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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디 · 맘 궁사' 김석관·주현정, 아시아드 꿈을 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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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디 · 맘 궁사' 김석관·주현정, 아시아드 꿈을 쏘다
  • 강두원 기자
  • 승인 2014.03.01 12:08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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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표팀 맏형·맏언니, "개인 2관왕, 전종목 석권 내 힘으로 이루고 싶다"

[300자 Tip] 한국 국민들이 동계올림픽에서 가장 금메달을 기대하는 종목이 쇼트트랙이라면 하계올림픽에서는 당연 양궁에게 거는 기대가 가장 크다. 한국의 국제종합대회 효자종목 중에 으뜸 종목이 양궁이다. 올림픽이나 아시안게임에서 금메달을 따는 것보다 국내 대표선발전을 통과하는 게 더 힘들다는 종목이 양궁인 것이다. 오는 9월 열리는 인천 아시안게임에서 한국 양궁대표팀은 전종목 석권을 노리고 있다. 예전과는 달리 일본 중국 인도 등 아시아 여러 나라들의 실력이 상당히 향상됐지만 여전히 유력한 금메달 후보는 한국이다. 12년 만에 한국에서 열리는 아시안게임에 출전해 2관왕은 물론, 전종목 석권에 힘을 보태고자 하는 두 베테랑이 있다. 남자 대표팀의 맏형 김석관(34·두산 중공업)과 여자 대표팀의 맏언니 주현정(32·현대모비스)이이다. 이들은 저마다 슬하에 자녀를 둔 아빠, 엄마로서 이번 아시안게임에 동반 출전하기 위해 태릉양궁장에서 진행되고 있는 동계훈련에서 누구보다 많은 땀을 쏟고 있다. 올림피아드나 아시아드에서 한번도 나오지 않은 '대디· 맘 태극궁사'의 국제종합대회 동반 출전과 우승 도전이 실현될지가 관심을 끈다.

[태릉=스포츠Q  글 강두원 기자· 사진 이상민 기자] 올림픽에 나갔다 하면 퍼펙트 텐(Perfect Ten)을 꽂는 남녀 태극궁사들의 가장 큰 고충은 올림픽에서 거둘 성적이 아니라 한국의 국가대표 양궁 선수가 되는 것이다. 세계 최강인 한국에서 내로라하는 모든 양궁 선수들이 모여 선발전을 치르는 것이니 '바늘구멍' 경쟁의 치열함이 상상이 간다.

여기에 도전장을 낸 맘(Mom)·대디(Daddy) 궁사가 있다. 2008년 베이징올림픽 단체전 금메달, 2009년 세계선수권대회 2관왕에 빛나는 엄마궁사 주현정이고  2002년 부산아시안게임 단체전과 2013년 아시아선수권대회 단체전에서 금메달을 따낸 아빠궁사 김석관이 그들이다.

◆ 두 아이의 아빠, 한 아이의 엄마

스포츠의 세계에서 결혼한 이후 선수 생활을 지속하기란 쉽지 않다. 미혼일 때는 자신에게만 집중하며 운동에 전념할 수 있지만 결혼 후에는 운동 이외에도 신경 쓸 부분이 많아지기 때문이다.

김석관과 주현정 역시 자녀를 둔 부모다. 7살 난 아들과 4살 난 딸을 두고 있는 김석관은 아이들을 자주 보지 못한다며 안타까운 표정을 숨기지 않았다.

“회사가 창원에 있는 바람에 거리가 너무 멀어서 가족들을 자주 보지 못해요. 특히 아내에게 많이 미안하죠. 애들도 어린데 키우느라 고생이 많아요. 아들이 내년이면 초등학교에 입학하는데 입학 선물로 아시안게임 금메달을 주면 그것보다 더 좋은 선물은 없겠네요. (딸이 조금 서운해 하지 않겠냐고 묻자) 딸에겐 제가 선물입니다.(웃음)”

▲ 밝고 명랑한 성격으로 후배들과 항상 웃고 장난치며 스스럼없이 어울리는 모습을 보여준 주현정. 하지만 활을 잡았을 때는 누구보다 진지한 눈빛으로 활 시위를 당겼다.

주현정 역시 4살 된 아들이 있다. 2010년 광저우아시안게임을 치른 후 같은 양궁선수인 계동현(31·현대제철)과 결혼에 골인한 후 얻은 아들이다. 육아와 운동을 병행하기 힘들지 않겠느냐는 질문을 먼저 던졌다.

“힘든 시기도 있었는데 지금은 괜찮아요. 신생아일 때도 소속팀에서 시간을 할애해주셔서 아침에 아이를 친정에 맡기고 운동이 끝나면 데리고 오고 했어요. 대표팀에 와서도 주위에서 신경을 많이 써주셨어요. 특히 임신했을 때 선발전을 치르기 위해 외국에 나갔는 데 제가 입덧을 많이 하자 장영술 총감독님이 ‘신 거 먹으면 좀 낫다’고 하시면서 많이 챙겨주셨어요. 마치 시아버님 같았어요.”

