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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연아, '가산점의 블랙홀'에 빠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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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연아, '가산점의 블랙홀'에 빠지다
  • 박상현 기자
  • 승인 2014.02.21 17:47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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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소치올림픽] 9명 심판이 재량껏 매겨…누가 점수 줬는지 알 수도 없어

[스포츠Q 박상현 기자] 야구에서 두 선수가 홈런을 쳤는데 심판들이 더 멋있게 담장을 넘어갔다며 어느 한쪽에 점수를 더 준다면 어떨까? 야구에서는 말도 안되지만 피겨스케이팅에서는 말이 된다.

21일(한국시간) 2014 소치 동계올림픽 피겨스케이팅 여자 싱글에서 김연아(24·올댓스포츠)와 아델리나 소트니코바(18·러시아)의 메달 색깔을 결정지은 것이 심판들의 주관이 개입된 것이라면 어떻게 생각해야 할까.

피겨스케이팅에서 심판들의 주관이 개입되는 요소가 바로 가산점(GOE·Grade OF Execution)과 프로그램 구성 점수인데 김연아와 소트니코바의 희비를 가른 것은 GOE였다. GOE는 9명 심판들이 매기는 점수에서 최고점과 최저점을 제외한 나머지 7개의 점수를 더한 뒤 이를 7로 나누고 여기에 요소별 팩터를 곱해서 산정된다.

▲ 21일 심판진과 관계자들이 프리스케이팅 경기가 끝난 뒤 경기장을 나서고 있다. [사진=AP/뉴시스]

이날 프리스케이팅에서 소트니코바가 받은 GOE는 14.11점인데 비해 김연아는 12.20점에 그쳤다. 심판들의 재량에 따라 얼마든지 점수가 바뀔 수 있다는 점에서 아무렇지 않게 넘길 수 없다.

김연아와 소트니코바의 점수표에서 나타난 심판들의 GOE는 확연히 비교된다.

소트니코바가 두발 착지를 했던 트리플 플립-더블 토루프-더블 루프 콤비네이션 점프를 제외하고 심판들이 매긴 점수는 2점과 3점이 대부분이다. 이에 비해 김연아는 트리플 러츠-트리플 토루프 콤비네이션 점프를 빼고는 1점을 찾기가 더 쉽다.

▲ 소트니코바의 프리스케이팅 점수표.

이런 점수들이 객관적인 산정 기준 없이 심판들의 재량으로 매겨진다. 또 어느 심판이 어떤 점수를 줬는지 알 수 없게 만들어놨기 때문에 해당 심판이 잘못된 판정을 내리더라도 양심선언을 하지 않는 이상 책임을 물을 수가 없다.

또 점프의 회전수와 스텝 레벨에 따라 팩터가 달라져 GOE의 변화 폭도 함께 커진다.

이날 스텝 시퀀스에서 김연아는 레벨 3을 받아 기본 점수가 2.40점에 그쳤고 GOE가 0.64 밖에 되지 않았다. 반면 소트니코바는 레벨 4를 받아 기본 점수 3.90점에 1.70점의 GOE가 산정됐다. 스텝 시퀀스 하나에 무려 2.76점차가 났다.

하지만 김연아의 스텝 시퀀스가 레벨 4를 받았다면 기본 점수에서 3.90점, GOE에서 최소 0.9점을 받았을 것이다. 스텝 레벨 3의 팩터는 0.5지만 레벨 4는 0.7이기 때문이다. 스텝 시퀀스 레벨 하나 차이에 최소 1.84점이 좌우되는 것이다.

▲ 김연아의 프리스케이팅 점수표.

김연아가 이번 대회에서 GOE에서 박한 판정을 받아 피해를 입었다고는 하지만 GOE로 높은 점수를 받은 적도 많다.

밴쿠버 동계올림픽에서는 GOE에서 17.40점을 받아 프리스케이팅 세계 최고점 기록인 150.06점을 작성했다. 지난해 세계선수권에서도 김연아는 16.51점의 GOE를 벌어들여 세계 정상 자리에 올랐다.

심판 주관이 개입되는 종목이 피겨스케이팅에 국한되진 않는다. 체조, 리듬체조나 다이빙도 공정한 채점이냐는 논란이 늘 있어왔다. 심지어 복싱에서도 심판 채점이 공정하지 않다는 의견이 나와 점수 산정 방식을 바꾸기도 했다.

심판의 채점으로 이뤄지는 종목에서 주관적인 판단이 개입되어도 되는지는 재고할 필요가 있다. 심판의 주관적 재량에 따라 점수를 매기고 판정이 좌우된다면 스포츠로서 가치가 있는지도 되물어야 할 때다.

tankpark@sportsq.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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