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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SQ포커스] 스포츠 공인구에 따라 울고 웃고, 그 오묘한 이야기 속으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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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SQ포커스] 스포츠 공인구에 따라 울고 웃고, 그 오묘한 이야기 속으로
  • 홍현석 기자
  • 승인 2014.09.11 10:1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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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천 아시안게임 공인구 적응이 변수...대회마다 다른 공인구, 적응 여부에 성적도 달라진다

[스포츠Q 홍현석 기자] 세계에서 가장 많은 인기를 얻고 있는 스포츠 종목은 무엇일까. 개개인의 호불호가 엇갈리겠지만 그 종목이 공을 쓰는 구기종목이라는 것은 큰 이견이 없을 듯 하다.

우리나라 4대 인기 스포츠로 프로화된 종목도 야구, 축구, 농구, 배구 등 모두 구기종목이다. 국제축구연맹(FIFA) 회원국이 국제연합(UN) 회원국보다 많을 정도로 축구는 세계에서 가장 인기가 높다. 또 우리나라와 일본, 대만, 미국, 캐나다, 중미 등에서는 야구의 인기가 하늘을 찌른다. 농구와 배구 역시 유럽과 북미에서 큰 인기를 끌고 있다.

그렇다면 구기종목에서 가장 중요한 것은 무엇일까. 바로 없으면 경기 자체가 되지 않는 '공'일 것이다. 공을 갖고 하는 스포츠이기 때문에 공에 따라서 선수들의 플레이가 달라질 수 있다. 어떤 공을 갖고 경기를 하느냐에 따라 승패에 큰 영향을 미칠 수 있다.

이 때문에 각 종목 단체에서는 공인구 제도를 두고 있다. 단체가 정해놓은 규정 기준에 적합한 공은 해당 종목 단체의 공인구로 사용된다. 그 기준에 적합한 공인구라고 해서 아무렇게나 쓰여지는 것은 아니다. 대회에 따라서 그 대회에 맞는 공인구가 사용되기도 한다.

19일 개막되는 인천 아시안게임에서는 축구와 농구, 배구, 핸드볼, 테니스 등 5개 구기 종목에서 스타 공인구가 사용된다. 올해 월드컵과 각종 국제대회 등에서 사용했던 공인구가 다르고 각 종목 리그에서 사용했던 공도 다르기에 과연 얼마나 빨리 공인구에 적응하느냐도 팀전력 못지 않게 메달 도전의 향방을 좌우할 변수로 떠오르고 있다.

◆ FIFA에서는 아디다스, AFC는 나이키 제품

전세계 각 스포츠 용품회사도 공인구를 생산한다. 모두 각 종목 단체의 기준을 통과한 공들이다. 그렇다고 해서 아무 공이나 사용하지는 않는다. 이는 각 단체 또는 대회의 스폰서와 관계가 있다.

예를 들어 FIFA는 아디다스의 후원을 받는다. 이 때문에 FIFA 주관 대회에서는 아디다스가 생산한 공만을 사용한다.

FIFA의 공인구는 1930년 우루과이 월드컵 결승전 때로 거슬러 올라간다. 당시 결승전에 진출한 아르헨티나와 우루과이는 자국의 공을 사용하겠다고 주장했다. 자신들이 훈련했던 공이 경기에서 사용되면 그만큼 유리했기 때문이다. 결국 두 나라의 신경전은 전반은 아르헨티나 공, 후반은 우루과이 공을 사용하기로 결정하면서 일단락됐다.

▲ 아시안게임 축구대표팀의 공격수 김신욱이 10일 안산와~스타디움에서 열린 아랍에미리트연합과 연습경기에서 아시안게임 축구 공인구를 가슴으로 트래핑하고 있다. [사진=스포츠Q DB]

그러나 월드컵 공인구는 1966년 대회까지 결정되지 않았다. 1966년 잉글랜드 대회까지만 하더라도 지금 우리가 생각하는 축구공의 모양이 아니었다. 오히려 배구공의 모습과 비슷했다. 우리가 보통 생각하는 육각형과 오각형의 조합으로 이뤄진 축구공은 1970년에야 탄생했다.

1966년 월드컵까지만 하더라도 개최국이 스스로 공인구를 결정했지만 1968년 유럽축구선수권에서 처음으로 아디다스 텔스타 엘라스트를 사용한 이후 FIFA 역시 1970년 멕시코 월드컵부터 아디다스 공인구를 사용하기 시작했다.

이후 FIFA 월드컵 공인구는 탱고(1978년 아르헨티나 월드컵), 아즈테카(1986년 멕시코 월드컵), 퀘스트라(1994년 미국 월드컵), 트리콜로(1998년 프랑스 월드컵), 피버노바(2002년 한일 월드컵), 팀 가이스트(2006년 독일 월드컵), 자블라니(2010년 남아공 월드컵), 브라주카(2014년 브라질 월드컵)로 변화되어 왔다.

그러나 아시아축구연맹(AFC)은 나이키와 스폰서 계약을 맺고 있다. 이 때문에 아시안컵 등 AFC 주최 대회는 나이키 공을 공인구로 채택된다. FIFA 월드컵 아시아지역 예선 역시 나이키 제품을 공인구로 사용한다.

