UPDATED. 2024-03-29 16:32 (금)
'초짜'감독 강일구, '17년 핸드볼대표 수문장 명성 털고 새로운 도전'
상태바
'초짜'감독 강일구, '17년 핸드볼대표 수문장 명성 털고 새로운 도전'
  • 강두원 기자
  • 승인 2014.02.28 11:00
  • 댓글 0
이 기사를 공유합니다

[인터뷰] 인천도시공사 남자핸드볼팀 강일구 감독. '첫 술에 배부를 수 없다. 패기로 승부하겠다'

[300자 Tip!] 지난해 핸드볼코리아리그는 두산이 최종 우승을 차지했다. 두산 윤경신 감독은 사령탑 데뷔 시즌에 우승컵을 들어 올리는 쾌거를 이룩했다. 올 시즌 윤경신 감독의 길을 따라 성공시대를 열고자 하는 신예 감독이 있다. 17년간 남자핸드볼 대표팀 골키퍼로 명성을 드높인 강일구(38) 인천도시공사 감독이다. 지난해까지만 해도 선수로 인천도시공사의 골문을 지킨 그는 올시즌 감독 지휘봉을 쥐고 지난 22일 개막된 2014 SK핸드볼코리아리그에 나섰다. 긴장되는 첫 시즌을 맞아 훈련에 여념이 없는 강일구 감독을 만나 올시즌 전망과 각오, 그리고 은퇴에 대한 속마음을 들여다 보기 위해 인천 도원체육관을 찾았다.

[인천=스포츠Q 글 강두원 기자·사진 이상민 기자] 인천도시공사 남자 핸드볼팀 선수들은  상당히 자유로운 분위기에서 훈련을 시작했다. 강일구 감독은 웃으며 말했다.

“너무 강한 훈련을 실시하면 선수들 체력도 체력이지만 사기도 조금 떨어집니다. 이제 곧 숨 가쁜 일정이 시작될 텐데 지금이라도 조금씩 편한 분위기를 만들어줘야죠.”

◆ 새 감독과 함께 업그레이드 된 전력, 올해는 꼭 플레이오프 쏜다

▲ 29년 간의 화려했던 선수생활을 뒤로 하고 인천도시공사 신임 사령탑에 오른 강일구 감독. 그는 일천한 감독 경험에도 당차고 패기 있는 모습 보여주겠다고 데뷔 시즌의 각오를 다졌다.

인천도시공사는 22일 열린 남자부 1라운드 개막전에서 웰컴론에게 19-27로 패했다. 개막전 승리를 노렸던 인천도시공사는 아쉬운 결과를 얻었지만 시즌 전망은 나쁘지 않다.

인천도시공사는 2011년 핸드볼코리아리그 출범 이후 한번도 플레이오프에 진출하지 못했다. 하지만 이번 시즌 팀의 가장 큰 문제였던 사령탑 자리의 안정화를 꾀하면서 단숨에 ‘다크호스’로 부상했다.

그러나 강일구 감독은 "세밀한 부분을 조금씩 맞춰 나가야 한다"며 조심스러운 모습을 보였다.

“리그를 준비하면서 훈련도 정말 열심히 했고 선수들 역시 잘 따라왔어요. 그런데 팀의 주축 선수들이 대표팀에 차출됐다가 조금 늦게 합류한 탓에 다소 손발이 맞지 않는 부분이 있어요. 시간적 여유도 없었고요.”

인천도시공사는 선수들의 변화도 두드러졌다. 박찬용과 조철현 강철구가 팀을 떠나고 지난 시즌까지 상무에서 뛴 엄효원과 김동명이 복귀했다. 대졸선수로 하민호와 서승현, 백성한, 안준기, 김신학 등이 영입됐다.

“이번 시즌 새로 영입된 선수가 6명이예요. 팀 내에서 다소 약한 포지션이 골고루 보강됐어요. 지난 시즌 득점왕인 엄효원이 상무에서 복귀했고 취약 포지션이었던 라이트백에 하민호와 백성한이 영입되면서 어느 정도 팀의 얼개가 갖춰졌어요. 저희 팀은 그동안 빠른 스피드가 장점이었던 것에 비해 팀의 주포가 없어 걱정이었는데 좋은 선수들이 영입돼서 이번 시즌을 해볼 만 할 것 같아요. 그 동안 성적을 내지 못해 아쉬움이 컸는데 올해는 달라져야죠”

▲ 인천도시공사 남자 핸드볼팀.

