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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포럼현장Q] ICT 융·복합에 달린 스포츠산업 미래, '발상전환이 가치창출 지름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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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포럼현장Q] ICT 융·복합에 달린 스포츠산업 미래, '발상전환이 가치창출 지름길'
  • 안호근 기자
  • 승인 2016.06.23 22:10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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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02회 스포츠산업포럼...산학계 전문가 모여 다양한 의견 나눠

[스포츠Q(큐) 글 안호근·사진 최대성 기자] 인터넷 발달과 모바일기기 확산으로 정보가 쏟아지는 시대다. 언제 어디서든 원하는 콘텐츠를 얻을 수 있다. 스포츠 정보도 마찬가지다.

경기장을 찾아 스포츠를 관람하고 직접 경기에 참여하기만 하던 시대는 갔다. 기술 발전과 함께 다양한 방식으로 스포츠를 즐기는 방법이 연구되고 있다.

스포츠산업계는 정보통신기술(ICT)을 활용해 미래 가치를 생산해내고 있다. 한국스포츠산업협회는 23일 서울 양재동 aT센터에서 ‘ICT와 융·복합한 미래 스포츠산업’이라는 주제로 제102회 스포츠산업포럼을 열었다. 문화체육관광부가 주최하고 한국스포츠산업협회가 주관한 이 포럼에는 스포츠산업계와 학계의 전문가들이 모여 머리를 맞대고 토론했다.

▲ 이기광 국민대학교 스포츠건강재활전공 교수(왼쪽)가 23일 스포츠산업포럼에서 청중의 질문에 답변하고 있다.

◆ 고부가가치화 위한 전제조건, ‘스포츠 가치와 문화에 대한 정확한 이해’

주제 발표에 나선 이기광 국민대 스포츠건강재활전공 교수는 ICT와 스포츠산업이 성공적으로 융·복합한 사례로 고프로(액션캠)를 꼽았다. 그는 “고프로의 성공에서 배워야 한다. 서핑 마니아였던 닉 우드먼은 서핑 과정을 영상으로 담고 싶다는 생각 하나로 손목에 감는 카메라를 생각해냈다”며 “자본금 1억 원으로 시작한 고프로 사업은 1년 만에 11조 원 규모로 급성장했다”고 말했다.

이어 “실내(스크린) 골프장은 한국인들이 좋아하는 ‘방 문화’와 ‘밤 문화’를 합쳐 만들어진 산물”이라며 “단순 기술 적용만을 생각해서는 안 된다. 성공적인 기술 도입을 위해서는 스포츠 가치와 문화에 대한 깊이 있는 이해가 필요하다”고 밝혔다.

이 교수는 스포츠에 대한 정확한 이해를 바탕으로 ICT를 적용하면 기존 스포츠산업을 고부가가치화할 수 있다고 주장했다. 선수들의 경기력-체력 향상, 부상 예방과 재활을 위한 기술이 이미 그 가치를 보여주고 있다는 것. 특히 선수들의 몸에 GPS(위성위치파악시스템)를 부착해 움직임을 쫓는 트래킹 시스템에 주목했다.

그는 “선수들의 심박수, 뛴 거리 등을 실시간으로 파악해 사전에 부상을 예방할 수 있다”며 “이같은 효과를 인정받아 보수적이기로 유명한 국제축구연맹(FIFA)에서도 사용 허가를 받았다”고 말했다.

다양한 기술의 도입은 팬들에게 보는 재미도 제공한다. 야구에서는 타구 방향과 각도 등에 따른 안타 확률 등을 얻을 수 있다. 테니스의 호크아이(라인 판정 시스템), 메이저리그 비디오판독(세이프 여부), 축구의 골 판독 시스템 등은 보다 공정한 스포츠를 즐기게 해준다.

이기광 교수는 “아예 새로운 산업을 만드는 것은 쉽지 않다. 기존 스포츠산업에 기술을 입히는 것이 현실적”이라며 “스포츠의 본질적 가치를 정확히 이해하고 접근해야 한다. 기술력만 가지고 접근해서는 스포츠산업 융합기술을 성공시킬 수 없다”고 강조했다.

