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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SQ포커스] 김종 장시호를 바라보는 체육인들, 진정 봄은 올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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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SQ포커스] 김종 장시호를 바라보는 체육인들, 진정 봄은 올까?
  • 박상현 기자
  • 승인 2016.11.19 11:08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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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순실 중심으로 한 거대 스포츠 비리에 배신감…'비정상의 정상화' 한목소리

[스포츠Q(큐) 박상현·이세영·민기홍 기자] "대한민국 스포츠계에 겨울이 찾아온 것 같아요. 그것도 그냥 겨울이 아니라 살을 에는 듯한 혹독한 겨울입니다. 그런데 알고 보니 누구는 따뜻한 아랫목에서 호의호식하고 있었네요. 우리 스포츠계에도 진정 봄은 올까요?"

스포츠 현장에서 구슬땀을 흘리고 있는 수많은 체육인들은 몹시 춥다. 을씨년스러운 늦가을 바람 때문에 몸이 추운 것이 아니라 마음이 춥다. 그동안 어려운 상황과 여건 속에서도 묵묵하게 땀을 흘려왔는데 알고 보니 스포츠계에도 ‘금 수저’ 아니 '다이아몬드 수저'와 흙 수저가 존재하고 있었다. '비선실세' 최순실 씨, 그의 조카 장시호 씨, 그리고 김종 전 차관이 자행한 스포츠계 농단을 보면 그렇다.

'체육 대통령'으로 불렸던 김종 전 문화체육관광부 제2차관에게 17일 구속 영장이 청구되고 그의 비호 아래 한국동계스포츠영재센터를 만들어 정부 예산까지 타내고 이권을 챙기려 했던 의혹을 받고 있는 장시호 씨도 18일 검찰에 전격 체포됐다.

김종 전 차관과 장시호 씨의 검찰 조사를 바라보는 체육인들의 마음은 착잡하다. 스포츠만큼은 그래도 공정하고 땀을 흘린 만큼 보상을 받는다고 생각해왔는데 최순실 게이트를 통해 드러난 추악한 모습은 스포츠인들을 허탈감과 분노로 몸서리치게 하고 있다. 

◆ 김종 장시호를 보는 시선, "비정상의 정상화라더니, 스포츠의 가치를 도둑맞았다" 분통

김종 전 차관은 그동안 스포츠 현장에서 일어나는 비정상적인 구태를 정상화시켜야 한다고 부르짖었다. 이 때문에 스포츠 4대악을 척결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스포츠인들은 스포츠 현장을 '악의 뿌리'로 규정한 것이 언짢았지만 그래도 4대악을 척결한다고 하니 따랐다.

스포츠 산업분야에서 연구를 하고 제자들을 길러왔던 김종 전 차관이었기에 그의 검찰 출석은 허탈감을 넘어 배신감을 느끼게 한다. 어느 선수의 명언처럼 '땀은 절대로 배신하지 않는다'고 믿어왔지만 그것이 아니었다는 것이 밝혀진 순간 분노와 좌절감은 이루 말할 수 없다.

게다가 스포츠산업을 미래의 성장산업으로 꼽았던 박근혜 정부였기에 최순실 게이트를 중심으로 한 스포츠 계 전반에 걸친 비리와 전횡은 배신과 분통 그 자체다.

이미 스포츠와 관련한 대학교수와 언론인, 그리고 체육인들은 '체육계 시국선언'을 통해 최순실 게이트와 관련해 박근혜 대통령의 하야와 함께 평창 동계올림픽과 관련해 각종 비리를 조사해달라고 촉구했다. 사무총장으로서 빙상 스타들을 동계스포츠재단으로 규합해 스포츠계의 이권을 노린 정황이 드러나고 있는 장시호 씨에게도 엄격한 수사가 이뤄져야 한다는 주장이다.  

스포츠 현장의 모든 사람들은 이구동성으로 김종 전 차관과 장시호 씨의 검찰 조사를 계기로 비정상적이었던 정책이 하루라도 빨리 제자리를 찾기를 바라고 있다.

세계유도 명예의 전당에 오른 전기영 용인대 교수는 "김종 전 차관을 중심으로 '비정상의 정상화'를 부르짖더니 스포츠의 가치를 송두리째 훔쳐갔다"며 "체육계 비리 척결을 명분으로 아무 죄가 없거나 조그만 잘못을 저지른 사람들이 모두 스포츠계에서 쫓겨났다. 이 때문에 피해를 보거나 파탄이 난 사람도 적지 않다"고 주장하며 깊은 한숨을 내쉬었다.

임오경 서울시청 여자핸드볼팀 감독은 "스포츠를 개인 돈벌이 수단으로 삼은 것에 대해 분노를 느낀다. K스포츠재단이라고 스포츠를 연계시킨 것부터가 기분이 나쁘다"고 목청을 돋운 뒤 "아마추어 팀들이나 감독들은 아직도 배고프다. 100만, 200만 원의 예산을 더 따내려고 머리를 싸매는데 누구는 35억 원을 챙기고 있었다니 어이가 없다. 그리고 정유라 씨가 무슨 선수냐, 레저를 즐긴 것이지"라고 분통을 터뜨렸다.