인천도시공사는 이번 시즌 4연패를 노리고 있는 두산을 저지할 강력한 대항마로 꼽히고 있다. 비록 시즌 개막전에서 패하긴 했지만 강일구 감독은 리그에 임하면서 차차 팀내 호흡을 맞춰 나간다면 시즌 막판 1차 목표인 플레이오프에 진출할 수 있을 것이라고 자신감을 보였다.

◆ 갑작스런 선수 은퇴, ‘아시안게임까지 생각했는데...’

강일구 감독은 9세에 핸드볼을 시작해 29년이 넘는 세월 동안 어김없이 골문을 지켜왔다. 또한 원광대학교 2학년에 재학중이던 1996년 처음 태극마크를 달았다. 17년간 국가대표 골키퍼 자리를 맡으며 A매치 146경기에 출전했다.

2000년 시드니 올림픽과 2008년 베이징 올림픽에 출전했다., 2002년 부산 아시안게임과 2010년 광저우 아시안게임에서는 각각 금메달을 따냈다.

“30년을 채우지 못하고 은퇴하게 된 것이 아쉽지 않느냐”고 물었다.

“아홉살때부터 핸드볼을 시작했으니 횟수로는 30년을 채웠다고 볼 수 있어요. 그러나 횟수가 중요한 건 아니죠. 저는 40살까지 선수 생활을 하고 싶었어요. 올해 저희 팀 감독을 맡기 전에도 감독 제의가 많았는데 선수 생활을 계속 하고 싶어서 모두 거절했었죠.”

오는 9월 인천에서 아시안게임이 열린다. 4년 전 광저우에서 이란을 꺾고 금메달을 따내는 데 든든한 버팀목이 됐던 강일구 감독은 인천아시안게임에 출전해 유종의 미를 거두겠다는 생각을 가지고 있었다.

“선수생활의 마지막을 올림픽같은 큰 국제대회에서 마감하고 싶었어요. 마침 올해 인천에서 아시안게임이 열리니까 좋은 성적과 함께 유종의 미를 거둘 수 있는 기회라고 생각했죠. 그런데 구단에서 ‘팀이 조금 어려우니 조금 힘들겠지만 감독을 맡아주지 않겠냐’ 라는 제안을 해서 고민을 많이 했어요. 결국 구단의 요청을 받아들이고 감독에 부임했지만 조금 더 멋지게 은퇴하지 못한 게 아쉽긴 하네요.”

강일구 감독은 소치 동계올림픽에 출전한 이규혁을 인상깊게 봤다고 한다. “(이)규혁이가 많은 나이에도 올림픽에 출전해 멋있게 은퇴하는 모습을 보니 부러워 죽겠다”라며 연신 아쉬운 기색을 내비쳤다.

▲ 인천도시공사의 김환성이 훈련 중 슛을 던지고 있다.

◆ 일천한 감독 경험, 패기로 승부 본다

강일구 감독은 두산 윤경신 감독과 함께 선수 은퇴와 동시에 사령탑에 부임한 케이스다. 항간에는 ‘화려한 선수생활을 보낸 감독은 성적이 좋지 못하다’라는 말들이 있지만 강 감독은 그 말에 개의치 않는다.

“그런 속설을 들어 본 적은 있지만 꼭 그렇다고 생각하지는 않아요. 속설이 사실이라면 윤경신 감독의 지난 시즌 우승은 어떻게 설명해야 되나요?(웃음) ‘초짜’ 감독이라고 해서 지도능력이 나쁠 것이라고 생각하는 건 잘못된 생각이고 그때마다 선수들의 능력도 따져야 하고 외부적인 요인도 많은 영향을 미친다고 생각해요. 물론, 감독생활을 오래하신 분들에 비해 커리어는 조금 떨어진다고 봐요. 하지만 감독으로서 첫 시즌인 만큼 당차게, 패기 있게 할 생각이예요. 밀어붙일 때는 밀어붙이고 야무지게 해 나갈 생각이에요.”

