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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복덩이' 최경철, 12년 걸린 생애 최고의 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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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복덩이' 최경철, 12년 걸린 생애 최고의 날
  • 민기홍 기자
  • 승인 2014.10.19 20:53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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생애 첫 PS 타석서 1회초 쐐기 스리런, 준PO 1차전 MVP 선정

[창원=스포츠Q 민기홍 기자] 단기전의 묘미는 조연급 선수들이 이름을 알리는 데 있다.

이번 시즌 0.214 4홈런 39타점. 통산 포스트시즌 출전 경력이 단 한 경기에 불과한 선수가 일을 냈다. 'LG의 안방마님' 최경철(34)이다.

최경철은 19일 경남 마산구장에서 열린 2014 한국 야쿠르트 세븐 프로야구 준플레이오프 1차전에서 1회초 쐐기 스리런포를 때려내며 팀에 6점차 리드를 안겼다. 그는 이 홈런으로 준플레이오프 1차전 최우수선수(MVP)로 선정되는 영광을 누렸다.

▲ [창원=스포츠Q 이상민 기자] 최경철(왼쪽)이 1회초 스리런포를 때린 후 최태원 코치와 하이파이브를 하고 있다.

LG의 방망이는 1회초부터 불을 뿜었다. 선두타자 정성훈의 2루타를 필두로 박용택의 볼넷, 이병규(7번)의 2타점 2루타, 이진영의 중전 적시타가 터졌다. 순식간에 점수는 3-0. NC 벤치는 이재학이 김용의에게마저 안타를 허용하자 테드 웨버로 투수를 교체했다.

거세게 휘몰아친 LG 바람이 끝나는 듯했던 찰나, 최경철은 웨버의 3구째 몸쪽 높은 직구를 끌어당겨 좌측 폴대를 향하는 비거리 115m짜리 스리런포를 터뜨렸다. 14년만에 열린 가을야구에 축제 분위기를 만끽했던 마산팬들은 이 한 방에 쥐죽은 듯 조용해졌다.

그는 경기 후 인터뷰에서 “승기를 잡을 수 있는 1차전을 잡게 돼서 기쁘다”며 “포스트시즌 첫 타석에서 홈런이 나왔다, 홈런은 생각도 안했고 안타만 치려고 돌렸던 스윙인데 홈런이 나왔다”고 벅찬 감격을 감추지 못했다.

3타수 1안타(1홈런) 1사구 3타점 2득점. 8번타자 포수로서 만점 활약이었다. 타석뿐 아니라 수비에서도 그의 존재감은 빛났다.

▲ [창원=스포츠Q 이상민 기자] 최경철의 활약은 공격에서만 그치지 않았다. 그는 수비에서도 일품 송구로 아웃카운트 2개를 잡아냈다.

3회말 2사 1루, 그는 흘린 공을 기민한 동작으로 재빨리 잡아 2루로 정확히 송구해 다음 루를 노리던 지난 시즌 도루왕 김종호를 잡아냈다. NC 타순이 이종욱, 에릭 테임즈, 나성범으로 이어지는 중심타선이었기에 소중한 아웃카운트였다.

7회말 역시 그의 송구 능력이 빛을 발했다. 손시헌의 안타 때 대주자로 교체된 이상호는 최경철이 공을 흘리는 틈을 타 2루로 내달렸지만 아웃되고 말았다. 앞선 김종호의 상황과 똑같았다. 기동력이 주무기인 NC는 최경철의 총알 송구에 루를 훔치지 못했다.

LG 이번 시즌 팀 평균자책점 3위(4.58). 불펜 평균자책점 1위(4.22)에 올랐다. 이는 최경철이 든든히 안방을 지켰기 때문이다. 그는 길고긴 무명 생활간 갈고 닦은 투수리드와 도루 저지 능력으로 아킬레스건으로 지목되던 LG 안방을 꿰찼다. 지난 8월에는 생애 첫 올스타전에 출전하는 기염을 토했다.

지난해 LG가 11년만에 가을야구에 초대받았지만 최경철은 함께하지 못했다. 현재윤과 윤요섭의 그늘에 가려 리그 38경기에 출전했을 뿐이었기에 포스트시즌 엔트리에서 빠졌다. 그의 포스트시즌 경험은 2005년 SK 시절 한 경기가 전부다. 하지만 그마저도 대수비였을 뿐 타석에 서보지 못했다.

그만큼 그는 무명의 세월이 길었다. 1999년 쌍방울 레이더스에 고졸지명을 받은 그는 팀이 해체되며 선수 소유권을 양도받은 SK에 2003년 입단했다. SK에는 박경완, 정상호라는 거목이 버티고 있었기에 좀처럼 마스크를 쓸 기회를 잡을 수 없었다.

2012년 전유수와 트레이드되며 넥센에 둥지를 튼 것이 그의 인생에 있어 첫 번째 전환점이었다. 여전히 허도환에 이은 2인자였지만 데뷔 이래 가장 많은 81경기에 출전하며 백업포수로서의 가치를 인정받았다.

▲ [창원=스포츠Q 이상민 기자] 최경철은 19일 준플레이오프 1차전에서 3타수 1안타 3타점 2득점의 알토란 활약을 펼치며 MVP로 선정됐다.

그리고 지난해 서동욱과 트레이드되며 포수난에 시달리던 LG에 둥지를 틀었다. 지난해에는 현재윤과 윤요섭에 이은 ‘제3의 포수’였지만 그들이 줄부상을 당하자 비로소 안방을 꿰차게 됐다. 지난해까지 프로 통산 280경기에 출전해 홈런 한 개를 친 것이 전부였던 그는 홈런 4개를 때려내며 공격에서도 쏠쏠한 활약을 펼쳤다.

이병규(9번), 박용택, 이진영, 정성훈, 봉중근 등 슈퍼스타들이 즐비한 LG에서 그는 묵묵히 자신의 몫을 해내며 야구팬들에게 눈도장을 찍었고 이젠 가을에도 사고를 치고 있다.

최경철은 “한 경기, 한 계단씩 올라간다는 생각으로 임하겠다. 좋은 결과가 있을 것 같다”며 은근한 자신감을 내비쳤다.

양의지의 백업 포수던 용덕한은 2010년 준플레이오프에서 두산의 리버스 스윕을 진두지휘하며 시리즈 최우수선수(MVP)로 선정된 적이 있다. 그로부터 4년 후, 최경철이 닯은꼴 시나리오를 쓰고 있다.

sportsfactory@sportsq.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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