또 각 리그가 사용하는 공인구 제품이 또 다르다. 잉글랜드 프리미어리그나 스페인 프리메라리가, 이탈리아 세리에A는 나이키 공을 사용하지만 독일 분데스리가와 프랑스 리게앙에서는 아디다스 공을 쓴다. 일본 프로축구 J리그는 아디다스 제품을 즐겨 쓴다.

▲ 대회에 따라 사용하는 축구공도 달라진다. 왼쪽은 아시아축구연맹(AFC) 주최 대회에서 사용하는 나이키 공, 오른쪽은 인천아시안게임에서 사용하는 스타 공인구. [사진=스포츠Q DB]

우리나라는 다소 복잡하다. K리그의 경우 나이키 공을 사용하다가 2012년부터 아디다스와 계약을 맺고 교체했다. 현재는 브라질 월드컵 공인구였던 브라주카를 사용하고 있다.

하지만 대한축구협회(FA)가 주최하는 하나은행 FA컵에서는 낫소 제품을 쓴다. 이 때문에 K리그 팀들은 정규리그에서는 아디다스 공을 쓰다가 FA컵에서는 낫소 공에 적응해야 한다.

그러나 대표팀은 또 하나의 공을 사용한다. 바로 나이키 제품이다. 대표팀의 스폰서가 바로 나이키이기 때문이다. 이 때문에 대표팀의 홈 A매치 평가전에서는 나이키 공을 쓴다. 다만 월드컵이 다가왔을 때는 공 적응을 위해 나이키 제품을 쓰지 않는 별도의 규정이 있다.

◆ 공에 따라 달라지는 야구의 오묘함

축구만큼이나 공인구에 따라 기록과 성적이 달라지는 종목이 바로 야구다. 작은 변수에 의해 경기 양상이 달라질 수 있고 투수가 경기력에 미치는 영향이 가장 크기 때문에 공인구에 울고 웃는 일이 많다.

현재 한국야구위원회(KBO)는 맥스, 스카이라인, 빅라인, 하드 등 4개사의 공을 고르게 사용한다. 4개사 공이 모두 공인구로 인정받기 때문에 각 구단들은 전력을 고려해 공을 고를 수 있다.

하지만 영세한 업체들이 단 10개의 구단을 상대로 공인구를 공급하다 보니 수익성에서 문제가 발생하면서 2015년부터는 단일구를 사용해 이 같은 문제를 해결하려 한다.

한국과 달리 일본과 미국은 단일구를 사용한다. 그러나 일본의 경우 공인구에 따라 리그 성적이 크게 달라졌다.

2011년과 2012년에 일본야구기구(NPB)가 채택한 미즈노사의 공은 저반발로 적지 않은 홍역을 겪었다. 이전 공보다 1m 덜 날아갔던 것. 1m의 차가 안타냐, 홈런이냐가 결정될 수 있기 때문에 일본프로야구는 2011년과 2012년 두 시즌 동안 극심한 투고타저 현상이 발생했다.

2011년에 센트럴리그와 퍼시픽리그 양 리그의 홈런 개수는 939개로 2010년에 비해 666개나 감소했고 2012년 7월에는 12개팀 중 8개팀이 2점대 방어율을 기록하게 됐다. 그 결과 거의 모든 경기가 투수전이 됐고 화끈한 타격전을 원했던 팬들은 야구장을 떠나게 되면서 2011년 관중이 2010년에 비해 2.6%나 줄어들었다.

미국 메이저리그(MLB)의 공 역시 한국이나 일본에서 사용하는 공과 또 다르다. 포스팅을 통해 2013 시즌 MLB에 데뷔한 류현진(27·LA 다저스)은 MLB에서 사용되는 공인구가 실밥이 한국에 비해 도드라져 있지 않고 더 무거운데다 잘 미끄러져 제구하는데 적지 않은 어려움을 겪어야 했다.

이 때문에 류현진은 실밥을 채면서 던져야 하는 슬라이더나 커브보다는 실밥의 영향을 덜 받은 체인지업을 주무기로 사용했다. 2013시즌에는 변화구 중에 체인지업이 22.3%로 가장 높았고 그 다음이 슬라이더(13.9%), 커브(9.5%)였다. 그러나 어느 정도 공인구에 적응한 올시즌에는 고속 슬라이터돠 낙차 큰 커브를 많이 활용하는 대신 체인지업의 비중을 줄였다.

◆ 프로농구는 17년만에 공인구 교체

국내 프로농구는 2014~2015 시즌부터 공인구를 바꾼다. 농구대잔치부터 공인구로 사용했던 스타 농구공을 만드는 신신상사가 사업규모 축소를 이유로 더이상 후원하지 않기로 함에 따라 프로농구 공인구도 함께 바뀌게 됐다. 결국 한국농구연맹(KBL)은 공인구를 나이키로 바꿨다.

나이키 제품으로 공인구가 바꾸면서 다가오는 다가오는 새 시즌 적지 않은 변화가 예상된다.

