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북한과 최후의 결전 '이광종호', 이승우·지소연 눈물 닦아주려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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북한과 최후의 결전 '이광종호', 이승우·지소연 눈물 닦아주려면
  • 박상현 기자
  • 승인 2014.10.01 11:56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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U-16 대표팀 이어 여자대표팀도 북한에 연패…'비밀병기' 김신욱 앞세워 설욕·28년만의 금메달 각오

[인천=스포츠Q 박상현 기자] '이번엔 동생들이 북한 축구에 연속해서 당했던 수모를 갚아줄 차례'

이광종 감독이 이끄는 한국 아시안게임 축구대표팀이 북한과 피할 수 없는 일전을 앞두고 단단하게 마음을 다지고 있다.

한국은 지난달 30일 인천문학경기장에서 열린 인천 아시안게임 남자축구 태국과 4강전에서 '광양 루니' 이종호(22·전남)와 장현수(23·광저우 부리)의 연속골로 2-0으로 승리, 1986년 서울 대회 이후 28년만에 결승전에 진출했다. 이제 28년의 숙원인 아시안게임 금메달까지 단 1승이 남았다.

마지막 상대는 북한. 역대 A매치는 6승7무1패로 일방적으로 앞서지만 그렇다고 일방적인 경기로 흘렀던 적은 많지 않다.

▲ 김신욱(왼쪽)과 김승규가 지난달 30일 인천 문학경기장에서 열린 태국과 인천 아시안게임 남자축구 준결승전에서 이긴 뒤 하이파이브를 하고 있다. [사진=스포츠Q DB]

7무라는 전적에서 보듯 14차례 A매치 가운데 절반을 비겼고 6승 가운데 2골 이상이었던 것은 미국 월드컵 최종예선에서 3-0으로 이긴 것 한 번 뿐이다.

또 역대 아시안게임에서도 1승1무1패로 호각세다. 1978년 방콕 아시안게임에서는 결승전에서 맞붙어 득점없이 비겨 공동 금메달을 차지했지만 이후 1승씩 나눠가졌다. 도하 대회 8강전에서는 김치우  염기훈 정조국의 연속골로 3-0 완승을 거뒀지만 광저우 대회에서는 0-1로 졌다.

◆ 동생들이 당했던 결승전 아픔, 작은 형들이 갚아줄게

A매치에서는 북한을 압도하는 한국 축구이지만 연령별로 내려가면 전적이 팽팽하거나 뒤진다.

19세 이하(U-19) 또는 20세 이하(U-20)로 내려가면 역대 전적이 1승2무4패로 밀린다. 아시아축구연맹(AFC) 선수권에서는 단 한차례도 이겨보지 못헀다. 유일한 승리는 2003년 제주에서 열렸던 친선경기 뿐이다.

또 16세 이하(U-16) 또는 17세 이하(U-17)로 내려가도 3승1무4패로 약간 뒤진다. 이 가운데 친선경기에서 거둔 2승을 제외하면 AFC 선수권에서 1승1무4패로 열세다.

특히 바로 열흘전 U-16 대표팀 아우들이 북한에 당했다. 태국 라자망갈라 스타디움에서 열렸던 AFC U-16 선수권 결승전에서 이승우(16·바르셀로나 후베닐A)를 앞세워 파상공세를 펼치고도 1-2로 역전패했다. 최재영(16·포항제철고)의 멋진 헤딩 선제골이 나왔지만 후반에 연속 2골을 내줬다.

▲ 이승우(오른쪽에서 두번째)가 지난달 20일 태국 라자망갈라 스타디움에서 열린 AFC U-16 챔피언십 결승전에서 북한 선수의 거친 파울에 걸려 넘어지고 있다. [사진=대한축구협회 제공]

◆ 사상 첫 결승을 노렸던 여자대표팀 역전패도 되갚는다

U-16 대표팀 아우들이 북한에 역전패당한 뒤 얼마 지나지 않아 인천 아시안게임에서 여자 대표팀이 당했다. 인천 문학경기장에서 지난달 29일 열린 준결승전에서 정설빈(24·현대제철)의 무회전 프리킥에 의한 환상 선제골로 앞서가고도 연속골을 내줘 1-2로 패했다.

