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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시안게임 정상 도전, 한선수 부활이 반가운 이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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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시안게임 정상 도전, 한선수 부활이 반가운 이유
  • 박상현 기자
  • 승인 2014.08.26 10:48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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AVC컵서 베스트 세터상 받으며 부활…8년만에 금메달 재도전 파란불

[스포츠Q 박상현 기자] "한선수(29·국방부)의 부활이 무엇보다도 반갑다."

한국 남자배구대표팀을 이끌고 있는 박기원(63) 감독이 활짝 웃었다. 그동안 세터 한선수의 컨디션과 기량을 끌어올리기 위해 무던히도 애썼던 박 감독은 아시아배구연맹(AVC)컵에서 한선수가 맹활약해준 것에 대해 무척이나 고무됐다.

한선수는 25일 끝난 AVC컵 대회에서 세트당 12.33개를 성공시키며 인도와 카자흐스탄 선수에 5개 가까이 앞서는 기록을 남겼다. 당연히 '베스트 세터'상 역시 한선수에게 돌아갔다.

다른 공격수들의 활약도 눈부셨다. 전광인(23·수원 한국전력)은 51.11%의 스파이크 성공률을 보이며 인도와 이란 선수에 이어 3위에 올랐고 서브 에이스에서는 전광인과 서재덕(25·한국전력)이 각각 경기 평균 0.29개와 0.24개로 1위와 3위에 올랐다.

▲ 한선수(오른쪽에서 두번째)가 인도와 AVC컵 결승전에서 공격을 성공시킨 뒤 동료 선수들과 함께 환호하고 있다. [사진=아시아배구연맹 홈페이지 캡처]

그러나 역시 배구에서 가장 중요한 것은 세터의 활약이다. 세터는 레프트나 라이트 등 공격수들에게 토스를 올려주는 역할을 맡는다. 얼마나 안정적으로 토스를 올려주느냐에 따라 경기가 좌우되기 때문에 배구를 일컬어 '세터 놀음'이라고도 한다.

이 때문에 박기원 감독도 사상 처음으로 AVC컵 우승을 하고 난 뒤 가장 먼저 한선수를 언급했다. 한선수의 활약 여부에 아시안게임 메달 색깔도 결정되기 때문이다.

◆ "한선수만한 선수 없다" 국방부에서 특별 차출

역대 한국 배구에는 최고의 세터가 있었다. 김호철(59) 천안 현대캐피탈 감독도 현역시절 '컴퓨터 세터'로 이름을 날렸다. 이탈리아 팀에 입단했던 그는 이탈리아 리그에서 최우수선수까지 오르며 최고의 활약을 보여줬다. 현재 한국전력을 이끄는 신영철(50) 감독 역시 현역 시절 명 세터였고 지난 시즌 여자배구에서 최우수선수로 뽑힌 이효희(34·성남 한국도로공사)도 세터다.

한국 남자배구가 아시안게임에서 우승을 차지했던 2006년 카타르 도하 대회 당시에는 권영민(34·ㅎ현대캐피탈)이 있었다. 이처럼 한국 배구가 국내외 무대에서 뛰어난 전력을 과시했을 때마다 최고의 세터가 있었다.

지금 남자배구의 최고 세터는 바로 한선수다. 인천 대한항공은 지난해 11월 갑작스럽게 현역 입대하면서 '직격탄'을 맞았다. 김종민 감독도 한선수가 군에 입대하는 것을 예상하지 못하며 지난 시즌 내내 어려운 경기를 치러야만 했다.

필사적인 노력 끝에 포스트시즌에 진출하긴 했지만 플레이오프에서 천안 현대캐피탈에 허무하게 져 챔피언결정전에 나가지 못했다. 대한항공은 서둘러 강민웅(29)을 대전 삼성화재에서 데려와 급한 불을 껐다.

직격탄은 대한항공 뿐이 아니었다. 당장 인천 아시안게임을 앞둔 한국 남자배구대표팀 발등에도 불이 떨어졌다. 한선수만한 세터가 없었기 때문이다.

▲ 한선수(2번)가 인도와 AVC컵 결승전에서 안정적으로 토스를 올리고 있다. 한선수는 AVC컵 활약으로 한국 배구대표팀을 첫 우승으로 이끌고 자신도 베스트 세터상을 받았다. [사진=아시아배구연맹 홈페이지 캡처]

박기원 감독은 결국 대한배구협회에 한선수의 대표팀 합류를 부탁했고 지난 3월 문화체육관광부와 대한체육회에 한선수의 대표팀 합류를 국방부에 요청했다. 상무가 아닌 일반 군인 신분으로 대표팀에 합류하는 흔치 않은 사례가 됐다.

◆ 팀내 최고장·주장으로 책임감 막중

문제는 오랜 기간 운동을 하지 못해 컨디션이나 경기 감각이 대한항공에서 뛰었을 때와 비교했을 때 현저하게 떨어졌다는 점이다. 개인 운동을 할 수 밖에 없는 어쩔 수 없는 현상이었다.

이를 위해 박기원 감독은 꾸준히 한선수를 기용하면서 경기 감각을 되찾아주려 애썼다. 물론 컨디션 회복을 위해 몸도 만들었다. 4개월여의 각고의 노력 끝에 지금 상태는 대표팀에 들어왔을 때에 비해 10kg 정도 감량했다. 컨디션이 좋아지면서 경기 감각을 되찾기도 쉬워졌다.

이는 한선수가 AVC컵에서 펄펄 나는 계기가 됐다. 한선수는 월드리그에서 세트당 평균 5.31개의 토스로 프랑스와 일본 선수에 밀려 3위에 그쳤지만 AVC컵에서는 두 배 이상 올랐다. 국제대회에서 한선수의 토스워크가 절대 필요하다고 믿은 박 감독의 생각이 옳았다는 것이 증명된 셈이다.

한선수는 "처음에는 대표팀 합류에 기대를 하지 않았다. 야간에 1~2시간씩 개인 운동을 했지만 배구가 단체 종목이라 그저 웨이트 트레이닝이나 어깨 보강 훈련만 할 수 밖에 없었다"며 "나중에 합류할 수 있게 된 소식을 듣고 기분이 좋았다. 운동을 제대로 할 수 있기 때문이었다"고 회상했다.

▲ AVC컵에서 우승을 차지한 한국 남자배구대표팀 선수들이 시상식을 가진 뒤 포즈를 취하고 있다. [사진=아시아배구연맹 홈페이지 캡처]

현재 한선수는 대표팀의 주장이다. 박철우(29·대전 삼성화재)와 함께 대표팀내 최고참이라 그만큼 어깨가 무겁다.

이에 대해 한선수는 "어렵게 합류해 부담이 있긴 하지만 주어진 기회를 제대로 잡겠다. 아시안게임만 생각하고 뛰고 있다"며 "그 전부터 함께 호흡을 맞췄던 선수들이기 때문에 조직력에는 큰 문제가 없다. 내가 빨리 최고의 몸 상태를 만드는 것이 급하다"고 밝혔다.

AVC컵에서 우승을 차지한 한국 남자배구대표팀은 곧바로 폴란드로 건너가 30일부터 열리는 세계배구선수권대회에 참가한다. 브라질, 쿠바, 독일 등 만만치 않은 강호들과 실력을 견준다.

최종 실력점검 모의고사를 치고 나면 곧바로 인천 아시안게임 금메달을 향한 도전을 시작한다. 그 중심에 한선수가 있다.

tankpark@sportsq.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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