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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포럼현장Q] 김종 전 차관 농단에 길 잃은 스포츠산업 '쿼바디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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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포럼현장Q] 김종 전 차관 농단에 길 잃은 스포츠산업 '쿼바디스'?
  • 박상현 기자
  • 승인 2016.11.25 10:49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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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부주도 스포츠산업 융성 드라이브에 반성…"모든 스포츠산업 정책이 부정돼선 안돼" 목소리

[스포츠Q(큐) 글 박상현·사진 최대성 기자] 107번째 스포츠산업포럼에서는 긴장감과 함께 자괴감이 넘쳐났다. 스포츠산업을 박근혜 정부의 창조경제와 연계시켜 강력한 드라이브를 걸었던 김종 전 문화체육관광부 제2 차관의 농단이 속속 드러나면서 구속된 이후 열린 스포츠산업포럼이었기에 더욱 그랬다.

참석자들을 비롯해 패널들의 얼굴에는 그늘이 드리워졌다. "위기는 곧 기회"라는 다소 구태의연한 교훈을 되씹으며 방향을 잃은 스포츠산업정책을 재정비하고 발전의 길을 계속 걸어가야 한다는데 의견이 모아졌다.

▲ 서울 올림픽파크텔에서 24일 열린 스포츠산업포럼 '스포츠산업, 어떻게 될 것인가'에 참석한 패널들이 김종 전 차관 이후 한국의 스포츠정책 방향에 대해 토론하고 있다.

24일 서울 올림픽파크텔에서 열린 스포츠산업포럼의 주제는 '스포츠산업, 어떻게 될 것인가'였다. 앞서 벌어진 106차례의 스포츠산업포럼 주제와 확연하게 달랐다. 그야말로 위기감이 묻어났다.

한남희 고려대 국제스포츠학부 교수의 사회로 진행된 이날 포럼에서 김도균 경희대 체육대학원 스포츠산업경영 주임교수는 "스포츠산업 발전의 저해 요인 가운데 가장 많은 의견이 바로 정부의 제도 규제나 지원 미흡"이라며 "정부의 지원이나 제도 개선을 통한 규제 완화는 스포츠산업 발전에 중요한 부분을 차지하는 것은 분명하다"고 밝혔다.

이어 "하지만 이보다 더 중요한 것은 선수를 기초 단계에서 잘 육성하고 스포츠산업에 다양성을 불어넣어야 한다. 지금까지 기술 위주로 스포츠산업 정책이 이뤄져왔는데 앞으로는 사회, 정치, 경제 등이 어우러지는 다양성을 추구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또 김도균 교수는 "김종 전 차관 같은 한 개인의 정책적인 추진이 스포츠산업의 전부가 아니라 시대적인 상황과 국가 경쟁력을 위해 만들어진 스포츠산업 정책이 지속적으로 추진됐으면 한다"며 "최순실 게이트로 인해 정책 집행의 방향성과 미래 비전을 잃은 스포츠산업이 다시 비상할 수 있는 계기가 되어야 한다"고 말했다.

▲ 한남희 고려대 교수가 24일 서울 올림픽파크텔에서 스포츠산업포럼 '스포츠산업, 어떻게 될 것인가'에서 진행을 하고 있다.

김대중 정부 시절인 2000년 스포츠산업육성기본계획을 수립했을 때 김종 전 차관과 함께 연구진으로 참여하는 등 정부의 스포츠산업 정책에 관여해왔던 박진경 가톨릭관동대 스포츠레저학과 교수도 그동안 스포츠산업 정책의 흐름에 대해 설명하면서 박근혜 정부에서 문제점을 지적했다.

박진경 교수는 "김종 전 차관의 취임 이후 스포츠산업이 산업군으로 인정받는 계기가 된 것은 확실하다. 그러나 최순실 게이트로 인해 그동안 스포츠산업 정책이 모두 최순실과 연관을 갖는다는 의심이 갖게 됐으며 스포츠산업 성장 모멘텀에 제동이 걸렸다"며 "정부 주도의 스포츠산업 진흥의 한계를 보여주고 말았다. 스포츠 인프라를 키워 자생력을 강화하고 스포츠산업 육성 시스템을 관 주도가 아닌 민간 주도로 전환해야 한다"고 촉구했다.

