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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mm의 유죄, '판사님은 이 글씨가 정말 보이십니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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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mm의 유죄, '판사님은 이 글씨가 정말 보이십니까?'
  • 뉴시스
  • 승인 2017.04.07 20:3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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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품행사에 응모한 고객 개인정보를 보험사에 팔아 수익을 챙긴 혐의로 재판에 넘겨진 홈플러스와 전·현직 임원들 사건을 대법원이 하급심 무죄 판단을 뒤집었다.

대법원 3부(주심 권순일 대법관)는 7일 개인정보보호법 위반 혐의로 기소된 홈플러스 법인과 도성환(61) 전 사장 등 전·현직 임직원 8명에 대한 상고심에서 무죄를 선고한 원심을 깨고 사건을 서울중앙지법 형사항소부로 돌려보냈다.

참여연대 등 13개 시민·소비자단체가 지난해 1월 홈플러스의 고객정보 불법판매 행위에 대해 무죄를 선고한 서울중앙지법 형사16단독(부상준 부장판사) 1심 재판부에 1㎜ 크기 글씨로 작성한 항의 서한을 전달했다. 법원은 홈플러스가 응모권에 1㎜ 글씨로 보험사에 개인정보를 제공할 수 있다는 내용을 표기해 고지의 의무를 다했으므로 아무런 문제가 없다고 봤다.. [사진=참여연대 제공/뉴시스]

재판부는 판결문에서 "홈플러스와 임직원들이 고객 개인정보를 수집해 판매할 목적으로 경품행사를 진행하면서 경품행사 주된 목적을 숨긴 채 사은 행사를 하는 것처럼 소비자들을 오인하게 했다"고 지적했다. 그러면서 "응모권과 응모화면에 약 1㎜ 크기로 개인정보 수집 및 제3자 제공에 관한 내용을 기재하는 방법으로 고유 식별 정보인 주민등록번호 등 경품행사와 무관한 고객 개인정보까지 수집하고 제3자 제공에 관한 동의를 받았다"고 설명했다.

재판부는 "이는 개인정보보호법상 '거짓이나 그 밖의 부정한 수단이나 방법으로 개인정보를 취득하거나 개인정보 처리에 관한 동의를 받는 행위'에 해당하므로 무죄를 선고한 원심을 파기한다"고 밝혔다.

홈플러스와 도 전 사장 등은 지난 2011년 12월부터 2014년 6월까지 11회에 걸쳐 진행된 경품행사에서 고객의 개인정보 약 700만건을 불법 수집하고 이를 한 건당 1980원씩 7개 보험사에 모두 148억여원에 판매한 혐의로 기소됐다.

또 홈플러스 전·현직 보험서비스팀장 3명은 2011년 12월부터 2014년 8월까지 회원들 사전 동의 없이 보험사 2곳에 1694만여건의 개인정보를 불법으로 제공하고 83억5000여만원의 판매수익을 얻은 혐의로 기소됐다.

1, 2심은 홈플러스와 전·현직 임직원들에게 모두 무죄를 선고했다. 검찰은 재판과정에서 홈플러스가 개인정보를 제3자에게 유상으로 판매한다는 점과 경품 응모권 고지사항을 지나치게 작은 '1㎜' 크기로 기재해 알리는 등 편법을 동원했다고 주장했지만, 모두 받아들여지지 않았다. 법원은 "현행 복권이나 의약품 설명서 등에 같은 크기의 활자가 다양하게 통용돼 있다"며 "정보 제공에 동의하지 않은 응모자들도 상당히 있고 충분히 읽을 수 있었던 것으로 보여 일부러 작게 표시를 했다고 볼 수 없다"고 판단했다.

지난해 1월 13개 시민·소비자단체들은 홈플러스 고객정보 불법판매 행위에 대해 무죄를 선고한 1심 재판부에 1㎜ 크기 글씨로 작성한 항의 서한을 전달하기도 했다.

한편 대법원 같은 재판부는 공정거래위원회가 홈플러스에 부과한 과징금 4억3500만원과 시정명령이 정당하다고 판단했다. 공정위는 홈플러스가 응모자 개인정보가 보험회사에 제공된다는 사실을 명확히 알리지 않았다며 2015년 4월 '이같은 기만적인 광고행위를 해서는 안 된다'는 취지의 시정명령과 과징금을 매겼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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