UPDATED. 2024-04-25 15:39 (목)
박재홍 '불타는 청춘' 출루, '빵心'으로 예능을 훔치다
상태바
박재홍 '불타는 청춘' 출루, '빵心'으로 예능을 훔치다
  • 정성규 기자
  • 승인 2017.04.04 23:49
  • 댓글 0
이 기사를 공유합니다

[스포츠Q(큐) 정성규 기자] 프로야구에는 73년생-92학번 스타들이 많다. 그 중 박재홍은 프로야구 골든에이지를 열었던 황금세대의 주역. 

한국인 최초 메이저리거로 한미일 124승에 빛나는 박찬호를 위시해 정민철, 임선동, 염종석, 최원호, 전병호, 차명주 등에다 안타까운 선택으로 생을 마감한 조성민까지, 그들은 한 시대를 풍미한 동지였다. 1998, 2002년 아시안게임 2연패 사이에 2000 시드니 올림픽의 동메달 돌풍을 이끈 박재홍이다.

<사진출처=SBS '불타는 청춘'>

박찬호가 코리안특급으로 빅리그에서 위세를 떨치는 동안 박재홍은 1996년 현대 유니콘스에 입단하자마자 KBO리그 최초의 30(홈런)-30(도루) 클럽을 개설하고 세 번씩이나 경신하는 '호타준족의 전설'로 뜨겁게 치고 씽씽 달렸다. 2009년 최초의 250(300홈런)-250(267도루)을 달성한 뒤 꿈의 300-300은  올라서지 못한 채 2013년 다이아몬드를 떠났다. 은퇴 이후 해설가로 함께 활동하고 있는 '바람의 아들' 이종범도, '양신' 양준혁도 200-200조차 이루지 못했으니....

현대에서 두 번, 인천의 프랜차이즈 스타로 3회 우승을 이끌며 'SK 왕조'를 열었던 박재홍. 동기생 박찬호도 이따금씩 예능 나들이로 조각얼굴에 감춰진 개그본능을 뽐냈기에 예능 초대를 받아들일 수 있었을까.

중년의 선남선녀 스타들이 달달한 이인삼각으로 다이아몬드를 도는 SBS '불타는 청춘'의 소환을 받고 예능에 입봉한 박재홍이다.

그렇다면 예능에 끼가 원래 있었을까. 그렇지는 않다.

우연히 엮어들어간 사건으로 타의에 의한 빵빵한 빵놀이로 숨은 입담을 발휘하게 됐다는 것만은 사실이다.

2004년 두산과 준플레이프 2차전서 연장 접전 끝에 KIA가 패한 뒤 누군가 분위기를 파악 못하고 빵을 식탐하는 이른바 '빵 사건'이 터졌다. 박재홍은 이종범, 마해영 등과 '용의자' 선상에 올랐다. 나중에 방송 인터뷰에서 "그날 누군가가 빵 먹었다는 사실도 모르고 있었다"고 호소해 누명은 벗었지만 이미 '빵재홍'이라는 별명은 팬들, 동업자들 사이에서 애칭으로 굳어진 상태. '뚜레재홍'이라는 닉네임까지 얹어진 안습한 상황. 누가 불러도 입에 착착 감기게 되니 본인도 긍정적으로 받아들일밖에.

그래서 박재홍은 빵에 관한 한 각종 에피소드에서 웃음을 선사하는 메신저가 되기로 작정(?)한다. 팀에서 선참에 오르니 '빵형'이 됐고, 선수협 회장을 맡으니 '빵회장'으로 불린 것은 예고편.

2013년 은퇴 뒤 해설자로 데뷔하고서는 티저 영상에서 바케트를 들고 조용준이 던진 슈크림을 때려 폭발시켜 버렸으니 예고 효과는 만점. LG 외인선수 브래드 스나이더를 보고는 능청스럽게 "어 스나이더, 우리 빵 집안인데"라고 멘트를 날리질 않나. 4강 진출팀을 예상하면서 넥센이 가을야구를 못할 경우 "빵집 차리겠다"는 공약도 내걸어놓고는 '공갈빵' 공약으로 만들지 않나. 넥센 서건창이 바나나를 먹는 걸 보고는 "선수들이 배고프면 빵 먹어야 돼요"라고 드립을 던져 시청자들을 빵 터지게 했으니.

4일 방영된 '불타는 청춘' 남원편에서 악성미분양(노총각)으로 소개한 박재홍. 김국진에게 "구친아"라고 불러 당황케 했는데 '옛날친구'라는 뜻의 한자어라고 강변하는 아재개그로 시작했다. 

스포츠선수 출신 첫 친구, 그것도 막내의 등장에 "나 야구 좋아하는데"라고 하면서도 LG 투수 봉중근을 봉준호 감독으로 둔갑시킨 이연수의 막대 풍선 응원에 힘을 얻는 박재홍. 추어탕 내기에서 이기려고 다이아몬드 돌아오는데 땀을 쏟았다가 근육경련이 일어나기도.

'불타는 청춘'에서 화장실 출루 사건으로 예능감을 조율한 박재홍의 유쾌한 남원 봄나들이. 첫 술에 배부를까. 서장훈 안정환 이천수 등 내로라하는 예능 늦둥이들도 처음엔 긴장하지 않았던가.

도전과 열정, 위로와 영감 그리고 스포츠큐(Q)

주요기사
포토Q