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도민준 키스보다 뜨거운 동백꽃 명소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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도민준 키스보다 뜨거운 동백꽃 명소는?
  • 이두영 편집위원
  • 승인 2014.03.01 07:58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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3~4월 가볼만한 동백꽃 여행지 6선

/산다가 꽃을 피워 바다 구름이 붉어지니 한겨울에도 내가 봄바람 속에 앉아 있는 듯하네/

조선 초기의 문인 이첨(1345~1405년)이 쓴 시구를 보면 동백은 역시 봄을 재촉하는 꽃인 것 같습니다.

SBS 드라마 ‘별에서 온 그대’가 종영을 앞두고 남녘의 멋진 동백꽃 풍경을 선사했습니다. 도민준(김수현)과 천송이(전지현)가 기자들을 피해 순간적으로 이동한 곳의 배경은 한려해상공원에 위치한 '장사도'였습니다. 아직은 산산하지만 곧 봄기운을 실어올 엷은 바다와 붉은 동백꽃이 생각나는군요. 생동감 넘치는 장사도 꽃 풍경은 도민준의 열렬한 키스 만큼이나 가슴을 설레게 했습니다. 누구든 그 순간에 ‘아! 나도 저곳에 가고 싶다’라고 생각했겠지요.

 

▲ 동백꽃 색깔이 강렬하지요? 전 세계적으로 동백꽃의 종류는 5천가지가 넘는답니다.

 벌써 동백꽃이 활짝 피는 철이군요. 동백은 두툼하고 매끄러운 잎사귀와 크고 붉은 꽃이 특징입니다.

상록 잎사귀 사이로 내미는 붉은 꽃잎은 강렬한 색깔 때문에 정열적인 사랑을 떠올리게도 하지만 모진 겨울추위를 털어내고 늘 싱싱하게 개화하는 생명력은 가슴 뭉클한 감동을 자아내기도 합니다.

동백꽃은 매화꽃과 비슷한 시기에 피어 봄을 알리는 전령사 구실을 합니다. 사실 개화가 빠른 놈은 눈 속의 복수초보다 더 빨리 피어, 12월에도 여염집 담장을 빨갛게 장식하기도 합니다. 전남 구례에는 운조루라는 고택이 있는데, 이 뜰 담장 밑 화단에 후두두 떨어져 있던 동백꽃들이 생각나는군요. 가난한 이웃들에게 쌀을 적선했던 그 집이 봄이면 생각나곤 합니다.

동백은 원산지가 중국으로 알려졌으며 중국 식물사전에는 산다(山茶)로 적혀 있다고 합니다. ‘산에 사는 차나무’이니 동백잎으로 차를 만들어 마셨다는 얘기네요.

그럼, 봄을 앞두고 전국의 동백꽃 명소가 어디인가 알아봅니다.  

▲ SBS 드라마 '별그대' 에서 도민준과 천송이가 데이트를 즐긴 배경인 장사도 해상공원의 동백숲. SBS 방송화면 캡처.
▲ SBS 드라마 '별그대' 에서 도민준과 천송이가 데이트를 즐긴 배경인 장사도 해상공원의 동백숲. SBS 방송화면 캡처.
▲ SBS 드라마 '별그대' 에서 도민준과 천송이가 데이트를 즐긴 배경인 장사도 해상공원의 동백숲. SBS 방송화면 캡처.

 


 ▶ ‘별 그대’ 애절한 데이트의 배경 장사도 

먼저 ‘별 그대’에 나온 장사도는 통영시 한산면에 속한 자그마한 섬입니다. 2년여 전에 야외공연장, 식물 주제공원, 야외 갤러리 등을 갖추고 ‘장사도 해상공원’이라는 이름으로 바꾼 뒤 입도료(배삯을 제외한 섬 입장료)를 어른 기준 8,000원을 받고 있습니다. 남녘의 많은 섬들처럼 동백나무, 후박나무 등 상록수가 무더기로 자생해 풍광이 아름답다고 합니다. 통영에 속하지만 실제 거리는 거제도 대포항에서 훨씬 가까워 10여분이면 간답니다. 저도 아직은 가보지 못한 곳이라 궁금합니다.

 

영화 ‘종려나무’ 촬영지 공고지  

▲ 거제시의 숨은 비경 '공고지(공곶이)'.왼쪽 사진은 수선화밭을 지나 몽돌해변으로 내려가는 길이고, 오른쪽은 '천국의 계단'입니다.

 

▲ 공고지 수선화밭과 내도가 보이는 풍경.

거제시 일운면 와현리에는 동백꽃 터널이 있는 ‘공고지(공곶이)’가 있습니다. 바닷가 산자락 풍광에 반한 부부가 수십 년 동안을 땀 흘려 가꾼 수목원이지요. 거기로 가려면 와현마을 해변 끝의 예구마을에 주차하고 잠시 가파른 산으로 올라서 정상을 넘어서면 내리막 좁은 숲길로 이어집니다.

