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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포럼현장Q] 스포츠 에이전트, 한국에서 인정하지 않는 이유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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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포럼현장Q] 스포츠 에이전트, 한국에서 인정하지 않는 이유는
  • 박상현 기자
  • 승인 2014.11.06 18:25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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FIFA 주도 축구만 에이전트 제도 시행…야구·농구·배구는 인정 안해

[스포츠Q 박상현 기자] 미국 프로야구 메이저리그(MLB)에서 뛰고 있는 한국 선수들의 기사를 접할 때면 에이전트의 이름들이 꼭 나오곤 한다. 류현진(27·LA 다저스)의 에이전트로 유명한 스캇 보라스를 비롯해 수많은 스포츠 에이전트들이 미국 스포츠 현장을 누빈다.

또 영화 '제리 맥과이어'에서는 미국 스포츠 현장에서 스포츠 에이전트가 어떤 활동을 하고 얼마나 치열하게 경쟁하는지가 묘사되기도 했다. 일본에도 스포츠 에이전트 시장이 형성되어 있다.

스포츠 에이전트는 한국에서는 요원한 얘기다. 축구를 제외하고 야구와 농구, 배구 등은 스포츠 에이전트를 인정하지 않기 때문이다.

하지만 최근 스포츠 에이전트를 허용해야 한다는 공감대가 형성되고 있다. 스포츠 에이전트가 스포츠 산업을 육성, 발전시킨다는 정부 정책에 필요하다는 주장이 나오고 있다.

실제로 스포츠 에이전트는 스포츠 산업 육성을 위한 정책의 핵심으로 여겨지고 있다. 문화체육관광부는 지난 9월 22일 스포츠산업 육성을 위한 지원체계 구축 토론회에서 스포츠산업의 발전과 선수의 권익 보호를 위해 에이전트를 양성하는 내용의 스포츠산업 진흥법 개정안을 발표하기도 했다.

▲ [스포츠Q 이상민 기자] 스포츠 산업현장의 전문가들이 지난 3일 서울 서초동 변호사회관에서 '스포츠 에이전트 제도 활성화를 위한 심포지엄'을 열어 스포츠 에이전트 제도의 도입과 정착에 대한 아이디어를 내놨다.

또 스포츠 에이전트는 선수와 구단의 대립과 갈등을 막기 위해서라도 반드시 필요한 제도라는 것이 전문가들의 의견이다.

스포츠 산업현장의 전문가들은 3일 서울 서초동 변호사회관에서 '스포츠 에이전트 제도 활성화를 위한 심포지엄'을 열어 머리를 맞댔다.

스포츠 에이전트는 스포츠 산업 발전을 위해 반드시 필요한 제도로 하루 빨리 시행되어야 하며 이를 위해 스포츠 현장의 모든 구성원이 조금씩 양보해야 한다는 의견이 나왔다.

◆ 에이전트 제도 없어 불거진 혼란과 갈등

개인 운동인 골프와 피겨 스케이팅, 테니스 등에는 스포츠 에이전트가 선수들을 관리하는 경우가 많지만 단체 구기종목에서 스포츠 에이전트가 허용되는 종목은 축구 뿐이다. 축구는 국제축구연맹(FIFA)에서 직접 제도를 시행하면서 전세계 공통으로 자리했기 때문에 국내 스포츠 현장에서도 자리하기가 훨씬 수월했다.

하지만 야구와 농구, 배구 등은 전세계 공통 제도가 없다. 이 때문에 국내 현장에서 야구, 농구, 배구는 스포츠 에이전트를 인정하지 않는다.

그러나 이 때문에 적지 않은 혼란과 갈등이 일어난다.

프로야구에서는 선수와 구단의 연봉 협상에서 갈등이 빚어져 연봉조정 신청을 하지만 여태껏 선수가 연봉조정에서 승리한 것은 김동수의 예에 불과하다. 또 이 과정에서 선수와 구단의 갈등이 심해진다.

