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유소연 매년 준우승 두번씩 불운의 끝판, 호수에서 눈물 씻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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유소연 매년 준우승 두번씩 불운의 끝판, 호수에서 눈물 씻다
  • 정성규 기자
  • 승인 2017.04.03 17:0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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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스포츠Q(큐) 정성규 기자] 유소연(27·메디힐)은 그토록 간절했다. 미국여자프로골프(LPGA)에서 이어져온 길고 긴 불운의 고리를 끊어내고 싶었다. 무관의 돌풍은 더 이상 사양했다.
한국선수 중 세계랭킹 최고 3위, LPGA 시즌 상금 랭킹 1위. 2년 반 동안 우승 트로피 한 번 품어보지 못한 채 거둔 도약이지만 찻잔속의 돌풍이라는 얘기를 듣기 싫었는 지 모른다. 애절하게 준우승 트라우마도 지우고 싶었다.

3일 미국 캘리포니아주 랜초 미라지 미션 힐스 컨트리클럽. 시즌 첫 메이저대회 ANA인스퍼레이션 마지막 라운드에서 4년 만의 우승을 노렸던 미국의 렉시 톰슨도 울었고, 유소연도 울었다.

12번홀까지 단독 선두를 달리던 렉시 톰슨은 이 홀을 벗어날 때 전날 볼 마킹과 스코어 카드 오기가 인정되면서 무려 4벌타를 통보받는 악운에 눈물을 훔쳤다.
유소연은 보기 없이 버디 4개만으로 4타를 줄인 끝에 최종합계 14언더파 274타로 이미 경기를 마쳤다. 렉시 톰슨은 벌타 충격속에 다시 힘을 내서 마지막 18번홀 버디로 승부를 연장으로 몰고 갔다. 그러나 톰슨은 그동안 질긴 시련에 눈물 흘렸지만 묵묵히 60개 연속 컷통과를 이어온 '준비된 메이저 퀸' 유소연의 행운은 넘지 못했다.

하늘은 그 유소연의 간절한 소원에 끝내 '호수의 숙녀들(The Ladies of The Lake)'을 활짝 열어준 것이다.

 유소연은 힘든 시련에 의지가 돼준 어머니 조광자씨와 포피 폰드에 뛰어들어 깊은 포옹을 나눴다. 길고 긴 좌절과 불운의 나날을 떠올린 유소연은 복받치는 감동의 눈물을 그렇게 깨끗이 씻어냈다. 톰슨의 독주에도 포기하지 않는 집념의 승리는 캘리포니아 사막의 호수 물빛 과 어울려 찬연하게 빛났다.
'호수의 여왕' 유소연은 연장전 경쟁자인 렉시 톰슨이 이번 일로 자신만큼이나 '불운의 아이콘'로 떨어지길 바라지 않았다. 유소연은 ANA 인스퍼레이션 우승 인터뷰에서 "미국 갤러리들의 뜨거운 성원이 있기에 다음에는 좋은 영광이 있었으면 좋겠다"는 위로의 말을 잊지 않았다.

유소연으로선 실로 길고 긴 정상 탈환기였다.

 2011년 7월 US여자오픈으로 LPGA 데뷔승을 신고하며 '메이저 퀸'으로 이듬해 본격적으로 꿈의 무대에 뛰어들었다.
 2012년 8월 제이미파 클래식, 2014년 8월 캐나디언 여자오픈에서 2, 3승을 거두며 전도양양한 미래를 여는 듯했다. 두 달 뒤 레인우드 LPGA 클래식부터 컷오프를 거부한 퍼레이드를 펼치며 꾸준함의 아이콘으로 주목받았다. 2015년 8위, 2016년 10위였던 시즌 상금랭킹도 올 들어 1위까지 올라섰다.
 하지만 늘 빈손이었다. 준우승만 6번이었다.
2015년 두 번, 지난해 두 번, 올해도 두 번. 3승을 거둘 때까지도 준우승이 매년 두 번씩 모두 6번이었으니 '넘버2 징크스'가 악령으로 되살아난 셈이다.

 

지난주 기아클래식 공동준우승에 이어 이번에도 톰슨의 대실수가 아니었다면 그 준우승 트라우마가 2주 연속 이어질 뻔했다.

하지만 유소연은 포기하지 않은 보상을 통산 4승, 그것도 메이저 2승으로 품을 수 있었다.
지난해 폼을 수정하면서 올 시즌 5개 전 대회 톱10에 오를 만큼 안정감을 회복한 노력의 전리품이기도 했다.

또 연장전 징크스도 털어낸 게 유소연으로선 값진 수확이 아닐 수 없다.

첫 메이저 퀸에 오를 때는 서희경을 연장에서 꺾었지만 이후 두 차례 연장에서는 고배를 들었던 유소연이다. 2012년 호주여자오픈에서 서희경, 스테이시 루이스, 브리태니 린시컴 등 5명과 서든데스를 치러 패하더니 이듬해 아칸사스 챔피언십에서는 박인비에게 연장승리를 내줘야 했다.
그러나 4년 만에 맞은 이번 연장에서는 냉정한 샷으로 첫 홀에서 버디를 잡아내 연장 승률을 50%로 회복시킨 것이다. 한국선수 6번째 메이저 퀸 유소연은 태극낭자 메이저 우승횟수도 25승으로 늘렸다.

2012년 LPGA 신인왕을 차지한 이후 결코 호락호락 무너지지 않는 안정 플레이의 대명사로 그린에 조용한 돌풍을 일으켜온 유소연. 

총 LPGA 133개 대회에 출전, 컷탈락은 3번뿐이었고 톱10 진입은 68회나 됐다. 2012년부터 약속이나 한 듯 매년 두 번씩 준우승의 쓰라림도 가슴에 새겨야 했던 그다.
늘 준비해야 우승할 수 있다는 신념으로 오랜 기다림의 끝을 다시 메이저 대관식으로 장식했으니 호수의 대역전 드라마는 여운이 길어질 듯하다.

두드려라 열릴 것이다.

포기하지만 않는다면 행운은 꼭 찾아올 것이라는 진리를 다시 일깨워준 유소연의 집념, 그것은 너무도 아름다운 '호수의 여인'을 탄생시켰다. 상금랭킹 1위를 지키며 세계랭킹 2위로 올라선 유소연, 이제 당당한 메이저 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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