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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SQ현장] '첫 가을' 양상문, '첫 가을' NC를 공략한 전략의 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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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SQ현장] '첫 가을' 양상문, '첫 가을' NC를 공략한 전략의 힘
  • 민기홍 기자
  • 승인 2014.10.19 19:17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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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기 초반 적극적 타격, 스나이더-김용의 기용 대성공

[창원=스포츠Q 글 민기홍·사진 이상민 기자] 싱거운 경기였다. 경험의 승리였다. 후반기 파죽지세로 포스트시즌 티켓을 거머쥔 LG가 페넌트레이스 3위 NC를 가볍게 누르고 먼저 웃었다.

LG는 19일 경남 마산구장에서 열린 2014 한국 야쿠르트 세븐 프로야구 준플레이오프 1차전에서 최경철, 박용택의 홈런 2방 포함 장단 16안타를 뽑아내는 집중력을 발휘하며 NC에 13-4 대승을 거뒀다.

모든 면에서 LG의 완벽한 우위였다. NC는 힘 한번 제대로 써보지 못했다. LG는 손주인을 제외한 선발 전원이 안타를 기록했음은 물론 5명의 투수가 NC 타선을 단 4점으로 틀어막는 완벽한 경기를 했다.

▲ 양상문 감독은 선발 류제국이 갑작스럽게 헤디샷으로 강판되는 상황이 들이닥쳤지만 당황하지 않았다.

◆ 7명 중 5명 3구 내 타격, ‘이재학 공포증’은 없다 

LG를 혼쭐내던 피칭은 온데간데 없었다. NC 선발 이재학은 1이닝도 채우지 못하고 혹독한 가을야구 신고식을 치렀다.

박용택과 김용의만이 완전히 빠지는 볼을 기다렸을 뿐 모든 타자가 3구 이내 승부를 했다. LG 타자들은 초구, 2구서부터 적극적으로 배트를 냈다. 1번타자 정성훈은 2014년 가을야구가 시작하기만을 기다렸다는 듯 벼락같이 배트를 휘둘러 좌중간을 갈랐다.

NC는 팀 평균자책점(4.30) 1위 팀이다. 숫자가 말해주듯 투수력으로 가을행 티켓을 거머쥐었다. 더군다나 선발 이재학은 올 시즌 LG전에 다섯 차례 선발 등판해 4승1패 평균자책점 2.59를 기록했다. 올 시즌 10승 가운데 4승을 LG를 상대로 챙겼을 정도로 'LG킬러‘였다.

▲ 정규 시즌에서 LG를 상대로 호투했던 이재학은 LG 타자들의 적극적인 공세에 당황하며 1이닝도 던지지 못했다.

이재학은 0.2이닝 동안 4점을 주고 마운드를 내려갔다. 투구수는 단 20개. 후속 테드 웨버가 최경철에게 스리런 홈런을 얻어맞는 바람에 실점은 5점으로 늘었다. 오지환의 기습번트 플라이를 빼고는 모든 타구가 정타였다.

아시안게임 준결승전 등판이 큰 경기 경험을 쌓는데 큰 도움이 됐다고 했지만 중국보다 한 수 위인 한국 프로팀을 상대하는 것은 차원이 달랐다. 홈에서 준플레이오프 1차전의 중책을 맡은 것이 부담이 됐는지 특유의 춤추는 체인지업은 먹히지 않았다. LG 타자들에게 이재학 공포증은 없었다.

◆ ‘가을 초보 맞나?’ 침착한 양상문 감독 

5회말 큰 변수가 터졌다. 선발 류제국이 던진 공이 모창민의 머리에 스친 것. 타자가 투구에 맞으면 그 투수는 즉시 퇴장이라는 규정에 따라 LG는 할 수 없이 부랴부랴 윤지웅을 투입했다. 윤지웅은 곧바로 손시헌에게 중전안타를 맞으며 무사 1,2루 위기를 허용했다.

▲ LG 선수들이 19일 마산구장에서 열린 준플레이오프 1차전을 마친 후 승리의 기쁨을 나누고 있다.

양상문 감독은 마운드에 올라 내야수들을 집합시켰다. 윤지웅을 다독이며 동요될 수 있는 선수들을 진정시켰다. 양 감독이 내려간 직후 윤지웅은 김태군과 박민우를 연달아 루킹 삼진으로 처리했다. 김종호에게 안타를 맞으니 바로 신재웅을 호출해 불을 껐다.

신재웅은 기대에 부응하듯 이종욱부터 이호준까지 4타자를 탈삼진 2개를 곁들여 깔끔하게 틀어막았다. 다음 경기를 계산한 투수 기용도 돋보였다. 양 감독은 윤지웅, 신재웅(이상 19개), 임정우(11개), 유원상(21개), 정찬헌(12개), 이동현(8개)의 투구수를 모두 20개 내외로 묶었다. 필승조를 모두 가동하며 분위기를 익히게끔 배려한 점도 수확이었다.

김경문 감독은 53번째 포스트시즌 경기를, 양 감독은 자신의 첫 번째 포스트시즌 경기를 치렀다. 하지만 현장과 해설을 오가며 많은 공부를 해온 양 감독은 가을야구 신고식을 치르는 지도자같지 않았다.