프로배구에서도 지난 2012년 김연경의 터키 페네르바체 이적 과정에서 자유계약선수(FA) 자격 취득 요건을 놓고 갈등을 빚기도 했다. 결국 김연경의 승리로 끝나긴 했지만 배구 대표팀 은퇴까지 불사하는 등 적지 않은 갈등을 겪기도 했다.

스포츠 에이전트 제도가 정식으로 도입되면 이런 갈등을 막을 수 있다.

또 평등권 침해 소지도 발견되고 있다. 야구와 농구, 배구에서 에이전트를 인정하지 않으면서도 외국인 선수에게는 에이전트를 허용하고 있다는 것이다. 이는 근거가 없는 차별로 평등권을 침해할 소지가 다분하다는 것이 법률 전문가들의 의견이다.

▲ [스포츠Q 이상민 기자] 강래혁 대한체육회 법무팀장(왼쪽에서 세번째)이 3일 서울 서초동 변호사회관에서 열린 심포지엄에서 한국 스포츠 현장에서 에이전트를 인정하지 않는 이유에 대해 설명하고 있다.

◆ 야구·농구·배구 형식상 규정 통해 사실상 에이전트 불허

한국야구위원회(KBO)는 야구규약 제30조를 근거로 선수가 에이전트를 통해 구단과 계약을 체결하는 것을 제한했다. 30조의 내용은 '구단과 선수가 선수계약을 체결할 때는 구단 임원 또는 위원회 사무처에 등록된 구단 직원과 선수가 대면해서 계약하지 않으면 안된다'는 것이었다.

이에 대해 공정거래위원회가 2001년 3월 불공정거래행위라며 시정명령을 내렸다. 공정거래위원회는 "법률적 지식이 부족하고 계약 내용의 주요 변수인 같은 구단의 다른 선수들의 경기기록 등을 종합 분석하기 어렵다는 점을 고려할 때 KBO 규약 30조는 구단으로 하여금 거래 상대방인 선수에게 거래상 지위를 부당하게 이용해 불공정거래행위를 하게 한 행위로 인정된다"고 설명했다.

KBO는 의결에 불복해 공정거래위원회에 이의신청을 했지만 2001년 9월 기각되면서 시정명령이 확정됐다. 이에 KBO는 10월 야구규약 30조를 '선수가 대리인을 통하여 계약을 체결하고자 하는 경우에는 변호사법 소정의 변호사만을 대리인으로 하여야 하며 변호사 이외의 어떤 사람도 대리인의 역할을 담당하거나 직간접적으로 계약협의에 관여할 수 없다'는 단서를 달았다. 사실상 에이전트 제도를 인정한 것이다.

그러나 전문가들은 KBO의 변경된 야구규약은 형식적인 것이라고 주장한다.

그 근거는 KBO 야구규약 171조다. 대리인 제도의 시행일을 규정한 171조는 '한국프로야구의 여건 및 일본의 변호사 대리인 제도 시행 결과 등 제반 상황을 고려해 프로야구 구단, 야구위원회 및 선수협회 전체 합의에 따라 그 시행시기를 정하도록 한다'는 내용으로 되어 있다. 에이전트 제도가 시행할 수 있는 근거를 만들었지만 그 시행시기를 나중에 결정하겠다는 단서를 달아놨다는 지적이다.

또 KBO는 야구규약 30조를 통해 '대리인으로 지정된 변호사는 2명 이상의 선수계약에 관여할 수 없다'고 정해놓았다. 에이전트 자격을 가진 변호사 1명이 오직 선수 1명만 관리할 수 있다는 뜻이다.

대한체육회 법무팀장인 강래혁 변호사는 이런 KBO 규약에 대해 '형식적'으로 규정했다. 부칙으로 시행으로 제한하는 행위로 사실상 에이전트 제도를 불허하고 있다는 것이다. 강 변호사는 "2명 이상의 선수계약에 관여할 수 없도록 한 KBO의 규약 역시 선수들에게 유능한 에이전트를 통한 계약을 체결할 권리는 박탈하는 것"이라며 "향후 제한없이 허용해야 한다"고 밝혔다.

