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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포럼현장Q] 한국 스포츠산업, 글로벌 접점을 찾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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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포럼현장Q] 한국 스포츠산업, 글로벌 접점을 찾자
  • 안호근 기자
  • 승인 2016.11.30 20:38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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야구가 축구 인기 저해한다는 인식 버려야…다양한 IT 기술로 경기장도 효율적으로 관리 가능

[스포츠Q(큐) 글·사진 안호근 기자] 리우데자네이루 올림픽 8위. 올림픽마다 ‘10-10(금메달 10개-10위 이상)’을 목표로 하는 나라. 한국의 엘리트 체육은 기대치도 높고 규모에 비해 늘 빼어난 성적을 거두곤 한다.  하지만 이런 국제대회 성과에 비해 아직 스포츠산업은 걸음마 단계에 있다고 봐도 과언이 아니다.

30일 서울 강남구 코엑스 인터컨티넨탈 호텔에서 열린 2016 스포츠산업 글로벌 컨퍼런스는 아직 걸음마 단계인 한국의 스포츠산업을 어떻게 발전시킬 수 있는지 해법을 찾는 자리였다.

문화체육관광부가 주최하고 국민체육진흥공단 등이 주관한 스포츠산업 글로벌 컨퍼런스에는 미국, 일본, 캐나다 등에서 온 스포츠산업 분야 권위자들이 참석, 한국 스포츠산업이 나아갈 길을 모색했다.

▲ 서울 코엑스 인터컨티넨탈에서 30일 열린 2016 스포츠산업 글로벌 컨퍼런스에 참석한 관계자와 연사들이 카메라 앞에서 포즈를 취하고 있다. [사진=스포츠산업글로벌 컨퍼런스 사무국 제공]

◆ ‘불치하문(不恥下問)’, 시작은 늦었어도 J리그에 배울 건 배워라

‘불치하문(不恥下問).’ 아랫사람에게 물어보는 것을 부끄러워하지 말라고 했다. 일본 프로축구 J리그는 K리그보다 10년 늦은 1993년 출범했다. 하지만 시장의 규모와 흥행성은 K리그를 압도한다. 나카니시 다이스케 J리그 상무이사의 발표에서 K리그가 나아가야 하는 방향에 대해 힌트를 얻을 수 있었다.

나카니시 상무는 “변화에 대한 수용이 빠른 일본 문화 특성상 J리그도 혁신 성장을 이룰 수 있었다”며 “2부 리그인 J2리그에도 평균 8000여 관중이 매 경기 들어찬다”고 말했다.

팀 수의 폭발적인 증가만 봐도 알 수 있다. 1993년 10개 팀으로 출발한 J리그는 현재 53개팀으로 불어났다. 올해에는 10년 총액 20억 달러(2조3440억 원)라는 천문학적 금액에 중계권 계약을 맺는 ‘대박’을 쳤다.

모든 구장에 무선 인터넷을 보급하려는 노력 덕에 과거 경기를 보기만 했던 일방적 방식에서 경기 동영상을 올리며 축구 경기의 가치를 확대 재생산하고 놓친 장면 리플레이, 타구장 영상 시청, 각종 기록 확인 등을 할 수 있도록 한다. 또 지역 활성화에 힘쓰며 관중 증대에 힘써 중계권 계약에서 ‘잭팟’을 터뜨릴 수 있었다고 소개했다.

플로어 토론에서는 한국 프로야구의 인기가 K리그 흥행에 직격탄을 날린다는 지적에 대해 어떻게 생각하느냐는 날카로운 질문이 나왔다.

이에 나카니시 상무는 “올드 미디어만 있었을 때에는 야구 인기에 축구가 많은 영향을 받았다. TV 방송 시간과 신문 지면 확보가 힘들었다”며 “하지만 인터넷 시대에서 야구는 축구의 라이벌이 아니라 스포츠 판을 함께 키워나가는 동료로 변했다. 올해 J리그와 일본 프로야구의 관중 수가 동시에 증가한 것만 봐도 큰 영향을 미치지 않는다고 볼 수 있다”고 답했다.

