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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단독] '거짓말 논란' 이규혁, "첫 단추 잘못 끼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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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단독] '거짓말 논란' 이규혁, "첫 단추 잘못 끼웠다"
  • 박상현 기자
  • 승인 2016.11.02 12:03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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격정토로 "처음 장시호 몰랐다는 얘기는 경황없어 한 얘기, 잘못 인정…선후배들과 재능기부 앞장선 것밖에 없어"

[스포츠Q(큐) 박상현 기자] "이젠 제가 무슨 말을 해도 변명만 하는 거짓말쟁이가 됐어요. 지금 상황에서 인터뷰하면 기자님이 저 죽이시는 거예요. 안하면 안될까요?"

휴대폰을 통해 들려온 이규혁 스포츠토토 빙상단 감독의 목소리는 갈라져 있었다. 수많은 언론의 인터뷰 요청에 지쳐있는 것이 분명했다. 힘도 없었다. 기자의 간곡한 요청에 "이것이 진짜 마지막"이라며 어렵게 인터뷰에 응했다.

이규혁 감독은 2일 스포츠Q와 전화 인터뷰를 통해 "다른 언론들과 인터뷰를 할 때마다 변명만 하는 거짓말쟁이가 됐다"고 말했다. 

▲ 한국동계스포츠영재센터 파문과 관련해 의심을 받고 있는 이규혁 감독이 "무슨 말을 해도 변명만 하는 거짓말쟁이가 됐다"고 아쉬움을 토로했다. 이규혁 감독은 "영재센터에 몸담은 것은 어린 선수들을 키우고 싶다는 뜻 하나밖에 없었다"고 밝혔다. [사진=스포츠Q(큐) DB]

자신이 말하려고 했던 의도와 다르게 인터뷰 기사가 나갔다는 것이 이규혁 감독의 주장이다. 그러나 그것을 말해봤자 또 다른 변명처럼 들릴 것이라며 울먹였다.

이규혁 감독은 한국동계스포츠영재센터와 관련돼 의심을 받고 있다. 국정을 농단한 최순실 씨의 언니인 최순득 씨 딸, 즉 최순실 씨 조카인 장시호 씨가 주도해 만든 한국동계스포츠영재센터의 전무이사로 참여한 것이 발단이 됐다.

그런데 이규혁 감독이 장시호 씨를 모른다고 말한 것이 첫 단추를 잘못 낀 것이 됐다. 이규혁 감독도 이에 대해 크게 후회했다.

"유진이(장시호 씨의 개명 이전 이름)를 전혀 몰랐다고 말한 것은 내 실수다. 단 한 번도 경험한 적이 없는 일이 내게 닥쳐 경황이 없었다. 주위에 있는 사람들에게도 유진이가 중학교 후배로 잘 알고 지낸 사이라고 얘기하고 다녔다. 운동만 알고 살아온 어리숙함이 죄라면 죄다."

또 하나는 스포츠토토 빙상단 감독직을 맡은 과정도 석연치 않다는 언론 보도가 나왔다. 한겨레는 지난 1일 보도를 통해 "이규혁 전무는 지난해 동계스포츠영재센터 설립을 주도하면서 장시호 씨와 긴밀하게 협력했고 이런 인연으로 스포츠토토 빙상단의 초대 감독을 맡았다"며 "선수에서 은퇴한 지 2년도 안된 이규혁이 부임하자 말들이 나왔다. 스포츠토토 빙상팀을 만든 배경에 김종 문화체육관광부 차관의 입김이 있었다는 의혹이 불거졌다"고 보도했다.

스포츠토토 빙상단 창단 과정과 이규혁 감독이 이끄는 과정은 충분히 의혹으로 제기할 수 있는 부분이다. 스포츠토토의 재정 상태가 좋지 않거니와 동계종목과는 큰 관련성이 없어 뜬금없이 빙상팀을 창단할 이유가 없다.

▲ 이규혁 감독이 자신이 이끌고 있는 스포츠토토 빙상단 창단식에서 깃발을 흔들고 있다. 이규혁 감독은 스포츠토토를 이끌어나가게 된 것에 대해 "초보 감독이지만 코치 생활을 하고 있었기게 제의를 마다하지 않았다"고 말했다. [사진=스포츠Q(큐) DB]

하지만 스포츠토토 관계자는 "스포츠토토의 수익금은 국민체육 진흥기금과 문화체육산업 지원, 공공체육시설 개보수 등 다양하게 쓰인다. 굳이 스포츠토토와 관련 없는 종목이라도 지원할 수 있다"며 "빙상팀에 대해 색안경을 쓰면 휠체어 테니스팀에 대해서는 어떻게 말할 것이냐"고 항변했다.

이에 대해 이규혁 감독 역시 억울함을 호소했다.

"갑작스럽게 감독이 됐다고 하는데 그렇다고 지도자 생활을 아예 하지 않은 것은 아니었다. 스포츠토토를 맡기 전에도 코치(서울시청)로 활약하고 있었다. 스포츠토토 빙상단을 맡지 않겠느냐는 제의도 있었고 이상화 등 잘 알고 지내는 후배들도 있었기에 기꺼이 승낙했다. 지도자 경험은 짧지만 감독으로서 충분히 능력을 발휘할 수 있다고 생각했다."

동계스포츠영재센터를 만든 과정도 석연치 않다는 얘기에 대해서도 자신의 입장을 전했다.

"어린 선수들을 키운다는 것이 매우 뜻깊은 일이라고 생각했다. 이 때문에 평소에 이 일을 하기 위해 돌아다녔다. 그 때 유진이가 함께 해보자고 제의했다. 거절할 이유가 없었다."

이규혁 감독을 잘 아는 빙상 감독 A 씨 역시 이규혁 감독이 동계종목 저변을 확대하는 일에 큰 관심을 가지고 있었다고 증언했다. 

A 씨는 "이규혁 감독이 어린 선수를 키우는 일에 적극적이라는 사실은 빙상계 사람들이라면 모두 잘 아는 일"이라며 "잘 아는 후배가 함께 일을 하자고 했으니 거부할 명분이 어디 있겠는가. 나도 참여하고 싶었지만 개인적인 일 때문에 같이 하지 못했다. 어린 선수들을 키우는 대의는 무시해서는 안되는 일 아니냐"고 말했다.

▲ 이규혁 감독은 언론과 인터뷰를 통해 어떤 말을 해도 자신을 믿어주지 않는다고 안타까움을 표시했다. 이규혁 감독은 "더이상 언론과 인터뷰는 하고 싶지 않다. 죄를 지었다면 달게 받겠다"는 격정을 토로했다. [사진=스포츠Q(큐) DB]

빙상계에 종사하고 있는 B 씨도 이규혁 감독의 입장을 이해했다. B 씨는 "지난달 29일, 30일에도 캠프 행사가 있어서 다녀와야 한다고 하더라. 오해받을 수 있다고 조언했는데도 '어린 선수들이 무슨 죄가 있느냐, 내가 해야 할 일'이라고 했던 사람이 이규혁 감독"이라고 말했다.

이규혁 감독은 자신이 변명만 하는 거짓말쟁이로 낙인이 찍혔다며 안타까운 심정을 드러냈다. 마지막까지도 기사가 안나갔으면 좋겠다는 말을 잊지 않았다.

"이미 몸과 마음은 만신창이가 됐어요. 이제 더이상 변명만 하는 거짓말쟁이가 되지 않기 위해서라도 언론과 인터뷰나 접촉은 그만하고 싶어요. 내가 만약 죄를 지었다면 달게 받겠습니다. 지금으로서는 그것밖에 말씀드릴 것이 없네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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