UPDATED. 2024-03-28 21:53 (목)
원소스 멀티 유즈 모범사례 '미생' 신드롬
상태바
원소스 멀티 유즈 모범사례 '미생' 신드롬
  • 용원중 기자
  • 승인 2014.10.27 18:04
  • 댓글 0
이 기사를 공유합니다

[스포츠Q 용원중기자] 웹툰작가 윤태호의 원작을 바탕으로 한 케이블채널 tvN 금토드라마 ‘미생’(극본 정윤정·연출 김원석)이 ‘원소스 멀티 유즈’의 정석을 보여주며 화제의 중심에 섰다.

'미생'은 지난 10월17일 첫 방송 이후 꾸준한 시청률 상승세를 보이다 25일 방영된 4회에서 평균 시청률 3.6%, 최고 시청률 4.9%를 기록(닐슨코리아 유료플랫폼 기준)하며 시청률 고공행진 구간에 진입했다.

◆ 웹툰으로 출발해 단행본, 모바일 영화, 케이블 드라마로 '트랜스포머'급 변신

바둑이 인생의 전부였던 스물여섯 청춘 장그래가 프로입단에 실패한 뒤 종합무역상사 인턴으로 들어가게 되면서 벌어지는 이야기를 다룬 ‘미생’은 웹툰, 단행본, 모바일 영화, 케이블채널 드라마로 다양한 분야의 소비자를 만족시키고 있다.

2012년 1월 포털사이트 다음을 통해 웹툰으로 선보인 이 작품은 같은 해 9월 단행본으로 발간되기 시작, 지난해 10월 완간되자마자 50만부가 팔렸으며 27일 누적 판매부수 100만부를 돌파했다. 올해 첫 밀리언셀러다.

▲ 웹툰과 단행본, 모바일 영화, 케이블 드라마 '미생'(사진 위 왼쪽부터 시계방향으로)

지난해 5월에는 1시간짜리 모바일 영화 ‘미생 프리퀄’로 공개됐다. 윤태호 작가가 직접 프리퀄(원작 내용에 앞선 사건을 담은 속편)을 집필, 등장인물들의 전사(前史)를 보여줬다. 또 ‘미생 세대가 만드는 미생’을 기치로, 장편영화 데뷔 전의 젊은 감독 손태겸 김태희가 연출을 맡아 150만 조회수를 넘기는 기염을 토했다. 아이돌 스타 임시완이 주인공으로 캐스팅돼 독자들 사이에선 “장그래와 똑같다”고 화제가 됐다. 가수 바로 역시 이 작품을 통해 연기자로 주목받았다.

드라마 '미생'은 신드롬의 뇌관으로 작용했다. 매회 방송될 때마다 자체 최고 시청률을 경신하면서 도서 판매에 강력한 영향을 미치는 중이다. ‘미생’은 현재 예스24, 교보문고, 알라딘, 인터파크 등 모든 인터넷 서점사이트 종합 베스트셀러 순위 1위를 기록하고 있다. 출판사 위즈덤하우스 측은 “드라마 방송 이후 등장인물들 간의 관계와 배경, 미방영 에피소드에 관한 궁금증 때문에 원작을 찾아 읽어야겠다는 욕구가 반영된 결과”라고 설명했다.

◆ 처연한 청춘 장그래 역 아이돌스타 임시완의 놀라운 연기력 

드라마는 임시완을 제외하곤 영화와 다른 캐스팅으로 출발했다. 원 인터내셔널 영업3팀의 냉철하고 합리적인 오과장(이성민), 우직하고 순수한 영업3팀 김동식 대리(김대명), 에이스 홍일점 인턴 안영이(강소라), 빈틈없는 모범생 인턴 장백기(강하늘), 노동자 집안 출신의 자신만만한 인턴 한석율(변요한), 냉혹한 성공 지상주의자 최전무(이경영)로 라인업을 꾸렸다.