▲ 양상문 감독은 5회말 무사 1,2루 위기를 맞자 내야진을 마운드로 불러모아 선수들을 안정시켰다.

◆ 스나이더-김용의, 막강한 하위타선 구축

양 감독과 주장 이진영은 전날 미디어데이 행사에서 브래드 스나이더를 키맨으로 지목했다. 양 감독은 "마산구장이 좁으니 스나이더가 첫 2경기에서 홈런 2~3개를 쳐주면 좋겠다"고 말했고 이진영은 "스나이더가 그동안 터무니없는 스윙을 했지만 최근 방망이에 공이 맞는다"고 기대감을 나타났다.

바람은 현실이 됐다. 스나이더는 이날 ‘미친 존재감’을 뽐냈다. 1회초에는 우익수 플라이로 아웃됐지만 빨랫줄 타구를 날려 심상치 않은 타격감을 보여줬다. 3회초 2사 주자 없는 상황에서는 깔끔한 우전안타를 때려냈다. 기습 도루까지 감행했고 악송구를 틈타 3루까지 달렸다.

▲ 스나이더는 양상문 감독의 바람대로 3안타를 몰아치며 하위타선이 중심을 잡았다.

세 번째 타석에서도 깨끗한 우전안타를 터뜨렸다. 나성범이 공을 놓치는 사이 주저하지 않고 2루로 달리는 주루센스도 뽐냈다. 7회초 타석에서는 볼넷을 골랐고 8회초에는 중견수 앞으로 총알같은 타구를 날려보내 3루주자 박용택을 불러들였다.

4타수 3안타 1타점 1득점. 시즌 타율 0.210(100타수 21안타) 4홈런 17타점의 선수가 선발로 나와 가장 큰 활약을 펼쳤다.

2루 공백도 깔끔하게 메워졌다. 박경수의 부상 공백으로 김용의가 7번타자 2루수로 나섰다. 양 감독은 경기 전 “용의의 눈빛이 많이 달라졌다. 근성이 생겼다“고 강한 신뢰를 보냈고 김용의는 이에 부응했다.

김용의는 1회초 첫 타석에서 중전안타를 때려내며 이재학을 강판시키는데 결정적 역할을 했다. 3회초에는 스나이더를 불러들이는 2루수 깊숙한 내야안타를 때려내며 팀에 7-1 리드를 안겼다. 3타수 2안타 1득점.

LG는 팀 타율(0.279), 팀 홈런(90개)로 정규시즌 꼴찌였지만 막강한 하위타자 스나이더와 김용의의 알토란 활약으로 원정 2연승을 꿈꿀 수 있게 됐다.

▲ 박경수의 부상으로 공백이 생겼던 2루 자리는 김용의가 무난히 활약하며 메워졌다.

◆ 감독만 경험이 많았던 공룡, 무리한 플레이 속출 

3회말, 비록 2사긴 했지만 1루에는 지난 시즌 도루왕 김종호가 나가 있었다. NC는 1회초 대량 실점 후 2회말 나성범의 홈런이 터지며 분위기를 끌어올린 상황이었고 이어지는 타순이 3~5번이었기에 귀중한 주자일 수밖에 없었다.

류제국이 던진 공을 최경철이 잠시 더듬는 사이 김종호는 2루로 달렸다. 최경철은 놓쳤던 볼을 기민한 동작으로 재빨리 잡아 2루로 정확히 송구해 김종호를 잡아냈다. 아무리 발이 빠르다 할지라도 무리한 상황이었다.

▲ NC는 무리한 주루로 공격의 맥을 끊었다. 7회말 1사 1루에서 이상호(오른쪽)가 2루로 뛰다 아웃당하고 있다.

7회말 1사 1루에서 찬물을 끼얹는 주루가 나왔다. 손시헌의 안타 때 대주자로 교체된 이상호는 최경철이 공을 흘리는 틈을 타 2루로 내달렸지만 아웃되고 말았다. 김종호의 앞선 상황과 판박이었다. 의욕만 앞선 플레이였다.

5회초 1사 1루에서는 수비에서 아쉬운 장면이 나왔다. 스나이더의 우전안타 때 나성범이 공을 더듬었다. 지난 14일 마산 삼성전에서 프로 데뷔 후 처음으로 우익수로 출전한 그는 급하지 않았던 상황이었음에도 서두르며 에러를 범하고 말았다.

▲ 3회초 스나이더의 2루 도루 때 공을 빠뜨리는 NC 수비진. 이날 NC의 첫 번째 수비 에러였다.

8회초 마운드에 오른 이민호는 몸에 맞는 공을 2개 연속 허용했다. NC의 젊은 선수들은 한 경기 한 경기가 결승전인 포스트시즌 분위기에 적응하지 못하는 듯 했다. 이어진 상황에서는 베테랑 이종욱마저 3루 송구 에러를 범했다.

김태군도 스나이더의 기습 도루에 당황해 악송구를 뿌렸다. 경험의 차이에서 나온 3개의 에러였다.

사령탑 김경문 감독은 경험이 많았지만 선수들은 얼어버렸다. 

sportsfactory@sportsq.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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