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넥센 '소사 선발카드' 실패, 플레이오프 부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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넥센 '소사 선발카드' 실패, 플레이오프 부담
  • 박상현 기자
  • 승인 2014.10.27 23:3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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4⅓이닝 피안타 6개·볼넷 5개 내주고 3실점…5회초 1사후 조상우와 교체

[목동=스포츠Q 박상현 기자] '염갈량' 염경엽 넥센 감독이 꺼내들었던 '소사 선발카드'는 실패로 끝났다. 1차전과 4차전을 맡아줘야 할 헨리 소사가 5이닝도 채우지 못하고 물러남에 따라 포스트시즌에서 적지 않은 부담이 생겼다.

넥센은 27일 서울 목동야구장에서 열린 2014 한국야쿠르트 세븐 프로야구 LG와 플레이오프 1차전에서 윤석민의 6회말 역전 결승 3점 홈런으로 전세를 뒤집으며 6-3 역전승을 거뒀다. 이로써 넥센은 5전 3선승제의 플레이오프에서 첫 경기를 이기며 창단 첫 한국시리즈 진출을 향한 쾌조의 스타트를 끊었다.

넥센이 비록 승리하긴 했지만 마음에 걸리는 대목이 없는 것은 아니다. 야심차게 준비했던 '소사 선발카드'가 재미를 보지 못했기 때문이다. 이 때문에 조상우에게 34개의 공을 던지게 했다. 다음날 2차전에서 조상우를 연투시키기가 부담스럽다.

이는 소사가 너무 일찍 무너졌기 때문이다. 소사는 이날 4⅓이닝 동안 피안타 6개와 볼넷 5개를 기록하고 3실점, 팀이 1-3으로 뒤진 5회초 1사 1, 3루 위기에서 조상우와 교체돼 물러났다.

다행히 조상우가 이병규(7번)를 유격수 앞 땅볼로 더블 플레이를 이끌어내 이닝을 끝냄으로써 소사의 실점은 더이상 늘어나지 않았지만 소사가 5이닝도 버티지 못한 것은 분명 이날 경기 '옥에 티'였다.

◆ 밴헤켄에 나흘 휴식 주기 위해 2선발 맡겨

염경엽 감독은 플레이오프에 나서면서 3선발 체제를 공언하며 소사를 1차전 선발로 내세웠다. 1차전 선발로 20승 투수 앤디 밴헤켄 대신 소사를 내세운 것은 역시 3선발 체제와 무관하지 않다. 넥센은 외국인 투수 밴헤켄과 소사, 오재영 외에는 믿을만한 선발투수가 없다. 5차전 단기전이기 때문에 3명의 투수로도 충분하다는 염 감독의 계산이다.

▲ [목동=스포츠Q 최대성 기자] 넥센 선발투수 헨리 소사(오른쪽)가 서울 목동야구장에서 열린 LG와 프로야구 플레이오프 1차전 5회초 1사 1, 3루 위기를 맞은 뒤 마운드에서 물러나고 있다.

하지만 1차전 선발과 2차전 선발은 차이가 있다. 1차전 선발은 27일 목동 1차전을 치른 뒤 31일 잠실 4차전에 나서는 일정이다. 사흘을 쉬고 나흘만에 등판이다. 그러나 2차전 선발은 중간에 휴식일이 두번 끼어있기 때문에 휴식기간이 늘어난다. 2차전 선발은 28일 목동 2차전 뒤 다음달 2일 목동 5차전에 나서기 때문에 나흘을 쉴 수 있다.

30대 중반인 밴헤켄이 사흘 쉬고 나흘만에 등판하는 것이 힘들다고 봤을 때 아직 20대인 소사가 1차전과 4차전을 맡아주는 것이 가장 효과적이다. 게다가 소사가 올시즌 10승을 거두면서 승률 1위까지 오르는 등 2선발로 맹활약했기 때문에 1차전에 내세울 카드로 그다지 무리라고 볼 수는 없었다.

염경엽 감독은 경기 시작 전 기자들과 만난 자리에서 소사에 대한 기대를 크게 걸었다.

염 감독은 "소사가 멘탈이 많이 좋아졌다고 하는데 사실은 폼과 메카니즘이 좋아진 것"이라며 "스트라이크를 필요할 때 넣을 수 있을 정도로 개선됐다. 기술이 안되면 멘탈도 강해질 수 없다"고 말했다.

이어 염 감독은 "한계 투구수를 100개에서 110개로 보고 있다"며 "투구수가 90개가 넘어가도 소사의 구속은 시속 150km대를 유지한다. 하지만 공이 뜨면 힘이 떨어진 증거이니 이를 잘 살펴보겠다"고 밝혔다.

하지만 소사는 투구수 90개도 채우지 못했다. 그리고 스트라이크를 던지고 싶을 때 던지지 못하면서 볼넷이 늘어갔다.

1회초는 공 4개로 잘 막았지만 2회초부터 볼이 늘어났다. 2사까지 잘 잡아놓고도 브래드 스나이더와 오지환에게 연속 볼넷을 내줬다. 그것도 초구 스트라이크를 잡고도 제구력이 떨어지는 바람에 2개의 볼넷을 허용했다. 다음 타자 최경철을 중견수 플라이로 막으며 이닝을 넘기긴 했지만 그의 제구력 난조는 3회초에도 이어졌다.

◆ 소사, 제구력 난조로 볼넷 양산…스스로 자초한 위기

팀 타선이 선제점을 뽑아줬음에도 3회초 곧바로 역전을 허용한 것도 볼넷이 화근이었다. 손주인과 정성훈에게 연속 볼넷을 허용하면서 무사 1, 2루의 위기를 자초했고 이어 김용의의 기습 안타로 무사 만루 상황까지 몰렸다. 박용택의 안타로 1-1 동점을 허용한 소사는 이병규(7번)의 중견수 뒤를 넘어가는 큼지막한 안타로 대량 실점의 위기까지 몰렸다.

그나마 2루 주자 김용의가 홈에서 아웃되고 이병규가 선행주자 박용택을 지나치면서 더블 아웃이 되면서 순식간에 위기를 넘어간 것이 다행일 정도였다.

▲ [목동=스포츠Q 최대성 기자] 넥센 선발투수 헨리 소사가 서울 목동야구장에서 열린 LG와 프로야구 플레이오프 1차전 선발로 나와 공을 던지고 있다.

하지만 소사는 4회초 스나이더에게 오른쪽 담장을 넘어가는 125m짜리 솔로 홈런을 허용하며 실점이 3점으로 늘어났다.

이날 소사는 5이닝도 채우지 못한 상황에서 볼넷 5개를 내줬다. 올시즌 한 경기 최다 볼넷과 타이 기록이었다. 84개의 공 가운데 34개가 볼이었다. 최고 시속 158km의 빠른 공을 앞세웠지만 슬라이더(14개), 컷 패스트볼(9개), 포크볼(4개), 커브(1개) 등 좀 더 다양한 구종을 섞어 던지지 못한 것이 아쉬웠다. 다양한 구종을 던지지 못하면서 LG 타자들의 커트에 당했고 스트라이크와 볼의 차이가 확연하게 드러난 것이 화근이 됐다.

소사가 플레이오프 4차전에 등판하려면 넥센과 LG가 목동 1, 2차전에서 1승 1패를 거둬야만 가능하다. 5이닝도 채우지 못하고 고개를 숙인 소사가 명예와 자존심을 회복할 수 있는 기회가 다시 올까.

tankpark@sportsq.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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