UPDATED. 2024-04-23 16:36 (화)
한국축구 체질 바꾸는 '슈틸리케 약속 축구'
상태바
한국축구 체질 바꾸는 '슈틸리케 약속 축구'
  • 박상현 기자
  • 승인 2014.10.11 10:15
  • 댓글 0
이 기사를 공유합니다

탄탄한 수비 강조, 무실점 승리 약속 이행…골 결정력 보완 과제 해결도 기대

[천안=스포츠Q 박상현 기자] 울리 슈틸리케(60) 감독의 '약속 축구'가 고질적인 한국 축구의 약점을 치유할 수 있을까. 슈틸리케 감독이 자신의 데뷔전에서 통쾌하고 짜릿한 승리를 엮어내면서 앞으로 가능성과 기대를 엿보게 했다.

슈틸리케 감독의 한국 축구대표팀은 10일 천안종합운동장에서 열린 파라과이와 국가대표팀 친선경기에서 김민우(24·사간 도스), 남태희(23·레퀴야)의 연속골 속에 탄탄한 수비 조직력을 자랑하며 2-0으로 이겼다.

슈틸리케 감독의 데뷔전이라는 점에서 파라과이전 승리는 여러 가지로 의미가 크다. 그러나 무엇보다도 슈틸리케 감독이 지난 7일 첫 훈련 이후 선언했던 약속이 그대로 맞아 떨어졌다는 점에서 강한 신뢰까지 쌓았다는 부수적인 효과도 있다.

▲ [천안=스포츠Q 최대성 기자] 신임 울리 슈틸리케 한국 축구대표팀 감독이 10일 충남 천안종합운동장에서 벌어진 파라과이와 A매치 평가전 하프타임에 팬들에게 손을 흔들어 인사하고 있다.

슈틸리케 감독은 경기 전날인 9일 공식 기자회견에서 "공격을 잘하면 경기에서 승리하지만 수비를 잘하면 대회에서 우승한다는 격언이 있다. 그만큼 수비가 중요하다"며 "파라과이전에서 무실점 경기를 한다면 수비 조직력의 안정감을 대변해주는 일이 될 것"이라고 말했다. 파라과이전 무실점에 대한 약속의 표현이었다.

그리고 이는 그대로 경기장에서 나타났다. 전반에는 파라과이의 공격이 단 1개의 슛에 그쳤고 후반에는 위기에 몰리면서도 수비의 집중력과 함께 골키퍼 김진현(27·세레소 오사카)의 선방까지 더해져 단 한 골도 내주지 않았다. 슈틸리케 감독의 '무실점 약속'이 그대로 지켜졌다.

또 슈틸리케 감독은 "파라과이전을 통해 얻고자 하는 목표는 승리와 팬들을 설득시키는 것이다. 시간은 짧았지만 이틀 동안 훈련한 것을 실전에서 모두 보여주고 싶다"며 "매력적이로 활동적인 모습을 보인다면 축구 팬들도 다시 우리와 함께 호흡해줄 것"이라고 말했다.

이 역시 슈틸리케 감독의 말처럼 됐다. 전반에 나온 2골 과정에서 이청용(26·볼턴 원더러스)의 발 끝에서 시작한 플레이는 창의적인 축구라고 해도 과언이 아닐 정도로 아름다웠다. 몇몇 장면은 오프사이드로 잡히긴 했지만 파라과이의 허를 찌르는 패스는 한국 축구도 얼마든지 창의적인 축구를 할 수 있다는 자신감마저 갖게 했다. 그리고 한 장면, 한 장면마다 2만5000여 관중들은 환호성을 보냈다.

▲ [천안=스포츠Q 최대성 기자] 울리 슈틸리케 감독이 10일 천안종합운동장에서 열린 파라과이와 평가전에서 선수들에게 작전 지시를 내리고 있다.

슈틸리케 감독은 이전 외국인 지도자와 성격이 약간 다르다.