▲ 송재순 골프존 개발본부장이 제102회 스포츠산업포럼에서 골프 산업계의 변화에 대한 청중의 질문에 답변을 하고 있다.

◆ ‘바뀌어야 산다’, 골프산업 변화로 본 '종목파괴' 효과

국민소득 2만 달러 시대의 대표적 스포츠로 인식되는 골프는 세계적으로 침체기를 겪고 있다. ‘돈이 많이 든다’는 인식과 긴 경기 시간 등으로 인해 젊은이들에게 많은 인기를 끌지 못하기 때문. 송재순 골프존 개발본부장이 소개한 자료에 따르면 미국 골프 참여 인구는 금융위기 이후 지속적으로 감소해 2015년 2400만 명 가량으로 2000년대 초반과 비교해 20% 이상이 감소했다.

이러한 위기를 타개하기 위해 미국 내에서는 다양한 시도가 이뤄지고 있다. 골프를 쉽게 느끼도록 9홀만 플레이하도록 하는 ‘플레이9 캠페인’, 온 가족이 즐길 수 있도록 실력에 따라 티를 세분화하는 ‘주니어티(포워드티)’, 심지어는 홀컵 크기를 4배 정도 늘려 플레이 시간을 줄이고 흥미를 높이려는 방법도 시도됐다. 하지만 이 모든 노력에도 큰 효과는 나타나지 않았다.

송재순 본부장은 미국의 톱골프라는 회사가 도입한 시스템을 소개했다. 얼핏 보면 일반 골프연습장과 다를 게 없지만 페어웨이(티샷 위치에서 그린 사이 잘 다듬어진 잔디 구역) 곳곳에 다트판 모양의 타깃이 만들어져 있다. 공을 치는 방식은 영락없는 골프지만 점수를 내는 방식은 다트의 형식을 차용한 것.

송 본부장은 “미국과 영국에서 이 시스템이 골프산업에 새 방향을 제시하고 있다. 지난해 23개 매장에 연간 800만 명 이상이 다녀갔다”며 “더 놀라운 것은 고객 중 45%가 골프장에 가본 적이 없다는 점”이라고 말했다.

이어 “직접 매장에 가봤는데 타석이 150개 정도가 있는데도 2시간 정도 기다렸다”며 “골프공에 GPS칩이 내장돼 있어 일반 골프공과 감이 다르고 클럽도 좋은 것을 쓰지 않지만 미국 골프산업계의 아이돌로 떠오르고 있다. 골프에 다트를 접목했을 뿐이지만 높은 진입 장벽을 허문 것”이라고 전했다. 고객이 원하는 것을 정확히 파악한 후 적절한 기술을 곁들여 최고의 히트상품을 내놓은 것이다.

▲ 이덕민 법무법인 화우 변호사가 종합토론 시간에 드론 스포츠의 발전 방향에 추가적인 설명을 하고 있다.

◆ 중계활용 넘어 자체 스포츠 될 ‘드론’, 운동효과 최적화 시켜줄 ‘EMS’

이덕민 법무법인 화우 변호사는 최근 예능프로그램 등에서 널리 사용되고 있는 ‘드론’의 미래 발전 방향에 대해 주제 발표를 했다. 드론은 조종사 없이 무선전파를 통해 조종이 가능한 비행 물체로 1935년 영국 해군이 대공사격을 목적으로 만들었지만 이제는 스포츠를 포함해 다양한 분야에서 활용되고 있다.

이덕민 변호사는 드론이 스포츠 중계에 혁신을 불러일으킬 수 있다고 주장했다. 그는 “지상에서 카메라로 담기 힘든 항공 스포츠나 익스트림 스포츠, 하이킹 등도 드론이 있으면 쉽게 촬영이 가능하다”고 말했다.

드론의 활용은 중계에만 그치지 않는다. 이 변호사는 “드론은 그 자체로 스포츠가 되고 있다. 드론 레이싱, 드론 배틀 등이 있다”며 “고글을 쓰면 드론에 부착된 카메라의 시점이 내 시점과 동기화돼 스릴 있는 스포츠를 즐길 수 있게 된다”고 전했다.

