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천적에 가로막힌 지소연, 사라진 금메달의 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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천적에 가로막힌 지소연, 사라진 금메달의 꿈
  • 이세영 기자
  • 승인 2014.09.30 07:45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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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상 첫 아시안게임 결승 노렸지만 1-2 역전패…통산 북한전 7전 7패 악연

[인천=스포츠Q 이세영 기자] 7전 7패. 지독한 악연이다.

지소연(23‧첼시 레이디스)이 대만과 8강전보다 활발한 움직임을 선보였지만 끝내 한국을 아시안게임 결승으로 이끌지 못했다.

윤덕여 감독이 이끄는 한국 여자축구 대표팀은 29일 인천 문학경기장에서 열린 인천 아시안게임 4강전에서 북한에 1-2로 역전패했다.

지소연에게는 이날이 인천 아시안게임 두 번째 경기였다. 소속팀인 첼시 레이디스에서 차출에 난색을 표하다가 대한축구협회의 간곡한 요청에 토너먼트부터 출전하도록 허락했다. 그러나 이마저도 결승전 또는 3~4위전에는 나설 수 없는 '반쪽 차출'이었다. 지소연에게 주어진 기회는 단 두 경기 밖에 없었다.

뒤늦게 대표팀에 합류한 지소연은 대만과 8강전부터 그라운드를 밟았다. 하지만 장시간 비행과 시차에 적응하지 못한 탓인지 컨디션이 그리 좋지 못했고 움직임도 다소 둔했다.

▲ [인천=스포츠Q 이상민 기자] 지소연이 29일 인천 문학경기장에서 열린 인천 아시안게임 4강전 북한과 경기에서 1-2 역전패가 확정되자 망연자실한 표정을 짓고 있다.

대만을 넘어 지소연이 만난 상대는 바로 북한. 북한은 지소연과 악연이 많다.

한국 여자축구 대표팀은 2005년 동아시아선수권에서 북한을 처음이자 마지막으로 꺾은 뒤 단 한번도 이겨보지 못했다. A대표팀 뿐 아니라 연령별 대표팀에서도 마찬가지다.

그러다 보니 지소연도 태극마크를 단 이후 단 한 번도 북한을 이겨보지 못했다. 2006년 도하 아시안게임에서 1-4 패배를 경험했던 지소연은 2007년 아시아축구연맹(AFC) 16세 이하(U-16) 선수권에서도 4강에서 만나 1-4로 졌다. 당시에도 북한의 스트라이커 허은별이 있었다.

한국이 준우승을 차지했던 2009년 AFC 19세 이하(U-19) 선수권에서도 북한과 조별리그에서는 0-3으로 고배를 마셨다.

4년 전 광저우 대회에서 1-3으로 패한 지소연은 2012 런던 올림픽 아시아 예선과 지난해 동아시안컵에서도 나란히 한 골차로 지며 악연을 이어갔다.

지소연은 이번엔 북한을 꺾으려는 의지가 강했다. 국내에서 열리는 국제경기인 만큼 북한에 본때를 보여줘야 했다. 북한을 꺾는다면 사상 첫 아시안게임 결승 진출도 가능했기에 지소연의 발끝은 더욱 꿈틀거렸다.

전반 초반에는 양 팀이 탐색전을 벌이느라 직접적으로 공격에 나서지 않았던 지소연은 전반 15분 중앙선 부근에서 전방으로 정확하게 패스했다. 지소연의 발을 떠난 공은 권하늘이 슛으로 연결하기에 부족함이 없었다. 하지만 권하늘의 슛이 수비에 막혀 지소연의 도움이 되지는 못했다.

▲ [인천=스포츠Q 이상민 기자] 지소연(오른쪽)이 29일 인천 문학경기장에서 열린 인천 아시안게임 4강전 북한과 경기에서 1-2 역전패가 확정된 뒤 임선주를 위로하고 있다.

1-1 상황에서 좀처럼 골이 터지지 않자 후반 중반부터는 본격적으로 공격에 나섰다. 후반 20분 전가을(현대제철)이 띄워준 프리킥을 헤딩 슛으로 연결한 것을 북한 골키퍼 홍명희가 잡으려다 뒤로 흘렸다. 골라인이 넘어가면 득점이었지만 홍명희가 재빠르게 잡아내며 위기를 모면했다.

지소연의 찬스는 한 번 더 있었다. 이번에는 더욱 아쉽게 골로 연결되지 않았다. 후반 44분 지소연은 상대 진영 정면에서 수비수 한 명을 제친 뒤 회심의 중거리 슛을 날렸다.

하지만 이것이 크로스바를 맞고 말았다. 한 골 승부였기에 더욱 아쉬웠던 슛이었다. 북한전에서 골이 없었던 지소연의 첫 골이 결정적인 순간에서 나올 수 있었지만 공은 골문을 외면했다.

여기서 북한에 흐름을 내준 한국은 추가시간이 다 끝날 무렵 허은별에게 통한의 결승골을 내주며 눈물을 흘렸다. 지소연의 투혼이 빛바랜 순간이었다.

경기 후 지소연은 "90분 동안 최선을 다했다. 오늘만큼은 비난이 아닌 박수를 받아야 한다고 생각한다"며 "3-4위전은 꼭 이겼으면 좋겠다"고 바람을 드러냈다.

아쉬운 점도 있었다. 지소연은 "북한과 대등한 경기를 했다. 내가 더 뛰었어야 했는데 아쉽다"며 경기를 되짚었다.

하지만 지소연은 패배의 충격 속에서도 희망을 보려 애썼다. 그는 "그동안 긴장을 많이 했었고 오늘도 전반에는 긴장을 많이했다. 그런데 후반에 긴장이 풀렸고 경기가 잘 풀렸다. 북한이 체력적으로 힘들어 했을 때 우리 페이스로 넘어왔다. 대체적으로는 매우 잘한 경기였다"고 말했다.

지소연은 약속했던 두 경기를 마치고 30일 오후 1시 인천국제공항을 통해 출국, 소속팀에 합류한다. 3~4위전에서 베트남을 만나기 때문에 한국이 동메달을 차지할 가능성은 높지만 지소연의 발걸음은 그리 가볍지 못할터다. 하지만 지소연은 "다음에는 꼭"이라는 각오를 마음 한구석에 깊이 새겼다.

syl015@sportsq.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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