장시호 씨가 실소유한 동계스포츠영재센터에 예산을 특혜 배정했다는 의혹도 받고 있는 김종 전 차관을 중심으로 한 문체부의 전횡에 대해 일침을 가한 스포츠인도 있다. 특히 체육인재육성재단이 순식간에 사라져 한국스포츠개발원에 편입된 것에 대한 아쉬움을 토로하기도 한다. 여자프로농구 아산 우리은행에서 뛰었던 김은혜는 "체육인재육성재단의 혜택을 가장 많이 받은 수혜자로서 재단이 없어진 것이 너무나 아쉽다"고 토로했다.

최순실 씨가 K스포츠재단을 만들더니 그의 조카 장시호 씨는 동계스포츠영재센터를 만들어 신생법인이면서도 정부 예산을 받아내는 등 체육계를 농단한 데 대해서도 비난의 목소리는 끊이지 않는다.

정은순 KBSN 농구해설위원은 "스포츠인들은 말로만 피땀을 흘리는 것이 아니다. 큰 소리도 내지 못하는 쪽에서 몸으로만 죽기 살기로 살아가는 사람들"이라고 현장의 상황을 전한 뒤 "공부를 제대로 하지 못하는 그 시간을 땀으로 충족시키기 위해 노력하는데 목소리를 내지도 못하게 하고 오히려 죽이는 것은 너무 잔인하지 않느냐"고 안타까움을 표했다.

▲ 김종 전 문화체육관광부 차관(오른쪽)은 2014년 스포츠 4대악 합동수사반과 신고센터를 만들면서 스포츠 4대악 척결을 부르짖었지만 정작 자신이 비리의 몸통이 되어 검찰에 출석하는 사태를 맞았다. 사진은 스포츠 4대악 신고센터 출범식에 참석한 김종 전 차관. [사진=스포츠Q(큐) DB]

◆ 김종 장시호의 농단 이후, 스포츠계에도 봄은 찾아올까요? 그래도 희망 걸어보는 체육인

배드민턴 남자단식 국가대표 손완호(김천시청)는 "비리 때문에 말이 많이 나온다. 앞으로 스포츠 현장에서 돌아가는 것도 투명해져야 한다"며 "무엇보다도 선수들이 은퇴한 이후 진로에 대한 대책이 미흡하다. 지도자 수업 등 미래에 대해 조금 더 신경을 쓰는 풍토가 만들어졌으면 좋겠다"는 의견을 제시했다.

훈련비가 없어 동계훈련도 하지 못하고 있다는 박시헌 복싱 대표팀 감독도 "이번 일을 교훈삼아 한국 스포츠가 더욱 발전하는 계기가 됐으면 좋겠다"며 "예전처럼 체육부가 따로 독립이 되어 체육발전에 예산이 많이 쓰였으면 좋겠다. 대한체육회도 독립하는 게 맞다"고 밝혔다.

김종 전 차관, 장시호 씨의 스포츠계 농단에 분개하면서해 익명을 요구한 레슬링 A 감독은 "엘리트 체육에 대한 관심이 중요하다. 앞으로 많은 관심을 가져주면서 저변 확대에 신경을 써줬으면 좋겠다"고 밝혔다.

임오경 감독도 "벌써부터 스포츠와 관련한 예산이 깎인다는 얘기가 나돌고 있다"며 "최순실 씨와 관련한 것만 깎으면 될 텐데 왜 도매금으로 전체 스포츠예산이 삭감된다는 것인지 알 수 없다. 보이지 않는 곳에서 열심히 훈련하는 선수들까지 더 고생하게 될 것 같다"고 걱정했다.

정은순 위원은 "스포츠가 너무나 관심 밖으로 밀려나있어 안타깝다. 경제가 어려워지니 여유가 없고 관중이 줄어들었다. 여유가 있어야 스포츠에도 관심을 가져주는데 아쉽다"며 "앞으로 선수 등 체육인들도 목소리를 낼 수 있을 정도로 정치나 사회 문제에 관심을 가져야 한다고 생각한다. 그래야 변할 수 있다. 시키는 대로 하는 것은 안 되고 지도자나 선수들이 목소리를 낼 수 있는 풍토가 만들어졌으면 좋겠다"고 속마음을 털어놓았다.

야구인 출신의 최익성 저니맨 야구육성사관학교 대표는 "위기 뒤에는 기회가 온다. 어중간하면 뭐가 맑고 썩었는지 분간이 안 되는데 이렇게 비리가 밝혀졌으니 차라리 잘됐다"며 "수십년 걸쳐 고쳐지지 않았던 관행이나 줄타기 문화도 사라지길 희망한다. 모든 것이 무너졌지만 오히려 새로운 생명이 나올 수 있다. 한국 스포츠를 새롭게 만들자"는 의견을 내놨다.

다수의 체육인들은 “최순실 장시호 김종 등의 체육계 농단으로 스포츠 현장은 꽁꽁 얼어붙었다”고 현 상황을 전한 뒤 “희망의 싹을 다시 틔우기 위해선 모든 체육인들이 한마음 한뜻이 되어 진정한 '비정상의 정상화'를 이뤄내야 한다. 지금처럼 희망을 잃어버린다면 한국 스포츠는 그대로 붕괴될 수밖에 없다”고 강조했다.

'스포츠 대통령'으로까지 불리며 무소불위의 권력을 휘둘렀던 김종 전 차관의 농단, 최순실 딸 정유라 씨와 최순실 조카 장시호 씨에 대한 특혜 등에 대한 철저한 조사와 처벌을 촉구하는 체육인들의 목소리를 점점 높아져만 간다. 그것이 바로 체육계를 바로 세우는 길이라는데 공감대를 이루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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