공교롭게도 U-16 대표팀과 여자대표팀이 북한에 진 모습이 닮은꼴이다.

U-16 대표팀의 경우 선제골을 넣은 뒤 파상공세를 펼치며 승리를 노렸지만 이를 살리지 못한 뒤 1-1 동점 상황에서 수비 실수로 뒷공간이 활짝 열리면서 최성혁에게 역전 결승골을 허용했다.

여자 대표팀도 정설빈의 선제골로 앞서갔지만 북한을 완전히 쓰러뜨릴만한 결정적인 골을 넣지 못했고 후반 추가시간 백패스 과정에서 선수들의 호흡 불일치로 허은별에게 역전 결승골을 얻어맞았다.

팀 에이스들의 안타까운 모습도 있었다. 이승우는 후반 중반 단독 돌파 상황에서 골키퍼와 일대일로 맞서려는 상황에서 북한 수비수에게 낚아채여 결정적인 순간을 놓쳤다. 당연히 퇴장을 줘야 하는 상황이었지만 주심의 석연치 않은 경고 판정으로 분위기를 반전시키지 못했다.

지소연(23·첼시 레이디스) 역시 1-1로 팽팽히 맞선 상황에서 회심의 슛을 때렸지만 크로스바를 맞고 나왔다. 결국 두 선수가 기회를 살리지 못한 것이 역전패로 이어지는 원인이 되고 말았다.

▲ 임선주(오른쪽)가 지난달 29일 인천 문학경기장에서 열린 인천 아시안게임 북한과 준결승전에서 1-2로 진 뒤 동료들과 함께 울먹이며 퇴장하고 있다. [사진=스포츠Q DB]

◆ 공격 막기 위한 거친 플레이·밀집 수비를 뚫어라

남북 축구 대결에는 뭔가 특별한 요인이 작용한다. 북한 선수들은 한국과 만나기라도 하면 눈에 쌍심지를 켜기라도 한듯 달려든다. 이는 선수 개개인의 실력과 전술 외에 또 다른 플러스 알파다.

성인대표팀이 북한을 상대로 속이 시원하게 이겨본 것이 한번에 불과하다는 것, 그리고 청소년대표팀이 열세를 보이는 것도 바로 이 때문이다.

U-16 대표팀이 이승우와 장결희(16·바르셀로나 카데테)라는 걸출한 선수를 둘이나 보유하고 있으면서도 제대로 공략하지 못한 것은 북한 특유의 거친 플레이와 밀집 수비가 있었기 때문이다.

이승우가 골키퍼와 일대일로 맞서는 상황을 북한 수비수의 결정적인 파울로 날려버린 것이나 득점 기회를 창출하려고 할 때면 육탄방어로 저지하는 모습이 모두 여기에서 비롯된다.

여자대표팀도 마찬가지다. 한국이 이젠 중국과 대등한 위치까지 성장했고 일본을 상대로도 만만치 않은 경기력을 보이면서도 여자대표팀이 북한을 상대로 1승1무13패로 일방적으로 밀리는 것 역시 실력 외의 요인에서 기인한다.

최근 한국이 북한을 상대로 4경기 연속 한골차 패배를 당한 것은 실력은 이제 거의 동등한 수준까지 올라왔지만 북한 특유의 정신력과 거친 플레이에서 원인을 찾을 수 있다.

결국 아시안게임 대표팀이 며칠 간격으로 이승우와 지소연이 흘렸던 눈물을 닦아주기 위해서, 그리고 28년만에 대회 금메달을 따내기 위해서는 북한 못지 않은 정신력과 체력으로 무장하지 않으면 안되는 상황이다.

