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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터뷰] 50년 연극 레전드 박웅의 '수상한 연기인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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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터뷰] 50년 연극 레전드 박웅의 '수상한 연기인생'
  • 박영웅 기자
  • 승인 2014.10.15 12:27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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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300자 Tip!] 대한민국 연극 역사와 함께 젊은 시절을 오롯이 보낸 전설의 배우가 있다. 바로 박웅(73)이다. 일반인들에게 그는 안방극장에서 연기파 감초로 더욱 가깝게 느껴진다. 하지만 박웅은 무려 50여 년 가까운 시간 동안 오로지 연극무대를 위해서 살아온 연극인이다. 이젠 연극계 후배들도 그를 '레전드'라 부르는 데 주저함이 없다. 이런 그가 최근 고령의 몸을 이끌고 열정을 불태우고 있다. 바로 연극 '박웅의 수상한 수업'을 위해서다. 이 연극은 '레전드' 박웅을 위한 헌정 무대로 대한민국 최고의 공연 무대인 예술의 전당에 오르는 작품이다. 이런 이유로 인해 박웅은 70대 노장배우의 열정과 환희를 모두 쏟아 붓는 중이다.

 

[스포츠Q 글 박영웅 기자· 사진 이상민 기자] 지난 10일 양재동 예술의 전당 연습실에서 만난 박웅은 70대라는 사실이 믿어지지 않을 만큼 열정적으로 연극 '박웅의 수상한 수업' 연습에 몰두하고 있었다.

노장의 이런 노력에는 그럴 만한 이유가 있다. 이번 연극은 생애 마지막이 될 수도 있는 예술의 전당 헌정공연이라는 점, 자신의 이름을 걸고 한다는 점 등이 그를 더욱 자극하고 있다. 이토록 노장 배우를 몰두하게 하는 '박웅의 수상한 수업'에 대해 궁금해졌다. 그에게 직접 이야기를 들어 봤다.

◆ '헌정극'이라는 타이틀 부담감도 있다. 하지만...

은행에서 5천만원을 턴 전직 부장판사와 연극계의 스타를 꿈꾸는 유진원의 운명적 만남을 다룬 '박웅의 수상한 수업'은 기획 단계부터 파격과 새로움을 추구하는 연극이다.

대한민국 최고의 공연무대인 예술의 전당에 올리는 첫 헌정 연극이자 이주아라는 신예 연출자가 참여한 작품이라는 점 때문이다. 당연히 여러 가지로 부담감과 책임의식을 느낄 수밖에 없다. 그도 이런 부분을 인정했다.

"솔직히 부담감이 있었습니다. 헌정극이라는 말을 들었을 때 젊은 친구들이 나를 너무 과대평가하는 것 같다는 생각이 들더군요. 책임감도 몇 배로 들었고요. 내가 과연 이런 공연을 헌정받을 자격이 있나 생각이 들더군요. 또한 섭외를 받기 전에 (이들과) 소통이 없었어요. 배우로서는 참 부담스러운 면이 있는 부분입니다."

▲ [사진=연극 '박웅의 수상한 수업' 포스터]

하지만 박웅은 이런 부담감에도 이 연극의 출연을 수락했다. 이유는 무엇이었을까?

"예술의 전당이 어떤 곳입니까? 대한민국 최고의 공연무대죠. 아무나 설 수 있는 곳이 아닙니다. 저야 1983년부터 몸담았던 극단 '자유'를 통해서 이곳 무대에 많이 섰지만, 당시는 극단 소속이었죠. 하지만 이번에는 개인소속으로 무대에 오르는 겁니다. 배우로서는 당연히 욕심이 날 수밖에 없는 겁니다."

"그리고 연출자 이주아부터 모든 친구가 신예입니다. 작품이 참신했고 이들의 열정을 높이 샀습니다. 저에겐 아주 고마운 일이죠."

