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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포럼현장Q] 생활스포츠 500만 시대, '판을 키워야 스포츠산업이 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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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포럼현장Q] 생활스포츠 500만 시대, '판을 키워야 스포츠산업이 산다'
  • 안호근 기자
  • 승인 2016.10.27 21:2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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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스포츠Q(큐) 글·사진 안호근 기자] 과거 조기축구회와 등산회 등으로 대표됐던 생활스포츠 동호회 활동은 이제 종목을 일일이 열거할 수 없을 정도로 다양한 종목으로 확대되고 있다.

최근 종영된 ‘우리동네 예체능’이라는 프로그램만 봐도 알 수 있다. 축구, 농구, 탁구, 볼링, 배드민턴 등 이미 익숙해진 생활스포츠는 물론이고 올림픽을 통해서만 접하는 줄 알았던 양궁까지도 이제는 동호회 종목으로 널리 보급되고 있다.

전체 동호인 수만 500만 명에 달한다. 전체 인구의 10분의 1 수준. 문제는 높아진 스포츠 참여 욕구에 비해 발전하지 못한 스포츠산업 환경이다.

▲ 한남희 한국스포츠산업협회 포럼위원장(가운데)가 27일 제106회 스포츠산업 포럼에서 종합토론을 진행하고 있다. 왼쪽부터 심상보 대한체육회 스포츠클럽육성부 부장, 서상옥 한국뉴스포츠협회 회장, 한남희 위원장, 원종민 코오롱 등산학교 부장, 백성욱 PEC 스포츠아카데미 원장. [사진=한국스포츠산업협회 제공]

한국스포츠산업협회는 27일 서울 송파구 올림픽파크텔에서 ‘생활스포츠동호인 500만 시대, 스포츠산업이 나아가야할 길은?’이라는 주제로 제106회 스포츠산업 포럼을 열었다.

대한체육회와 한국뉴스포츠협회, 코오롱 등산학교, PEC 스포츠아카데미 관계자가 발제자로 나서 날이 갈수록 규모가 커지는 생활스포츠와 스포츠산업이 상생할 수 있는 길을 모색했다.

◆ 규모 확대의 중심 K스포츠클럽, ‘한국의 제이미 바디’ 키워내는 게 목표

생활스포츠 활동인구가 크게 늘어난 데에는 지역단위 스포츠클럽 활성화 정책이 큰 역할을 했다. 그 중심에 2013년부터 대한체육회에서 집중 육성하고 있는 K스포츠클럽이 있다.

심상보 대한체육회 스포츠클럽육성부 부장은 “K스포츠클럽은 운동을 할 수 있는 시설, 전문적으로 지도해줄 수 있는 지도자와 함께 프로그램을 종합적으로 제공한다”며 “초보자들도 쉽게 운동을 시작할 수 있고 다양한 종목을 접할 수 있다는 장점이 있다”고 소개했다.

실제로 운영 4년째를 맞는 K스포츠클럽은 많은 성과를 남겼다. 심상보 부장은 “기존에 50~60%에 불과했던 공공체육시설의 활용도를 80%까지 끌어올렸고 적게는 300명에서 최대 4000명에 이를 정도로 규모 있는 클럽으로 인정받고 있다”며 “35% 이상의 청소년 비율을 보이며 우수선수들을 학교 엘리트 체육으로 진출시켰다. 전체의 10%가 가족단위 회원이고 10%의 소외계층 참여도 돋보이는 점”이라고 밝혔다.

하지만 한계점도 명확했다. 자생적으로 수익을 창출할 수 있는 구조를 갖출 수 있도록 하는 목표와는 달리 이를 달성한 클럽은 9개 중 5개에 그친다는 점, 인기종목을 제외하고는 회원을 안정적으로 유지하지 못해 폐강되는 프로그램도 존재한다는 점 등이다.

이에 심 부장은 장단기적인 계획을 통한 선순환체계 구축을 강조했다. 단기적으로는 클럽 리그 및 대회 개최가 있다. 공식적인 리그와 대회 운영을 통해 클럽원들의 참여 동기를 유발해 적극적인 참여를 돕는다는 것이다.

▲ 심상보 대한체육회 스포츠클럽육성부 부장(왼쪽)이 27일 제106회 스포츠산업포럼에서 청중의 질문에 답변하고 있다..

