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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민기홍의 운동話공장] 강호동은 할 수 있어도, 유재석은 절대 할 수 없는 것?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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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민기홍의 운동話공장] 강호동은 할 수 있어도, 유재석은 절대 할 수 없는 것?
  • 민기홍 기자
  • 승인 2017.01.01 09:19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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체육인이 ‘팔로워’에 머물지 않기 위해 갖춰야 할 자질과 덕목

[스포츠Q(큐) 민기홍 기자] “왜 여태껏 헬스장은 ‘스타벅스’처럼 크지 못했을까요?”

지난해 9월 서울 코엑스에서 개최된 2016 스포츠산업 잡페어 현장. 위원장을 맡은 차영기 휘트니스 클리닉 대표와 인터뷰를 진행하던 도중 대뜸 이런 질문을 받았습니다. 기자가 선뜻 답변을 내놓지 못하고 머뭇거리자 차영기 대표는 이렇게 말을 이어가더군요.

“스타벅스처럼 서비스 퀄리티를 높일 생각을 하지 않은 거지요.”

이전 5회 잡페어에서 행사를 지휘했던 언론인, 교수 등과 달리 차영기 대표는 학부에서 체육교육을 전공했고 현업에서 활동하고 있는 ‘진짜 체육인’입니다. 그는 “스포츠인이 그간 눈앞의 이익에만 집착했다”며 “청결, 장비 일류화, 환경 첨단화, 직원 교육, 운영관리 매뉴얼화 등을 추진하면 휘트니스 업이 ‘먹튀’를 방지하고 입지를 다질 수 있다”고 설명했습니다.

지난해 ‘최순실-박근혜 게이트’와 김종 전 문화체육관광부 제2차관의 전횡으로 체육계가 쑥대밭이 됐지만 스포츠산업은 더딜지언정 올바른 방향으로 전진해 왔습니다. 아쉬운 건 발전의 중심에 정작 체육인이 많이 보이지 않는다는 점입니다.

“연예계는 SM의 이수만, YG의 양현석, JYP의 박진영 사장처럼 연예인 사장이 이끌어 가는데 스포츠는 왜 그러지 못하냐?”는 야구선수 출신 최익성 저니맨야구육성사관학교 대표의 지적이 아프게 다가오는 이유입니다.

대체 체육인은 어떤 자질과 덕목이 부족해 여태껏 ‘팔로워’에 머물러 있는 걸까요.

▲ 스포츠산업은 더디게나마 발전하는데 정작 그 중심에 체육인의 비중은 그리 크지 않다. 특정 기사내용과 관련 없음. [사진=스포츠Q DB]

체육 전공 졸업생들의 생각부터 들어보시죠.

“일반 학부 학생들과 비교해 보면 지식의 깊이가 많이 부족해요. 수능 성적만 봐도 솔직히 그 친구들보다 낮잖아요. 대학생활부터 취업하기까지 배 이상으로 노력해야 뛰어넘을 수 있어요. 스포츠산업 취업시장에서조차 스포츠 좋아하는 다른 학부 학생들에게 밀리는 이유죠. 다른 친구들이 어떻게 사는지 절실히 느끼고 배울 필요가 있다고 봐요. 우물 안에서 벗어나야 해요. 그래서 후배들에게 늘 잔소리를 합니다.”

“체육인 특유의 고집이 발전을 막았다고 생각해요. ‘너희들이 해봤어?’라는 생각이 기저에 깔려 있는 것 같아요. 그들만이 형성한 카르텔 속 정보만을 진리로 알고 있어 성장이 더뎠다고 봐요. 엘리트 체육인이 대체로 이렇게 생각하는데 이는 일선에서 생활체육을 지도하는 사람들, 체대생들에게도 고스란히 전달되죠. 인맥의 풀이 좁다 보니 그 속에서만 정보를 공유하고 믿고 따르는 경우도 많고요.”

기업을 이끌어 가는 이들은 어떻게 생각할까요. KBO 개최 이벤트를 대행하는 스포츠마케팅 업체 QUE의 강성구 감독은 “체대 출신 직원들은 지시내린 업무, 즉 맡은 바 임무를 파이팅 넘치게 충실히 수행하는 데선 흠잡을 데가 없지만 큰 그림을 그리는 능력이 다소 부족해 보인다”고 귀띔했습니다. 숲 전체를 보는 능력이 부족하다는 평은 차영기 대표가 느끼는 안타까움과 일맥상통한다고 볼 수 있습니다.

스포츠계는 문화·연예계와는 다른 토양과 환경입니다. 먼저 체육인은 관(官) 주도 시스템에 길들여져 대체로 체제 순응적입니다. 권위적인 감독, 코치 밑에서 개인기보다는 조직력, 창의력보다는 팀워크가 중요하다고 지도받습니다. 부모의 헌신적인 뒷바라지 아래 운동 외 경험을 쌓을 기회는 턱없이 부족합니다. 학창 시절 공부량도 상대적으로 적습니다.

