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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SQ포커스] 슈틸리케 재신임, 꺼진 불이 아닌 이유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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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SQ포커스] 슈틸리케 재신임, 꺼진 불이 아닌 이유는?
  • 정성규 기자
  • 승인 2017.04.04 10:3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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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스포츠Q(큐) 정성규 기자] 러시아 가는 길에서 비틀거리는 행보로 십자포화를 맞아온 울리 슈틸리케 한국축구 대표팀 감독이 재신임을 얻었다. 3일 대한축구협회 기술위원회는 무색무취의 팀 칼러로 경질론에 휩싸인 슈틸리케 감독에게 남은 2018 러시아 월드컵 최종예선에 힘을 실어주기로 결정했다.

과연 슈틸리케는 계약기간인 본선까지 롱런할 수 있을 것인가, 아니면 남은  최종예선 결과에 따라 끝내 낙마할 것인가. 여전히 '독이 든 성배'의 쥔 슈틸리케의 손은 떨릴 수밖에 없다.

 

한국축구 월드컵 도전 60년사에서 지역예선과 본선을 한 감독이 지도한 사례는 점점 줄어들고 있다. 32년 만에 본선진출을 이룬 1986 멕시코 월드컵의 김정남, 1990 이탈리아 월드컵의 이회택 감독은 각각 프로팀 사령탑으로서 '차출'된 국가대표팀 지휘를 겸하는 체제로 최종예선을 거쳐 본선까지 맡았다.

1992년 대표팀 전임감독제가 도입된 뒤로는 1994 미국 월드컵의 김호, 1998 프랑스 월드컵의 차범근 감독까지 모두 국내 지도자가 4연속 본선통과로 본선을 지휘했지만 단 1승을 거두지 못했다. 김정남 1무2패, 이회택 3패, 김호 2무1패, 차범근 2패(중도해임 후 대행체제 1무)로 무승의 늪에서 헤어나오지 못한 채 맞은 2002 한일 월드컵 폴란드전에서 비로소 비원의 첫승을 거두며 4강까지 오른 것은 한국축구의 분수령이다.

하지만 이후 2006 독일 월드컵은 움베르투 코엘류-요하네스 본프레레의 예선 체제 이후 딕 아드보카트의 본선 체제(1승1무1패)로 분절됐다. 외인감독 교체 후유증을 겪은 뒤 대권을 쥔 허정무 감독은 2010 남아공 월드컵 최종예선을 통과한 뒤 본선에서 1승1무2패로 사상 첫 원정 월드컵 16강을 이뤄냈다.

2014 브라질 월드컵에선 가장 큰 혼란을 겪었다. 조광래 감독이 2차 예선 도중 낙마하고 최강희 감독이 최종예선만 맡은 뒤 본선 대권은 홍명보 감독이 이어받았지만 1무2패에 그쳐 16년 전으로 퇴보했다.

이렇게 부침이 심했던 한국축구의 월드컵 본선 도전사로 볼 때 입지가 좁아들었던 슈틸리케의 재신임 결정은 조 2위라는 성적이 방패막이가 됐다. 반대로 결과가 나쁘면 바로 경질의 칼날이 다시 살아날 수 있음을 의미한다.

슈틸리케 감독의 유임을 발표하고 있는 이용수 기술위원장. [사진=대한축구협회 제공]

이용수 기술위원장이 "한 경기 한 경기에 따라 달라질 수 있다"고 한 발언이 협박성이 아니냐는 논란을 낳기도 했지만 여전히 감독 교체에는 성과가 제1 잣대임을 중의적으로 담은 메시지로 볼 수 있다.

그렇다면 슈틸리케의 명운은 어떤 시나리오에 따라 결정될 수 있을까.

