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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연아, "아무 미련 없다. 제가 잘 했기 때문에 그것으로 만족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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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연아, "아무 미련 없다. 제가 잘 했기 때문에 그것으로 만족한다"
  • 신석주 기자
  • 승인 2014.02.21 19:1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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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터뷰] 김연아의 일문일답, 아사다 마오는 가장 기억에 남는 라이벌

[스포츠Q 신석주·소치=뉴시스] 김연아(24·올댓스포츠)는 은메달 수상에 대해 국내외로 불고 있는 편파판정 논란에 대해 담담하게 자신의 입장을 밝혔다.

김연아는 21일(한국시간) 러시아 소치 아들레르 시내에 위치한 코리아하우스에서 기자회견을 갖고 2014소치 동계올림픽을 마친 소감과 판정에 대한 생각, 선수 생활을 마무리하는 소회 등을 솔직하게 이야기했다.

김연아는 이날 2014 소치 동계올림픽 피겨스케이팅 여자 싱글 경기에서 합계 219.11점을 받아 은메달을 목에 걸었다. 아델리나 소트니코바(러시아·224.59점)에 5.48점 뒤져 아쉽게 올림픽 2연패가 무산됐다.

하지만 국내 팬들은 물론 세계 외신들도 김연아에 대한 석연치 않은 판정과 홈 텃세를 내세우며 비난 여론들이 들끓고 있다. 김연아도 이 논란에 대해 알고 있었지만 크게 개의치 않은 표정이었다.

김연아는 “어느 대회든 편파판정이라는 이야기가 많이 나왔다. 볼 때마다 저보다 주변에서 더 열을 낸다. 올림픽이라는 큰 대회이고, 많은 주목을 받는 대회다보니 더 그런 것 같다. 저는 아무 생각이나 미련이 없다. 끝났다는 것에 만족스럽고, 제가 잘 했기 때문에 그것으로 만족한다”고 담담하게 밝혔다.

이어 “점수가 안 나올 거란 생각은 안했지만 좋은 점수는 기대 안했다. 분위기상 느꼈다. 기대를 너무 많이 하면 실망도 크다. 오로지 금메달 따기 위해 온 것이 아니다. 무덤덤했다"고 덧붙였다

10년 동안 함께 경쟁을 펼친 라이벌이자 동갑내기 친구인 아사다 마오(일본)에 대해서도 김연아는 오랫동안 경쟁을 펼친 선수는 다시 없을 것이라며 가장 기억에 남는 라이벌로 꼽았다.

소치올림픽을 끝으로 선수생활을 접는 김연아가 향후 어떤 활동을 펼칠까? 국제올림픽위원회(IOC) 선수위원에 나서겠다고 밝힌 적이 있던 터라 더욱 관심이 쏠렸다. 기자들도 앞으로의 활동에 대해 많은 질문을 쏟아냈지만 그는 지금은 특별한 생각을 하지 않고 있다고 했다.

김연아는 “구체적으로 잘 모르겠다. 모든 짐을 다 내려놨다는 것 자체만으로 행복하다. 이제 막 끝나 휴식을 해야 할 것 같다. 그래도 놀고만 있지는 않을 것 같다. 앞으로 어떻게 살아가야 할지 고민도 할 것이다. 여유 있게 살아가고 싶다”고 웃으며 말했다.

다음은 김연아와 한국취재진의 일문일답.

- 경기를 마친 소감은.

"일단 끝이 나서 홀가분하다. 쇼트프로그램과 프리스케이팅 모두 다 실수 없이 경기를 마쳐 기분이 좋다."

- 어머니와 어떤 이야기를 나눴나.

"중간에 선수촌에 들어갔다. 숙소가 너무 좋지 않았다. 엄마와 떨어져 있었다. 그래서 카톡으로만 이야기를 주고받았다. 점수에 대한 이야기가 많이 있어서 끝났으니까 너무 신경 쓰지 말자고 했다. 후련한 마음으로 즐기자는 이야기도 했다. 은메달을 딴 것에 대해 저보다 더 간절한 사람에게 금메달을 줬다고 생각한다고 이야기했다."

- 잠은 잘 잤나. 자기 전에 어떤 생각이 들었나.

"어제 경기가 끝나고 인터뷰도 있고, 도핑도 있었다. 이래저래 늦게 갔다. 그래서 많이 자지 못했다. 그냥 완전히 다 끝났다는 것이 실감이 나지 않았다. 너무 홀가분하고 마음이 편안했다."

- 점수에서는 졌는데 실력에서도 밀렸다고 생각하나.