"마지막으로 저는 수십 년간 이어온 연기관이 있습니다. 바로 연기자라는 말이 아닌 배우라는 소리를 듣는 희극인이 되자는 것이죠. 이런 인생의 목표는 70의 나이에도 불구하고 저를 예술의 전당 무대 위에 오르게 한 원동력이기도 한 거예요."

 

 

◆ 연극은 준비 과정의 호흡이 중요...'세대차이 극복'도 필수

완벽한 연극 무대를 꾸미기 위해서는 제작진과 배우들 간의 호흡이 가장 중요한 요소다. '박웅의 수상한 수업' 역시 당연히 해당하는 부분이었다. 하지만 박웅은 노장 배우이고 나머지 인원들은 젊은 사람들이다 보니 호흡문제가 걸릴 수도 있었다. 이런 우려에 대해 박웅은 이를 제대로 풀어나가는 방법을 알고 있었다.

"이 작품의 오은희 작가는 상당히 유명한 친구고 예전부터 알던 사람이었습니다. 하지만 연출이나 기획자들의 경우 세대차이가 크게 났죠. 솔직히 이분들이 저를 불편해할 수도 있다는 생각이 들었죠. 연극은 호흡이 중요한데 이런 게 걸리면 안 되는 것이거든요."

"그래서 전 이런 부분들을 이겨내기 위해 후배들과 함께 생각하고 움직이는 방법을 선택했습니다. 나이가 많다고 권위적이거나 후배를 압박하는 행동을 해선 안 됩니다. 탈권위를 통해 이들과 뭉친 겁니다. 다만 원칙적인 부분은 고수하면서 말이죠."

▲ [사진=연극 '박웅의 수상한 수업' 포스터]

◆ 박웅이 말하는 '박웅의 수상한 수업'의 매력

이런 노력을 통해 만들고 있는 연극이 바로 '박웅의 수상한 수업'이다. 무척이나 궁금했다. 포스터에 나온 박웅의 수상해 보이는 이미지 컷은 과연 이 연극이 무엇을 말하려고 하는지 연극팬들의 궁금증을 자아내고 있다. 박웅은 이런 점을 잘 알고 있는 듯 이 작품의 매력을 소상하게 짚어줬다.

"이 작품은 배우로서 상당히 힘든 작품입니다. 캐릭터가 매우 입체적이고 스토리나 주제가 상당히 표현하기 힘든 부분들이 많아요. 하지만 중요한 부분은 배우는 힘들지만, 관객은 재미있을 것이라는 거죠. 캐릭터나 스토리가 다양한 만큼 관객들에게는 많은 생각 거리를 줄 수 있기 때문이죠."

"단언컨대 이 작품은 역대 어떤 것들보다도 연극적인 요소가 가장 강력합니다. 진정한 연극의 매력에 목마르셨던 관객분들이라면 분명 좋아하실 작품입니다."

 

◆ 노장 배우 '관객들에게 당부를 남기다.'

한참 이번 작품에 대한 설명을 이어가던 박웅은 이번 연극을 찾을 관객들에게 당부하고 싶은 부분이 있다며 말의 방향을 바꿨다. 그가 당부하는 것은 관객들이 이 연극을 즐기기 위한 3가지 핵심 포인트였다.

"이 연극을 관객분들이 즐기기 위해 제가 꼭 드리고 싶은 말씀이 있습니다. 첫째는 이 작품이 2인 극이라는 부분입니다. 저도 수십 년간 연극을 해왔지만, 2인 극은 이번이 처음입니다. 그만큼 배우들의 농익은 깊은 연기력을 느끼실 수 있을 겁니다."

"둘째는 추리성이 강한 연극이라는 부분입니다. 보면 볼수록 빠져드는 매력이 있을 겁니다. 스토리 뿐만 아니라 작가가 하고 싶은 이야기가 추리에 섞여서 나오니 관객들에게 많은 생각을 하게 해줄 겁니다."

"셋째로는 대한민국 최고의 공연 장소인 예술의 전당의 분위기를 느끼며 즐거운 마음으로 공연 이외의 것을 느낄 수 있다는 점입니다. 예술의 전당에서 낭만과 정취도 느끼시기 바랍니다."