동백꽃 터널이 얼마나 아름다운지 ‘천국의 계단’이랍니다. 동백꽃이 피는 3~4월 이 길을 걸으면 김수현과 전지현 못지않게 멋진 데이트를 즐길 수 있을 겁니다. 천국의 계단을 내려가면 해변의 몽돌을 날라다 쌓은 부부의 집 담장과 수선화밭, 종려나무숲이 짜잔! 하고 나타납니다.

이곳 수선화밭은 그야말로 장관입니다. 그리고 2005년에 이곳에서 김민종과 김유미가 출연한 영화 ‘종려나무’가 이곳에서 촬영됐는데 관객이 2만명에 그칠 정도로 호응은 미미했습니다.   

▲ 외도의 봄풍경.

‘곶이’는 바다로 튀어나온 지형입니다. 화려한 수선화밭을 지나면 굽은 해변에 내려서게 됩니다. 바닷물을 거칠게 밀어내는 몽돌밭을 거닐며 봄볕을 느껴 보시면 어떨까요? 건너편의 섬은 ‘내도’입니다. 외도(외도보따니아)의 안쪽에 있는 섬이 내도입니다. 외도는 효도관광과 중년층의 나들이 장소로 인기가 높지요. 에게해 산토리니섬과 비슷하게 꾸며 지중해에 대한 동경심을 자극하는 곳이기도 합니다. 외도는 일 년 내내 관광객이 몰리는 곳입니다. 번잡하지만 만족도가 높은 곳입니다. 오가는 도중에 해금강 유람이 곁들여지기 때문이지요.  

 

 ▶ 동백꽃 여행의 원조 ‘여수 오동도’ 

▲ 여수 오동도의 늙은 동백숲과 새.
▲ 여수 오동도.

  
오동도에는 말끔하게 조성된 동백숲이 있습니다. 동백꽃이 우수수 떨어지면 빨간 양탄자가 깔린 것처럼 곱습니다. 저는 이 오래 된 동백숲을 참 좋아합니다. 촌로의 주름살 같은 세월의 흔적을 저는 이 동백숲에서 느낍니다. 이곳에는 흔히 ‘시누대’로 불리는 해장죽이 무성한 터널을 이뤄 색다릅니다. 섬 주변에는 ‘용굴’ 등 기이한 해식지형이 발달해 또 다른 즐거움을 줍니다.옛날부터 동백꽃 하면 오동도가 1번지입니다.

여수는 거제나 통영, 남해처럼 바다풍광이 수려하고 맛깔스러운 음식도 유명합니다. 접근성이 뛰어나지요. 오동도는 고속버스나 열차를 이용해 가기가 편해 배낭을 달랑 매고 대중교통을 이용해 가도 좋습니다. 오동도 방파제 길을 걸을 때는 강풍에 모자 날리지 않도록 주의하십시오. 바람이 싫으면 저렴하게 운행되는 동백열차를 타시면 됩니다. 

▲ 여수 돌산도 향일암.

여수에 갔다가 향일암을 빼고 오면 이발관에서 머리를 감지 않고 나오는 것과 같습니다. 돌산도 최남단 금오산에 자리한 향일암은 바다 전망도 좋지만 동백꽃도 멋집니다. 또 명물인 갓김치도 언급을 안 할 수가 없네요. 동백꽃이 필 무렵, 향일암 아래 동네는 가게마다 돌산갓김치를 쌓아놓고 유혹합니다.

보기만 해도 군침이 감도는 알싸한 맛! 언제나 감동적이지요. 저는 현지의 ‘여수로 여행사’ 사장님 덕분에 돌산갓에 한번 매료당한 이후로 매년 배달을 시켜 먹고 있습니다.

갓의 매운 맛은 ‘시니그린’이라는 성분 때문인데 이는 결장암, 유방암, 난소암, 위암 등을 예방하는 데 효과가 크다고 합니다. 갓은 자체가 항암, 항노화 효과가 뛰어난 식품입니다. 강력한 항산화성분인 베타카로틴과 엽산, 니아신, 엽산, 칼륨 등 비타민과 무기질이 풍부하게 들어 있지요. 하지만 아무리 풍미가 좋고 건강에 좋더라도 염분을 지나치게 많이 먹으면 고혈압과 당뇨의 원인이 되므로 짜지 않게 먹어야겠지요?

 

     
 

▶ 축구스타 기성용을 배출한 광양 백운산 

▲ 광양 옥룡사지의 동백나무 숲.

섬진강은 새봄의 건강한 기운을 듬뿍 받을 수 있는 곳입니다.

경남 하동 화개장터에서 시작되는 차밭과, 손잡고 걸으면 사랑의 열매를 맺는다는 쌍계사 십리벚꽃길, ‘남자에게 좋은데 표현할 방법이 없네’라는 산수유 광고가 생각나는 전남 구례 산수유마을(산동면 상위마을), 하얀 꽃구릉과 매실제품으로 유명한 전남 광양 매화마을(다압면 도사리). 다들 섬진강 주변에 있는 명소입니다.