언론인들도 입을 모았다. 정영재 중앙일보 선임기자는 "최순실 씨가 스포츠 농단을 했을 때 스포츠 부장으로 일했는데 그동안 아무 것도 몰랐다는 것에 대해 언론인으로서 자괴감을 느낀다"며 "국내 스포츠산업의 미래를 너무 장밋빛으로 그리고 자생력을 키우기보다 정부나 지자체 등 외부의 힘에 기대려 하지 않았는지 반성하게 된다"고 말했다.

▲ 정재용 KBS 기자(왼쪽부터), 한남희 고려대 교수, 심찬구 스포티즌 대표가 24일 서울 올림픽파크텔에서 스포츠산업포럼 '스포츠산업, 어떻게 될 것인가'에서 자신들의 의견을 밝히고 있다.

정재용 KBS 기자도 "스포츠 인프라가 제대로 갖춰지지 않은 상황에서 스포츠산업을 정부 주도로 추진한 것은 아닌지 되돌아봐야 한다"며 "성숙되지 않은 한국의 스포츠 환경 위에 스포츠산업 발전을 이뤄내려고 하는 것은 사상누각과 다름없다"고 밝혔다.

성남 일화(현 성남FC) 사무국장 출신인 정철수 충남체육회 사무처장은 "최순실 게이트로 불거진 스포츠에 대한 국민의 부정적인 인식은 평창 동계올림픽 등도 외면을 받지 않을까 하는 우려의 목소리가 나오고 있다"며 "기업의 경영악화와 맞물려 스폰서 유치에도 막대한 악영향이 있을 것"이라고 주장했다.

이어 "지방자치단체 입장으로서도 큰 위기가 닥쳐왔으며 자생력이 중요해졌다. 지자체가 다양한 수익모델을 만들어내기 위해서는 저변과 인프라 확대를 통한 마케팅, 선진국형 행정서비스 실현,  지도자에 대한 처우 개선이 필요하다"며 "스포츠단체와 조직은 재정 자립을 위해 노력하지 않으면 안된다는 후안 안토니오 사마란치 전 국제올림픽위원회(IOC) 위원장의 말처럼 스포츠 가치를 극대화하기 위해서는 재정 자립을 해야 한다"고 밝혔다.

▲ 서울 올림픽파크텔에서 24일 열린 스포츠산업포럼 '스포츠산업, 어떻게 될 것인가'에서 패널과 참가자들이 열띤 토론을 벌이고 있다. [사진=한국스포츠산업협회 제공]

계은영 고양시 스포츠융합마케팅 전문위원은 "한국 스포츠의 모든 문제를 최순실 게이트 하나에 전가시켜서는 안된다. 사실 한국의 스포츠 현장은 몇몇 힘있는 인사들에 의해 예산과 조직, 인사가 좌지우지되는 전횡이 이뤄지고 있다"며 "선진형 스포츠산업 육성과 최순실 게이트는 별개"라고 주장했다.

계은영 위원은 "지자체에 이제 막 불기 시작한 스포츠산업 육성과 민간위탁을 통한 경기장 활용 방안에 대한 논의 물꼬가 최순실 게이트로 후퇴하거나 원점으로 회귀하는 것이 아닌지 우려된다"며 "스포츠산업이 새로운 성장동력이라는 인식 대신 '불법과 편법'을 위한 부정의 온상으로 여기는 어리석음은 없어야 할 것"이라고 말했다.

[취재후기] 스포츠 포럼에 모인 패널들과 참석자들이 가장 걱정하는 것은 스포츠산업 육성정책의 모든 것이 부정당하는 것이었다. 박근혜 정부가 추진했던 스포츠산업 정책의 일부에 문제가 없었던 것은 아니지만 대부분은 스포츠산업 현장에서 종사하고 있는 전문가들과 학자들이 수많은 연구와 토론을 통해 만들어진 것이다. 그렇기에 스포츠산업 발전을 위한 정책이 계속 추진되어야 한다는 것이다. 그러나 김종 전 차관 밑에서 추진됐던 스포츠 정책은 중단됐고 예산도 축소되고 있다는 것이 우려스럽다. 스포츠산업의 전문가들도 이번 포럼을 통해 이런 위기감에 대해 잔뜩 걱정하고 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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