"다른 선수들의 경기를 제대로 보지 않았다. 제가 인정을 하지 않는다고 해서 달라지는 것은 없다. 아무 미련도 없다. 끝났으니까 아무 생각이 없다."

- 한국에서는 판정에 대한 여론이 들끓고 있다. 그것을 봤나.

“어느 대회든 편파판정이라는 이야기가 많이 나왔다. 볼 때마다 저보다 주변에서 더 열을 낸다. 올림픽이라는 큰 대회이고, 주목도 많이 받는 대회다보니 주목을 많이 받는다. 저는 아무 생각이나 미련이 없다. 끝났다는 것에 만족스럽고, 제가 잘 했기 때문에 그것으로 만족한다.”

- 프리스케이팅 경기가 막 끝나고 지은 표정은 어떤 의미인가.

“어떤 표정인지 기억이 나지는 않는다. 연기를 마치고 끝났다는 생각이 가장 먼저 들었다. 너무 힘들다는 생각이 들었다.”

- 점수가 발표되는 순간에 표정 변화가 조금도 없었다. 점수가 생각보다 안나올 것이라고 생각한 이유는.

“그렇게 생각하지는 않았다. 좋은 점수가 나올 것이라고 생각하지 않았다. 쇼트프로그램에서 분위기 때문에 그런 생각을 했다. 기대가 크면 실망이 크다. 다른 대회 때도 그랬듯이 제가 잘해도 점수가 예상했던 만큼 나오지 않는 대회도 있다. 대회 전에 이런저런 상상을 많이 한다. 2등을 하는 상상도 해서 놀랍지는 않았다. 앞 선수 경기를 볼 수 없었기 때문에 예상하기는 어려웠다. 오로지 금메달을 따기 위해서 온 것은 아니었다. 그냥 무덤덤했다.”

- 아델리나 소트니코바나 캐롤리나 코스트너와 대화를 나눈 것이 있나.

“대화를 나누지는 않았다. 끝나고 서로 축하한다는 인사만 했다.”

- 홀가분하다고 했는데 홀가분한 이유가 무엇인가.

“(4년전) 밴쿠버올림픽이 끝났을 때 끝이라고 생각했다. 홀가분하다는 것은 여러가지 의미가 있다. 대회에 대한 두려움에서 벗어났고, 훈련 과정에서도 벗어났다. 밴쿠버올림픽 이후에 대회를 준비할 때에는 체력적으로 힘들었다. 목표의식도 없었다. 그런 것들이 많이 힘들었다. 선수로서 삶을 살아가는데 제한적인 것도 많았다. 벗어날 수 있어서 홀가분했다.”

- 경기에 들어가기 전에 다른 선수들의 점수를 알고 들어갔나.

“대충 알고 있었다. 다들 조금씩 실수했다는 이야기는 들었다. 전체적으로 점수가 높았다. 결과는 알고 있었다. 크게 신경쓰이지는 않았다. 다른 때 같으면 신경이 쓰이는데 이번에는 쓰이지 않았다. 진짜 끝이니까, 마지막이라는 마음이었다. 쇼트프로그램 때는 긴장을 많이 했다. 연습 때 잘했는데 못하면 어떻게 하나 생각했다. 연습한 대로 되는 것을 보고 점수는 나오겠구나 했다.”

- '역시 강심장'이라는 말이 나오는데. 강심장인 비결은.

“비결은 없는 것 같다. 성격도 타고난 것같다. 운동하기에 딱 좋은 성격이다. 주변의 다른 선수들을 보면 성격도 다 제각각인데 실력이 좋아도 많이 긴장하는 스타일이면 실전에서 연습한 것을 보여주지 못한다. 하지만 저는 긴장을 하지만 그런 것에 비해 덜 실수한다. 비결이라기보다는 타고난 성격이 약간 그런 성격이어서 운동하기에 적합한 것같다.”

- 대답을 하는 도중에 소트니코바가 떠났는데 그때의 생각은.

“상위 3명이 기자회견을 하는 경우가 많이 있었다. 끝나면 다 같이 일어나서 같이 간다. 진행하는 분이 마지막 질문을 받겠다고 하고 그 질문이 저에게 왔는데 소트니코바가 나갔다. 그 선수는 먼저 와서 기자회견을 하고 있었다. 의상도 안 벗고 왔다. 어떻게 생각하면 그럴수도 있겠구나 했다. 하지만 대답하고 있는데 나가길래 '뭐지'라고 생각했다.”

- 보는 사람 입장과는 달리 편한 표정을 했는데. 이미 금메달 하나 있다는 생각이 들었나.

