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플레이오프, 이제부턴 '불펜의 싸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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플레이오프, 이제부턴 '불펜의 싸움'
  • 박상현 기자
  • 승인 2014.10.28 10:28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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중간계투서 엇갈린 희비…투수 교체 타이밍도 변수

[스포츠Q 박상현 기자] 선발투수가 아무리 강해도 중간계투가 강하지 못하면 결코 그 팀은 승리할 수 없다. 선발투수 못지 않게 불펜의 중요성이 부각되는 이유다.

넥센과 LG의 2014 한국야쿠르트 세븐 프로야구 플레이오프에서도 불펜의 싸움에서 승패가 엇갈릴 것으로 보인다. 이미 1차전에서 증명됐다.

넥센은 27일 서울 목동야구장에서 열린 플레이오프 1차전에서 LG에 6-3으로 역전승을 거뒀다. 이날 경기에서 승패를 가른 것은 헨리 소사와 우규민의 선발 맞대결이 아니었다. 중간계투 싸움에서 희비가 엇갈렸다.

선발 맞대결만 놓고 보면 LG의 승리였다. 소사는 4⅓이닝 동안 볼넷 5개를 내줬을 정도로 제구력이 흔들렸다. 최고 시속 158km의 빠른 공을 뿌릴 정도로 좋은 공을 갖고 있었지만 소사가 공격적인 투구를 하지 못하고 너무 어렵게 경기를 풀어간 탓이었다.

이에 비해 우규민은 공이 낮게 제구되면서 넥센 타자들을 곤혹스럽게 만들었다. 작은 실투 하나 없이 좋은 투구를 선보였다.

▲ 넥센의 두번째 투수 조상우가 27일 서울 목동야구장에서 열린 LG와 프로야구 플레이오프 1차전에서 힘차게 공을 던지고 있다. [사진=스포츠Q DB]

◆ 두번째 투수에서 엇갈린 희비, 1차전 승패 가르다

소사와 우규민에 이어 나온 두번째 투수들이 1차전 승패를 결정지었다. 넥센의 두번째 투수 조상우는 안정된 투구로 소사가 자초한 위기까지 모두 막아낸 반면 LG의 두번째 투수 정찬헌은 오히려 불을 지르고 말았다.

조상우는 5회초 1사 1, 3루의 상황에서 마운드를 물려받았다. 한 점 정도는 더 줘도 크게 비난할 상황이 아니었다. 조상우 역시 점수를 주지 않겠다는 무리한 투구보다 최대한 막겠다며 편하게 마음을 먹었다. 점수를 주지 않겠다는 생각에 연연하지 않다보니 오히려 이병규(7번)를 더블 플레이로 처리하는 최고의 결과로 이어졌다.

이후 조상우는 LG의 6회초 공격과 7회초 공격을 막아내면서 안타 1개와 볼넷 1개만을 내줬을 뿐 삼진 2개를 잡아내며 봉쇄했다. 20세 약관의 나이로 지난 시즌 데뷔한 조상우는 프로 2년차에 맞이한 포스트시즌 첫 경기에서 승리투수가 되는 기쁨을 누렸다.

반면 정찬헌은 우규민의 갑작스러운 부상으로 마운드를 내려간 상황에서 이를 제대로 처리하기는 커녕 더욱 큰 불을 지르고 말았다. 불씨를 끄기 위해 물을 부어야 하는데 기름을 쏟아부은 격이 됐다.

우규민의 투구수가 100개가 훨씬 넘어가면서 미리 몸은 풀어놨지만 갑작스럽게 등판한터라 정찬헌의 몸은 무거워보였다. 쌀쌀한 날씨 속에 제구도 여의치 않았다. 오히려 다음 타자인 김민성에게 몸에 맞는 공을 허용하며 무사 1, 2루로 상황을 크게 만들었다.

결국 이성열에게 우전 적시타를 허용하고 말았고 서동욱의 투수 희생번트에 이은 윤석민의 3점짜리 역전 결승홈런을 헌납하면서 무너지고 말았다. 가까스로 잡은 아웃카운트 하나도 자신이 잘 던져서 만들어낸 것이 아니라 넥센의 작전에 의한 것이었다.

이후 LG는 임정우가 1⅔이닝 동안 삼진 3개를 잡아내며 급한 불을 끄긴 했지만 네번재 투수 유원상이 두차례 폭투를 저지르며 1루에 있던 주자를 홈까지 들어오게 만들었다. 이는 이날 경기의 쐐기점이 됐다.