지휘봉을 잡고 첫 시즌. 야말로 지도자 경험이 일천하다 보니 주위에서 강 감독에게 많은 격려와 조언의 말을 건네줬다고 한다. 특히 윤경신 감독이 조언 아닌 조언(?)을 해줬다고 한다.

“(윤경신 감독이 특별히 조언한 부분은 없느냐고 묻자) 윤경신 감독이 조언 많이 해줘요. 자기랑 똑같이 은퇴 직후 감독이 됐으니까 공감하는 부분이 많은가 봐요. 잘할 수 있을 거라고 격려도 해주지만 속으로는 저희 팀에게 지고 싶어 하지 않을 것 같아요. 저 또한 마찬가지고요. 사적으로는 굉장히 친한 형·동생으로 이야기도 많이 하지만 승부의 세계는 냉정하니까요. 두산과 만나면 무조건 이길 생각이예요.”

▲ 강일구 감독은 젊은 감독답게 열정적으로 지시를 내렸다. 강 감독은 "감독 경험은 없어도 열심히만 한다면 성적이 뒤따라 오지 않을까요?"라며 겸손한 태도를 보였다.

부인인 오영란(42) 인천시청 코치가 뼈있는 조언을 건넸다고 했다.

“‘언제부터 감독이었냐’며 자만하지 말라고 한마디 하더라고요. 또 지금은 감독이지만 선수들한테 지시를 내릴 때는 선수 입장에 서라고요. 첫 시즌이고 부족한 게 많을 테니까 선수들하고 대화 많이 하면서 조화롭게 경기하면 좋은 결과 있을 거라고 격려해줬어요.”

◆ 함께 동고동락한 선수들, 즐거운 분위기 만들어 줄 겁니다

“신학아, 지금 그 상황에선 어떻게 해야돼? 상체를 조금 더 움직여야지”, “상대가 치고 들어오면 더 강하게 붙어야지 않겠냐? 반칙도 하고, 안그래?”, “효원이 좋아, 나이스 슛. 돌파 굿.”

인터뷰 후 이어진 훈련에서 강 감독은 열정적으로 지시하면서 선수들을 독려했다. 그러나 지시하는 강 감독의 모습에선 권위적인 감독의 모습은 볼 수 없었다. 항상 선수들에게 질문하고 답을 듣는 등 대화를 통해 좋은 점은 칭찬하고 안좋은 점은 날카롭게 지적했다.

강일구 감독은 신임 사령탑이지만 첫 시즌부터 성적을 내기 위해 선수들을 스파르타식으로 훈련시킬 생각이 없다고 한다.

“자율적인 분위기에서 선수들 스스로가 핸드볼이 좋아서 열심히 훈련할 수 있는 여건을 만들어줘야 한다고 생각해요. 저 역시 핸드볼을 하는 게 즐겁고 신났기 때문에 29년이나 선수 생활을 이어올 수 있었죠. 선수들에게도 그런 마음을 갖게 하고 싶네요. 강압적이고 혹독한 훈련을 해야만 실력과 성적이 나오는 건 아니니까요.”

▲ 인천도시공사 남자 핸드볼팀은 이번 시즌 플레이오프 진출을 목표로 잡고 있다. 강일구 감독은 "함께 동고동락한 선수들에게 자율적인 분위기에서 즐겁게 훈련할 수 있는 환경을 만들어 주고 싶다"고 말했다.

[취재후기] ‘첫 술에 배부르랴’ 라는 속담이 있다. 뭐든지 첫 시작은 어렵고 힘든 법이다. 그러나 잘할 수 있다는 마음가짐만 있다면 생각지도 못할만큼 커다란 성과로 이어질 것이다. 강일구 감독 역시 감독 첫 시즌인 만큼 마음먹은 대로 흘러가지 않을 수 있겠지만 그의 말처럼 당차고 패기있게 나선다면 플레이오프라는 1차 목표는 물론, 리그 첫 우승이라는 금자탑을 세울 수 있을 것이다.
 

도전과 열정, 위로와 영감 그리고 스포츠큐(Q)


주요기사
포토Q