“올림픽 2연패 욕심은 없었다. 무덤덤했다. 은메달을 땄다고 울상하고 있는 것은 조금 아닌 것같다. 홀가분한 마음도 있었다.”

- 향후 인생 계획은.

“구체적으로 잘 모르겠다. 이제 갓 끝나서 휴식을 해야 할 것 같다. 놀고만 있지는 않을 것같다. 바쁜 일들이 있을 것이다. 앞으로 어떻게 살아가야 할지 고민도 할 것이다. 여유있게 살아가고 싶다.”

- 앞으로 구체적인 계획은 있겠지만 당장 가장 하고 싶은 것은.

“가장 하고 싶은 것보다는 끝이 나서 모든 짐을 다 내려놨다는 것 자체만으로 행복하다.”

- IOC 선수위원 출마 계획은.

“그것에 대해서는 더 생각을 해봐야 할 것 같다.”

- 가장 기억에 남는 경기를 꼽는다면.

“너무 많은 일들이 있었다. 17~18년 했다. (고민하다가) 어제 마지막 경기를 기억에 남는다고 하죠 뭐. 하나만 꼽기는 어렵다. 오랜 세월이었다.”

- 그럼 세 가지 정도 꼽아 달라.

“어제와 밴쿠버올림픽 정도다. 그냥 안 꼽을래요.”

- 선수로서 제한적인 것 중에 가장 힘들었던 것은.

“선수 생활을 하면서 제한적인 것은 여러 가지다. 먹는 것도 있다. 최근에는 살이 찌지 않아 근육을 만들려고 고기를 의무적으로 먹을 때가 많았다. 신경 써서 먹어야 하고 그런 것이 조금 있었다. 쉬는 날에도 훈련을 할 때에도 불편하다 싶으면 예민해졌다. 몸이 아픈 것에 대해 예민하게 생각해야 했다. 그것이 스트레스였다. 사소한 것들에 신경을 써야하는 부분이 많았다. 그런 점에서 스트레스가 있었다.”

- 피겨를 통해 배운 것과 피겨의 의미는.

“끊을 수 없는 인연인 것 같다. 피겨를 안했더라도 다른 운동을 했을 것 같다. 이번에 제가 준비하면서 생각한 것은 결과도 중요하지만 과정이 중요했던 것 같다. 보여지는 것에서는 결과가 중요하겠지만 과정에서 느낀 것, 깨달은 것이 많다. 그런 생각이 들었다. 나이가 들었나보다.”

- 운동하면서 기억에 남는 라이벌을 꼽는다면.

“기억에 남는 라이벌은 아사다 마오다. 오랫동안 같이 비교도 많이 당하고 경쟁했다. 그런 경쟁이 다시는 없을 것 같다. 가장 기억에 남는 인물은 그 선수다. 저희 둘 만큼 꾸준히 비교당하고 경기한 선수도 얼마 없었을 것 같다. 둘만 계속해서 10년 넘게 라이벌이라는 상황 속에서 경기를 했다. 그런 의미에서 가장 기억에 남는 인물이 아사다다.”

- 어떤 선수로 기억되고 싶나.

“지금까지 출전한 대회는 너무 많다. 밴쿠버 금메달리스트, 소치 은메달리스트보다는 저라는 선수가 있었다는 것이 기억되었으면 좋겠다. 특별한 것은 없다."

- 아사다에게 해주고 싶은 말은.

“아사다는 저처럼 이번 대회를 마지막으로 은퇴하지 않는 것같다. 어떻게 될지는 모르겠지만 고생을 많이 했다는 말을 전하고 싶다.”

- 팬들에게 많은 기쁨을 줬다. 기억에 남는 팬이 있다면.

“여러 연령층의 팬이 많이 계신다. 잘할 때도 있었고, 못할 때도 있었는데 한결 같이 응원해주시는 것이 감사했다. 순간을 꼽기는 어려울 것 같다. 많은 분이 있었지만 제가 실망스러운 모습을 보이면 돌아서는 분도 있을 것 같다. 하지만 한결 같이 응원해주시는 분이 감사하다.”

- 부담을 극복하면서 해야 하는 상황이 있었을 것같은데 아사다에 대한 느낌은 없었나.

“비슷한 상황에서 했다. 아사다도 일본에서 가장 주목받는 피겨 선수였고, 저도 한국에서 가장 주목받았다. 비슷한 점이 있는 것 같다. 아사다의 심정은 이해할 수 있을 것같다. 아사다가 하는 것을 영상으로 봤는데 그가 울먹일 때 나도 울컥했다.”

chic423@sportsq.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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