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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SQ진단] 강정호 김현우 임창용, 스포츠스타 요즘 왜 자꾸 사고 칠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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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SQ진단] 강정호 김현우 임창용, 스포츠스타 요즘 왜 자꾸 사고 칠까?
  • 민기홍 기자
  • 승인 2017.03.03 15:51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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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스포츠Q(큐) 민기홍 기자] # 메이저리거 강정호는 혈중 알코올 농도 0.084% 상태로 강남 한복판을 누비다 가드레일을 들이받고 달아났다. 재판부는 3일 1심에서 강정호에게 징역 8개월, 집행유예 2년을 선고했다.

# 2012 런던 금메달, 2016 리우 동메달 등 올림픽에서 투혼을 발휘해 국민에게 감동을 안겼던 레슬링 메달리스트 김현우는 술자리에서 친형과 시비 붙어 서로 술병으로 머리를 내리쳤다. 우발적 사건이라는 해명에도 불구하고 팬들을 씁쓸하게 하는 충격적인 뉴스였다.

# 2017 월드베이스볼클래식(WBC) 대표팀에 합류한 베테랑 임창용은 일본 오키나와 전지훈련 도중 무면허로 운전을 하다 오토바이와 접촉사고를 냈다. 일본 검찰은 임창용에게 도로교통법 위반 혐의를 적용, 벌금 30만 엔(303만원)을 부과했다.

지난해 12월부터 최근까지 일어난 스포츠스타의 사건사고다. 이뿐이랴. 오승환 임창용 윤성환 안지만의 원정 도박, 김상현의 음란행위, 장성우의 치어리더 비하 파문, 오정복과 에릭 테임즈의 음주운전, 전북 현대의 심판매수, 이태양 유창식 문우람의 승부조작, 수영 대표팀의 선수촌 탈의실 몰래카메라 사건까지 체육계의 ‘사회적 물의’가 줄을 잇는다.

대체 왜 이런 일이 요즘 부쩍 그리고 자꾸 반복되는 걸까.

◆ 교육 부재, SNS 발달이 불러온 사건사고

김용만 단국대 스포츠경영학과 교수는 “단순히 공부를 안 해서가 아니다. 광의적 의미의 교육을 덜 받았기 때문”이라며 “오로지 운동만 열심히 하면 되는 대상으로 여겨져 인성, 윤리를 제대로 챙기지 못하는 측면이 있다. 언제든 잘릴 수 있는 비정규직 지도자 입장에선 성적에만 초점을 맞출 수밖에 없는 게 안타까운 현실이다”라고 원인을 분석했다.

지난 연말 교육부와 한국직업능력개발원이 공개한 2016년 진로교육 현황조사 결과에 따르면 운동선수는 초등학생 희망직업 2위, 중학생 희망직업 4위에 자리했다. 야구 축구 해외파들의 선전과 은퇴 선수들의 활발한 예능 활동으로 스포츠스타는 선망의 대상이 됐다. 부와 명예를 동시에 거머쥘 수 있는 대표 직군으로 꼽힌다.

급격히 높아진 사회적 위상에 걸맞은 도덕적 책임에 대해 진지하게 여겨본 적이 있는가에 대해선 의문이 생긴다. 적은 나이에 스포트라이트를 받고 천문학적인 돈을 버니 사생활 관리에 소홀해지는 경우가 태반이다. “어렸을 때 판단력을 키우지 못한 이들은 ‘검은 손’의 유혹과 도움의 손길을 냉정하게 구분하는 능력이 떨어지는 것 같다”는 게 한 엘리트 체육인 출신 직장인의 설명이다.

일각에선 사건사고의 빈도가 요즘 특별히 많아진 건 아니라는 의견도 나온다. 페이스북 트위터 인스타그램 등 소설네트워크서비스(SNS)의 발달과 인터넷 매체 창간에 따른 기자 수 증가로 인해 선수의 사생활과 사건 사고가 더 노출되고 부각됐을 뿐 과거에 비해 크게 도드라질 게 없다는 시각이다.

