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뉴욕 '1인가구' 위한 초소형 유닛 "8.5평의 자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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뉴욕 '1인가구' 위한 초소형 유닛 "8.5평의 자유"
  • 이상은 통신원
  • 승인 2014.03.05 09:2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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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뉴욕=스포츠Q 이상은 통신원] 뉴욕의 킵스베이(Kips Bay), 맨해튼 30번가 동쪽 동네에는 뉴욕의 1인 가구에게 가장 필요한 건물이 지어지고 있다. 일명 ‘마이크로 유닛(Micro Unit)’ 아파트로 1명에서 최대 2명만 살수 있는 최소 크기의 아파트다. 거실, 주방, 방, 화장실이 8.5평 또는 조금 큰 버전인 13평 안에 모두 들어가 있다.

 

들어서면 모든 게 한눈에 들어온다. 작은 쇼파와 대형 벽걸이 TV가 있고 바로 옆에 미니 주방이 자리해 있다. "도대체 어떻게 이런 곳에서 살라는 거지?" 의아한 생각이 떠오르게 된다. 하지만 필수 아이템들은 뒤에 다 숨어 있다. 쇼파 쿠션을 옆으로 옮기면 벽에 숨겨진 침대가 내려오고, TV를 슬라이딩하면 자그마한 바와 책장이 나타난다. 책상 또한 서랍으로 보이는 문을 내리면 펼쳐진다. 방의 한 면을 통유리로 장식해 공간이 넓어보이는 효과를 냈고, 일종의 창고는 높은 천장 위 안보이는 곳에 넣을수 있도록 배치했다.

 
 
뉴욕에서는 싱글족들이 늘어나면서 소형 아파트 공급이 부족해지자 이런 스튜디오와 원베드 룸의 가격이 급속도로 치솟는 중이다. 불과 2년 전까지만 해도 적당한 스튜디오를 2200 달러에 구할 수 있었다면 지금은 적어도 2500 달러의 렌트비를 지불해야 한다. 내 방이 따로 있는 원베드 룸을 생각한다면 3500 달러 정도를 내야하니 입이 떡 벌어지지 않을 수 없다. 물론 이는 최소한 경비가 있는 경우다. 엘레베이터도 없는 보통 워크업(Walk-up) 건물의 스튜디오조차 최소 1800 달러, 원베드 룸은 2800 달러 이상은 지불해야 하는 실정이다.

그래서 이 ‘초소형 아파트’는 싱글족에게 반가운 선물과 같다. 불과 8.5평, 감옥방 크기의 이 아파트는 가장 저렴한 게 914 달러이며 가장 비싼 13평은 1830 달러 정도에 이른다. 뉴욕 특히 맨해튼에서는 상상하기 힘든 착한 가격일뿐만 아니라 옥상은 파크 형태로 돼 있어 레크리에이션을 즐길 수 있다. 싱글족이 생활하기 좋은 편의시설을 모두 갖춘 셈이다.

 

대도시 뉴욕에서 꿈을 이루겠다고 몰려든 많은 젊은이들이 이런 말도 안되는 비싼 렌트비 탓에 도시를 떠나는 경우가 적잖다. 하지만 비좁은 공간과 불편함을 무릅 쓰고라도 이 도시가 주는 희망과 자유 때문에 좁은 공간에서 꾸역꾸역 비싼 렌트비를 내며 살아가고 있다.

 
 
신생 벤처회사들이 속속 생겨나고, 무에서 유를 창조하겠다는 의욕 가득한 이들이 모이는 도시 뉴욕. 그 값어치만큼 오르는 비싼 땅값은 이들에게 큰 걸림돌이 되고 있다. 비록 시작에 불과하지만 이런 ‘초소형 아파트’가 꿈 많은 뉴욕 싱글족의 숨통을 터주는 오아시스 역할을 해주기를 기대해 본다.

sangehn@gmail.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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