▲ 큰 그림을 그리는 능력이 다소 부족하다는 평가를 받는 게 체육 전공자의 현주소다. 스포츠산업 잡페어 현장에서 구직요강을 살펴보는 참가자들. 특정 기사내용과 관련 없음. [사진=스포츠Q DB]

체육인이 이 한계를 깨고 나아가기 위해선 무엇을 해야 할까요.

일단 장점을 인지하는 게 중요합니다. 스포츠인은 존중, 배려 등 사회가 필요로 하는 기본 가치를 갖추고 있습니다. 한 번 목표를 설정하면 내달리는 추진력, 조직을 위해서라면 손해는 감수할 각오가 돼 있는 희생정신은 다른 분야의 인재가 결코 따라잡기 힘든 부분입니다.

보험회사, 제약회사가 영업사원으로 체대 출신을 선호하는 이유가 무엇이겠습니까. 체육인은 어지간해선 굴하지 않습니다. 싹싹한 매력으로 접근해 원하는 바를 끝내 이룹니다. 스포츠산업에서 세일즈 역량의 중요성이 대두되고 있습니다. 책임감 강한 체육인은 새 세상에서 분명 유리한 위치를 점할 수 있는 나름의 장점을 갖고 있습니다.

현역 시절 7개팀을 옮겨 다녔던 최익성 대표는 “운동선수를 하다 물러나더라도 다른 직업을 가질 수 있지만 그 반대는 성립하지 않는다”며 “스포츠는 꼭대기다. 후배들이 은퇴 이후 삶에 대해 두려워하지 않길 바란다”고 말합니다.

그렇습니다. 강호동이 국민MC 반열에 오를 수는 있어도 유재석이 천하장사가 될 수는 없습니다. 박찬호, 안정환, 서장훈이 연예대상 신인상을 거머쥘 수는 있어도 유세윤, 양세형, 이특이 프로스포츠 신인왕이 될 수는 절대 없습니다. ‘못할 게 무엇이랴’는 자신감과 의지는 체육인들이 꼭 기억해야할 그들만의 강점과 특기 요소입니다.

다음 단계는 단순합니다. 학습해야 합니다.

▲ 적잖은 체대 졸업생이 취업 문턱에서 좌절한다. 일반 학생과 비교해 지식의 깊이가 부족하다고 한 체대 졸업생은 설명했다. 특정 기사내용과 관련 없음. [사진=스포츠Q DB]

한 체대 출신 스포츠산업 종사자는 당장 엑셀이나 파워포인트, 포토샵을 다루는 능력, 영어 스피킹을 상경계열 친구들과 견줘도 뒤지지 않도록 다듬을 것을 주문했습니다. 시사상식에 무지하다면서 신문, 경제 잡지, 인문학 서적을 꾸준히 읽으라고도 덧붙였습니다. 또 다른 이는 대학 시절 대외활동으로 많은 사람을 만나 대화 폭을 넓히라면서 다른 시각으로 사물과 현상을 바라보는 연습을 하고 잘 듣는 태도를 길러야 한다고 강조했습니다.

기자의 생각도 정확히 같습니다. 체대 출신, 은퇴선수로부터 개인적인 질문을 많이 받는데요. 스포츠마케팅이 하고 싶은데 도통 무엇부터 해야 할지 모르겠다고 무척 자주들 묻더군요. 그럼 이렇게 답변합니다. 마케팅 있고 스포츠마케팅 있지 스포츠 있고 스포츠마케팅 있는 거 아니라고, 당장 마케팅 원론부터 사서 읽으라고요.

글을 써보는 것도 좋은 방법입니다. 최근에 만난 체대 출신의 스포츠채널 PD는 “스포츠미디어 업계 전반에 걸쳐 체대 나온 분들은 극소수”라고 실상을 전한 뒤 “대학생 때 여러 기자단 활동을 한 게 도움이 많이 됐다. 콘텐츠를 제작하는 직업이다 보니 구성이 중요한데 의식의 흐름을 정리하는 데 작문만큼 좋은 게 없었던 것 같다”고 전했습니다. 사고력과 기획력을 키우는 데 이만한 방법이 없어 보입니다.

스포츠산업을 아끼는 자(者)로서 느낀 안타까움을 모아 쏟아낸 새해 제언이었습니다. 스포츠인이 뒤에 머물러 있는 스포츠산업은 어쩐지 어색합니다. 2017 정유년엔 통찰력을 갖춘 체육인 출신의 오피니언 리더가 탄생하기를 진정 바랍니다.

도전과 열정, 위로와 영감 그리고 스포츠큐(Q)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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