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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조연의 힘' 2관왕 박승희, 시련 속에서 꽃피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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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조연의 힘' 2관왕 박승희, 시련 속에서 꽃피다
  • 박상현 기자
  • 승인 2014.02.22 08:33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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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소치올림픽] 고난·부상 쿨하게 이겨내고 2인자에서 1인자 우뚝

[스포츠Q 박상현 기자] 현재 여자 쇼트트랙의 '에이스'는 박승희(22·화성시청)가 아닌 막내 심석희(17·세화여고)다.

박승희는 스포트라이트를 집중적으로 받는 심석희에 밀린 '2인자'였다. 하지만 그 2인자가 2관왕이 되며 진정한 1인자로 우뚝 섰다.

박승희가 1인자로 설 수 있었던 것은 하루아침에 된 것이 아니다. 온갖 시련이 있었다. 그 시련 속에서 피었기에 그가 목에 건 금메달 2개는 더욱 찬란하게 빛난다.

여자 3000m 계주에서 심석희의 막판 스퍼트로 대역전극을 이루면서 첫 금메달을 따낸 박승희는 여자 1000m에서는 심석희와 함께 결승에 올라 팀워크를 발휘하며 줄곧 선두를 유지했고 결승선을 통과하기 직전 판커신(21·중국)의 방해를 뿌리치고 당당하게 2관왕에 올랐다.

박승희는 4년 전 고등학생 신분이었던 밴쿠버올림픽 1000m와 1500m에서 동메달을 하나씩 가져가며 가능성을 확인했다. 소치올림픽에서는 한국 쇼트트랙의 에이스가 될 것으로 보였다.

그러나 박승희가 이번 시즌 월드컵 시리즈 개인 종목에서 단 하나의 금메달도 따내지 못하는 사이 심석희가 혜성처럼 등장했다.

올해 국가대표 선발전에서 종합우승을 차지한 심석희는 지난 시즌과 이번 시즌 월드컵 시리즈에서 모두 10개의 금메달을 목에 걸었다. 밴쿠버에서 끊긴 여자 쇼트트랙의 금맥을 이어줄 선수로는 심석희가 가장 유력했다. 외신들도 강력한 다관왕 후보로까지 꼽기에 주저하지 않았다.

이 때문에 박승희에게 개인 종목 금메달을 기대하는 전망은 많지 않았다. 4년 전 '미래의 에이스'에서 2인자로 내려서 있었다.

그래도 박승희는 여기에 신경쓰지 않았다. 이런 고난 쯤은 '쿨하게' 넘겼다. 밴쿠버 올림픽에서 애매한 판정으로 3000m 계주 금메달을 놓친 아픔도 그에게는 마음을 잡는 기반이 됐다.

소치로 입성한 박승희는 컨디션도 좋았다. 마지막 프랑스 고지대 전지훈련에서 가장 좋은 몸상태를 유지한 멤버도 박승희였다.

하지만 박승희는 500m에서 다시 한번 시련을 겪었다. 결승전에서 먼저 앞서나가고도 넘어지는 상대 선수의 방해로 금메달을 놓쳤다. 그래도 그는 끝까지 포기하지 않았다. 일어난 뒤 다시 넘어졌지만 또 다시 일어나는 오뚝이 같은 모습으로 동메달을 가져왔다. 한국 여자 쇼트트랙이 16년만에 따낸 500m 메달이었다.

박승희는 500m에서 입은 무릎 부상 때문에 4년 전 동메달을 따냈던 1500m에 불참했다. 1500m에 욕심이 날 법도 했지만 3000m 계주를 위해 쿨하게 포기했다. 그리고 3000m 계주 금메달을 이뤄낸 뒤 1000m에 도전해 끝내 금메달을 가져왔다.

박승희는 온갖 모진 풍파를 쿨하게 넘기면서 자신을 강하게 만들었고 이것이 2관왕의 자양분이 됐다.

그는 "평소에 빨리 잊는 성격이다. 타고난 것이 있어서인지 미련을 갖지 않는 성격"이라며 "욕심을 버렸더니 좋은 결과가 나오면 기쁘고 아니면 경험이라고 받아들일 수 있다"고 말했다.

이어 그는 "밴쿠버 때 경험은 내가 성장하는데 도움이 됐다. 그 때 너무 잘했으면 지금 잘 되지 않았을 것"이라며 "욕심이 크면 실망도 크기에 처음부터 욕심을 버렸다. 후회하지 않을 정도로 경기하면 좋은 결과가 나온다"고 덧붙였다. 그의 '쏘 쿨' 성격을 짐작하게 하는 부분이다.

자신이 1인자가 되지 못했다며, 또는 조금이라도 위에 올라가겠다며 과욕을 부리면 오히려 일을 망칠 때가 많다. 박승희는 지금 자신의 상황이 어떻든 그대로 받아들이고 자신을 강하게 만드는 대범함을 보여줬다. 그 대범함이 결국 스스로 1인자로 만들었다.

tankpark@sportsq.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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