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문재인 동성애 반대, 성소수자인권연대 "반인권 커밍아웃" 성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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문재인 동성애 반대, 성소수자인권연대 "반인권 커밍아웃" 성토
  • 정성규 기자
  • 승인 2017.04.26 08:1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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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스포츠Q(큐) 정성규 기자] "차별금지법, 찬스발언에 1분 쓰겠다."

25일 열린 JTBC 대선후보 초청 토론회에서 더불어민주당 문재인 후보의 동성애 반대 입장을 밝히자 정의당 심상정 후보는 자신에게 주어진 '귀중한 1분'을 할애했다. 대선토론 1부에서 마지막까지 아껴뒀던 1분 찬스 발언을 이용해 문 후보의 차별금지법 후퇴 스탠스를 비판했다.  

"동성애에 반대하느냐"는 자유한국당 홍준표 자유한국당 후보의 질문에 문 후보가 "그렇다. 동성애를 좋아하지 않는다. 합법화에 찬성하지 않는다. 차별은 반대한다"는 입장을 보인 것에 대해 쓴소리를 던진 것이다.

25일 대선토론에서  질문을 주고 받고 있는 홍준표(왼쪽)-문재인 후보. [사진=JTBC 방송화면 캡처]

심 후보는 "저는 동성애 문제는 찬성 반대를 할 수 있는 문제가 아니라고 본다"며 "성 정체성은 말 그대로 정체성이다. 저는 이성애자이지만 성소수자의 인권과 자유는 존중돼야 한다. 그게 민주주의 국가다"고 주장했다. 이어 "그런 점에서 차별금지법. 찬스발언에 1분 쓰겠다"며 "노무현 정부 때부터 차별금지법을 주장했는데, 그걸 후퇴한 문 후보에게 매우 유감스럽다"고 비판했다.

대선 토론이 끝난 뒤 심 후보 "TV를 보고 계신 수많은 성소수자들이 너무 슬퍼할까봐 1분 발언권 찬스를 썼다"고 말했다.

이날 동성애 논의는 인권 문제가 아니라 군 전력 약화 측면에서 비롯된 것부터가 정상적이지 않아 보였다.  

홍 후보가 "군에서 동성애가 굉장히 심각하다. (동성애가) 전력을 약화하는데 어떻게 생각하느냐"고 질문하자 문 후보는 "그렇게 생각한다"면서 동의를 표시했다.

민주당 소속의 박원순 서울시장이 시청 광장에서 동성애 관련 행사를 허용한다는 홍 후보의 지적이 이어졌다. 이에 문 후보는 "그것은 차별을 주지 않은 것이다. 차별을 금지하는 것과 그것(동성애)을 인정하는 것과 같으냐"고 맞받았다.

홍 후보가 "문 후보 진영인 민주당에서 국회에 제출한 차별금지법이 하나 있는데 동성애를 사실상 허용하는 법"이라고 말하자, 문 후보는 "차별금지와 합법을 구분하지 못하느냐"고 쏘아붙였다.

이에 홍 후보가 "동성애 반대죠"라고 재차 묻자, 문 후보는 "저는 좋아하지 않는다. 합법화에 찬성하지 않는다"고 반대 입장을 유지했다. 문 후보는 두 번째 똑같은 질문을 받자 "동성애를 합법화할 생각은 없지만, 차별은 반대한다"고 못을 박았다.

병리적 시각에서 질문을 던진 홍 후보나, 차별은 금지한다면서도 거듭 동성애 반대 입장을  밝힌 문 후보나 성소수자 인권 문제와 관련한 논란과 후폭풍을 맞고 있다.

우리나라 성소수자 인권단체인 '행동하는 성소수자 인권연대(Solidarity for LGBT Human Rights of Korea)이 이날 밤 공식 트위터를 통해 긴급성명을 내고 "문재인은 동성애 혐오 발언 사죄하라. 모욕의 난도질을 용인할 수 없다. 변화를 위해 행동하자. 말할 가치도 없는 홍준표는 사퇴하라"고 촉구했다.  

행동하는 성소수자 인권연대 성명서. [사진=행동하는 성소수자 인권연대 공식 트위터 캡처]

성소수자 인권연대는 "우려하던 참상이 현실화됐다. 파렴치한 홍준표와 인권변호사 타이틀을 단 문재인의 합작품이다. 상식적인 인간이라면 군내 동성애가 국방력을 약화시킨다는 저질질문에 사실검증을 먼저 따져물어야했다"며 "차별금지법은 동성애 합법화법이라는 것도 무지의 산물이거나 거짓말에 불과하다. 동성애는 불법이 아니다. 하지만 그는 비상식적 질문에 뻔뻔하게도 반인권을 커밍아웃했다"고 주장했다.

이 단체는 한국의 성소수자 인권의 처참한 현실을 드러내는 사례를 들었다. "지금 한 군인은 단순히 동성애자라는 이유로 구속돼 있고, 수십 명의 애먼 군인들이 처벌에 직면해 있다. 홍준표가 지적한 군대의 심각한 동성애 문제의 실체는 이것이다"라고 밝혔다. 이어 "한국의 국가인권위원회와 국제인권규약기구들이 수차례 폐지를 권고한 반인권 악법인 군형법 제92조의6을 무기로 한 성소수자 마녀사냥이 벌어지고 있는 것"이라며 "문재인의 발언은 당장 동성애자라는 이유로 강제 구금된 폭력을 인정하고 찬성하는 것이 아니면 무엇이란 말인가"고 비판했다.

행동하는 성소수자 인권연대는 성적 지향은 찬성이냐 반대이냐의 문제가 아니며, 자연스러운 인간 특성의 하나라고 강조한다. 서로 다른 피부색에 찬반을 따질 수 없는 것과 같다는 논리다. 그래서 "문재인의 발언은 성소수자의 존재, 인간의 다양성을 부정하며 사회적 편견과 차별을 조장하는 혐오 발언"이라고 규정했다. 인권연대는 "성소수자를 짓밟은 홍준표, 문재인은 당장 사죄하라. 당신들과 같은 자들로 인해 삶과 존엄을 빼앗긴 성소수자들 앞에 참회하라"고 거듭 촉구했다.

행동하는 성소수자 인권연대는 1997년 9월 학생 성 소수자 인권 단체인 '가칭 대학동성애자인권연합 건설준비위원회'가 발족하고 두 달 뒤 대학동성애자인권연합으로 정식 출범했다. 이듬해 범 성소수자 권익 운동과 상담 활동을 하는 단체로 영역을 넓히면서 동성애자인권연대를 거쳐 2015년부터 현재의 단체명으로 활동해오고 있다. 에이즈 감염자 구제 활동도 병행하고 있다.

대선 후보들의 집중 질문 속에 '코리아 패싱'을 모른다해서 논란이 되기도 한 문 후보가 동성애 반대 입장으로 성소수자 인권단체로부터 반발을 부르고 있다. 4차 대선TV토론에서 가장 뜨거운 쟁점이 된 성소수자 인권 문제를 군 전력 저해 요소라는 병리적인 접근으로 논란을 부른 홍 후보도 비판에서 자유롭지 못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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