주현정은 "아들이 울고 보챌 때마다 마음이 아프지만 아들과 대화를 통해 소통도 많이 하고 무럭무럭 잘 크고 있어서 마음이 놓인다"고 했다.

◆ 늦은 나이에 다시 단 자랑스런 태극마크

주현정은 2007년 처음 태극마크를 달고 2008년 베이징올림픽에 출전해 단체전 금메달을 따냈다. 그는 이전까지 세계선수권대회는 둘째치고 양궁월드컵에도 출전한 적이 없었는데 올림픽이라는 큰 대회에 나가 금메달을 따냈다는 것이 아직도 믿어지지 않는다고 했다.

▲ 김석관은 "마지막이라는 마음으로 절실하게 훈련하고 있다"는 말로 아시안게임에 대비하는 각오를 밝혔다.

“베이징올림픽에 가기 전 야구장, 경륜장 같이 소음이 큰 곳에서 했던 시뮬레이션 훈련이 정말 많은 도움이 됐어요. 가기 전까지만 해도 ‘이런 게 무슨 도움이 되겠어’라고 생각하고 ‘열심히 하면 잘 되겠지’라는 생각만 가지고 있었죠. 그런데 막상 올림픽에 나가보니 정말 똑같은 환경이었어요.”

김석관은 2002년 대표팀에 첫 선발된 이후 부산아시안게임에 출전해 단체 금메달을 따냈다. 그 이후 번번이 대표선발전에서 탈락하자 한때 활을 영원히 놓을 생각도 했다고 전했다.

“2002년에 처음 선발된 이후 2012년에 다시 대표팀에 복귀했습니다. 10년 만이었요. 그 사이에 많은 일들이 있었습니다. 첫 소속팀이었던 예천군청에서 좋은 성적을 내면서도 제 자신이 부각되지 않는 부분이 많이 힘들었어요. 그래서 양궁을 그만두려고 했죠. 그러자 당시 예천군청 코치님이셨던 김성훈 감독님이 다른 팀으로 가서 양궁을 계속하라고 얘기해주셨습니다. 그때 포기하지 않았던 것이 지금 대표팀에 몸 담을 수 있게 만든 계기인 것 같아요.”

두 베테랑은 대표팀에서 맏형이고 맏언니다. 김석관은 후배 이승윤과 무려 15살차가 나고, 주현정은 가장 어린 ‘여고생 궁사’ 최미선과 14살차다.

나이차가 많이 나는 만큼 함께 대표팀 생활하기에 어려운 점이 있을 것 같았다.

김석관이 먼저 말문을 열었다. “세대 차이를 조금 느낍니다. 한살차가 나는 오진혁을 제외하고는 전부 20대예요. 같이 이야기를 하다 보면 어느새 저는 말을 하지 있지 않더라고요.(웃음) 그래도 어린 선수들과 자주 어울리고 저를 어렵게 대하지 않게끔 노력하고 있어요. 그래야지 서로 운동하는 데 있어 껄끄러운 면도 없을 테니까요.”

주현정은 세대차가 뭐냐며 반문했다. “저는 대표팀뿐만 아니라 소속팀에서도 가장 나이가 많아요. 그렇다고 후배 선수들에게 세대차를 느끼는 것같진 않네요. 성격이 워낙 활달해서 대화도 많이 하고 장난도 많이 쳐요. 또 후배들을 이해하려고 노력을 많이 하죠. 나이가 많다 적다 해서 내 고민을 후배들에게 털어 놓지 않거나 후배의 고민을 받아주지 않는 건 없습니다. 운동하는 데 나이는 중요하지 않으니까요.”

▲ 2008 베이징 올림픽 금메달리스트 주현정은 이제 한 아이의 엄마로 다시 한번 아시안게임과 올림픽에 도전한다. "모든 대회에서 전종목 석권을 하고 싶다"는 그의 말에는 강한 자신감이 배어나왔다.

◆ ‘화살 한 발마다 국가대표의 꿈을 담아 쏜다’

오는 9월 인천에서 아시안게임이 열린다. 4년 전 광저우에서 전 종목을 석권했던 한국 양궁은 이번 대회에서도 남녀 개인, 단체전을 석권하겠다는 목표다. 하지만 선수들은 그 전에 올림픽 금메달보다 어렵다는 대표 선발전을 통과해야만 한다. 오는 20일부터 현 대표선수 8명과 4차 선발전을 통과한 8명이 모여 최종 선발전을 치른다.

광저우에서 단체전 금메달을 따냈지만 개인전에선 아쉬운 결과를 얻었던 주현정은 이번 아시안게임에 출전해 2관왕을 거두길 희망하고 있다.

“지난해 유난히 4위를 많이 했어요. 월드컵은 물론 세계대회에서도 4위에 머무른 경우가 많았지요. 지난해 10월 열린 아시아선수권대회에서도 쉽게 생각하고 출전했다가 4강에서 탈락했습니다. 탈락한 후 ‘내 운이 여기까지 인가 보다’라고 생각하면서도 ‘다른 나라 선수들의 실력이 상당히 발전했구나’라는 생각이 들었어요. 이번 아시안게임에서도 방심하면 안된다고 생각해요. 일본이나 중국, 인도 등 아시아 여러 나라의 선수들이 지속적으로 실력이 올라오고 있기 때문에 집중해서 훈련해야 할 것 같아요.”

