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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자의 눈] 이태양-문우람 승부조작 파문, 이것이 정녕 '프로' 야구인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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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자의 눈] 이태양-문우람 승부조작 파문, 이것이 정녕 '프로' 야구인가
  • 민기홍 기자
  • 승인 2016.07.21 15:36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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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스포츠Q(큐) 민기홍 기자] 20일 밤. KBO리그 5경기 결과는 묻혔다. 안지만(삼성)이 지인의 도박사이트 개설에 1억 원을 빌려줘 검찰의 조사를 받았다는 사실에 분개한 야구팬들은 이태양(NC)이 승부조작에 가담한 혐의를 받고 있다는 뉴스까지 접하고서는 경악을 금치 못했다.

최근 몇 년 새 프로야구의 위상이 급격히 상승했다. 핫이슈를 가늠하는 포털 실시간 검색어 순위에서 선수들의 이름을 쉽게 발견할 수 있다. 비시즌인 11,12월엔 인기 예능 프로그램들에도 출연한다. 야구는 스포츠를 넘어 문화로 격이 올랐다.

▲ 승부조작 혐의에 연루된 이태양은 NC 구단으로부터 퇴출 통보를 받았다. [사진=스포츠Q DB]

그런데 이렇게 실망을 안긴다. 앞날이 창창한 젊은 선수들이. '태양, 우람' 예쁜 이름에 먹칠이다.

이태양은 23세다. 지난해 프로 데뷔 첫 10승 고지를 밟았다. 투구폼이 매우 특이한 사이드암이라 국가대항전 세계야구소프트볼연맹(WBSC) 프리미어 12 대표팀에 전략적으로 발탁되는 행운도 누렸다. 멕시코전 선발투수로 나서 대회 우승에도 한몫했다.

이태양에게 브로커를 소개한 우투좌타 외야수 문우람(상무)은 1992년생이다. 히어로즈 광팬을 자처하는 지인이 “눈빛이 살아있다. 투지가 끝내준다”고 침이 마르도록 칭찬하던 선수다. 입대 전인 2014년엔 122경기에서 타율 0.284를 기록했다.

시계를 4년 전으로 돌려보자. LG 트윈스 소속이던 박현준과 김성현이 초구를 볼로 던진 대가로 검은 돈을 받았다. 사이드암 박현준과 오른손 정통파 김성현의 당시 나이는 각각 26세, 23세였다. 둘은 눈앞의 이익에 영혼을 팔았고 야구를 모독했다.

본업에만 충실하면 박석민(NC)처럼 4년에 96억 원을 받을 수 있는 시대다. 계투인 정우람(한화)의 몸값이 4년 84억 원이다. 이대호, 박병호, 강정호, 김현수처럼 야구 본토인 미국으로 눈을 돌리면 박찬호, 추신수처럼 스포츠 재벌이 될 가능성도 열려 있다.

▲ 상무 소속의 문우람은 입대 전 넥센의 촉망받는 외야 자원이었다. [사진=스포츠Q DB]

승부조작의 진짜 심각성이 여기에 있다. 곧 부와 명예를 가질 전도유망한 자원이 ‘나쁜 형님’의 꼬임에 넘어가는 게 프로야구의 현주소란 거다. 어린이들에게 꿈과 희망을 심어줘야 할 미래의 스타가 고작 몇천만 원에 자존심을 판다. ‘프로’의 품격은 어디로 갔나.

‘어떻게 하면 야구를 좀 더 잘 할까’가 아니라 ‘어떻게 하면 돈을 빨리 만질까’ 고민하는 것 같은 선수들이 보인다. 연봉이 5000만 원이 안 되는 모 구단의 젊은 선수가 최근 고급차를 구매했다. 몸이 재산이니 왈가왈부할 일은 아니지만 헛바람이 잔뜩 들어간 건 아닌지 우려스럽다.

KBO는 21일 대국민 사과를 통해 “진심으로 머리 숙여 사과드린다. 사건 관련 선수들에게는 일벌백계의 엄정한 제재를 가할 것”이라며 “재발방지를 위한 리그 차원의 확고한 대책을 수립해 깨끗하고, 공정하고, 신뢰받는 리그로 거듭날 수 있도록 대책을 마련하겠다”고 약속했다.

공식 입장을 반드시 이행해야 한다. 악순환을 여기서 끊어야 한다. 상처를 도려내지 않으면 2000년대 초반의 을씨년스런 야구장으로 돌아가게 될 것이다. KBO와 선수들은 사태의 심각성을 인지하고 뼈를 깎아야 한다. 팬들의 인내심에는 한계가 있다. 관객이 없는 프로야구는 존재할 가치가 없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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