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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포럼현장Q] 100년 이어온 한국 체육, 미래 키워드는 '자립성'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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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포럼현장Q] 100년 이어온 한국 체육, 미래 키워드는 '자립성'
  • 안호근 기자
  • 승인 2016.11.14 21:5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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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스포츠Q(큐) 글·사진 안호근 기자] 1920년 조선체육회 창립 후 96년이 흘렀다. 한국 체육은 어떻게 흘러왔고, 앞으로 100년은 또 어떻게 이끌어가야 할지를 모색하는 담론의 장이 열렸다.

14일 국회 의원회관에서 이우현 새누리당 의원이 주최하고 한국스포츠문화재단이 주관한 ‘대한민국 체육 함께 한 100년! 함께 할 100년!’ 주제의 학술세미나가 개최됐다.

이연택 대한체육회 명예회장과 제프리 존스 법무법인 김앤장 고문 변호사, 최동철 스포츠 대기자, 유정애 중앙대 교수, 이광훈 강원대 교수, 신문선 명지대 교수가 참석해 한국 스포츠가 걸어온 길과 경쟁력, 나아갈 방향에 대한 의견을 나눴다.

▲ 14일 이우현 새누리당 의원이 주최하고 한국스포츠문화재단 주관한 '대한민국 체육 함께 한 100년! 함께 할 100년' 학술세미나에서 최동철 대기자(왼쪽부터), 신문선 명지대 교수, 제프리 존스 법무법인 김앤장 변호사, 유정애 중앙대 교수, 이광훈 강원대 교수가 지정 토론에 앞서 사회자의 설명을 듣고 있다.

대한체육회 회장과 국민체육진흥공단 이사장을 역임하기도 한 이연택 명예회장은 ‘대한민국 체육 100년의 단상’에 대한 주제발표를 통해 일제 때인 1920년 자발적으로 조선체육회가 수립됐던 정신에 주목했다.

이연택 명예회장은 “한국의 체육은 창립 때부터 민간조직이 중심이 돼 이끌어 왔다. 스포츠는 정치적, 경제적, 종교적인 영향을 받아서는 안 된다. 정부의 간섭으로부터도 자유로워야 한다”며 “조선체육회 창립 당시부터 스포츠 지도자들이 그것을 파악했고 취지문에 그것이 반영됐다”고 말했다.

자주적인 색깔을 갖추고 자발적인 힘을 키우는 게 중요하다는 취지였다. 이 명예회장은 “재정적인 지원을 받는 것이 먼저가 아니다”라며 “자립 노력이 모자란 것이 문제다. 정권이 교체될 때마다 외부의 지나친 간섭이 체육인의 위상과 긍지를 손상시키는데, 이를 극복하기 위해 자율적, 자립적인 체육회가 될 수 있도록 준비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또 이 명예회장은 “고종 황제는 지덕체( 智德體)가  아니고 체덕지라고 말했다. 하지만 지금은 학교 교육에서도 체육이 가장 뒤로 밀려 있다. 청소년 교육의 문제점이 거기서부터 오고 있다”며 학교 교육에서 체육이 등한시되고 있는 점도 지적했다.

존스 고문변호사는 운동선수를 꿈꾸는 학생들에게 부모들과 사회가 너무 이른 시점에 결정을 강요한다는 점을 문제삼았다. 존스 변호사는 “부모들이 자녀에게 선택권을 주지 않고 공부냐 스포츠냐 둘 중에 선택을 강요한다”며 “플랜 B에 대해서도 생각해야 한다. 운동선수로서 크게 성공하는 확률은 1%도 되지 않는다”고 밝혔다.

이와 같은 상황을 극복하기 위한 방법으로 미국 교육 시스템을 예로 들었다. 존스 변호사는 “새로운 패러다임이 필요하다. 미국 대학 체육협회의 정책은 고등학교에서 학업 자격조건을 갖춘 선수들에게만 운동선수로서 대학 진학을 허락한다”며 “평균학점 유지, 주요 수업 참여 등은 필수”라고 말했다.

▲ 14일 '대한민국 체육 함께 한 100년! 함께 할 100년' 학술세미나에서 이연택 대한체육회 명예회장이 주제 발표를 하고 있다.

이를 통해 학업과 운동을 균형감 있게 성취할 수 있고 좀 더 신중한 선택을 할 수 있게 된다는 것. 학생 선수들이 경기 중에 부상을 당해 운동을 포기하게 되더라도 학업으로 돌아가는데 큰 어려움을 경험하지 않을 수 있다는 것이다.

존스 변호사는 “너무 엘리트 체육 중심으로 가는 것도 반대”라며 “엘리트 교육을 위주로 한다면 올림픽에서 금메달 한두 개를 더 따낼지 모르지만 사회적 부담이 커진다. 그것보다는 대다수의 국민을 위주로 가는 것이 좋다”고 강조했다.

최동철 스포츠 대기자는 ‘한국 스포츠 96년 역사 속에 국격과 사회통합’에 대해 발표하며 “한국 스포츠계의 국격을 높인 것은 두말할 것 없이 피겨스케이팅의 김연아”라며 “2010년 밴쿠버 동계올림픽에서 금메달을 땄을 때 경제효과가 5조 원에 달했다. 평창 동계올림픽 유치과정에서도 김연아의 프리젠테이션이 큰 역할을 했다”고 전했다.