가장 성공한 외국인 지도자로 꼽히는 거스 히딩크(68) 감독도 2002년 한일 월드컵을 1년여 앞두고 데려왔다. 한일 월드컵에서 좋지 않은 성적으로 망신을 당할까 두려워 대표팀의 전력을 끌어올리기 위한 최후의 방편으로 선택했던 지도자였다.

히딩크 감독은 K리그까지 미뤄지는 전폭적인 지원 속에 대표팀을 마치 자신의 클럽처럼 만들어내며 조직력을 강화했다. 히딩크 감독은 한국 축구에게 압박 축구라는 새로운 화두를 던져줬지만 대표팀이나 한국 축구의 근본적인 문제인 수비나 골 결정력에 대해서는 해결책을 제시해주지 못했다.

이후 움베르투 쿠엘류(64) 감독이나 요하네스 본프레레(68) 감독, 딕 아드보카트(67) 감독, 핌 베어벡(58) 감독 등이 대표팀을 거쳐갔지만 중도에 하차하거나 단기 목적으로 데려왔기 때문에 큰 성과를 거두지 못했다.

이전 외국인 지도자가 '단기 속성 과외 선생님'이었던 이전 외국인 지도자와 달리  슈틸리케 감독은 대한축구협회가 장기적인 계획을 가지고 영입한 첫 외국인 지도자다. 계약기간은 2018년 러시아 월드컵까지이긴 하지만 4년이란 시간이 이전 외국인 지도자와 비교했을 때 짧은 것도 아니다. 충분히 자신의 색깔을 입혀낼 수 있는 시간이다.

▲ [천안=스포츠Q 최대성 기자] 울리 슈틸리케 감독이 10일 천안종합운동장에서 열린 파라과이와 평가전에서 교체돼 벤치로 들어오는 주장 기성용을 안아주고 있다.

슈틸리케 감독은 이 4년이란 시간을 한국 축구의 문제점과 약점을 치유할 수 있는 기간으로 잡았다.

그리고 그는 "수비를 집중적으로 훈련한 것은 집을 지을 때 기초를 탄탄하게 다지는 것과 비교할 수 있다"며 강한 수비 조직력을 그 첫번째 해결과제로 꼽았다. 파라과이 공격력이 이전만 못했다고는 하지만 브라질 월드컵에서 봤던 허술한 수비의 모습은 찾아볼 수 없었다.

슈틸리케 감독은 강한 수비 조직력이라는 자신의 첫 약속을 꾸준히 지켜가며 또 다른 한국 축구의 문제점에 메스를 댈 것이다.

그는 골 결정력 부족을 해결해 이기는 경기를 해야 한다고 공언했다. 파라과이전에서도 첫 슛과 두번째 슛이 모두 파라과이 골망을 흔들며 이전과 비교했을 때 높은 결정력을 보여주긴 했지만 슈틸리케 감독의 성에는 차지 않는다. "6-3으로 이겼어야 할 경기가 2-0이 됐다"는 말로 수비에서는 만족감을 드러냈으면서도 정작 공격에서는 100%가 아니라는 것을 간접적으로 시사했다.

이런 점에서 슈틸리케 감독의 다음 목표는 골 결정력 높이기가 될 가능성이 높다. 파라과이전에서 보여줬던 공격 일선에 있는 선수들의 계속된 스위칭이 골 결정력을 높이는 방편으로 풀이된다.

슈틸리케 감독은 공격진의 원활한 자리 바꿈을 통한 전술의 변화와 완성도를 더욱 높이는 쪽으로 훈련을 진행시킬 것으로 기대된다.

▲ [천안=스포츠Q 최대성 기자] 울리 슈틸리케 감독(왼쪽에서 두번째)이 10일 천안종합운동장에서 열린 파라과이와 평가전 시작 직전 신태용 코치(왼쪽) 등 코칭스태프와 어깨동무를 하고 있다.

tankpark@sportsq.co.kr

도전과 열정, 위로와 영감 그리고 스포츠큐(Q)


주요기사
포토Q