성적에 따라 시나리오 A,B,C로 나뉠 것이다. 가장 희망적인 시나리오A는 6월 13일 카타르과 원정경기, 8월 31일 이란과 홈경기, 9월 5일 우즈베키스탄과 원정경기에서 본선 직행티켓을 얻어 본선까지 임기를 채울 수 있다는 믿음을 보여주는 것이다. 여기에는 슈틸리케의 축구가 달라졌고 강해졌다는 보편적인 인식을 얻어야만 가능한 롱런 로드맵이다.

본선 직행이라는 성과를 거두더라도 그동안 논란이 됐던 전술이나 선수선발에서 명확한 비전을 제시하지 못할 경우는 최종예선을 끝으로 한국 생활을 마감할 수밖에 없게 된다. 2004 월드컵 때처럼 본프레레가 최종예선을 통과한 뒤 자진사퇴 형식으로 한계를 인정하며 한국을 떠난 것처럼 본선 체제는 새로운 감독으로 재편되는 시나리오B다.

 

가장 우려되는 시나리오C는 두 갈래의 상황을 가정할 수 있다.

6월 카타르전 결과가 말해줄 것이다. 한국(승점13)이 조 최하위인 카타르에 화끈한 승리로 거둔 상황에서 조 선두인 이란(승점17)이 조 3위 우즈베키스탄(승점12)를 꺾고 러시아행을 확정짓는다면 한국도 우즈벡과의 승점차를 5점으로 벌리며 사실상 본선행의 9부 능선을 넘어설 수 있기 때문에 슈틸리케의 거취는 시나리오A,B로 넘어가게 된다.

반대로 카타르에 비기거나 질 경우에는 교체가 불가피한 시나리오C에서 운명이 결정될 전망이다. 자력으로 남은 2경기를 헤쳐나가야 하기 때문에 슈틸리케의 지도력을 더 이상 믿을 수 없는 상황이 되는 것이다. 8월 이란전까지 시간이 있기 때문에 새 사령탑을 맞아 팀을 비상체제로 가동하는 게 불가피해지는 상황이다.

4월 현재 유럽에서는 시즌이 막바지이기 때문에 인재풀에서 적절한 지도자와 협상하기도 힘들 수 있지만 휴지기인 6월에는 선택이 폭이 지금보다는 나은 상황이 되기에 기술위원회의 선택은 단호해질 수 있다. 그래서 슈틸리케에 대해 한 경기 한 경기가 단두대 매치라는 경각심을 심어주는 '조건부' 재신임을 내린 것도 이런 시나리오를 염두에 둔 것으로 분석된다.

그래서 6월 카타르전은 슈틸리케의 명운을 결정짓는 최종 시험대와 다름 없다. 이번 최종예선 원정길에서 1승은커녕 단 한 골도 넣지 못한 상황에서 과연 슈틸리케호는 6월 원정에서 반등할 수 있을까. 지난해 10월 홈경기에서 3-2로 진땀승을 거둔 뒤 "우리팀에는 소리아 같은 공격수가 없다"는 말로 설화를 낳았던 슈틸리케로선 그 카타르를 상대로 사실상의 마지막 운명을 걸어야 하는 상황이다.

슈틸리케 감독은 2015년 6월 2차예선 첫 경기로 태국에서 중립경기로 치러진 미얀마에 슛 19개를 난사하고도 2-0으로 신승을 거뒀다. 11월 홈에서 4-0으로 대파했던 미얀마였으니 성에 차지 않은 승리였다. 6월은 유럽 시즌이 마무리된 뒤 휴식기일 때다. 2년 전처럼 대표선수들의 경기력을 극대화시키지 못해 만족스런 공격력을 펼쳐내지 못할까 걱정이 드는 이유다.

그래서 다수의 팬들도 불안함을 씻어내지 못하고 유임 결정에 비판하고 있다. K리그의 협조로 1~2주 조기소집해도 선수선발과 응집력을 어떻게 끌어낼 수 있을지가 관건이다. 재신임돼도 확실한 신뢰를 얻지 못한 슈틸리케가 넘어야할 절체절명의 승부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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