최근 K리그는 막대한 자본력을 앞세운 중국 슈퍼리그에 우수한 선수들을 내주고 있다. J리그도 상황은 마찬가지다. 그러나 나카니시 상무는 “축구는 글로벌 스포츠이기 때문에 중국뿐 아니라 국경을 초월한 교류를 막을 방법은 없다”며 “가가와 신지(보루시아 도르트문트)와 혼다 게이스케(AC 밀란)를 유럽에 보내고 관중이 줄기도 했지만 최근 가장 인기 있었던 시절 수준으로 돌아왔다”고 말했다.

▲ 나카니시 다이스케 J리그 상무이사(화면 왼쪽에서 2번째)가 청중의 질문에 귀를 기울이고 있다.

이어 “플레이의 질을 높이기 위해 외부영입에만 신경쓸 게 아니라 선수들이 최상의 경기력을 보일 수 있는 환경을 제공하는 것도 중요하다”며 “중국 슈퍼리그의 성장이 위협적이긴 하지만 한국과 일본만 강해서는 안 된다. 세계적인 수준으로 기량을 끌어올리기 위해서는 중국 축구도 함께 발전해야 한다”고 전했다.

◆ ‘기술력이 곧 경쟁력’, 경기장부터 종목변화까지 다양한 IT기술 활용방안

앤드류 제임스 파퓰러스 수석원장은 다양한 디자인과 활용 기술을 통해 경기장과 스포츠의 가치를 끌어올릴 수 있다고 주장했다. 예를 들어 와이파이 커넥션을 통한 각종 콘텐츠의 확대 재생산, 조명 기술을 활용해 효율적인 잔디 관리 등이 가능하다는 것.

윔블던 테니스구장의 개폐형 지붕을 설치한 것도 좋은 사례다. 보통 개폐형 지붕의 경우 작동시에 많은 시간과 소음을 동반한다. 하지만 윔블던구장은 소음이 적어 경기 중에도 지붕의 개폐에 변화를 줄 수 있다. 

제임스 원장은 “윔블던의 개폐형 지붕은 선수들이 집중하는데 방해를 주지 않으면서도 8분 내에 닫힐 수 있도록 제작했다”며 “지붕을 닫았을 때와 열었을 때 공이 튀는 소리, 습도 등도 일정해야 선수들의 경기력에 영향을 미치지 않는다. 지붕을 닫았더니 잔디에 습기가 더 차서 로저 페더러가 넘어져 다친다면 우리는 해고되는 것”이라고 말하며 웃었다.

또 제임스 원장은 “한국은 사용도가 떨어지는 텅빈 경기장이 많다. 1988년 서울 올림픽과 2002년 한일 월드컵의 유산이라고 볼 수 있다”며 “경기장의 목적은 경기를 위한 것이어야 한다. 사용하지 않는다면 철거하는 게 유지비용 측면에서도 더 낫다”고 지적하기도 했다.

지정토론에 패널로 나온 1992년 바르셀로나 올림픽 남자 사격 금메달리스트인 이은철 트레저데이터 지사장은 과거의 경험을 살려 스포츠에 기술이 접목돼 성공을 거둔 사례를 소개했다. 

이은철 지사장은 “1990년대 올림픽에서 퇴출될 위기였던 사격은 전자 시스템을 도입해 지금까지 살아남을 수 있었다”며 “당시만 해도 선수들 걱정이 많았지만 현재 올림픽에서 사격을 보면 흥미진진하지 않은가. 비인기종목의 인기를 끌어올리는 데에도 IT기술이 많은 역할을 하게 될 것”이라고 말했다.

김명국 SK 프리세일즈 팀장은 “SK 와이번스는 세계 스포츠 구단 최대 크기 전광판을 활용해 스포테인먼트로서 관중들이 경기에 집중하고 흥미를 가질 수 있도록 만들고 있다”며 “스마트폰 어플리케이션을 통해 비어있는 화장실을 안내하고 매점 주문을 가능하게 해 경기에 집중할 수 있는 시간을 늘리는 것 등의 상용화를 눈앞에 두고 있다”고 전했다.