원작 캐릭터와 흡사한 이미지의 배우들은 각자의 캐릭터를 밀도 높게 표현한다. 특히 독립영화계의 청춘스타 변요한과 악역을 주로 맡아온 개성파 조연 김대명의 드라마 출연이 눈길을 끈다.

▲ 드라마 '미생'의 장그래 역 임시완[사진=tvN 방송화면 캡처]

무엇보다 임시완의 모습은 매우 인상적이다. 장그래는 열한 살에 한국기원 연구생으로 들어가 프로 바둑기사를 목표로 살아가나 입단에 실패, 아르바이트를 전전하다가 종합상사에 입사한다. 스펙 빵빵한 ‘갑’들의 세상에서 가난한 홀어머니 슬하에 고졸 검정고시 출신인 그는 미운 오리새끼일 뿐이다. 하지만 바둑을 통해 연마한 신중함과 통찰력, 따뜻함을 무기로 업무를 배워가고, 정글과 같은 세상에서 살아 나가게 된다.

드라마 ‘해를 품은 달’ ‘적도의 남자’ ‘트라이앵글’, 영화 ‘변호사’를 통해 범상치 않은 연기력을 보여줬던 임시완은 처연한 청춘의 초상을 흠잡을 데 없이 그려낸다. 감정의 여백이 느껴지는 내레이션을 비롯해 고즈넉한가 하면 강단 있는 정중동의 연기를 구사함으로써 젊은 연기파의 탄생을 알린다. 다소 헐렁한 정장마저 장그래의 옷을 입은 것만 같아 20~30대 여성 시청자들을 넉 다운시킨 분위기다.

◆ 비정규직 청춘, 회사풍경 리얼하게 그려 '직장인 필독극'으로 자리매김

취업준비생과 직장인의 필독극(劇)이 된 ‘미생’은 웹, 모바일, 만화, 케이블에 친숙한 2030세대에 걸맞은 내용으로 이들을 소구한다. 비정규직을 양산하는 비극적 사회의 청춘과 직장인들의 전쟁 같은 삶을 가감 없이 묘사하고, 통찰력 있는 대사로 공감의 폭을 넓힌다.

“어차피 들어오게 됐으니 어떻게든 버텨봐라. 버틴다는 건 완생으로 나아가는 거니까. 우린 아직 다 미생이다” “내가 열심히 했다고? 아니, 난 열심히 하지 않아서 버려진 것뿐이다. 열심히 하지 않아서...지금 여기에 이러고 있는 거다” “그들 속에 섞이고 싶은 마음이 너무 간절해서 보지 못했던 불편한 진실...결국 나는 여전히 혼자 다른 방향으로 가고 있었던 거다”와 같은 대사는 깊은 여운과 감동을 남긴다.

▲ 드라마 '미생'의 오과장, 김대리, 장그래 출연 장면[사진=tvN 방송화면 캡처]

직장 초년생 김혜진(27)씨는 “얼마 전까지 인턴을 했는데 직장 내 인턴들의 치열한 삶에 절로 감정이입이 됐다”며 “특히 사내 무역파트 담당자들은 드라마 속 용어나 벌어지는 일들이 현실을 똑같이 반영했다고 입을 모은다”고 전했다. 모 중견기업 영업부 대리 강승훈(32)씨는 “가진 것 없는 장그래의 고군분투와 직장 동료들 사이에 피어나는 눈물겨운 우정에 눈을 떼기 힘들다”고 말했다.

초라한 현실일지라도 희망의 화살을 쏠 수 있음을, 시행착오가 얼마든지 성공을 향한 디딤돌이 될 수 있음을 일깨워준 아름다운 드라마는 이렇듯 온라인 만화로 출발해 오프라인 세상에 강력한 자기장을 형성하고 있다.

▲ 원작 웹툰의 장그래 캐릭터와 배우 임시완[사진=tvN 홈페이지 캡처]

goolis@sportsq.co.kr

도전과 열정, 위로와 영감 그리고 스포츠큐(Q)


주요기사
포토Q