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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뷰포인트] 스타, '재능'을 그리고 '기부'를 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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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뷰포인트] 스타, '재능'을 그리고 '기부'를 쓰다
  • 용원중 기자
  • 승인 2014.02.28 09:43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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배우 가수 넘어 미술작가 베스트셀러작가 활약…기부와 선행 동반

[스포츠Q 용원중기자] 스타들이 창작활동으로 작가 대열에 속속 합류하고 있다. 충족감에서 출발했으나 글과 그림을 매개로 사회에 재능을 기부하고 소외된 이웃을 돕는가 하면 절망한 이들에게 용기의 메시지를 건네는 경우가 많아 그 의미가 적잖다.

◆미술계 “타 장르서 예술적 감수성 표현하는 시도 흥미롭고 긍정적”

팝아트와 표현주의 기법의 인물 추상화를 주로 그리는 배우 하정우는 현재 두 곳의 갤러리에서 전시회를 진행해 출품작 60점을 ‘완판’시키며 신진 작가로 위치를 확고히 잡았다. 지난 7일 서울 청담동 까르띠에 메종에서 개막한 ‘그가 만난 예술세계’전은 28일까지 열린다. 동시에 3월 5일까지 국내 대표적 상업화랑인 이태원 표갤러리에서 개인전 ‘트레이스’를 진행하고 있다. 하정우는 전시회 수익금 일부를 개안 수술 어린이들을 위한 기금으로 기부할 예정이다.

하정우는 “2003년 영화 ‘추격자’ 촬영 당시 연쇄살인마 역할을 하면서 정신적으로 너무 피폐해져서 그림으로 치유하고자 붓을 들게 됐다”며 “기초가 부족해 미술공부에 빠져들었다. 관계자의 권유로 4년 전 전시회를 연 뒤 반응이 너무 좋아서 더 잘해보고 싶은 욕심이 생겼다”고 고백했다.

 

▲ 하정우 '미스터 론리', 조영남 '극동에서 온 꽃, 서양에서 온 콜라', 솔비 '현주소 또는 삐딱선'(왼쪽부터 시계방향으로)

가수 솔비 역시 치유의 목적으로 캔버스를 마주했다. 과거 악성루머와 슬럼프로 공백기를 겪었던 솔비는 “아픔을 극복하기 위해 시작했던 그림 작업이 이제는 행복을 위한 가장 큰 도구가 됐다”고 밝혔다. 아픔을 겪는 이들에게 치유가 됐으면 하는 바람에 2012년 자선 전시회를 열어 수익금 전액을 독거노인단체에 기부했고, 지난해 말 중앙대 병원에서 열린 ‘누! 해피미展’에 참여했다. 수익금 전액은 중앙대병원 새생명 기금에 기부했다.

여배우 구혜선이 2009년 인사동 갤러리에서 연 개인전 ‘탱고’에는 1주일간 1만여 명의 관람객이 몰렸다. 두 번째 개인전 ‘잔상’에서 120점의 작품을 선보였고, 수익금을 한국 백혈병 환우회에 기부했다. 지난해 8월 중국 상하이에서 열린 ‘그리움을 남기는 것은 모두 아름답다’ 초청전에는 ‘기억의 잔상’을 주제로 한 20여 점의 서양화를 전시했다.

이외 그림 그리는 연예인 원조 격인 가수 조영남을 비롯해 강석우, 유준상, 김혜수, 리사, 나얼, 조재현, 박상원, 김영호, 임혁필, 송경아 등이 미술시장에서 활동하고 있다.

여배우 정려원은 신진 작가 발굴 서바이벌 프로그램인 스토리온 ‘아트스타 코리아’(3월 30일 첫 방송)의 MC를 맡았다. 그는 서울 평창동에 미술 작업실을 마련했을 만큼 그림에 푹 빠져 지낸다. 2년 전 SNS에 올린 그림을 모아 발간한 ‘정려원의 스케치북’ 수익금을 뉴욕에 머무르던 시절 알게 된 젊은 예술가들에게 지원하기도 했다.

 

▲ 정려원의 작업실[사진=보그코리아]

서준호 오뉴월갤러리 대표는 “연예인들이 명성 덕에 미술계에 쉽게 진입한다는 비판이 있지만, 연기나 노래가 아닌 장르로 자신의 예술적 감성을 담아내는 시도가 매우 흥미롭고 긍정적”이라고 말했다. 또한 수집가들의 작품 구매 및 관람객 증가 등 미술시장이 활성화되는 계기가 될 수 있다고 평가했다. 다만 톱스타들이 인상, 풍경을 캔버스에 담아내는 수준에 그치는 것은 최전선의 현대미술이 아니라는 점과 전문교육을 받지 않았기에 '스킬'이 떨어지는 점을 지적했다. 그럼에도 기술적 완성도와 감동은 별개의 문제라고 선을 그었다.