또 청소년 선수 육성을 통해 엘리트 체육으로 진출시키는 계획을 밝혔다. 클럽에서 발굴된 유망 청소년 회원들을 집중 육성하는 별도의 거점 스포츠클럽을 운영한다는 것이다. 심 부장은 “거점 클럽을 선정해 연간 8억 원씩 3년, 총 24억을 투자할 것”이라며 “전문지도를 통한 초중고 엘리트 선수를 발굴하고 육성해 궁극적으로 국가대표를 배출해 내는 것을 목표로 할 것”이라고 밝혔다.

장기적으로는 선순환적인 체계 개선을 꼽았다. K스포츠클럽을 중심으로 하부구조에 있는 생활체육 동호회, 상위에 자리한 거점 스포츠클럽간 상향 이동이 가능하도록 만들어 더 많은 체육인재를 발굴해 학교 운동부에 의존하지 않고도 엘리트 선수로 성장하는 루트를 활성화한다는 것이다.

또 동호인 등록 시스템을 구축해 자신이 참여한 경기의 데이터를 확인하고 나아가 랭킹 시스템을 통해 엘리트 선수를 발굴하는데 활용하겠다는 계획이다.

사실상 동호회에 가까운 8부리그에서 활동하던 제이미 바디가 잉글랜드 프리미어리그 레스터 시티로 이적해 기적의 우승을 이끌어 낸 인생역전 스토리가 한국에서도 가능케 만들겠다는 야심찬 플랜이다.

심 부장은 이 체계가 안정적으로 자리잡는다면 스포츠 산업과도 얼마든지 연계할 수 있는 방안이 있다고 설명했다. 스포츠 과학 기반 훈련 프로그램의 도입, 스포츠 용품 대여 및 헬스케어 서비스 플랫폼으로 기능 수행, 은퇴선수 잡 매칭을 통해 일자리 창출, IT기반 시설-대회리그 정보 시스템 구축 등 무궁무진한 산업 발전 방향도 제시했다.

◆ ‘판을 키우자’, 뉴스포츠부터 등산 산업-유소년 생활스포츠까지

서상옥 한국뉴스포츠협회 회장은 500만 시대에 만족할 것이 아니라 더 많은 사람들이 스포츠를 가까이 즐길 수 있어야 한다고 주장했다. 이를 위한 뉴스포츠의 역할을 강조했다. 서상옥 회장은 “뉴스포츠는 누구나 쉽게 배우고 재미를 느낄 수 있는 새로운 스포츠”라며 “비교적 안전하며 남녀노소, 장애인-비장애인을 가리지 않고 함께 할 수 있는 운동을 일컫는다”고 소개했다.

뉴스포츠의 종류는 어렸을 적 재미삼아 하던 놀이인 12개의 컵을 빠른 시간 내에 쌓는 스포츠스태킹부터 기존 스포츠들에서 파생된 티볼, 족구 등 다양하다. 축구형 뉴스포츠인 족구와 풋살, 야구형 뉴스포츠인 티볼, 파워발야구, 배구형 뉴스포츠인 세팍타크로, 비치발리볼 등은 그 자체를 즐기는 것뿐 아니라 기존 스포츠 활동의 증대 효과로도 이어질 수 있다.

공간과 용구 등의 제약이 적은 만큼 접근성이 좋다는 것도 장점이다. 서 회장은 “더 다양한 프로그램을 개발하고 지속·보급해야 한다. 해양스포츠와 접목도 시급하다. 이를 개발 중”이라며 “적합한 용기구를 더 개발하는 것도 중요하다. 최근 다양한 분야에서 활용되고 있는 드론을 뉴스포츠에 접목하는 방법도 모색하고 있다”고 밝혔다.

▲ 원종민 코오롱 등산학교 부장(가운데)이 27일 제106회 스포츠산업포럼 종합토론에서 발언을 하고 있다.

원종민 코오롱등산학교 부장은 한국 등산브랜드가 왜 글로벌 브랜드로 발전하지 못하는지를 진단하며 등산 산업의 발전 방향을 제시했다.

원종민 부장은 “한국 아웃도어 시장 규모는 7조 원에 달한다. 미국이 11조 원, 유럽연합(EU)가 9조 원이라는 것을 보면 우리가 얼마나 거대한 시장인지 확인할 수 있다”며 “정부를 비롯해 산업계, 학계, 언론이 모두 나서 등산을 스포츠로 인식할 수 있도록 전략적인 접근을 할 필요가 있다”고 강조했다.

