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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SQ포커스] 고양 원더스 '멈춰버린 위대한 도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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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SQ포커스] 고양 원더스 '멈춰버린 위대한 도전'
  • 박상현 기자
  • 승인 2014.09.11 20:02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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KBO와 퓨처스리그 편입 놓고 대립…미래 낙관 못해 3년만에 해체 결정

[스포츠Q 박상현 기자] 국내 첫 독립야구단인 고양 원더스의 '위대한 도전'이 멈춰섰다. 프로야구단도 아직까지 적자를 보는 열악한 프로스포츠 환경에서 2011년 12월 창단한 고양 원더스는 신선한 충격이었지만 불과 3년만에 도전이 끝났다.

고양 원더스는 11일 지난 3년 동안 운영해왔던 팀을 전격 해체하기로 결정했다고 공식 발표했다.

고양 원더스는 '열정에게 기회를'이라는 슬로건을 걸고 선수의 꿈을 포기해야만 했던 야구인들에게 재기의 기회를 마련하는 역할을 해왔다.

고양 원더스에서 뛰었던 선수들은 프로 스카우트들의 눈에 들었고 2012년 7월 10일 LG에 입단한 이희성(26)을 시작으로 2012년에만 5명의 선수를 프로에 보냈다. 이어 지난해에도 고양 원더스는 지난해 오현민(27·kt)과 황목치승(29·LG) 등 모두 12명의 선수를 프로구단으로 이적시켰다.

올시즌도 김동호(29·삼성) 등 5명의 선수를 프로로 보낸 고양 원더스는 2015년 신인 지명에서는 정규식(24)이 LG의 지명을 받아 독립구단 출신 최초로 프로구단의 지명을 받는 기록을 남겼다.

고양 원더스의 또 하나의 순기능은 바로 독립야구리그를 창설하자는 논의를 하는 기폭제가 됐다는 점이다.

'제10구단'으로 창단한 kt는 한국야구위원회(KBO)에 경기도에 독립야구리그를 만들겠다는 청사진을 내놨다. 독립야구리그 창설이라는 아이디어 역시 고양 원더스가 있었기에 가능했다.

하지만 그 도전은 불과 3년만에 막을 내렸다. 단 하나뿐인 독립야구단이 사라지면서 독립야구리그 창설 역시 흐지부지되는 것이 아니냐는 위기론에 휩싸여 있다. 인천 아시안게임을 통해 2회 연속 대회 금메달을 따내겠다는 야구계에 찬물을 끼얹는 것 아니냐는 얘기도 나온다.

◆ 고양 원더스 "퓨처스리그 편입이 아니면 대안이 없다"

고양 원더스가 '위대한 도전'을 멈출 수밖에 없었던 이유로 KBO와 구단 운영에 대한 방향이 다르다는 것을 들었다.

구단 운영에 대한 방향이 다르다는 것은 바로 오랜 쟁점이었던 퓨처스리그 편입이었다.

고양 원더스는 꾸준히 퓨처스리그 편입을 주장해왔지만 KBO가 이를 들어주지 않았다고 주장했다.

하송 고양 원더스 단장은 이에 대해 "당초 고양 원더스의 창단 목적은 독립야구팀이 아니라 상무나 경찰청같은 2군 전문팀"이라며 "KBO가 2009년부터 창단을 제의해왔을 때도 이런 조건을 내걸었다"고 말했다.

이어 하 단장은 "고양 원더스는 수익이 목적이 아니라 선수들에게 재기의 기회를 주면서 팬들에게 즐거움을 주기 위한 목적으로 기부 형태로 연 40억원의 운영비를 들였다"며 "하지만 퓨처스리그 정식 편입이 아니고서는 더이상 팀을 이끌어 갈 명분이 없다. 구단의 연속성을 자신할 수 없고 부담이 돼 결국 해체의 길을 선택했다"고 밝혔다.

결국 고양 원더스가 지난 3년 동안 팀을 운영하면서 꾸준히 KBO에 요구했던 것은 퓨처스리그 편입이었다. KBO가 퓨처스리그 편입을 조건으로 내걸었고 2군 전문팀으로 운영한다면 구단 운영이 가능하다는 판단 아래 창단한 것인데 KBO에서 약속을 어겼다는 것이 고양 원더스의 주장이다.

◆ KBO "편입 약속한 적 없어, 90경기면 충분하지 않나"

KBO측은 고양 원더스의 주장에 정면으로 반박한다.

박근찬 KBO 홍보팀장은 "고양 원더스에 퓨처스리그 팀을 전제로 창단해달라고 공식 제안한 적이 없다"며 "나중에 퓨처스리그 편입을 긍정적으로 검토하겠다는 입장을 밝히긴 했지만 정식 약속한 적이 없다"고 말했다.