중간계투의 중요성은 아무리 강조해도 지나치지 않다. 미국 프로야구 메이저리그(MLB) LA 다저스가 클레이튼 커쇼, 잭 그레인키, 류현진 등 최고의 '원투쓰리 펀치'를 보유하고도 월드시리즈 문턱도 밟지 못한 것은 역시 취약한 중간계투진 때문이었다. 네드 콜레티 LA 다저스 단장이 시즌이 끝난 후 구단 고문으로 물러난 것 역시 불펜을 강화하지 못한 것에 대한 책임 때문이었다. 삼성이 4년 연속 페넌트레이스에서 우승하고 한국시리즈까지 통합 우승을 노릴 수 있는 전력을 갖춘 것 역시 차우찬과 안지만 등 최고의 중간게투진을 보유하고 있기 때문이다.

▲ LG 우규민이 27일 서울 목동야구장에서 열린 넥센과 프로야구 플레이오프 1차전에서 부상으로 마운드에서 내려오면서 아쉬움이 남는 듯 뒤를 돌아보고 있다. [사진=스포츠Q DB]

◆ 소사 흔들리자 곧바로 교체한 넥센, 머뭇거리다가 타이밍 놓친 LG

염경엽 넥센 감독은 "소사에게 100개에서 110개의 공을 던지게 할 계획이다. 소사는 투구수 90개가 넘어가도 시속 150km의 빠른 공을 뿌린다"며 "다만 똑같은 속도라도 공이 뜨면 힘이 떨어졌다는 증거다. 이를 유심히 볼 것"이라고 말했다.

그러나 소사의 이날 투구수는 90개도 안됐다. 84개였다. 염 감독이 정한 한계투구수에 30개 정도 못미쳤다. 이닝으로 따지면 1~2이닝 정도 덜 던지게 한 셈이다.

하지만 염경엽 감독이 4차전 선발까지 맡아줘야 하는 소사를 일찍 내린 것은 결단이 빨랐기 때문이다. 제구력도 좋지 않지만 너무 일찍 지쳤다는 판단에서였다.

염경엽 감독은 경기가 끝난 뒤 기자회견에서 "소사가 초반에 너무 오버페이스한 것 같았다. 80개가 넘어가면서 공이 뜨기 시작했고 힘이 빠진 것을 느꼈다"며 "제구가 안되면서 볼넷이 많아졌다. 승부처라고 생각해서 교체했다"고 밝혔다.

미리 소사의 공이 뜨기 시작하면 바꾸겠다는 생각을 갖고 있었기에 빠른 결단이 가능했던 것이다.

염경엽 감독은 마무리 손승락을 아웃카운트 하나 남겨놓고 한현희로 교체한 것 역시 일찌감치 기준을 정해놨기 때문이다.

염 감독은 "손승락을 붙박이 마무리로 쓸 생각이 없다. 페넌트레이스와 달리 세이브와 홀드가 중요한 것이 아니라 이길 수 있는 확률이 높은 쪽으로 투수를 운용할 생각"이라며 "상황에 따라 손승락이 먼저 나설 수도 있고 그 반대일 수도 있다. 조상우를 마무리로 쓸 생각은 없지만 손승락과 한현희를 번갈아 마무리로 기용할 것"이라고 말했다.

반면 양상문 LG 감독은 머뭇거리다가 교체 타이밍을 놓치고 말았다. 정찬헌이 첫 타자 김민성에게 몸에 맞는 공을 허용하고 이어 이성열에게 적시타를 허용했을 때 바꿔줬어야 했지만 그러질 못했고 결국 윤석민에게 3점 홈런을 허용하는 최악의 상황을 맞았다.

양상문 감독 역시 투수 교체 타이밍을 놓쳤음을 인정했다. 교체 타이밍 뿐 아니라 선수 선택에서도 미스가 있었다고 설명했다.

양상문 감독은 "처음에는 신재웅을 쓸 계획이었다. 우규민이 강정호를 처리하고 곧바로 바꾸려고 했는데 그러질 못했다"며 "또 서동욱의 희생번트가 있었을 때 곧바로 임정우를 넣었어야 했는데 딱 결정하지 못했다. 그것이 결국 잘못으로 이어졌다"고 밝혔다.

임정우가 이후 넥센 타선을 잘 묶었기에 일찍 바꾸지 못한 아쉬움은 더욱 컸다.

이를 봤을 때 중간계투진의 활약 못지 않게 감독의 교체 타이밍 선택도 포스트시즌에 가장 큰 변수가 됐다. 조그만 실수 하나도 허용하지 않는 포스트시즌이기에 선수는 물론 감독, 코칭스태프까지도 한 경기, 한 경기에 모든 신경을 집중하고 곤두세워야 한다.

tankpark@sportsq.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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