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평창, 새겨야할 인천 아시안게임의 교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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평창, 새겨야할 인천 아시안게임의 교훈
  • 박상현 기자
  • 승인 2014.10.06 18:07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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벌써부터 과잉투자 논란…대회 운영 적자·추후 관리비용 감안해야

[스포츠Q 박상현 기자] 인천 아시안게임이 '무사히' 끝났다. 역대 아시안게임 가운데 최대 규모인 1만4500여명의 선수단이 참가해 세계신기록 17개와 아시아신기록 34개가 양산되는 등 뛰어난 경기력을 자랑했다.

하지만 운영의 난맥상도 함께 드러냈다. 경기일정 내내 불편함이 이어졌고 이에 대한 불평불만이 터져 나왔다. 또 자원봉사자들이 근무지를 이탈해 선수들에게 사인을 받고 사진을 찍는 등의 행위를 지적받는 등 자원봉사자에 대한 교육도 부실함도 문제점으로 지적됐다.

그러나 이는 어디까지나 선수들과 조직위원회에 대한 평가다. 이제 문제는 인천 아시안게임을 치르느라 들인 예산이 적절하게 쓰였는지다. 그리고 시민들이 향후 치러야할 대가들이 숙제로 남았다.

벌써부터 인천 아시안게임을 치르고 남은 것은 '빛'이 아니라 '빚'이라는 말까지 나오고 있다. 인천시는 20조원의 경제 파급효과를 얘기하며 장밋빛 미래를 약속했지만 이제 인천시민들에게는 장밋빛이 아닌 '장미 가시'만 남았다.

▲ 인천 서구에 지어진 인천아시아드주경기장은 전체 예산이 20%에 해당하는 금액이 투입돼 지어졌다. 당초 정부에서는 문학경기장을 리모델링할 것을 권유했지만 서구 주민과 정치권의 요구에 따라 어쩔 수 없이 만들어져 낭비라는 논란에서 벗어나지 못했다. [사진=스포츠Q DB]

◆ 인천아시아드주경기장 등 체육시설 활용 계획 난망

인천시에 따르면 인천 아시안게임을 치르는데 사용된 예산이 2조5000억 원이었다. 하지만 무리한 시설 투자가 논란이 되고 있다.

일단 인천 서구에 위치한 인천아시아드주경기장을 짓는데 4673억 원을 썼다. 전체 예산 가운데 20%를 주경기장 하나를 짓는데 사용했다.

당초 정부는 문학경기장을 리모델링해서 사용하는 권고를 내렸지만 전전임 시장의 밀어붙이기로 아시아드주경기장 건설이 추진됐다. 이후 전임 시장이 인천아시아드주경기장 건설을 재고하겠다는 입장을 밝혔지만 서구 주민들과 국회의원 등 정치인들의 반발로 결국 건설이 추진됐다.

이번 아시안게임을 치르기 위해 지어진 곳은 주경기장뿐이 아니다. 계양체육관과 선학체육공원 내에 있는 각종 경기장까지 종목별 전용경기장 10곳과 다목적체육관 5곳 등 16개가 새로 만들어졌다. 여기에 들어간 금액만 1조7500억 원으로 전체 예산의 70%가 사용됐다.

이들 경기장을 짓는데 너무나 많은 예산을 사용하느라 정작 경기 운영예산이 모자라 부실 운영이 된 것은 두 번째 문제다.

이제 이들 경기장을 어떻게 활용하느냐가 급선무다.

당장 아시아드주경기장 활용 방안이 도마 위에 올랐다. 이미 인천에는 수용인원이 4만8590석인 인천문학경기장이 있는데 6만2818석의 인천아시아드주경기장까지 생겼다. 여기에 인천축구전용경기장의 좌석수도 2만376석이다. 인천에 13만석의 경기장이 있는 것과 다름이 없다.

여기에 체육관도 너무나 많다. 계양구에는 계양체육관이 있고 남동구에는 남동체육관이 자리하고 있다. 여기에 송림체육관과 도원체육관 증개축을 한 체육관도 있다.