◆북테이너 활약상 ‘불황 타개책’ ‘장르 다양화’ ‘스타와 독자 니즈 충족’

최근 솔비는 에세이 ‘누가 뭐라해도 나답게’를 출간했다. 3년간 틈틈이 집필한 글과 일러스트로 완성된 이 책에는 이 시대 꼭 필요한 누군가로 살아가고 싶다는 여자 권지안(솔비의 본명)의 솔직한 이야기가 담겼다. 배우 김수로 역시 에세이 ‘서두르지 말고, 그러나 쉬지도 말고’에서 불안한 청춘들에게 응원의 메시지를 전한다.

연예인들의 출간 행렬은 어제오늘의 일이 아니지만 점차 출판이 용이한 에세이 위주에서 벗어나 장르가 다양해지고 독특한 기획 아이템이 두드러지는 양상이다. 소설(차인표, 루시드폴, 구혜선, 이적, 타블로), 뷰티(유진, 솔비, 박수진, 고현정, 이혜영, 옥주현), 여행(배두나, 슈퍼주니어, 인피니트 엘), 자전적 에세이(임윤택, 장혁, 김병만, 빅뱅, 휘성), 산문집(윤진서), 포토에세이(션&정혜영, 소지섭, 최강희), 에세이(요조, 유준상, 하지원, 송혜교, 김여진, 하정우, 김범수, 윤건), 봉사(김혜자, 이효리), 요리(김래원, 이승철, 최화정, 이현우, 김호진), 연애(안선영), 미술(정려원), 어학(조혜련, 김영철, 정선희) 등은 독자들의 다양한 입맛을 충족시켰다.

 

▲ 김수로 차인표 임윤택 솔비의 책 표지(왼쪽 위부터 시계방향으로)

스타들의 책 상당수가 불우하거나 소외된 사람들을 위한 기부를 동반한다. 하지원은 ‘지금 이 순간’ 인세 전액을 세브란스병원의 어린이 환자 치료후원금으로 기부했다. 필리핀 오지마을 선생님이 돼 아이들과 함께 보낸 4박5일 여정을 담은 한지민의 ‘우리 벌써 친구가 됐어요’는 도네이션 북이라 책을 구입하며 기부도 할 수 있었다. 개그맨 이승환의 ‘아빠가 차려주는 만원의 희망밥상’은 각계의 기부로 만들어졌고, 수익금을 대한적십자사에 기부하는 책이다.

출판업계와 서점가는 이른바 북테이너(북+엔터테이너) 양산에 “출판계의 불황 속에서 새로운 활로를 찾는데 도움이 된다. 책을 멀리했던 사람들의 관심을 끌어오는 효과가 크다”며 반기는 분위기다. 반면 “유명세를 앞세워 전문성이 뛰어나지 않은 책을 내는 게 도움이 되겠느냐”는 삐뚜름한 시선도 존재한다.

해냄출판사의 이수진 편집장은 “책은 많이 나올수록 좋다. 가장 중요한 건 어떤 내용을 담느냐”라고 설명했다. 이어 “열심히 활동해온 스타 입장에서는 팬(독자)에게 하고 싶은 말이 많기에 책을 통해 메시지를 던질 수 있는 것이고, 독자 입장에서는 스타의 실체를 확인할 수 있는 기회가 된다”며 양측의 니즈가 맞아떨어진 결과물임을 강조했다.

 

▲ 작가로 변신한 배우 하지원

이 편집장에 따르면 작가의 메시지가 뚜렷할 경우 독자 반응이 크다. 모범적인 삶을 살아온 배우 차인표의 소설 ‘오늘 예보’는 고난에 좌절하지 말고 오늘을 열심히 살라는 메시지를 담아 2만부 가까이 팔려나갔다. 배두나의 여행서 ‘두나의 서울놀이/도쿄놀이/런던놀이’ 시리즈는 저자의 자유분방한 캐릭터와 ‘놀이’라는 접근방식을 도입한 참신한 콘셉트로 뜨거운 반향을 일으켰다.

하재근 문화평론가는 “자신의 장점 파악을 바탕으로 능력을 잘 발휘한다면 긍정적이다. 다만 순수예술 분야는 자신의 이미지를 고급스럽게 만들어 자족감이 크지만 예술적 완성도가 뒷받침되지 않는다면 허세로 보일 수도 있어서 섣불리 도전하기엔 위험부담이 따른다”고 조언했다.

예술적 ‘끼’가 남다른 연예인들이 다방면에 재능을 발휘하려는 욕구는 자연스럽다. 대중의 사랑을 먹고사는 이들의 욕망이 자기만족을 넘어 사회를 향한 선행으로 확장되는 것은 유연한 노블레스 오블리제이자 합리적인 선순환 구조가 아닐까 싶다.

goolis@sportsq.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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