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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SQ포커스] 한화이글스 김원석 패자부활포, 독립야구단서 살려낸 불꽃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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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SQ포커스] 한화이글스 김원석 패자부활포, 독립야구단서 살려낸 불꽃
  • 정성규 기자
  • 승인 2017.04.04 15:48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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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스포츠Q(큐) 정성규 기자] 독립야구단 연천미라클 페이스북에는 한화이글스 김원석의 기사와 동영상인터뷰가 걸려 있다.

2017 프로야구 KBO리그 개막시리즈를 가장 뜨겁게 달궜던 남자의 감동 스토리를 누구보다도 가슴에 새기게 되는 독립야구단 선수들이다.

이름은 원석, 실력은 보석. 그가 생애 처음으로 경험한 수훈선수 인터뷰는 짧지만 강렬하다.

한화 이글스의 개막시리즈를 빛낸 김원석. [사진=한화이글스 제공]

"저는 무명선수입니다. 2012년 프로에 입단했지만 1군 무대는 밟아보지도 못한 채 방출. (경남중에서) 중학생들을 가르치다 현역으로 군대에 갔습니다.

군대 이등병으로 처음 들어와서 한국시리즈를 봤었는데 그때 제 친구들은 마운드에서 공 던지고 타석에서 방망이 치는데 저는 화장실에서 걸레 빨고 있었거든요.

마지막이라 생각하고 찾아간 독립구단 연천미라클. 죽기 살리고 연습했고 한화 2군과의 경기 도중 눈에 띄어 프로에 재입단했습니다.

그리고 5년 만에 찾아온 기회. 놓칠 수 없었습니다. 놓치지 않았습니다.

이런 상황이 왔으면 좋겠다, 올 거다 생각하고 준비를 열심히 했었고, 제가 생각한 것보다 훨씬 빨리 온 것 같아서 오늘은 오늘이고 내일은 잘 준비하겠습니다."

'함께 만드는 기적'을 꿈꾸는 패자부활전의 사나이들은 그렇게 김원석의 가슴 느꺼운 부활을 공유하며 마음 다잡고 다시 꿈을 키우고 있는 것이다. 연천미라클이 배출한 김원석은 이제 그들의 자긍심이자 희망이다.

고교와 대학에서 졸업하는 야구선수 10명 중 1명만이 프로에서 꿈을 이어갈 수 있는 좁은문 경쟁. 프로구단에서 방출된 선수와 프로무대 진입이 좌절된 선수만 연간 800여명이 쏟아져 나오는 현실에서 '루저'로 잊혀지지 않기 위해 마지막 재기의 땀을 흘리는 곳이 독립야구단이다.

2015년 규모가 컸던 독립야구단 고양원더스가 해체된 뒤 국내 유일의 독립야구단으로 명맥을 이어가기 시작한 연천미라클에서는 벌써 5명이 프로무대로 수혈됐다. 2015년 2월 창단돼 프로에서 방출됐거나 부상 등의 이유로 재기를 노리고 있는 선수들이 돈을 모으고 타이틀 스폰서 연천군의 지원으로 패자부활의 꿈을 키워오고 있다.

개막시리즈에서 안타를 날린 뒤 포효하고 있는 김원석. [사진=한화이글스 제공]

창단 첫해 신인지명회의를 통해 삼성 라이온즈에 입단한 우완 정통파 투수 이케빈, NC 다이노스에 부름을 받은 이강혁에 이어 김원석이 프로 진출 3호다.

부산공고, 동의대를 거친 김원석은 2012년 7라운드 60순위로 지명된 뒤 외야수로 전향했다가 자리를 못잡고 방출됐던 친정팀 한화 이글스에 돌아가면서 이렇게 각오를 밝혔다. "목표를 이룬 것이 아니라 한 발 다가간 것이라 생각한다. 프로에서는 배울 부분이 더 많기 때문에 진지한 자세로 매달리겠다.”