▲ 지소연(왼쪽)이 지난달 29일 인천 문학경기장에서 열린 인천 아시안게임 북한과 준결승전에서 드리블 돌파를 시도하고 있다. [사진=스포츠Q DB]

한국과 남자축구 결승전에서 만나는 북한의 전력도 만만치 않다는 점도 마음을 놓을 수 없게 한다. 북한도 예선 2경기와 토너먼트 3경기를 치르면서 단 1실점밖에 하지 않은 탄탄한 전력과 함께 공격력이 뛰어나다.

이라크와 4강전에서 천금 같은 선제 결승골을 넣는 등 5골로 득점 랭킹 2위에 올라 있는 정일관(22)이 퇴장으로 결승전에 나서지 못하지만 박광룡(22·FC 바젤)이라는 무시할 수 없는 득점원이 있다. 이미 박주호(27·마인츠)와 함께 바젤에서 한솥밥을 먹은 적이 있다. 박광룡은 아직까지 바젤에서 확실하게 주전 자리를 꿰찬 것은 아니지만 유럽축구연맹(UEFA) 챔피언스리그에도 출전하는 등 기량과 경험을 쌓아가고 있다.

북한이 이라크와 120분 혈투 끝에 올라왔다고 해서 방심할 것이 아니다. AFC U-16 선수권에서도 한국은 시리아를 상대로 7-0 완승을 거두고 결승까지 편하게 올라왔지만 당시 북한은 호주와 승부차기까지 가는 접전을 거둬 체력적인 면에서는 한국이 우위였다. 그럼에도 역전패를 당했다.

그래도 우리에게는 '비밀병기'가 있다.

사우디아라비아와 조별리그 2차전에서 부상을 당한 뒤 4경기 연속 출전하지 않았던 김신욱(26·울산 현대)이다. 그동안 이광종 감독은 김신욱의 몸상태가 완전하지 않다는 이유로 라오스와 3차전은 물론 홍콩과 16강전, 일본과 8강전, 태국과 준결승전에 모두 출전시키지 않았다.

이광종 감독은 태국전이 끝난 뒤 조직위원회와 인터뷰에서 "김신욱의 몸상태가 완벽하지 못해 결승에서도 선발보다는 후반 교체 선수로 투입할 예정"이라고 밝혔고 김신욱도 "감독님의 배려로 많이 좋아졌다. 북한전에 선발로 뛰기보다는 조커로 투입될 가능성이 크다. 팀 스타일에 맞게 포스트 플레이나 공간을 만들어주는 등 도움이 되는 플레이를 할 것"이라고 밝혔다.

하지만 김신욱이 전격적으로 선발로 출전할 가능성도 배제할 수 없다. 이틀 간격으로 계속 경기를 치른 상황에서 김신욱이 충분한 휴식을 취하고 부상을 치료하며 컨디션을 서서히 끌어올려왔기 때문에 북한전의 '히든카드'가 될 가능성은 충분하다.

김신욱 외에 다른 두 와일드카드 선수도 승리를 위한 준비를 마쳤다. 골키퍼 김승규(24·울산 현대)는 태국전에서도 신들린 방어능력을 보여주며 한국의 무실점 행진에 결정적인 역할을 했다.

박주호도 왼쪽 측면 수비수 대신 수비형 미드필더로서 자신의 진가를 발휘하며 포백 수비에 무리를 주지 않고 공격과 균형을 맞추는 역할을 해왔다.

이제 단 한 경기다.

6경기를 치르면서 한 골도 잃지 않고 모든 경기에서 승리했다. 이승우와 지소연의 한을 풀어주고 스스로 금메달의 영광을 안기 위해서는 이전 경기와는 다른 모습으로 북한전에 임해야 한다.

호랑이가 토끼를 잡을 때도 최선을 다한다고 하지만 북한은 토끼가 아니다. 또 한마리의 호랑이다. 치열하게 싸워야 하는 이유다.

▲ 한국 아시안게임 축구 대표팀 선수들이 지난달 30일 인천 문학경기장에서 열린 태국과 인천 아시안게임 4강전에서 이종호의 선제골이 나온 뒤 코칭스태프와 뒤엉켜 기쁨을 나누고 있다. [사진=스포츠Q DB]

tankpark@sportsq.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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