하지만 이러한 선수들에 대한 처우가 제대로 되지 않고 있다고 지적했다. 그는 “수영 불모지에서 올림픽 금메달을 따냈던 박태환을 리우에 보내지 않으려 했다는 것은 96년 역사에 오점이라고 생각한다”며 “이중처벌 금지 규정이 명시돼 있는데 보내지 않으려고 법정 공방까지 벌였다”고 말했다.

최 기자는 국격을 높인 스포츠 스타로 골프의 박세리, 박인비, 프로권투의 홍수환, 축구의 차범근, 박지성 등을 언급하며 “스포츠인에 대한 복지에도 신경을 써야 한다. 나라의 위상을 높인 체육인들의 복지에도 신경을 써야 한다”고 주장했다.

유정애 중앙대 교수는 “제4차 산업혁명이 대한민국 체육 교육의 큰 기회가 될 것”이라며 이를 위해 “교육 생태계를 회복해야 한다”고 말했다.

이어 “기존에 학교 체육과 생활 체육, 엘리트 체육이 분리돼 있었다면 이제는 학교 체육이 생활 체육과 엘리트 체육의 가교 역할을 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 '대한민국 체육 함께 한 100년! 함께 할 100년' 학술세미나에서 최동철 대기자가 발제를 하고 있다.

기존에 학교 체육에 국한됐던 것을 교육서비스기반의 체육으로 전환해야 한다며 한국 체육의 공적 가치인 교육적 가치, 문화적 가치, 통합적 가치, 글로벌 가치 중 교육적 가치에 너무 소홀히 했다는 점을 지적했다.

존스 변호사와 마찬가지로 체육 교육의 중심이 운동선수 발굴에만 있어서는 안된다는 점을 강조했다. 유 교수는 “체육 교육이 엘리트 선수 발굴에만 신경 쓰는 것이 아니라 다양한 목적을 위해 교육을 해야 한다”고 힘주어 말했다.

이광훈 강원대 교수는 기존 한국 체육이 1988 서울 올림픽 패러다임에서 2018 평창 올림픽 패러다임으로 변화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이광훈 교수는 “서울 올림픽은 체육 담당부처 신설, 국민 생활체육 활동 확산, 체육계 발전 기여 등 밝은 면이 있지만 집권화, 정부 주도 행정, 실적주의를 통해 체육계의 자율성을 저하시키기도 했다”고 말했다.

이어 “이제는 평창 올림픽을 준비하며 패러다임을 바꿀 필요가 있다”며 “집권화에서 분권화로, 전인적 체육인을 양성을 내실화하고 국민의 건강과 행복을 추구하는 것”이라고 전했다.

▲ '대한민국 체육 함께 한 100년! 함께 할 100년' 학술세미나에서 신문선 명지대 교수가 발제를 하고 있다.

서울 하계올림픽이 성장기의 올림픽이었다면 평창 동계올림픽은 불황기의 올림픽이라며 평창 올림픽을 치른 후 발생하는 적자에 대해서도 누가 책임을 질 것인지 명확하게 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이 교수는 “적자폭을 줄이고 장기적으로 흑자로 나아가기 위해서는 시설 등에 대한 사후활용 계획이 반드시 필요하다”며 “평창 올림픽 유산 관리 조직의 신설도 필수”라고 덧붙였다.

마지막으로 신문선 명지대 교수는 대한체육회 스폰서십을 위한 마케팅 전략에 대해 발표했다. 신문선 교수는 “1984년 LA 올림픽 이전까지 대부분이 개최비용의 90% 이상을 정부에 의존했다면 이후에는 스폰서십 등을 통한 자립도를 키워가고 있다”며 “그럼에도 평창 올림픽은 여전히 정부에 절대적인 도움으로 준비되고 있다”고 꼬집었다.

1994년 나가노 동계올림픽 이후 2016 리우 올림픽까지 10회 연속 올림픽을 후원하고 있는 삼성전자의 예를 들며 올림픽 후원이 실제 매출 상승으로 이어진다는 점을 강조했다. 하지만 국내 체육계에는 아직 이런 체계가 잡히지 못했다는 것.

신 교수는 “대한체육회는 정부로부터 4000억 원 이상의 재정 지원을 받는다. 전체 예산의 95% 이상”이라며 “체육인들 갈등 문제에도 가장 큰 비중은 예산 문제로부터 발생한다”고 덧붙이며 자립할 수 있는 여건을 만들어야 한다고 밝혔다.

이어 “대한체육회는 정부 지원이 절대적이다보니 낙하산 인사들이 많다”며 “그렇기 때문에 대한체육회가 정부로부터 자유롭지 못한 것이다. 상업성을 어떻게 발전시킬 것인가에 대한 생각이 확실한 사람들이 체육회를 맡아야 한다”고 밝혔다.

[취재 후기] 한국 체육은 일제강점기 속에서도 강한 열망으로 토대를 다졌다. 하지만 어느 순간 정부의 도움 없이는 자생할 수 없을 것 같은 무기력한 대한체육회가 돼 버렸다. 대한민국을 발칵 뒤집어놓은 ‘최순실 게이트’에 체육계가 뿌리 깊게 관여된 것은 어쩌면 스스로는 힘을 쓸수 없는 자립성 부재 때문일지도 모른다. 더 이상 한국 체육이 정치적으로 이용당해서는 안 된다. 이를 위해 대한체육회를 비롯한 체육 단체들의 자생력 키우기가 우선 목표가 돼야 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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