하지만 현실적으로 경기장을 적극적으로 활용하기 힘들다는 지적도 제기됐다. 좌장을 맡은 조운용 백석대 교수는 “아직 한국은 구장의 소유권이 대부분 지자체에 있다”며 “말씀하신 것들이 우리나라 경기장에 적용되려면 아직 적지 않은 시간이 걸릴 것”이라고 말했다.

▲ 김동호 숭실대 교수(오른쪽)가 이원숙 캐나다 오타와대 교수(왼쪽에서  2번째)의 발표가 끝난 뒤 지정토론에서 발언을 하고 있다.

◆ 집에서 즐기는 스포츠가 온다, 가상 현실 활용한 스포츠의 발전

이원숙 캐나다 오타와대 교수는 가상현실(VR)과 증강현실(AR)을 기반으로 한 스포츠 산업의 발전 방향에 대해 집중하며 최근 급격히 발전하고 있는 다양한 기술에 대해 소개했다.

손 안에 쏙 들어오는 조이스틱을 통해 다양한 스포츠를 즐길 수 있는 게임기는 이미 쉽게 접할 수 있게 됐다. 최근 마이크로소프트에서 나온 장치의 경우 별도의 장비 없이도 이를 체험할 수 있는 기술을 실현해냈다. 센서가 사람의 동작을 자동으로 읽어내 반응하는 것.

이 교수는 몇 개월전 화제가 된 ‘포켓몬 고’라는 증강현실 활용 게임을 통한 운동효과에도 주목했다. 스포츠가 아닌 게임에 불과하지만 이를 통해 평소 운동에 소극적인 사람들을 움직이게 만들 수 있다는 것이다.

최근 VR기술은 360도 돌아가며 좀 더 현실감을 느낄 수 있는 방향으로 발전하고 있다. 이 교수는 “VR과 전후만이 아닌 전 방향으로 움직이는 트레드밀을 활용하면 실제 게임의 주인공이 될 수도 있고 많은 운동효과를 볼 수도 있다”며 “스카이다이빙과 스키점프 등도 실감나게 즐길 수 있다”고 말했다.

활동 스포츠는 물론이고 관람 스포츠에도 한층 박진감을 더해준다. 실제 미국에서는 미식축구에서 가장 핵심적인 역할을 하는 쿼터백에게 360도 카메라를 부착해 시청자들이 실제 경기에 참여하는 것 같은 긴장감 넘치는 화면을 볼 수 있다.

또 이 교수는 “이같은 기술을 적극 활용하면 보는 이에게 생동감 넘치는 화면을 제공하고 사람들이 운동을 하게끔 만드는 것은 물론, 선수들의 경기력 향상에도 도움이 될 것”이라고 말했다.

객석에서 참여 스포츠의 효과를 극대화하기 위해서는 아직까지 무거운 장비를 써야하는 번거로움을 극복해야 한다고 지적하자 서동일 볼레크리에이티브 대표이사는 “꼭 그렇지 않다. 사이클 머신과 특수 안경만 활용해도 해안도로 등 경치 좋은 곳에서 사이클을 즐기는 효과를 누릴 수도 있다”며 “다만 문제는 땀이 시야를 방해한다든지 장비를 공용으로 활용할 때 청결 상의 문제로 다른 사람들이 불쾌감을 느낄 수 있다는 점은 개선돼야 할 부분”이라고 답했다.

[취재 후기] 스포츠 업계 종사자는 물론이고 스포츠를 사랑하는 학생들과 일반인들도 자발적으로 현장을 찾아 몇 시간이 넘도록 귀를 쫑긋 세웠다. 일부 관객은 날카로운 질문으로 전문가들을 당황하게 만들기도 했다. 하지만 아직까지는 스포츠 발전에 대한 대중의 관심을 한국 스포츠산업이 뒤따르지 못하고 있는 모양새다. 그런 의미에서 선진국의 사례를 통해 발전의 길을 모색하는 이번 컨퍼런스는 퍽 의미있어 보였다. 국정 농단 사태와 밀접히 연관돼 오명을 쓴 스포츠계가 진정한 스포츠 발전을 위해 진일보할 수 있는 계기가 됐기를 바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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