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5.18민주화운동 기념식, 9년만에 부활한 '임을 위한 행진곡' 제창 그 의미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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5.18민주화운동 기념식, 9년만에 부활한 '임을 위한 행진곡' 제창 그 의미는?
  • 정성규 기자
  • 승인 2017.05.18 10:2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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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스포츠Q(큐) 정성규 기자] "이 노래는 듣는 노래가 아니라 부르는 노래다. 혼자 부르는 노래가 아니라 함께 부르는 노래다. 가진 자의 노래가 아니라 빼앗긴 자의 노래다. 이 시대에 억압이 있는 곳에선 언제나 이 노래가 그치지 않았던 사실이 그것을 말해준다."

1989년 6월 한겨레신문 칼럼에서 주철환 당시 MBC PD는 '임을 위한 행진곡'에 대해 이같은 의미를 부여했다.

함께 부르는 노래.
혼자가 아니고 여럿이 부르는 노래는 맞는데, 모두가 부르는 노래를 놓고 9년간 논란이 이어져왔다.

1980년 전두환 군부의 총탄에 꽃잎처럼 스러져간 빛고을 영령들을 기리는 공식적인 5.18민주화운동 기념식에서 임을 위한 행진곡을 여럿이 부르느냐, 모두가 부르느냐는 지난 보수정권 아래서 논란을 불렀고 행사도 정부 따로 민중항쟁단체 따로 열리는 혼란이 이어졌다. 

제창(齊唱)이냐, 합창(合唱)이냐.
취임 첫해만 빼고 2009년부터 무대합창으로 바꾼 이병박 정부에 이어 박근혜 정부도 국가보훈처가 나서서 제창을 거부했다. 5.18민주화운동 기념식 기념공연 중 하나로 포함돼 오케스트라 연주 아래 성악기와 합창단이 부르는 형식이었다.

보훈처가 2015년 낸 보도자료를 보면 그 이유는 이렇다. "(임을 위한 행진곡이)1991년 황석영, 리춘구(북한 작가)가 공동 집필해 제작한 북한의 5·18 영화 '임을 위한 교향시' 배경음악으로 사용돼 노래 제목과 가사 내용인 '임'과 '새 날'의 의미에 대해 논란이 야기됐다. 특히 작사자 등의 행적으로 대한민국 자유민주주의 체계와 양립할 수 없다는 의견이 있어 제창 시 또 다른 논란 발생으로 국민 통합에 저해될 가능성이 있다."

이처럼 보수단체의 반발을 이유로 지극히 이데올로기적인 잣대로 제창을 가로막은 조치에 민주화 단체들은 반발해왔다.

광주 민주화운동 당시인 1980년 5월27일 전남도청에서 최후를 맞은 시민군 대변인 윤상원 씨와 노동현장에서 '들불야학'을 하다 1978년 먼저 세상을 떠난 박기순 씨의 영혼결혼식을 계기로 만들어졌다.

1982년의 이 영혼결혼식 소식을 들은 소설가 황석영과 당시 전남대생이었던 김종률 오정묵 김선출씨 등이 이들의 넋을 위로하는 노래극 '넋풀이-빛의 결혼식'을 만들었고, 임을 위한 행진곡은 그 노래극의 피날레였다. 김종률 현 광주문화재단 사무처장이 작곡하고 가사는 백기완 통일문제연구소장이 1980년 12월 서대문구치소 옥중에서 지은 장편시 ‘묏비나리’ 일부를 차용해 황석영이 붙였다.

보훈처의 제창 회피 이유는 5.18민주화운동의 상징노래를 폄하하고 5.18정신을 왜곡했다는 비난을 받아야 했고, 5.18기념식은 8년 동안이나 반쪽으로 나뉘어 열릴 수밖에 없었다.

이같은 논란 속에 2013년 6월 국회 본회의에서 여야 의원 158명이 임을 위한 행진곡을 5.18 기념곡으로 지정하자는 결의안을 채택했으나 국가보훈처는 지정을 거부해왔다. 

그 논란은 문재인 대통령이 취임한 뒤 5.18민주화운동 기념식 때 임을 위한 행진곡을 9년 만에 제창토록 하는 업무지시 2호로 마침표를 찍었다. 대선 과정에서 광주를 찾아 "대통령으로 돌아와 임을 위한 행진곡을 함께 부르겠다"는 공약을 지키려는 선언이었다.

2009년부터 8년 동안 합창단의 노래로 밀려나 원하는 참석자들만이 따라불러야 했던 임을 위한 행진곡이 정부주관 5.18기념식을 열기 시작했던 노무현 정부 때의 제창으로 부활한 것이다.

매년 제창을 가로막아 해임결의안에 항의방문까지 받았던 박승춘 국가보훈처장의 사표를 1호로 처리한 문 대통령은 5.18 기념식 전날 여성 최초로 퇴역 중령 출신의 피우진 보훈처장을 파격적으로 임명했다. 피 신임 청장은 "저도 애국가도 씩씩하게 부르고 임을 위한 행진곡도 씩씩하게 부르겠다"는 취임 일성을 밝혔다.

그렇게 애국가 제창식으로 격상된 임을 위한 행진곡이다.
여럿이가 아니라, 모두가 부르는 노래로 회복된 것이다.

국립 5·18 민주묘지에서 ‘5·18정신 계승, 정의가 승리하는 대한민국’이라는 주제로 열리는 37주년 5.18 기념식은 9년 만에 임을 위한 행진곡도 제창 속에 유공자·유족 등 1만여명이 참석하는 등 역대 최대규모가 된다.

대구 2·28 민주운동기념사업회, 제주 4·3유족회, 부산민주항쟁기념사업회, 세월호 유가족 등이 참여하고 전 세계 30여개 국가에서도 동시에 치러진다. 대한민국 민주화 역사를 기념하고 국민통합 의미를 담는 새로운 전환점으로 볼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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