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말로 다할 수 없는 탱고의 매력에 빠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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말로 다할 수 없는 탱고의 매력에 빠지다
  • 박길명 편집위원
  • 승인 2014.08.28 09:4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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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내 최고 반도네온 연주자 고상지

[스포츠Q 박길명 편집위원] 어느 주말 오전, 친구들로부터 문자가 날아들었다. ‘상지야! 빨리 EBS 좀 봐.’

정통 탱고의 거장을 찾아 떠나는 다큐멘터리영화 ‘탱고 이야기’였다. 국내 몇 안 되는 탱고음악가 고상지(30)씨의 발돋움이 시작되는 순간이었다.

“당시 한국과 일본을 오가며 아르헨티나 탱고를 대표하는 악기 ‘반도네온’ 공부하고 있었어요. 일본의 선배들이 유학을 권하는 학교가 있었는데 우연히도 영화에서 나온 학교가 그것이었어요. 그렇게 서른 시간 비행 끝에 만난 곳이 아르헨티나 탱고오케스트라 학교에요.”

▲ 탱고음악가 고상지 씨는 카이스트 밴드동아리 베이스기타 출신이다.

19세기 중반 독일의 H.반도가 종교음악용으로 고안한 반도네온은 네모난 주름상자를 여닫으며 연주하는 악기다. 1900년 무렵부터 아르헨티나 탱고연주에 널리 쓰이게 됐다.

 고 씨는 2010년부터 2년 동안 탱고의 본고장 아르헨티나 부에노스아이레스에서 반도네온 연주자로서 기량을 닦았다. 대학을 그만둘 무렵, 반도네온을 처음 접한 그는 애초 토목공학과 산업디자인을 공부한 카이스트(KAIST) 출신의 공학도였다.

학교를 자퇴한 것은 대학 2학년 때. 고 씨는 신입생 오리엔테이션에서 본 밴드공연에 매료돼 입학하자마자 밴드동아리에 들어가 베이스기타를 치며 음악에 빠져들었다. 장르는 헤비메탈과 하드록이었다.

◆ 카이스트 자퇴 후 독학으로 익힌 ‘반도네온’

“학교를 그만두는데 용기라든가 결단력은 필요하지 않았어요. 좋아하는 것, 하고 싶은 것은 해야 했으니까. 나랏돈으로 학교를 다니는데 전공공부를 하지 않으니 빨리 그만두는 게 맞는 거죠. 제가 잘할 수 있는 일이 아니었고요.”

아르헨티나에 사는 이모를 통해 반도네온을 손에 넣은 고 씨는 독학으로 악기를 익혔다. 이후 그는 대전 충남대학교 로데오거리에서 공연을 했다. 그 모습을 누군가 인터넷 카페에 올리면서 일본의 유명 반도네온 연주가 코마츠 료타와 인연을 맺었다.

▲ 고상지 씨는 국내 최고 반도네온 연주자로서 애니메이션 음악에 관심이 크다.

탱고 오케스트라 학교를 만난 것처럼 우연이 필연이 된 경우다. 고 씨는 2006년부터 2009년까지 3개월에 한 번씩 일본을 방문해 고마츠 료타에게 반도네온 연주법을 배웠다. 그 사이 가수 김동률의 앨범 작업에도 참여하게 되면서 이름을 알렸다.

그는 지금껏 윤상, 하림 등 대중음악인들은 물론 클래식 연주자들의 공연과 음반작업 참여하며 뮤지션으로서 보폭을 넓히고 있다. 어릴 적 게임 배경음악에서 탱고리듬을 접하고 이에 매료됐다는 그는 지금도 당시의 흥분된 느낌을 잊을 수 없다고 한다.

“반도네온으로 대표되는 탱고의 매력을 말로 표현하는 것은 거장들이나 할 수 있는 것 같아요. 흔히 탱고 앞에 ‘정열적’이라는 수식어를 붙이곤 하는데 탱고는 모든 감정을 다 담고 있는 음 악이에요. 그래서 그 매력을 형용사 안에 가두고 싶지 않아요. 말로는 표현할 수 없는 매력이 있어요.”

고 씨는 다음 달 중순께 자작곡을 담은 첫 앨범을 출시할 예정이다. 또한 10월14일에는 세종문화회관대극장에서 펼쳐질 ‘삶과 나눔 콘서트’ 무대에 올라 관객들에게 반도네온의 매력을 선사한다.

“영화와 광고음악 작업도 해보고 싶다”는 그는 특히 자신 음악의 근원이라는 애니메이션 음악 작곡에 열의를 보이고 있다. 국내 최고 반도네온 연주자, 고상지의 새로운 도약은 이제부터다.

myung6565@naver.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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