한국언론진흥재단이 지난달 발간한 '2016 신문산업 실태조사'에 따르면 2015년 신문산업 종사자는 소규모 매체들의 시장 진입으로 전년 대비 11.1%나 증가한 4만1089명이 됐다. 스타의 사건사고만큼 독자들의 흥미를 끄는 뉴스는 없다. 기자 수도 크게 늘었는데 이는 보는 눈이 많아졌고 이슈가 심층적으로 확대 재생산된다는 의미일 수 있다.

대형 커뮤니티와 SNS를 통해 미담, 험담, 인증샷, 헛소문이 실시간으로 유포되는 시대다. 지난해 8월 수원에서 불거진 손승락 윤길현과 롯데 자이언츠 원정 팬 사이의 배달 음식 갈등은 예년 같았다면 세간에 알려지지 않고 넘어갔을 문제다. 요즘 사건사고는 담벼락의 글, 트위터 멘션 하나로부터 시작돼 파문으로 번지기 일쑤다.

◆ 체계화되는 프로그램, 지도자 교육이 더 중요하다

스포츠스타의 일탈 행위, 막을 수는 없는 걸까. 사건사고가 없는 청정구역은 있을 수 없다. 이를 줄이기 위한 노력이 필수다. 전문가들은 스타 스스로가 문제를 인식할 수 있도록 학계와 업계가 힘을 합쳐 지속적으로 교육해야 한다고 한 목소리를 낸다.

각 협회, 연맹은 신인 때부터 올바른 가치관을 심어주기 위한 프로그램을 마련하고 있다. 국가대표가 집합하는 태릉선수촌에서는 이미지메이킹, 예의범절, 에티켓 등 정기 소양교육이 진행되고 있고 프로스포츠 각 종목별 협회도 오리엔테이션을 통해 신인들을 교육하고 있다.

지난 1월 ‘국민타자’ 이승엽은 KBO의 요청을 받고 2017 루키 130여 명을 대상으로 자신의 노하우를 아낌없이 전수했다. 부정행위에 대한 경각심을 일깨우려 야구단 kt 위즈는 승부조작으로 급전직하한 ‘농구 레전드’ 강동희 전 원주 동부 감독을 강사로 초청했다.

▲ 대한체육회는 국가대표를 대상으로 소양 교육을 정기적으로 실시하고 있다. [사진= 대한체육회 제공]

늘 흥분 상태에 있는 불안정한 선수들을 다독이기 위해 심리학 강의를 마련한 단체도 여럿이다. 롯데 자이언츠는 정규시즌 내내 선수단 개인 지원 프로그램을 진행하며 알파인스키, 스노보드 등 대한스키협회의 멘탈 관리 프로그램 덕에 장족의 발전을 이뤘다. 인권, 윤리, 성추행, 불법도박, 도핑 등과 관련한 교육도 곳곳에서 이뤄지고 있다.

김용만 교수는 “스포츠스타의 일탈은 개인의 문제이기도 하지만 사회 구조적인 문제로도 볼 수 있다”며 “운동선수들이 자정능력을 키우려면 선수 교육은 필수다. 더 중요한 건 지도자 교육이다. 교육 전반에 대한 홍보도 아주 중요하다”고 역설했다.

스타를 향한 대중의 잣대는 때론 너무 엄격하다. 그러나 팬 없는 스포츠란 존재할 수 없다. 운동선수에게 요구되는 도덕적 수준이 보편적인 가치관보다 훨씬 높다고 보기는 힘들다. 그나마 스포츠는 불법, 부정, 가짜가 판치는 세상에서 공정한 분야로 평가받는다.

경기장 안은 물론 밖에서도 맑고 깨끗해야 스포츠의 가치가 더 높아지는 것은 아닐까. 스포츠스타들의 사건사고가 빈발하는 요즘 스포츠인의 노력이 절실한 시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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