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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순실 사태-우울한 체육계 현주소] ①호스트바, 마약, 사기…펜싱 금메달리스트 고영태의 몰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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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순실 사태-우울한 체육계 현주소] ①호스트바, 마약, 사기…펜싱 금메달리스트 고영태의 몰락
  • 민기홍 기자
  • 승인 2016.11.03 14:38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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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공사 쳐 가방 사업 시작" 의혹, 더블루K 상무이사로 자금 유용 혐의

[스포츠Q(큐) 민기홍 기자] “박상영으로 펜싱 위상이 이렇게 높아졌는데 말입니다.”

'최순실 게이트' 중심에 서 있는 펜싱 국가대표 출신 고영태(40) 씨 검찰 조사와 관련해 생활체육 펜싱클럽을 운영하고 있는 한 펜싱인의 분노다.

그는 스포츠Q와 통화에서 “펜싱인의 한 사람으로서 창피하고 자괴감까지 든다”며 “박상영이 리우 올림픽에서 훌륭한 업적을 쌓아 국민께 희망을 드렸다. 그런데 이번에 펜싱인이 실망을 줘 참 안타깝다. 고영태는 펜싱 쪽 경력도 거의 없는 사람이다. 많이 말씀드릴 것도 없다”고 목소리를 높였다.

▲ 고영태 씨는 1998년 아시안게임에서 금메달을 땄던 펜싱 유망주였다. 18년 뒤 그는 최순실 국정농단의 핵심으로 지목돼 검찰 조사를 받는 지경에 이르렀다. [사진=뉴시스]

호스트바 직원, 마약, 사기혐의까지.

비선실세 최순실 씨의 국정농단으로 나라가 혼란에 빠진 가운데 아시안게임 펜싱 금메달리스트의 이름이 수차례 거론돼 체육인들의 분노가 극에 달하고 있다. 패션잡화 브랜드 빌로밀로 전 대표이자 더블루K 상무인 고영태 씨가 최순실 게이트의 중심에 있다.

전남공고를 졸업한 고영태 씨는 한국체대 소속이던 1996년 8월 아시아청소년선수권 개인전 금메달을 따내며 한국 펜싱을 이끌어 갈 선두주자로 주목받았다. 2년 뒤에는 방콕 아시안게임 사브르 단체전 금메달, 개인전 은메달을 획득, 병역면제 혜택을 누린 국내 정상급 펜서였다. 그의 선배인 한 펜싱인은 "운동을 곧잘 했던 선수"라고 고영태 씨를 기억했다.

한국이 방콕 아시안게임에서 획득한 메달은 12개(금 5, 은 5, 동 2). 남녀 사브르를 통틀어 메달 2개를 획득한 이는 고영태 씨가 유일하다. 그는 고정선(여자 에페), 양뢰성(남자 에페)과 한국이 중국(금 5, 은 3, 동 5)을 제치고 종목 종합우승을 차지하는 데 결정적인 역할을 했다.

일요시사에 따르면 고영태 씨는 현역에서 물러나 광주광역시, 부산 해운대, 강남 청담동, 논현동 일대에서 여성을 대상으로 한 유흥업소(호스트바)에서 일했다. 활동명은 고영태가 아닌 ‘민우’였다. 생활고에 시달린 것이 가장 큰 이유로 보인다. 아시안게임 연금을 일시금으로 수령한 사실이 이를 대변한다. 

1999년 세계선수권 성적은 50위. 2001년 3월에는 협회장배 개인종별대회에서 법무법인 소속으로 출전한 30대 후반의 지도자에도 졌다. 병역특례를 위해 필요한 기간만 채우고선 운동을 바로 그만뒀다.

익명의 남성은 CBS라디오 김현정의 뉴스쇼와 가진 전화 인터뷰에서 “민우는 단골 고객이 많고 영업력이 좋아 ‘마담(팀장급 접대부)’이었다”고 증언했다. “2006년부터 1년 좀 못 미치게 고 씨와 함께했다”는 그는 “최순실을 손님으로 만나 애인관계로 발전한 뒤 '공사(접대부가 손님들에게 금전을 요구하는 행위)' 쳐 사업을 시작하지 않았겠느냐”고 말했다.

앞서 한겨레가 “최순실 씨와 고영태 씨가 20세 차임에도 반말을 섞어 대화를 나누는 사이”라 전한 터라 둘이 부적절한 내연관계가 아니냐는 시각이 힘을 받게 됐다. 고영태 씨는 2008년 가방 브랜드 빌로밀로를 설립, 드라마 협찬 등을 통해 브랜드 가치를 높였다. 2013년 당시 당선인 신분이던 박근혜 대통령이 빌로밀로 제품을 즐겨 들고 다녀 주목을 받았다.

▲ 취재진의 쏟아지는 질문에 잠시 눈을 감은 고영태 씨. 호스트바 마담, 마약, 사기, 국정농단까지. 고 씨의 인생2막은 최악으로 치닫고 있다. [사진=뉴시스]

고영태 씨는 K스포츠재단이 설립되기 하루 전 닻을 올린 최순실 씨의 개인회사 더블루K의 상무이사로 이름을 올리면서 국정농단에 개입했다는 의혹을 받았다. 지난달 19일 JTBC와 인터뷰에서 “최순실이 가장 좋아하는 게 대통령 연설문을 뜯어 고치는 것”이라며 “문제가 생길 때마다 애먼 사람을 불러다 혼낸다"고 말해 둘의 관계가 멀어졌음을 짐작케 했다.

지난달 31일 검찰 조사를 마친 고영태 씨는 더블루K의 재단 자금 유출 의혹에 대해 “그런 정황이 전혀 없으며 K스포츠재단에 대해서는 알지 못한다”고 말했다. “2012년 대통령 가방을 주문 제작하며 우연찮게 최순실 씨를 알게 됐다”고 주장한 그는 “나는 더블루K의 직원일 뿐이라 자세한 건 모른다. 검찰이 수사해서 판단할 것”이라고 책임을 회피했다.

최순실 사태의 중심에 서면서 고영태 씨의 불미스런 과거 행적들까지 낱낱이 밝혀지고 있다. 고영태 씨는 지난주 지인에게 코스닥 투자로 ‘대박’을 내주겠다며 8000만 원을 가로챈 혐의로 피소를 당해 강남경찰서에서 조사를 받았다. 2009년 4월 태국 방콕 클럽에서 엑스터시를 복용, 벌금 1500만원을 선고받은 사실 또한 세상에 알려졌다.

한때는 잘 나가던 체육인의 몹시 씁쓸한 인생2막이 아닐 수 없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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