주현정은 맏언니로서 후배들에게 부끄럽지 않은 모습으로 대표 선발전에 나서겠다는 포부를 밝혔다. 모든 선수들이 아시안게임이라는 하나의 목표를 두고 훈련에 땀 흘리고 있는 만큼 어린 선수들에게 뒤처지지 않겠다는 각오를 다졌다.

“(아시안게임에 나가기 위해) 나름 열심히 준비하고 있어요. 하지만 결과는 뚜껑을 열어봐야 알 수 있겠죠. 저 뿐만 아니라 지금 태릉에서 여기서 훈련하는 16명의 선수들 모두 각자 장비이며, 컨디션이며 기술적인 면에서 최선을 다하고 있어요. 저 역시 모든 신경을 아시안게임에 쏟고 있죠. 제가 가진 실력과 올해 제가 가진 운이 잘 맞아 떨어진다면 좋은 결과 있을 거라고 생각해요.”

김석관이 이번 대표 선발전에 대비하는 마음은 절실했다. 34살이라는 적지 않은 나이와 빠르게 치고 올라오는 후배들을 보면서 그동안의 아쉬웠던 결과들을 잊고 마지막이라는 마음으로 열심히 훈련하겠다고 밝혔다.

▲ 양궁 남자대표팀의 맏형 김석관은 2002년에 대표팀에 뽑힌 이래 10년만인 2012년 대표팀으로 다시 선발됐지만 올림픽에 나가지 못해 아쉬움이 컸다고 말했다. 이번 아시안게임에서는 국가대표로서 개인 2관왕을 달성하겠다는 목표를 밝혔다.

“늦은 나이에 대표팀에 다시 들어와 런던올림픽 대표 선발전에서 아쉽게 탈락했지만 지금이 가장 마음 편하게 운동하고 있는 것같아요. 소속팀에서도 지원을 잘 해주시고 대표팀에서도 맏형이라고 해서 부담을 주고 그러시지 않거든요. 저만 열심히 하면 좋은 결과 있겠죠. (2016년) 올림픽까지 바라지도 않아요. 이번 아시안게임에 출전해서 2관왕 달성하면 선수 생활 막바지에 최고의 선물을 얻어 가는 거라고 생각해요. 요즘 훈련하면서도 화살 한발 한발에 절실한 마음을 담아 쏘고 있어요.”

이들 모두 대표팀의 맏형, 맏언니로서 이번 아시안게임에 나설 국가대표가 되기 위해 그 누구보다 열심히 활 시위를 당기고 있었다. 또한 두 선수가 모두 대표 선발전을 통과해 아시안게임에서 우승을 거둔다면 한국 양궁 최초로 주부궁사와 아빠궁사가 동시에 금메달을 따내는 쾌거를 이룩하게 된다.

2000년 시드니 올림픽에서 여자 단체 금메달을 따낸 김수녕(43)이 주부궁사로 참가했던 사례는 있지만 아빠궁사와 주부궁사가 동시에 출전한 사례나 우승까지 차지했던 적은 없었다.

아시안게임을 통해 선수 생활의 유종의 미를 거두겠다는 김석관. 아시안게임도 물론 나가고 싶지만 4년 뒤 다시 한번 올림픽에까지 출전해 전종목 석권을 달성해보고 싶다는 주현정. 앞으로 6개월 남은 아시안게임에서 두 선수가 과녁 정중앙을 향해 금빛 화살을 쏘는 모습을 기대해 본다.

■ 양궁 국가대표팀 향후 일정

양궁 국가대표팀은 현재 4차 선발전까지 치른 상태로 오는 20일 인천 계양양궁장에서 열리는 국가대표 5차 선발전을 통해 2014년도 국가대표 8명을 최종 선발한다. 이후 4월 국가대표 1·2차 평가전을 통해 아시안게임에 출전할 4명을 추리게 된다. 인천 아시안게임 개막 전까지 양궁월드컵과 국내외 대회에 참가하며 아시안게임 전종목 석권을 위한 담금질에 들어간다.

[취재후기] 인터뷰를 마친 후 바로 훈련에 들어간 두 선수는 베테랑답게 후배선수들을 리드하면서도 스스럼없이 어울리는 모습을 보였다. 김석관은 후배들에게 마치 동네 형처럼 친근하게 다가서는 모습이 인상적이었다. 주현정은 후배들과 끊임없이 대화를 나누며 장난기 넘치는 모습을 보여줬다. 덕분에 태릉 양궁장에는 웃음소리가 끊이지 않았다. 두 베테랑 모두 지금의 밝은 모습을 아시안게임까지 이어가 시상식에서 환하게 웃는 얼굴을 볼 수 있길 기대한다.

kdw0926@sportsq.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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