이 변호사는 “미국에서는 상금 규모가 10억 원에 이르는 대회도 열렸고 올 초 아랍에미리트 두바이에서는 전체 예산 80억 원을 들인 대회가 개최됐다”며 “국내에서도 2015년 상반기 이전 500만 원이하의 대회만 열렸지만 2016년 이후에는 대회 규모가 1억 원을 초과하기 시작했다. 곧 상금 규모 3억 원을 초과하는 대회도 열릴 예정이다. 앞으로 재밌고 유망한 스포츠 경기가 될 가능성이 크다”고 밝혔다.

▲ 장정훈 SR인터내셔널 이사가 국내 EMS수트의 현재와 미래에 대해 주제 발표를 하고 있다.

장정훈 SR 인터내셔널 이사는 국내 EMS수트의 현재와 미래에 대해 발표했다. 그는 “EMS(Electronic Muscle Stimulation)란 저주파로 근육에 직접 자극을 줘 초기근력을 강화시키는 장비”라며 “무중력상태에 노출된 우주정거장의 우주비행사의 골밀도 감소와 근 수축 방지 위해 개발돼 최근에는 육상 스타 우사인 볼트와 축구선수 크리스티아누 호날두 등이 사용하면서 핫한 트레이닝 방법으로 급부상하고 있다”고 밝혔다.

이 시스템은 전도패드가 결합된 무선 수트를 착용해 몸에 밀착시킴으로써 전신의 모든 근육층을 정확히 자극하는 원리다. 장 이사는 “무중력 운동으로 관절에 무리를 주지 않은 채로 운동할 수 있고 몸 전체에 동일한 자극을 줘 체형을 바로 잡을 수 있다”며 “하루 단 20분의 전신 운동으로 매일 헬스장에 다니는 효과를 낼 수 있다”고 소개했다.

문제는 가격이다. 장 이사는 “기존 EMS 시장은 3000만 원 정도에 판매되고 있지만 우리는 이 시스템의 보급화가 궁극적 목표이기 때문에 1000만 원 내외로 내놓을 것”이라며 “자체 생산을 하기에 가능한 일이다. EMS 센터를 통해 데이터만 입력돼 있으면 손쉽게 어디서든 사용이 가능하도록 만드는 것을 목표로 하고 있다”고 말했다.

주제발표 후 이어진 종합토론에서는 청중과 패널들의 질의 응답이 이어졌다. GPS가 추적 거리의 한계가 있지는 않느냐는 질문에 이기광 교수는 “GPS 기술이 많이 발전해 이제는 오차가 1m에서 이내까지 줄어들었다”며 “아무리 감독이라고 해도 선수들의 활동량을 정확히 알 수 없기 때문에 이를 실시간으로 파악한다면 부상 방지에 큰 도움이 될 것”이라고 밝혔다.

골프 외에 다른 분야의 융복합 활용과 관련해 송재순 본부장은 “당구대가 모니터로 활용된다면 공이 굴러가는 길을 명확히 인지할 수 있을 것이다. 당구공을 이용해 레이싱 게임을 즐기는 것도 가능할 것”이라며 “미래에는 다양한 융복합 스포츠를 하나의 기기에서 즐길 수 있는 날이 올 것”이라고 전했다.

[취재후기] 발제자들의 발표를 접하면서 ICT와 융복합된 스포츠산업의 미래방향에 대한 기대감이 커졌다. 신기함으로 눈이 휘둥그레지기까지 했다. 다만 대부분 외국 사례를 중심으로 소개하는 것을 보며 아직 갈 길이 멀다는 생각이 들었다. 혹시나 선진 기술을 따라가기에 급급해하지는 않을까 하는 노파심도 들었다. 이기광 교수의 말처럼 ICT와 스포츠산업의 제대로 된 융복합을 위해서는 한국의 문화와 특수성에 대한 숙고가 필요할 것이다.

▲ 제102회 스포츠산업포럼에 참석한 패널과 관계자들이 단체 기념촬영을 하고 있다. [사진=한국스포츠산업협회 제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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