섬진강은 지리산(1915m)과 백운산(1218m) 사이를 흘러 광양만으로 나갑니다.

섬진강은 지극한 순둥이입니다. 발끝으로만 살살 걷는 갓 전학 온 여학생처럼 얌전하게 구례읍에서 하동을 스쳐 흐릅니다. 그 바닥에는 간 해독에 좋은 강조개(재첩)가 무더기로 삽니다.

그 남쪽에 위치한 백운산은 ‘뼈에 이로운 물’이라는 뜻을 지닌 고로쇠의 유명 생산지입니다. 축구선수 기성용도 이곳에서 태어났지요. 고로쇠나무의 기운을 듬뿍 받고 자라서 체력이 그렇게 좋은가 봅니다.

백운산의 새끼 봉우리 중 백계산(505m)이 있는데, 그 남쪽 자락에 천연기념물로 지정된 동백숲이 있습니다. 도선국사가 옥룡사를 지을 때 함께 조성했다는 아름드리 동백이 밀생하고 있습니다. 가슴에 뻘건 물이 들도록 동백꽃에 취하고 싶으면 3월 중순경 광양 옥룡사지로 가면 됩니다.  

 

▶ 다산초당에서 백련사로...정약용이 걷던 사색의 길 

▲ 강진 백련사를 품고 있는 만덕산 상록수림.

전남 강진 다산초당과 백련사를 잇는 약 800m 거리의 숲길은 유배 온 다산 정약용이 백련사 주지스님 혜장선사를 만나러 다니던 길로 유명합니다. 길이 부드럽고 대나무숲도 있어서 아늑합니다. 다산이 잉어를 키우기 위해 조성했던 다산초당 우물 근처에도 동백나무가 있지만 백련사를 감싼 동백림에 비할 바는 못 됩니다.

백련사 동백나무 숲은 병풍처럼 두른 만덕산(409m) 아래에 7,000그루 정도 밀집해 있으며 천연기념물로 보호받고 있습니다. 이곳에는 차밭까지 있으니 무르익은 봄기운을 흠뻑 느낄 수 있지요. 그곳에 서서 강진만 구강포를 바라보노라면 연무 자욱한 갯벌에서 짱뚱어가 펄쩍 뛰어오를 듯합니다. 강진읍에는 청자골종가집, 해태식당 등 육지와 바다의 맛을 제대로 느낄 수 있는 공인된 맛집이 여러 곳 있습니다.

 

▶ 동백꽃이 가장 늦게 피는 고창 선운사 

▲ 선운사 동백나무 가지가 무성합니다.
▲ 고창 선운사.
▲ 선운사 동백꽃.

/선운사 골짜기로 

선운사 동백을 보러 갔더니

동백은 아직 일러 피지 않았고

막걸리집 여자의 육자배기 가락에

작년 것만 시방도 남았습디다.

그것도 목이 쉬어 남았습니다./

잘 아시는 미당 서정주의 <선운사 동구>라는 시입니다.

 

선운사는 위도가 가장 높은 동백나무 군락지여서 완연한 봄인 4월 중순에 이르러야 꽃이 핍니다. 그런 면에서 동백이 아니라 춘백이네요. 선운사 동백은 벚꽃 개화기와 맞물려 피어, 마치 두 꽃이 경쟁하듯 색깔 경쟁을 벌이는 것 같습니다. 선운사 동백의 또 다른 특징은 법당 옆 몇 그루를 제외하고는 보호를 위해 몽땅 철조망에 갇혀 있다는 것입니다. 그러나 너무 아쉬워할 것까지는 없습니다. 선운사의 봄은 내내 아련하도록 아름답거든요. 경내의 만세루는 그 큰 대들보와 서까래처럼 듬직한 품을 누구나 차를 마시며 쉼을 누릴 수 있는 공간으로 내어주고 있답니다. 그 뿐 아닙니다. 절간을 벗어나 도솔천을 따라 걸으면 잔잔한 물소리가 세로토닌 호르몬 분비를 촉진하며 길라잡이 노릇을 해 주고, 연분홍 진달래꽃이 피어 봄을 맞습니다.  

▲ 선운사 옆 도솔천의 봄 풍경.

 

▲ 선운산 정상을 향해 오르는 길에는 볼 것이 참 많습니다. 왼쪽은 도솔암 근처의 마애불이고, 오른쪽은 장사송이라는 이름을 가진 반송입니다.
▲ 선운사 만세루에 편히 앉아 차나 한 잔! 이름은 공개할 수 없지만 연출 전문가인지라 연기도 수준급입니다.하하하.

여러분, 요즘 중국발 미세먼지가 자주 찾아 오지요?  미지근한 물이나 차를 자주 마셔 건강한 몸으로 행복한 봄나들이 설계 하십시오. <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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