UPDATED. 2024-03-29 08:54 (금)
[단독] 박태환 협박, '김종 라인' 대한체육회 장악 시나리오 일부였다
상태바
[단독] 박태환 협박, '김종 라인' 대한체육회 장악 시나리오 일부였다
  • 박상현 기자
  • 승인 2016.11.19 19:05
  • 댓글 0
이 기사를 공유합니다

대한체육회 통합 과정서 자체 TF팀 가동, 김정행 전 회장 무력화…박태환 회유-겁박 시도

[스포츠Q(큐) 박상현 기자] '마린보이' 박태환(27)에 대해 김종 전 문화체육관광부 제2차관이 기업 스폰서를 들먹이며 회유와 협박을 한 사실이 19일 SBS 보도로 드러나 비상한 관심을 끌고 있다.

그러나 이러한 박태환 협박 시도는 빙산의 일각에 지나지 않는다. 실제로는 박태환을 희생양 삼아 대한체육회를 김종 전 차관의 사조직으로 만들기 위한 시도가 있었던 것으로 밝혀졌다.

박태환에게 리우데자네이루 올림픽에 나가지 말 것을 종용하고 말을 듣지 않을 경우 불이익을 주겠다는 김종 전 차관의 박태환 협박 소식은 체육계에서는 더이상 놀랄만한 사실이 아니다.

대한체육회와 국민생활체육회를 통합하는 과정에서 이미 김종 전 차관을 중심으로 한 '김종 라인' 또는 '한양대 라인'이 대한체육회를 장악하고 사조직화하려는 시도가 있었다는 증언이 체육계 곳곳에서 흘러나오고 있기 때문이다.

대한체육회 내부 사정에 밝은 관계자는 스포츠Q와 전화 인터뷰를 통해 "김종 전 문체부 차관의 스포츠 농단은 어제오늘의 일이 아니었다"며 "그래도 교수(한양대) 출신으로 스포츠 산업에 대해 이론에 해박하고 현장 실무에도 능숙해 기대를 걸었는데 차관이 되고 보니 한국 스포츠를 좌지우지하려는 여러 작업을 시도했다"고 폭로했다.

이는 대부분 스포츠 현장 실무자들의 말을 들어도 같다. 스포츠 4대악 신고센터를 만든 것도 스포츠 현장에 만연된 인권침해와 폭력을 퇴출하기 위한 큰 그림보다 자신의 말을 듣지 않는 관계자들에게 굴레를 씌워 쫓아내기 위한 목적으로 만들었다는 편이 어울린다는 것이다.

익명을 요청한 올림픽 메달리스트 출신 유도 관계자는 "대표팀 감독과 코치들이 비리 혐의로 적발돼 사직했을 당시 김종 전 차관이 자신의 말을 듣지 않는 이유로 협박하고 비리를 부풀렸다는 얘기가 있었다. 아마 박태환도 마찬가지였을 것"이라며 "비리를 옹호하는 것이 아니고, 사실보다 너무 크게 부풀려져 체육 현장에서 힘을 잃었다는 것이 문제"라고 주장했다.

국정을 농단한 비선실세 최순실 씨를 비롯해 최순실 씨의 조카 장시호 씨를 중심으로 한 '최순실 스포츠 게이트'도 마찬가지다. 한국동계스포츠영재센터를 설립하는 과정에서 강릉시청 감독직을 제의받은 김동성 전 코치가 한국에서 쇼트트랙 일을 하지 못하는 것만 봐도 그렇다. 김종 전 차관이나 최순실 씨, 장시호 씨의 제의를 거절하면 곧바로 스포츠 현장에서 밀려났다는 것을 의미한다.

종목별 단체에 대한 예산과 훈련비 집행을 문체부가 직접 집행하게 된 것도 김종 전 차관의 대한체육회 장악 시나리오 가운데 하나다. 지난해 4/4분기부터 문체부가 직접 예산을 집행함으로써 대한체육회를 사실상 종목 단체의 연합회 정도로 격하시켰다는 것이 관계자의 주장이다.

박태환 협박 역시 이런 일련의 과정이었다. 다만 달랐던 것은 박태환을 협박했음에도 쫓아내지 못했다는 것이다. 

대한체육회 관계자는 "김정행 전 회장은 박태환의 출전에 대해 긍정적이었다. 이미 대한체육회의 대표 선수 선발 규정이 국제올림픽위원회(IOC)가 금지하는 이중 처벌이기 때문에 없애야 한다는 생각을 갖고 있었다"며 "그러나 김종 전 차관을 비롯한 김종 라인이 이 규정의 개정조차 하지 못하도록 막았다. 이 때문에 박태환의 대표선수 선발을 두고 너무나 많은 시간을 허비했다. 사실상 김정행 전 회장은 대한체육회 통합 이후 실권을 잃었던 상황이었다"고 증언했다.

대한체육회 통합 과정도 마찬가지였다. 대한체육회와 국민생활체육회의 순수한 자발적인 통합이 아니었다는 것이다. 이 관계자는 "통합을 빨리 하려는 목적이었는지는 모르겠지만 대한체육회와 국민생활체육회 통합 과정은 결코 순수하게 보이지 않았다. 문체부에서 계속 밀어붙였다"며 "올림픽공원 내 소마 미술관 지하에 별도의 태스크포스 팀을 두고 문체부가 통합을 진두지휘했다"고 말했다.

이어 "대한체육회 통합 뒤에는 김종 전 차관이 직접 조영호 대한체육회 사무총장을 자리에 앉혔다"며 "박태환의 대표선수 선발 문제를 놓고 대한체육회의 입장을 말했던 것은 김정행 전 회장이 아니라 조영호 사무총장이었다. 조영호 사무총장은 김종 전 차관의 선배로 통합 대한체육회의 실세였다"고 덧붙였다.

또 대한체육회와 국민생활체육회의 통합 과정 역시 일대일 통합으로 고수하다보니 두 단체 사이의 알력 다툼까지 생겨났다는 것이 관계자의 주장이다.

이 관계자는 "대한체육회와 국민생활체육회는 통합 이전만 하더라도 같은 급 직원의 급여도 크게 차이가 났다. 또 같은 급이라고 하더라도 대한체육회가 더욱 인력 적체가 되어 있었기 때문에 경력이 높은 직원이 대다수였다"며 "그런데 통합 직전 국민생활체육회의 급여를 대한체육회의 수준에 맞춘다며 최고 2배까지 인상하는 돈잔치를 벌였다. 이 과정에서 적지 않은 혈세와 비자금이 동원됐을 것이다. 이 부분에 대한 수사와 조사도 반드시 이뤄져야 한다"고 밝혔다.

박태환 협박은 김종 전 차관 라인의 대한체육회 장악 시나리오의 일환으로 드러나고 있기 때문에 이에 대한 검찰 수사도 더욱 중요해지고 있다.

도전과 열정, 위로와 영감 그리고 스포츠큐(Q)

관련기사

주요기사
포토Q