문학박태환수영장과 송림체육관, 열우물경기장에서 수영 프로그램을 비롯해 스포츠센터를 운영하기로 하는가 하면 일부 체육관을 상설 공연장으로 활용할 계획을 갖고 있다. 인천 선학핸드볼경기장은 빙상경기장으로 개조된다.

특히 신설 경기장은 '네이밍 마케팅'도 적용할 예정이다. 경기장에 스폰서 이름을 넣어 수익을 올리고 유지비 회수에 나선다는 계획이다.

하지만 스타디움 네이밍 라이츠(구장 명칭권)를 제대로 구입할 업체가 있는지부터 미지수다. 이미 인천축구전용경기장의 구장 명칭권 판매에 대해 인천 유나이티드 구단에 전권을 준 상태에서도 2년 가까이 스폰서를 잡지 못하고 있는 현실에서 활용방안도 서 있지 않은 체육관과 경기장의 스폰서가 될 기업이 선뜻 나타날지는 낙관할 수 없다.

또 대부분 경기장은 생활체육시설로 활용된다는 원칙만 있을 뿐 중장기 계획은 없는 실정이다.

▲ 한국 여자핸드볼이 우승을 차지한 선학핸드볼경기장은 올해 빙상경기장으로 탈바꿈할 예정이다. 그러나 대부분 경기장은 아직까지 명확하게 활용방안을 찾지 못한채 생활체육시설로만 사용한다는 원칙만 세워져있을 뿐이다. [사진=스포츠Q DB]

◆ 승자의 저주, 인천·평창까지 불똥?

흔히 올림픽이나 아시안게임을 유치한 도시에 따라다니는 말이 있다. 바로 '승자의 저주'다. 밝은 미래를 약속하며 대회를 유치했지만 정작 그 결과는 좋지 않았다.

유럽 재정위기의 원인이 된 그리스도 아테네 올림픽을 열었다가 파산까지 갔기 때문이다. 그리스는 당초 올림픽 예산으로 16억 달러(1조7080억 원)를 책정했다가 올림픽이 끝나고 보니 10배에 달하는 160억 달러(17조800억 원)를 쓴 것으로 나타났다.

이 때문에 아테네 올림픽은 그리스 재정 적자 원인이 됐고 나아가서 유럽 재정위기를 불러왔다.

또 바르셀로나 올림픽을 개최했던 스페인 역시 개최 이후 61억 달러(6조5118억 원)의 빚을 떠안았다.

인천처럼 긴축재정을 선언하고 런던 올림픽을 치렀던 영국도 개최 비용으로 50억 달러(5조3375억 원)를 예상했다가 150억 달러(16조125억 원)를 사용해야 했다.

대표적인 적자 올림픽이었던 몬트리올 올림픽 역시 13억 달러(1조3878억 원) 적자가 나는 바람에 부채가 무려 100억 달러(10조6750억 원)에 달했다. 몬트리올은 1976년 올림픽을 치른지 30년이 지난 2006년에야 모든 빚을 탕감할 수 있었는데 이는 모두 30년 동안 특별세를 거둔 덕분이었다. 모든 부담이 세금을 내는 시민들에게 가중됐다는 뜻이다.

2010년 밴쿠버 동계 올림픽 역시 준비과정부터 예산 부족에 허덕이다가 국제올림픽위원회(IOC)의 지원까지 받아 가까스로 대회를 열었지만 100억 달러 이상의 적자를 본 것으로 알려졌다. 소치 동계올림픽 역시 정확한 적자 규모가 알려지지 않은 채 수십조 원에 달할 것으로 추산되고 있다.

인천도 이제부터는 승자의 저주를 감수해야 한다. 당장 인천은 향후 15년 동안 빚 탕감을 해야 한다. 재원 마련을 위해 발행한 지방채 원금만 1조2523억 원이다. 이자까지 합치면 1조7502억 원에 달하는 것으로 알려졌다. 내년부터 15년 동안 부채 상황이 시작되는데 당장 내년에 673억 원을 갚아야 한다.

이는 평창에게도 확실한 반면교사이자 경고의 메시지가 된다.

평창 동계올림픽에 들어가는 예산이 8조9491억 원으로 알려진 가운데 6개의 경기장을 새로 짓는데 6694억 원이 투입된다.