그동안 스타 농구공을 공인구로 썼을 때는 신인 선수들이 이에 대한 적응에 어려움을 호소해왔다. 그러나 이제는 거꾸로 초중고와 대학 시절에 꾸준히 나이키 공을 공인구로 사용했던 신인 선수들은 적응에 문제가 없는 반면 스타 농구공에 길들여져 있던 기존 프로 선수들이 적응하는데 시간이 걸릴 것으로 보인다.

또 나이키 공인구로 바뀌면서 국제대회 적응도 다소 쉬워지게 됐다. 국제농구연맹(FIBA)은 FIBA 월드컵 등 각종 대회에서 몰텐의 공을 공인구로 사용하고 있다. 그동안 KBL에서 사용했던 스타 농구공은 국제 공인구인 몰텐에 비해 무겁고 커 국제대회에 나설 때면 적응에 적지 않은 어려움을 겪었다.

하지만 나이키 공인구는 몰텐과 크기와 무게가 거의 비슷하기 때문에 국제대회에서 공 적응에 어려움을 겪는 일은 더이상 없을 것으로 보인다.

◆ 개인 종목인 골프의 공인구 규정은

개인 구기종목인 골프는 축구, 농구, 배구, 야구 등 단체 구기종목과 약간 차원이 다르다. 축구, 농구, 배구, 야구 등은 각 단체나 대회의 스폰서에 따라 동일한 공인구를 사용하지만 골프는 개인 종목이기 때문에 개인에게 선택권이 주어진다.

골프공의 공인구 규정은 어느 정도 거리 이상 나가지 못하도록 거리 제한이 있다. 미국과 영국에서 규정한 테스트 기준에 따라 시속 120마일로 쳤을 때 굴러가는 거리까지 315야드를 넘지 않도록 규정되어 있다. 또 42.7mm보다 커야 한다는 크기 규정과 45.95g보다 가벼워야 한다는 무게 규정도 있다.

또 규정에 충족하는 공인구라고 하더라도 인쇄나 색깔이 바뀌면 다시 공인구 등록을 받아야 한다. 예를 들어 흰색, 노란색 등 여러가지 색깔로 골프공을 만들었다면 색깔별로 공인구 기준에 충족하는지 검사를 받고 등록을 해야 한다는 뜻이다.

이처럼 골프에서 사용하는 공인구 규정은 까다롭지만 이것만 통과하면 선수들이 골라서 사용할 수 있는 범위는 넓다.

◆ 아시안게임 앞둔 구기종목 대표팀, 공인구 적응 총력

아시안게임이나 올림픽 등 국제적인 행사에서 사용하는 공인구도 제각각이기 때문에 이에 적응하는 것도 적지 않은 문제다. 축구에서 월드컵 공인구에 적응하는 것이 경기력에 큰 영향을 미치듯 다른 구기종목도 마찬가지다.

한국 남자배구대표팀의 상황도 재미있다. 최근 세계배구선수권에 참가했던 남자배구대표팀은 경기에서 사용하는 공과 훈련때 사용하는 공이 달랐다.

아시아배구연맹(AVC)컵과 월드리그, 세계선수권에서 사용하는 공은 국제배구연맹(FIVB)이 선택한 미카사 제품을 쓰지만 아시안게임에서는 스타 제품을 쓴다. 스타 제품은 V리그에서 사용하는 것으로 아시안게임 공인구로 결정됐다.

이 때문에 아시안게임을 20여일 앞둔 남자배구대표팀은 아시안게임 공인구에 대한 감각을 유지하기 위해 스타 제품으로 훈련하다가도 경기에서는 미카사 제품을 쓰는 '이중 생활(?)'을 한다.

▲ 임오경 서울시청 감독(오른쪽)이 2014 인천 아시안게임에서 사용하는 핸드볼 공인구를 들어보이고 있다. [사진=스포츠Q DB]

스타 공인구는 배구 뿐 아니라 축구와 농구, 핸드볼, 테니스 등 5개 종목에서 사용된다.

이 때문에 아시안게임 축구대표팀 선수들 역시 스타 제품에 빨리 적응해야 한다. 농구 월드컵에 출전했던 한국 남자농구대표팀 역시 월드컵에서는 국제농구연맹(FIBA) 공인구인 몰텐 제품을 쓰다가도 아시안게임에서는 스타 제품에 써야 하기 때문에 적응이 관건이다.

야구에서는 미즈노사 제품을 공인구로 사용한다. 미즈노사 제품 역시 한국 프로야구에서 사용하는 공인구보다 미끄럽다는 평가여서 투수들이 여기에 적응하는데 적지 않은 어려움이 예상된다.

국민들에게 가장 인기있고 관심이 쏠리는 축구, 야구, 농구, 배구, 핸드볼, 테니스 등 구기종목은 모두 아시안게임 금메달을 기대하는 종목이다. 다소 생소할 수도 있는 아시안게임 공인구를 자신의 신체 일부분처럼 얼마나 잘 다루느냐, 얼마나 잘 적응하느냐에 따라 목표로 하고 있는 우승 여부도 결정될 전망이다.

toptorres@sportsq.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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