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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SQ포커스] 박인비 '명예의 전당' 입회, 최고를 낳은 '인고의 10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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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SQ포커스] 박인비 '명예의 전당' 입회, 최고를 낳은 '인고의 10년'
  • 박상현 기자
  • 승인 2016.06.10 21:51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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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불과 2년전만 해도 꿈꿀 수 없었던 일…박세리-소렌스탐-데이비스-웹-잉스터의 축하 세례 특별"

[스포츠Q(큐) 박상현 기자] "불과 2년 전만 하더라도 상상할 수도 없었던 일이다. 박세리(39·하나금융그룹)를 비롯해 안니카 소렌스탐, 로라 데이비스, 카리 웹, 줄리 잉스터 등 세계적인 선수들이 내게 축하해줄 줄은 생각도 못했다. 무척이나 특별한 날이다."

'골프여제' 박인비(28·KB금융그룹)가 드디어 미국여자프로골프(LPGA)에서 '살아있는 전설'이 됐다. 박인비가 10일(한국시간) 미국 워싱턴주 서매미시의 사할리 컨트리클럽(파71, 6624야드)에서 벌어진 2016 LPGA 시즌 두번째 메이저 대회인 KPMG 위민스 PGA 챔피언십 1라운드를 소화, 10년 동안 10개 대회 이상 출전 요건을 갖춤으로써 명예의 전당에 헌액됐다.

이로써 박인비는 박세리에 이어 통산 25번째이자 만 27세로 역대 최연소 명예의 전당에 입회한 선수가 됐다. 정확하게는 27세 10개월 28일. LPGA 명예의 전당에 가입된 선수 가운데 20대의 나이에 헌액된 것은 박인비와 박세리, 둘뿐이다.

박세리가 최연소 기록을 세우기 전까지는 2005년 웹이 30세의 나이에 헌액됐으며 소렌스탐이 명예의 전당에 들었던 것도 33세 때였다. 그만큼 박인비의 명예의 전당 헌액은 LPGA에서도 최고 이슈다.

◆ 2년전부터 급격한 상승세, 커리어 그랜드슬램이 결정적인 영향

역대 LPGA 명예의 전당에 헌액된 레전드는 박인비 전까지 66년 역사 동안 겨우 24명이었다. 그만큼 명예의 전당에 들어가기가 까다롭다는 증거다.

메이저 대회에서 최소 1회 우승을 차지해야 하고 베어트로피(연간 최소타상)와 올해의 선수상도 1회 이상 수상하면서 포인트 27점을 받아야 한다. 포인트는 LPGA 일반 대회는 1점, 메이저 대회 2점이 주어지며 베어 트로피와 올해의 선수상도 1점씩 부여된다. 여기에 10년 동안 최소 10개 대회 이상을 출전해야 한다.

박인비가 첫 포인트를 쌓았던 것이 2008년 US 여자오픈 우승이었다. 첫 승을 메이저대회에서 거둠으로써 포인트 2점을 벌어들임과 동시에 메이저 대회 우승이라는 조건을 충족했지만 27점과 각종 선수상을 받기란 너무나 어려웠다. 2012년 당시 메이저 대회가 아니었던 에비앙 마스터스 우승으로 포인트를 2점에서 3점으로 높이기까지 4년이나 걸렸다.

2012년 베어트로피 수상까지 5점을 쌓았지만 올해의 선수상도 필요했고 우승도 더 필요했다. 그러나 박인비는 겨우 3년이라는 시간 동안 나머지 22점을 채웠다. 박인비가 "2년 전만 하더라도 명예의 전당에 헌액될 줄 몰랐다"고 말한 것도 이 때문이다.

2013년 크라프트 나비스코 챔피언십과 US 여자오픈 등 2개의 메이저 대회 우승을 포함해 6승을 거두고 올해의 선수상까지 받으면서 한 해 동안에 무려 10점을 추가했다.

2014년에도 4점을 추가한 박인비는 지난해에도 메이저 2승을 포함해 5승을 기록하고 베어 트로피를 받음으로써 27점을 모두 채웠다. 남은 것은 10년 동안 10회 이상 출전 하나뿐이었고 결국 위민스 PGA 챔피언십 1라운드를 마침으로써 이마저도 기준을 채웠다.

◆ 명예의 전당은 최종 목표, 너무나 일찍 달성한 박인비

메이저 7승 등 커리어 그랜드슬램을 달성함으로써 12점을 확보하고 각종 선수상으로 3점을 더한데다 나머지 대회에서 10승을 추가함으로써 27점을 무난하게 채웠다. 사실상 4년 만에 모든 것을 이뤄낸 것이기에 박인비의 업적이 더욱 위대하다.

박인비는 1라운드를 마치고 명예의 전당에 헌액된 뒤 LPGA닷컴을 통해 공개된 기자회견에서 "처음 골프를 시작했던 예전으로 돌아간 것 같아 특별한 심정이다. LPGA에 들어왔을 때만 해도 명예의 전당에 들어가는 것은 최종 목표였다"며 "그 누구도 명예의 전당이 마지막 목표가 될 것이라고 말해주지 않았다. 그러나 최고 역사를 이룬 선수들과 어깨를 나란히 하는 순간이 왔다"고 소감을 전했다.

박인비는 92주 동안 세계 여자골프랭킹 1위에 오르면서 2006년 랭킹 제도가 실시된 이후 세번째로 '장기 집권'한 기록도 갖고 있다. 지금은 뉴질랜드 교포 리디아 고(18·한국명 고보경)에 크게 뒤진 2위로 내려앉았지만 여전히 LPGA 최정상임은 분명하다. 그야말로 '살아있는 전설'이 된 것이다.

또 박인비는 "불과 2년 전만 하더라도 명예의 전당에 헌액될 것이라고 생각해본 적이 없다. 명예의 전당까지 이르는 것은 너무나 힘겹고 오랜 세월에 거쳐야만 하는 일이라고 생각했다"며 "정말로 오랜 꿈이 이뤄졌다. 힘든 순간도 있었지만 결국 이 자리에 섰다. 나는 운이 좋다"고 밝혔다.

대회 첫날을 1오버파 72타로 공동 20위로 마친 박인비는 "박세리, 소렌스탐, 데이비스, 웹, 잉스터 등 최고의 선수들이 직접 찾아와 축하해줄 것이라고 생각하지 못해 더욱 특별하고 놀라웠다"며 "내가 어렸을 때부터 전설이라고 여기며 동경했던 선수들이다. 그들이 내 가면까지 쓰고 축하해줘 더욱 기분이 특별했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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