하지만 이를 위한 업계의 자성과 변화도 필요하다는 점을 지적했다. 그동안 유명 스타들에게 거액의 광고료를 투자해 등산산업을 패션산업으로 간주해 양적인 성장을 하는데 집중했다는 것이다. 원 부장은 “이제는 질적인 발전에 신경써야 한다”며 “국내 브랜드들도 전문 인력을 배치해 등산산업 자체로 경쟁력을 갖출 수 있어야 한다”고 주장했다.

원 부장이 제시한 자료에 따르면 세계 등산산업에서 국내 브랜드의 시장 점유율은 60%. 하지만 국내에서는 오히려 외국 브랜드에 밀리고 있다. 이제는 전문성을 키우는데 집중해 세계적인 브랜드 가치를 상승시켜야 한다는 것이다.

이를 위해서는 등산 업계의 노력은 물론 다양한 전제 조건이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원 부장은 “국내에서도 시장을 키우고 글로벌 브랜드로 성장하기 위해 학계는 등산학과를 만들고 정부는 등산 관련 불필요한 규제를 풀고 기업은 등산용품을 스포츠산업 자체로 바라보며 나아가야 한다”고 말했다.

▲ 백성욱 PEC 스포츠아카데미 원장이 27일 제106회 스포츠산업포럼에서 주제발표를 하고 있다.

백성욱 PEC(Physical Education Central) 스포츠아카데미 원장은 PEC, 즉 체육에 중심을 둔 교육을 강조했다.

유소년들의 스포츠 참여를 늘릴 수 있는 방안으로 IPOOL(The Innovative Kids Swimmg Pool)을 예로 들었다. 백성욱 원장은 “학부모와 아이들이 모두 만족할 수 있는 수영장을 조성하려고 한다”며 “마실 수 있을 정도의 깨끗한 물에서 교육하고 따뜻한 수영장, 안전한 수영장 만드는데 주력하고 있다”고 설명했다.

백 원장은 한국이 OECD 국가 중 청소년 자살율 1위라는 사실을 언급하며 “특히 여학생들의 우울증상 경험율이 심각하다”고 지적했다. 규칙적인 운동을 통해 성조숙증 증상을 완화시킨 연구 사례를 소개하면서 “스포츠산업의 발전을 위해서는 여성들의 스포츠 참여 증대가 필수적”이라며 “여자 어린이들의 스포츠 활동 참여를 적극적으로 독려해야 한다”고 여학생들의 심각한 정신건강 문제해결과 동시에 스포츠산업이 성장할 수 있는 방안을 제시했다.

한 청중이 여자프로농구(WKBL) 선수 풀의 한계를 지적하며 여학생들이 농구 선수로 진출하기를 꺼려한다는 점을 지적했다. 이에 백 원장은 “기존에는 키가 크거나 운동신경이 탁월한 선수들을 차출하는 방식으로 엘리트 선수가 구성됐지만 이보다는 클럽 형식으로 스스로 재미를 느끼게끔 한다면 장기적으로 더 많은 선수들의 수급이 가능할 것”이라고 답했다.

이승환 대한체육회 대한요가회 사무처장은 심상보 부장에게 “K스포츠클럽은 자립화가 목적인데 민간스포츠에 활동과 충돌할 가능성이 있다. 이에 대한 확실한 대안 없이는 전시행정에 그칠 수 있지 않겠느냐”고 질문했다.

이에 심 부장은 “지역사회 중심으로 K스포츠클럽을 선정하는데 만들어지기 전에 지역 민간 학원, 시설업 등과 함께 공청회를 열고 의견을 충분히 청취한다”며 “민간시장을 교란하지 않는 범위 내에서 스포츠클럽을 선정하고 운영한다는 방침”이라고 밝혔다.

[취재 후기] 다양한 주제의 발제자들이 입을 모은 것은 생활스포츠 동호회 활동을 더 키우고 동호인의 참여를 더 늘려야 한다는 것이었다. 판이 커지면 고용창출 효과 등이 자연스럽게 따라올 수 있는 효과가 많아져 선순환적 구조를 만들 수 있다는 것. 하지만 제도적, 환경적, 산업적인 뒷받침 없이는 이같은 발전을 기대하기 힘들 것이다. 스포츠산업이 나아가야 할 길이 여기에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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