20일 개봉)은 1970년대 미국에서 실제 일어난 정치 스캔들 ‘앱스캠’ 사건을 모티프로 하고 있는 블랙 코미디다. 천재 사기꾼 어빙(크리스찬 베일)과 시드니(에이미 아담스)의 사기 행각을 포착한 미국 FBI 수사관 리치(브래들리 쿠퍼)가 이들과 함께 유력 인사들의 비리 적발 작전에 나선다는 이야기다. ‘더 파이터’ ‘실버라이닝 플레이북’으로 입증된 데이비드 O. 러셀의 유려한 연출에 크리스찬 베일과 에이미 아담스(‘파이터’), 브래들리 쿠퍼와 제니퍼 로렌스, 로버트 드 니로(‘실버라이닝 플레이북’) 등 할리우드 최고 배우들의 앙상블은 가히 놀랍다.
▲ 영화 '노예 12년'의 한 장면

27일 개봉되는 ‘노예 12년’은 1853년 출간된 솔로몬 노섭의 자전적 소설을 원작으로 한다. 뉴욕에서 활동하던 바이올리니스트 솔로몬(치웨텔 에지오포)가 플랫이라는 이름의 노예 신세가 되어 미국 남부 루이지애나로 팔려간다는 기막힌 실화를 담담하고 구구절절하게 풀어낸다.
‘셰임’으로 ‘괴물’ 신인 이라는 극찬을 받았던 스티브 맥퀸의 연출력은 여전히 좋지만 내러티브는 다소 진부하다. 그러나 솔로몬 역의 치웨텔 에지오포(‘2012’ ‘아메리칸 갱스터’)를 필두로 마이클 패스벤더, 베네딕트 컴버배치, 폴 다노 등 배우들의 연기는 일품이다.
용호상박이다. ‘아메리칸 허슬’은 배우들의 파격 연기에 극적 반전이 더해진 웰 메이드 코미디라면, ‘노예 12년’은 흑백 인종 갈등과 인권 문제 등 상존하는 사회 문제를 건드리는 드라마다. 올해 아카데미는 과연 어느 작품의 손을 들어줄까? 현재로서는 감동에 방점을 찍고 있는 ‘노예 12년’이 앞서간다는 예측이 많다. 개인적으로는 그 반대의 결과를 들을 수 있기를 바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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