그리고 동고동락했던 동료들을 향해서는 “연천 미라클 식구들이 꿈이 있고 목표의식이 있으면 어디서 무얼 하든 정체된 시간이 아니라고 생각하길 바란다. 모두가 절실한 만큼 좋은 결과를 얻을 수 있게 항상 노력했으면 좋겠다"는 말을 남기고 생존경쟁이 기다리는 KBO 무대로 떠났다.

MBC 청룡 시절 근성의 상징으로 명성을 날렸던 연천미라클 김인식 감독은 2015년 8월 한화이글스 입단테스트를 통과한 김원석에 대해 스포츠Q를 통해 이렇게 평가했다.

“서러움을 알아 그런지 팀에 잘 적응하더라. 야구를 다시 하고 싶은 마음에 군대 가서 웨이트트레이닝을 엄청나게 했는지 몸이 탄탄한데다 투수 출신이라 손목 힘도 일품이다. 공수주를 모두 갖췄다. 발 빠르고 어깨 좋고 수비가 좋아 내년 1군 합류를 기대해 봐도 좋을 것 같다.”

연천미라클 시절의 김원석. [사진=연천미라클 제공]

김원석은 지난해 퓨처스리그에서 148타수 41안타 25타점 타율 0.277로 가능성을 보여줬지만 정규리그에서는 11경기 출전에 8타수 2안타 2득점, 타율 0.250에 그쳤다.

김원석은 올 스프링캠프에 누구보다 많은 땀을 흘렸고 5년 만에 찾아온 기회를 놓치지 않았다. 이용규가 부상으로 자리를 비운 사이 개막 시리즈 3연전에 모두 외야수로 나와 13타수 7안타 3타점, 타율 0.538의 맹타를 휘두르며 신데렐라로 떠올랐다. 2루타 2개, 3루타 1개로 연일 장타를 뽑아낸 김원석은 이제 홈런만 장착하면 독립야구단 고양원더스를 거친 신성현에 이은 '패자부활' 드라마에 버금가는 히트상품으로 자리 잡을 수 있을 것으로 기대감을 높인다.

한화이글스 팬들에게 던져준 김원석의 첫 인상은 불꽃처럼 강렬했다. 한화이글스에서 재기의 꿈을 키운 지 2년 만에 주전 기회를 잡아 뜨거운 타격에 명품수비를 보여주고 있는 김원석.

'흙속에서 건진 원석'은 지난해 삼성 라이온즈에 입단한 2011년 넥센 육성선수 출신 포수 조용성, 2012년 NC 다이노스 육성선수 출신 유틸리티 내야수로 친정팀에 복귀한 윤국영도 '제2의 김원석'의 꿈꾸며 퓨처스리그에서 더욱 뜨거운 도전을 이어갈 것으로 보인다. “늘 포기하지 않는다는 생각으로 임했다. 겸손한 자세로 한 단계 전진하는 선수가 되겠다”고 재입단 결의를 다졌던 윤국영이다.

연천미라클 시절의 윤국영. [사진=연천미라클 제공]

김원석의 해뜰날이 이어진다면 패자부활도 콘텐츠가 좀처럼 늘어나지 않고 있는 KBO리그를 풍성하게 해줄 하나의 스토리로 자리잡을 수 있다. 미국 메이저리그까지 뻗어나간 육성선수 신화에 이어 눈물을 희망으로 바꾸는 동화가 충분히 싹틀 수도 있다.

지난해 말부터 잇따라 창단을 선언한 파주 챌린저스, 저니맨 외인구단 등 독립야구단이 늘어나면서 독립야구리그도 출범, 올해는 연천미라클과 외인구단의 교류전으로 오는 24일 목동에서 개막될 예정이다. 상처받은 야구선수들이 희망을 꿈을 안고 다시 도전할 수 있는 틈이 좀 더 열리고 있기에 김원석의 패자부활포는 퍽 의미있게 다가온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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