이미 한국은행 강원본부는 2012년 11월 연구 자료에서 "경기시설 건립비용과 올림픽 종료 이후 시설 유지 및 운영비용 등을 고려하면 적자가 발생할 수밖에 없는 현실"이라며 "경기장을 조립식으로 건설하거나 재활용하는 등의 방안을 모색해야 한다"고 제안했다.

▲ 인천 아시안게임을 치르느라 인천아시아드주경기장을 건설함으로써 문학경기장, 인천전용축구경기장과 함께 2만이 넘는 스타디움 3개를 보유했다. 세 구장을 합친 관중규모만 13만이 넘는다. 사진은 인천문학경기장에서 열린 북한과 남자축구 결승전이 끝난 뒤 환호하고 있는 한국 선수들. [사진=스포츠Q DB]

◆ 정치 논리에 휘말리면 상생 아닌 공멸

무엇보다도 대회를 유치하고 개최하면서 정치 또는 지역 발전 논리에 휘말리기 시작하면 이는 상생이 아닌 공멸로 가는 길이다. 이는 이미 인천 아시안게임이 여실히 증명했다.

인천아시아경기대회조직위원회도 5일 보도자료를 통해 지역주민들의 활용을 고려해 경기장을 분산 배치하다보니 경기장 이동거리가 너무 멀었다고 지적했다.

또 지역주민들의 요구 조건을 모두 들어주다보니 인천아시아드주경기장 같은 태어나지 말았어야 할 '괴물'이 탄생했다. 인천아시아드주경기장에 대한 활용방안이 나오지 않는 이상 '세금 먹는 하마'가 될 것은 뻔하다.

문제는 평창에서도 이런 조짐이 나타나고 있다는 점이다. 강원도민들의 지역 개발에 대한 욕구를 정치인, 특히 국회의원이나 도의원, 시군 의원들이 선거에 활용하면서 평창 올림픽을 위한 시설물을 서로 유치하겠다는 논리가 가득하다.

그러나 정작 이에 대한 향후 활용방안은 없다. 만드는 것은 쉽지만 이를 어떻게 유지하고 관리하느냐에 대한 것이 가장 큰 문제인데 무조건 지어놓고 보자는 식이라면 승자의 저주를 피할 수 없다.

게다가 주경기장이 위치한 알펜시아는 이미 매년 수백억 원의 적자를 내고 있다. 이를 위해서는 중앙정치권에서 확실히 예산을 통제하면서 대회 준비 비용에 대한 무분별한 상승을 막아야 한다. 때에 따라서는 감사를 통해 바로 잡는 노력도 필요하다. 브레이크를 적절하게 걸어주지 않으면 인천처럼 '탈선'하는 것은 시간 문제다.

이와 함께 지방자치단체의 무분별한 스포츠 이벤트를 유치하는 것 역시 대한체육회 또는 상위기관인 문화체육관광부 차원에서 면밀하게 검토해야 한다.

이미 광주광역시는 2015년 하계유니버시아드와 함께 2019년 세계수영선수권을 유치했고 2017년에는 국제축구연맹(FIFA) 20세 이하 월드컵이 열린다. 2018년에도 창원에서 세계사격선수권이 벌어진다.

이대택 국민대 교수(스포츠문화연구소 소장)는 "더 이상 무책임한 포퓰리즘적 혈세 낭비 스포츠 이벤트를 막아야 한다"며 "2010년 이후 최근 5년 사이에 국내에서 개최된 F1 코리아 그랑프리와 대구세계육상선수권, 충주세계조정선수권 등 5개 국제 스포츠 이벤트의 누적 적자가 1조원이 넘어선 것으로 알려지고 있다"고 주장했다.

이어 이 교수는 "인천 아시안게임도 18조원의 경제효과를 내세웠지만 결국 남은 것은 지자체장의 치적 쌓기와 지자체의 세 과시와 정치적 포퓰리즘 뿐"이라며 "국민을 우롱하는 포퓰리즘과 지역 이기주의에 놀아나는 스포츠 이벤트는 이제 중단되어야 한다"고 의견을 제시했다.

tankpark@sportsq.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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