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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포럼현장Q] 20년만에 불기 시작한 '벤처창업 바람', 스포츠 스타트업이 연착륙하려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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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포럼현장Q] 20년만에 불기 시작한 '벤처창업 바람', 스포츠 스타트업이 연착륙하려면
  • 박상현 기자
  • 승인 2016.08.26 13:42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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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04회 스포츠산업포럼, '스포츠산업의 판을 바꾸는 스포츠 스타트업 육성방안'…3번의 위기를 넘어야만 성공할 수 있어

[스포츠Q(큐) 글 박상현·사진 이상민 기자] 한국의 스포츠산업은 아직 걸음마 단계다. 야구, 축구, 농구, 배구 등 4대 프로 종목이 있고 올림픽에서 금메달 10개 획득과 종합순위 10위 이내 진입을 늘 목표로 하는 스포츠 강국이지만 정작 스포츠산업에 있어서는 세계적인 수준에 크게 미치지 못하고 있다.

'스포츠로 무슨 돈을 벌어? 프로구단을 운영하는 대기업도 못하는데'라는 시각도 있다. 그러나 '스포츠가 돈이 되지 않는다'는 말로 정의될 수 있는 것은 아니다. 스포츠로 돈을 버는 방법을 모르기 때문일 수도 있다. 물론 스포츠로 수익을 낼 수 있는 환경이 아직 조성되지 않은 까닭도 있다.

또 바꿔 말하면 블루오션이 될 수도 있음을 의미한다. 스포츠산업이 앞으로 꽃을 피우게 되면 한국에도 성공한 스포츠기업이 나올 수도 있기 때문이다.

▲ 서울 삼성동 코엑스에서 25일 열린 스포츠산업포럼 참가자들이 전문가의 발제에 귀를 기울이고 있다.

이를 보고 이미 수많은 젊은이들이 스포츠산업의 미래를 보고 자신의 아이디어를 바탕으로 창업을 준비한다. 20세기 말 정보통신(IT) 기술의 호황으로 IT 벤처 열풍이 불었던 것처럼 스포츠산업에도 창업 붐이 일고 있는 것이다.

◆ 잠재가능성이 높은 스포츠 스타트업, 그러나 시간이 필요하다

하지만 스포츠산업에 뛰어드는 젊은이들은 창업에 대한 경험이 거의 전무하다. 이 때문에 창업하는 것도 힘들고 창업을 한다고 하더라도 어떻게 자금 지원을 받을지, 어려운 시기가 왔을 때 어떻게 헤쳐나갈지를 알지 못한다. 아직 스포츠산업의 토양이 완전히 정비되지 않은 시점이라 더욱 어렵다.

한국스포츠산업협회는 25일 서울 삼성동 코엑스에서 문화체육관광부 주최, K토토 후원으로 제104회 스포츠산업포럼 2016 '스포츠산업의 판을 바꾸는 스포츠 스타트업 육성방안'에 대한 포럼을 열었다. 주제에서 보듯 이번 포럼에는 앞으로 스포츠산업 창업을 앞두고 있거나 현재 스타트업(설립한 지 오래 되지 않은 신생 벤처기업)을 운영하고 있는 젊은 기업인들이 모였다.

한남희 포럼위원장은 "정부에서 스포츠산업 육성에 대한 노력과 열정을 하고 있는데 비해 학생들이나 창업을 하려는 사람들이 반응이 미지근하다"며 "스포츠산업 현장에 있는 사람들의 노력이 부족해서 아닌가 싶다. 스포츠 스타트업은 잠재 가능성이 높음에도 효과가 미미하다. 포럼을 통해 대안이나 방안을 찾고자 한다"고 말했다.

'ICT(정보통신기술0 신소재 기반의 스포츠 창업 생태계 구축'을 발제한 유의동 한국스포츠개발원 센터장은 "현재 스포츠산업에서 5인 이하의 기업이 95% 이상이다. 또 ICT와 스포츠산업 융복합을 중심으로 한다"며 "그러나 그동안 아이디어나 재정 지원을 해주는 작업이 부족하지 않았나 생각한다. 반대로 생각하면 지원을 해주면 발전 가능성이 크다는 것을 의미한다"고 말했다.

