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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순실 국정농단-체육계의 명암] ① 현장중시 전문가-스포츠정책 '독재형', 김종 차관의 두 얼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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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순실 국정농단-체육계의 명암] ① 현장중시 전문가-스포츠정책 '독재형', 김종 차관의 두 얼굴
  • 박상현 기자
  • 승인 2016.10.31 18:57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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학자 시절 글로벌스포츠산업학과 개설, 전문가 양성…현정부 최장수 차관으로 일방통행 정책 추진 '뒷말'

‘최순실 게이트’가 대한민국을 충격과 경악의 도가니로 몰아넣고 있다. ’최순실 국정농단 파문은 모든 이슈를 '블랙홀'처럼 빨아들일 만큼 초 메가톤급이다. 특히 국정을 농단한 흔적은 문화 체육계에 깊고 넓게 퍼져 있다. 스포츠Q는 스포츠전문 미디어로서 대한민국 체육계 전반에 휘몰아친 ‘최순실 게이트’의 또 다른 이면을 들춰보고자 한다. <편집자 주>

[스포츠Q(큐) 박상현 기자] "현장을 중요하게 여기는 스포츠정책 전문가다." "박근혜 정부에 들어간 뒤 사람이 변했더라. 정책을 일방적으로 밀어붙이더라."

2013년 10월부터 문화체육관광부 제2차관을 맡아 스포츠 정책 전반을 이끌어왔던 '박근혜 정부 최장수 차관'인 김종 차관을 향한 스포츠 현장의 평가다. 학계에 있던 김종 차관에 대한 평가는 호평 일색이었지만 정부에 들어간 뒤 김종 차관에 대한 인식이 180도 바뀌었다는 것이 스포츠 현장의 대체적인 의견이다.

박근혜 정부의 스포츠 정책의 '수장'으로 활동해왔던 김종 차관이 30일 사표를 내고 자진사퇴했다. 그동안 자신은 최순실 씨와 아무런 관련이 없다고 항변해왔지만 검찰이 세종시 문화체육관광부 차관 사무실을 전격 압수수색하자 자진 사퇴 카드를 꺼내들었다.

김종 차관은 최순실 게이트의 핵심으로 꼽히고 있다. TV조선에 따르면 김종 차관은 수시로 최순실 씨를 만나 상황을 보고하는가 하면 인사 청탁 이메일을 전달해왔다. 김종 차관은 정작 부인하고 있지만 검찰의 압수수색과 출국 금지 등으로 점점 궁지에 몰리고 있는 분위기다. 김종 차관이 문체부에 몸담았던 지난 행적은 최순실 게이트의 키워드다.

김종 차관은 학계에 있었을 때만 해도 스포츠산업과 관련해 왕성한 활동을 보이며 호평을 받았다. 국내 1호 스포츠 경영학 박사로 한양대 스포츠산업학과 교수를 지낸 김종 차관은 학계에 있었을 당시 '현장형 학자'라는 평가를 받았다.

익명을 요구한 모 대학의 스포츠산업학과 교수는 "학계에 있었을 때에도 김종 차관을 자주 만난 것은 아니었지만 늘 열정이 넘치는 현장형 학자로 기억한다"며 "이론에만 충실히 하는 것이 아니라 이론을 현장에 접목시키는데 앞장섰다"고 말했다.

또 김종 차관은 한양대 대학원에 글로벌스포츠산업학과를 개설해 스포츠 산업의 지평을 넓힌 공로도 있다. 전문인력 육성과 현장체험, 프로젝트 수행, 이론 탐구 등 이론과 현장을 연계한 다양한 활동으로 스포츠 언론인과 스포츠산업 전문가를 키워왔다.

하지만 김종 차관이 문화체육관광부에 들어간 이후 "사람이 변했다"는 말이 나오기 시작했다. 한 교수는 "차관이 되더니 학자가 아닌 관료가 됐다"며 "스포츠 현장의 다양한 목소리를 청취해 정책을 만드는 것이 아니라 정책을 미리 정해놓고 그대로 따르라는 식이었다"고 말했다.

체육인재육성재단을 해체한 것은 스포츠 현장의 반발을 불러오기도 했다. 2007년 정부가 설립한 체육인재육성재단은 1년에 100억 원 이상의 예산으로 연평균 3000여 명의 체육인에게 언어 연수와 행정 연수의 기회를 제공해 왔다.

이 재단을 거쳐간 선수 출신 인재만 모두 2만여 명이나 된다. 올림픽 권총 3연패 신기록을 세운 사격 국가대표 진종오도 체육인재육성재단의 국제스포츠인재 전문과정을 수강했다. 또 2012년 한국체육대학교와 공동으로 개설한 스포츠해설가 전문과정은 전 KBS 캐스터 유수호 씨 등이 강사로 참여했고 임오경 서울시청 핸드볼팀 감독과 신선호 성균관대 배구팀 감독 등이 수강하기도 했다.

이에 대해 재단에서 근무했던 한 관계자는 "예산을 절감한다며 50인 미만의 소규모 기관들을 통폐합하는 과정에서 체육인재육성재단이 국민체육진흥공단 산하 한국스포츠개발원에 흡수 통합했다"며 "정부의 공공기관 평가에서도 높은 점수를 받는 등 은퇴 선수들의 재교육에 앞장섰는데 알고 보니 그 뒤에 미르재단과 K스포츠재단이 만들어졌더라"고 가슴을 쳤다.

한국스포츠개발원도 할 말이 많다. 한국스포츠개발원의 예전 이름은 체육과학연구원이었다. 체육과학연구원에서는 체육과학은 물론이고 스포츠 산업 전반에 관한 연구가 이뤄졌다. 하지만 한국스포츠개발원으로 바뀐 뒤 스포츠 산업 관련 업무가 문체부로 이관되면서 스포츠 산업 연구가 크게 축소됐다는 것이 개발원 관계자의 전언이다. 스포츠 과학 분야도 기구 축소로 인재 유출이 심각하다는 분위기다.

이제 문제는 지금부터다. 취임 후 장관이나 제1차관보다 파워가 더 막강하다는 평을 들었던 김종 차관이 사퇴하면서 문체부의 스포츠 정책 수립과 추진이 모두 '스톱'됐다.

문체부 관계자는 "스포츠 정책과 관련해 큰 영향력을 발휘해왔던 김종 차관의 공백으로 대부분 직원들이 '멘붕'에 빠졌다. '콘트롤 타워'가 사라지면서 사실상 업무를 보기 힘들어졌다"며 "지금으로서는 새로운 정책을 구상하고나 추진하기 어렵고 그동안 해왔던 것을 유지하는데 힘쓰는 상황"이라고 밝혔다. 

김종 차관의 의지와 권한에 따라 워낙 많은 스포츠 정책이 '일방통행'으로 추진되는 바람에 현장의 목소리를 수렴하는 시스템이 가동되지 못한 데 따른 부작용이 심각하게 드러나기 시작한 것이다. 현 정부 최장수 차관이 행사한 막대한 권한만큼이나 큰 후유증이 예고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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