이어 "첫 시즌에는 46경기를 치렀지만 올시즌 크게 경기수를 늘려 90경기까지 치렀다. 퓨처스리그 팀들도 한 시즌에 96경기를 치르기 때문에 큰 차이가 없다"며 "내년에도 올시즌과 비슷한, 또는 그 이상의 경기를 배정하려고 했는데 갑작스럽게 아무런 사전 협의없이 해체를 결정해 유감"이라고 말했다.

또 박 팀장은 "고양 원더스가 계속 퓨처스리그에 편입하려는 목적을 이해할 수 없다"며 "창단 목적 자체가 선수들에게 재기의 기회를 주려던 것이었다. 그렇다면 한 시즌 90경기면 충분하다고 본다. 충분히 창단 목적에 부합하는데 굳이 퓨처스리그에 들어오겠다는 이유를 모르겠다"고 덧붙였다.

의견이 계속 평행선을 그리면서 결국 고양 원더스의 해체로 결론이 나는 모습에 야구인들의 시선도 둘로 엇갈린다.

양준혁 SBS 해설위원은 자신의 트위터를 통해 "희망의 불씨가 꺼져 내 몸의 일부가 떼어지는 아픔이다. 야구판 참 잘 돌아간다. 결국 야구를 위해 일하는 진짜 일꾼들은 소외되고 마는 야구판 현실이 부끄럽다"며 불만을 터뜨렸다.

하지만 백인천 전 삼성 감독은 "독립야구단의 창단 목적을 생각한다면 하루라도 빨리 독립야구팀이 추가로 만들어져 고양 원더스도 KBO에서 떨어져나와 독립리그를 구성하는 것이 좋았다"며 "퓨처스리그에 들어가서 하는 것은 아니라는 생각이다. 고양 원더스가 퓨처스리그에서 교류경기를 치를 때부터 문제가 생기겠다 싶었는데 이런 일이 벌어졌다"고 안타까워했다.

특히 백 감독은 "사실 독립야구리그 운영은 일본에서도 어렵다. 최소한 네 팀만 있어도 독립리그가 운영될텐데 아쉽다"며 "경기도 독립리그도 공청회 이후 아무런 변화가 없다. 말뿐이지 아직 아무런 움직임도 없다. 고양 원더스의 해체가 악영향을 끼칠까 우려된다"고 말했다.

▲ LG 유격수 황목치승(오른쪽)도 고양 원더스에서 뛰다가 프로 스카우트들의 눈도장을 받아 프로야구팀으로 이적했다. 고양 원더스의 적지 않은 선수들이 퓨처스리그 교류경기를 통해 기량을 인정받아 프로로 진출했다. [사진=스포츠Q DB]

◆ 3년만에 멈췄지만 그래도 위대한 도전

국내 첫 독립야구팀인 고양 원더스의 도전은 3년만에 끝났지만 그래도 나름 성과는 있다.

무엇보다도 아직까지 국내 야구계에서는 생소한 독립야구단과 독립야구리그에 대해 생각하게 했다는 것은 큰 울림이다.

현재 미국과 일본에서는 프로 리그 외에도 독립야구리그를 별도로 운영하고 있다. 처우 등은 프로에 크게 미치지 못하지만 프로에 가지 못했거나 기량이 떨어져 밀려난 선수들에게 다시 한번 일어설 기회를 제공한다는 점은 긍정적이다.

특히 우리나라처럼 선수 은퇴를 하게 되면 사회에 복귀하기가 어려운 상황이라면 더더욱 독립리그가 요구된다. 한번 밀려난 선수들이 재기의 발판을 마련하지 못하고 은퇴할 경우 계속 운동만 해왔기 때문에 사회 부적응 현상이 일어날 수 있는데 독립리그가 바로 완충작용을 할 수 있다.

또 미처 프로의 선택을 받지 못한 선수들이 기량을 높일 시간적인 여유를 가져 다시 프로팀에 도전할 수 있는 기회를 마련한다는 것 역시 독립리그의 순기능이다. 고양 원더스를 거쳐간 적지 않은 선수가 프로팀의 지목을 받았다는 점이 이를 증명한다.

고양 원더스의 도전은 끝났지만 이것이 독립야구단과 독립리그의 실패라고는 볼 수 없다. 여러 문제점을 다시 한번 되짚어보고 보다 튼실한 독립야구단과 독립리그를 출범시킬 수 있는 기회가 될 수 있을 것이다.

tankpark@sportsq.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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