▲ 유의동 한국스포츠개발원 센터장이 25일 서울 삼성동 코엑스에서 열린 스포츠산업포럼에서 참가자들의 질문에 답하고 있다.

유의동 센터장은 초기 자금지원과 시간이 필요하다는 것을 지적했다. 유 센터장은 "창업에서 기업 상장에 이르기까지 평균 13.4년에 걸리는데 이 사이에 데스 밸리(death valley)라고 해서 기업의 침체 또는 해체의 위기가 보통 세 차례에 걸쳐 찾아온다. 이를 극복해야만 상장이라는 목표에 도달할 수 있다"고 밝혔다.

이어 "창업 초기에는 은행 융자를 통한 자금을 얻기는 거의 힘들다. 창업자의 노력이나 주변 도움이 대부분이고 크라우드 펀딩, 벤처캐피탈 등의 자금 조달 방법도 있다"며 "현재 스포츠산업 창업지원 사업으로 스포츠산업/일자리 지원센터를 운영하고 있다. 예비창업자들을 모집해 창업에 대한 일반적인 지식이나 필요한 사항을 교육하고 있다"고 설명했다.

또 유 센터장은 "최근 스타트업 엑셀러레이터 지원사업을 추진하고 있다. 이는 스타트업 기업을 육성하고 실질적인 스포츠산업계의 새로운 아이템으로 부각시키는 것을 목표로 한다"며 "앞으로는 엑셀러레이터 사업 같은 스타트업 지원사업을 개발하고 기존 융자사업과 상장지원 컨설팅 사업을 연결시켜 창업부터 상장까지 효율적으로 지원할 수 있는 체계가 마련돼야 할 것"이라고 말했다.

스포츠 스타트업의 잠재 가능성은 충분히 인정되고 있지만 초기 자금지원과 시간 때문에 어려움을 겪는다는 것이 유의동 센터장의 설명이다. 상장까지 13여년이 걸리는 만큼 3번에 걸쳐 찾아오는 위기를 슬기롭게 넘기는 지혜와 함께 지원사업도 절실하다는 것이다.

▲ 장호영 쿨리지코너 인베스트먼트 팀장이 25일 서울 삼성동 코엑스에서 열린 스포츠산업포럼에서 참석자의 질문을 경청하고 있다.

◆ 얼어붙은 투자시장, 스타트업이 헤쳐나갈 수 있는 방법은

'초기 스타트업 투자의 이해'를 발제한 장호영 쿨리지코너 인베스트먼트 팀장은 현재 전세계적으로 투자를 받기 힘든 '겨울'이라고 진단했다. 투자 시장이 얼어붙었기 때문에 그만큼 스타트업이 자금 지원을 받기 힘든 상황이 됐다는 것이다.

그럼에도 현재 높은 수준의 IT 인프라와 고급인력이 있어 성장 잠재력이 높은 것으로 평가되고 있고 실제로 투자 건수와 금액의 성장률은 한국이 세계 5위권 수준이라는 것이 장호영 팀장의 설명이다.

장호영 팀장은 "스타트업은 첫 번째 위기로 크런치가 찾아온다. 크런치는 엔젤로부터 투자를 성공적으로 유치했지만 이후 첫 번재 제도권 벤처투자 유치에 실패해 생기는 자금 압박과 투자자금 조달 공백 문제"라며 "두 번째로는 유니콘 위기설이 오는데 이는 기대심리는 높은데 부진한 실적으로 투자자들의 기대치에 미치지 못하는 현상이다. 트위터, 에버노트, 드롭박스 등 전세계적인 기업들도 겪는다. 또 M&A에 대한 문제도 있다"고 밝혔다.

이런 위기들을 넘어가기 위해서는 어떻게 해야 할까.

장 팀장은 "발 걸치기 전략이 아니라 핵심 전략에 모든 것을 집중해서 대기업의 머니게임에도 이길 수 있는 역량을 확보해야 한다"며 "산업 흐름에 대한 지속적인 모니터링, 성장 위주로 갈지 또는 안정적으로 갈지에 대한 경영 전략을 수립해야 한다"고 조언했다.