 

◆ '극장 가는 분위기' 조성 위한 정책적 뒷받침 시급하다

박웅은 마지막으로 공연계의 문제에 대해서도 거론하고 싶다며 진지한 대화를 이어나갔다. 그동안 연극 및 공연계와 관련한 단체에서 회장직을 맡기도 하는 등 다양하게 노력했던 경험이 있었기 때문에 그의 분석은 새길 부분이 많았다. 그의 공연계를 향한 뼈있는 지적은 이랬다.

"현재 침체된 공연계의 상황이 매우 안 좋습니다. 예전보다 더 힘들어지는 느낌이에요. 우선 문화예술교육이 많이 사라지면서 생기는 문제인 것 같습니다. 어린 시절부터 연극 등 공연문화에 익숙해져야 하는 청소년들이 인터넷에 빠져들어 있으면서 공연의 매력을 모르고 자란다는 것이 문제죠. 이들이 자라면 공연에 누가 관심을 두겠습니까?"

"성인들에게는 경제적 문제도 따를 수밖에 없습니다. 영화 한 편 보는 데 만원이지만 연극은 최고 5만 원에서 최저 2만 원까지 하죠. 사실 연극은 관객수를 영화처럼 대규모로 끌어올 수 없으므로 결코 비싼 금액이 아닙니다. 하지만 체감적으로는 비싸다고 느껴지는 건 당연해요."

 

"이런 모든 문제를 풀기 위해서는 정책적인 부분이 뒷받침돼야 합니다. 정책적인 뒷받침을 통해 교육적으로나 경제적으로 관객이 극장을 자주 가는 분위기를 만들어야죠. 공연 문화를 국민들 가슴속 깊숙이 파고들게 하는 나라가 선진국입니다. 우리도 할 수 있습니다."

온통 디지털의 차가운 정서가 판치는 세상에서 연극은 인간의 아날로그적 감성의 울림을 전할 수 있는 소중한 무대다. 더 늦기 전에 '극장 가는 분위기'를 만들기 위해 정책적인 뒷받침이 시급하다는 원로 배우의 외침은 인간성 상실을 경고하는 절규처럼 들렸다.

[취재 후기] 레전드라는 말은 어떤 분야에서든 함부로 사용하기 힘든 표현이다. 어느 분야에서의 엄청난 업적이 뒷받침돼야 하기 때문이다. 하지만 배우 박웅은 전설이나 신화라는 말이 당연한 사람이다. 그가 연극을 오래 해서가 아니다. 오랜 시간 동안 연극 발전을 위해 뛰었고 자신도 연기적 발전을 위해 끝없이 노력해 왔기 때문이다. 그래서 어쩜 레전드 박웅의 인생 속 마지막이 될 수도 있는 예술의 전당 공연인 '박웅의 수상한 수업'이 더욱 끌리는 이유이기도 하다.

◆박웅소개

1963년 동아방송개국 성우로 연예계 생활을 시작한 그는 명실상부한 연극계의 산 증인이다. 1977년 연극 '누가 버지니아울프를 두려워 하랴'로 동아 연극상을 수상 했고 연극 '레미제라블', '꽃, 물 그리고 바람' , '엄마를 부탁해' 등의 유명 연극작품들을 소화했다.

드라마와 영화에서도 두각을 나타냈다. 그는 KBS 2TV '손자병법', SBS '여인천하', 영화 '공공의 적2' 등 각종 현대극과 사극 등에 출연해 안방극장의 '명품 감초 연기'를 펼쳐왔다. 현재 박웅의 연극계 동기로는 故 김무생, 박정자, 사미자, 전원주, 김수희 등이 있다.

◆수상경력

1977 동아연극상 남우주연상(누가 버지니아 울프를 두려워하랴)

前 대학로문화발전위원회 이사장
前 제19대 한국연극협회 이사장
前 한국연극배우협회 회장

dxhero@sportsq.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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