장 팀장은 이큐브랩을 성공 사례로 들며 "인큐베이팅 과정을 통해 사업 경쟁력을 확보하고 전력 소모 감소와 쓰레기 감소라는 사회적 서비스를 제공함으로써 전세계 29개국으로 수출하는 기업이 됐다"며 "2013년 대한민국 창조경제 대상을 수상한 이 기업은 올해 상반기 매출 수주만 60억 원을 달성했다. 초기 투자자금은 10억 원이었다"고 말했다.

▲ 김석기 모폰웨어러블스 대표가 25일 서울 삼성동 코엑스에서 열린 스포츠산업포럼에서 종합토론을 벌이고 있다.

◆ 스포츠 스타트업 성공의 조건, 시장을 정확하게 분석하라

김석기 모폰웨어러블스 대표는 '스포츠벤처기업의 글로벌 진출 가능성과 성장잠재력' 주제에서 웨어러블 디지털 기기가 스포츠 융복합기기로 진화하는 것을 주목했다. 소형화, 경량화와 함께 모션센서와 다양한 센서의 결합, 저전력 사용 등으로 스포츠 융복합기기로 발전하고 있다는 것이다.

그러나 짧은 배터리 시간과 작은 디스플레이에 따른 제한된 정보량, 디자인, 비싼 가격은 숙제로 남았다.

이와 함께 김 대표는 "스포츠 벤처 육성을 위한 지속적인 투자 환경을 조성하고 스포츠 기기용 융복합 제품의 표준화, 스포츠 융복합 기기의 제반 기술에 관한 산학협동이 이뤄져야 한다"고 말했다.

박종일 유니온아일랜드 대표는 "실패의 사례를 분석하면 보고서에 나와 있는 시장규모와 현황만을 갖고 사업을 계획하고 타깃 시장을 제대로 분석하지 못했다"며 "현장의 얘기를 무시하고 벤치마킹에만 급급했으며 웹사이트와 애플리케이션만 만들어 놓으면 사람들이 자연스럽게 들어올 것이라고 착각했다"고 진단했다.

박 대표는 "스포츠 벤처기업의 성공 확률을 높이려면 수요를 창출하려고 하지 말고 이미 만들어진 시장에 적극적으로 뛰어들어야 한다. 또 소수의 스포츠 마니아들이 미칠 수 있는 아이템 개발도 중요하다"며 "무엇보다도 스포츠 시장의 본질을 제대로 파악해야 한다"고 밝혔다.

▲ 박종일 유니온아일랜드 대표가 25일 서울 삼성동 코엑스에서 열린 스포츠산업포럼에서 스포츠벤처기업의 팀 조직과 실패를 통한 성장 방안에 대한 발제를 하고 있다.

전문가 4명의 주제 발표가 끝난 뒤 종합토론에서는 스포츠 창업을 꿈꾸는 미래의 기업가와 이미 스타트업을 운영하고 있는 사업가들의 질의가 이어졌다. 이들은 자신들의 아이디어를 전문가들에게 공개하며 성공 가능성을 타진하고 앞으로 어떻게 운영방안을 찾아야할지에 대해 연구했다.

그러나 스포츠산업이 너무 ICT 위주로 흘러가는 것에 대한 우려의 목소리도 있었다. 물론 한국의 앞선 ICT 기술을 바탕으로 스포츠 융복합화를 꾀하는 것도 좋지만 ICT가 아닌 다른 아이디어로 승부하는 기업에 대한 배려도 있어야 한다는 것이다.

[취재후기] 벤처기업 열풍이 불었던 20세기 말에도 엔젤투자와 투자의 지속성 등에 대한 고민과 논의가 있었다. 아이디어 하나만을 갖고 뛰어들었던 수많은 벤처기업가는 시장의 선택을 받아 성공하기도 했지만 그 이면에는 수많은 실패자도 있었다. 그 성공과 실패가 있었기에 오늘의 'IT 강국'도 존재한다. 스포츠 융복합시대를 맞아 20세기 말 벤처 열풍 당시의 교훈을 떠올린다면 스포츠 스타트업의 방향도 어느 정도 정해지지 않을까.

▲ 유의동 한국스포츠개발원 센터장(왼쪽부터), 장호영 쿨리지코너 인베스트먼트 팀장, 정병기 계명대 교수, 김석기 모폰웨어러블스 대표, 박종일 유니온아일랜드 대표가 종합토론을 벌이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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