프로농구와 프로배구 역시 에이전트 제도 도입을 사실상 허용하지 않고 있다.

강래혁 변호사는 "KBL 규약에서는 선수로부터 위임받은 에이전트 이외의 어떤 사람도 에이전트 역할을 담당할 수 없다고 해놓으면서도 에이전트는 총재가 정한 바에 따라 KBL에 등록된 자로 규정하고 있다"며 "그런데 정작 에이전트 등록절차에 대한 내용이 없다. 사실상 에이전트를 부정하고 있는 것"이라고 주장했다.

이어 강 변호사는 "KOVO도 규약 70조를 통해 해당 선수가 직접 계약하는 것을 원칙으로 하고 있다"며 "규정 해석 또는 관행이라는 이유로 에이전트 제도를 부정하고 있는 상황"이라고 밝혔다.

▲ [스포츠Q 이상민 기자] 강래혁 대한체육회 법무팀장은 스포츠 에이전트 제도가 확실하게 뿌리내리기 위해 시행 초기 법적인 강제 근거를 만들어야 한다고 주장했다. 하지만 스포츠 에이전트 제도가 보다 확실하게 자리하기 위해서는 선수들의 인권과 스포츠 산업 발전이라는 대승적인 차원을 생각해야 한다고 역설했다.

◆ 선수 협상 악재 작용 우려, 에이전트 제도 시행을 꺼려

그렇다면 축구를 제외한 야구, 농구, 배구에서 왜 에이전트 제도 시행을 꺼리고 있을까. 구단과 선수 모두 에이전트 제도가 자칫 자신들에게 피해가 되지 않을까 걱정하기 때문이라는 것이 강래혁 변호사의 설명이다.

강 변호사는 "구단들은 에이전트 제도가 선수와 협상 때 몸값 폭등의 원인이 되는 등 악재로 작용할 것으로 생각한다"며 "선수들도 계약 협상시 에이전트가 수수료를 과도하게 챙길 것을 우려한다"고 말했다.

하지만 일본 프로야구가 시행하고 있는 에이전트 제도는 이런 우려들이 기우임을 증명하고 있다는 것이 강 변호사의 설명이다. 에이전트 제도가 도입된 이후 선수들의 몸값은 폭등하지 않았고 수수료율을 명확하게 규정해 에이전트가 수수료를 과도하게 챙기는 것을 사전에 막았다는 것이다.

오히려 구단과 선수의 갈등이 일어나지 않는데다 선수들이 계약 협상의 스트레스에서 벗어나 훈련에만 열중할 수 있는 등 긍정적인 효과가 나타났다는 것이다.

여기에 강 변호사는 프로 구단들이 스포츠 산업에 대한 마인드가 깨어있어야 에이전트 제도가 자리할 수 있을 것으로 내다봤다.

강 변호사는 "구단들이 프로스포츠를 단순히 기업의 홍보수단으로 보는 시각에서 벗어나 스포츠 산업의 측면에서 바라보면 국내 프로스포츠도 에이전트 제도를 도입, 정착시켜 나갈 때라고 생각할 것"이라며 "해당 단체와 구단, 선수가 조금씩 양보하면 선수들의 인권과 스포츠 산업 발전이라는 두 마리 토끼를 잡을 수 있다"고 주장했다.

하지만 서로의 이익이 걸려있는 문제이기 때문에 스포츠 단체가 에이전트 제도를 시행하는데 주저할 우려가 있다. 강래혁 변호사는 이를 위해 법적인 강제 근거가 필요하다는 주장이다.

강 변호사는 "단체 규약만으로는 에이전트 제도 시행에 한계가 있기 때문에 스포츠산업진흥법이나 독립된 에이전트 법률에 에이전트 제도를 명시해야 한다"며 "또 프로스포츠 단체나 구단이 에이전트를 거부하는 경우 선수들의 기본권 보장을 위해 프로스포츠 단체에 지원되는 체육진흥투표권(스포츠토토) 수익금 지급을 제한하는 규정을 신설하고 과태료 등 행정적으로 강제하는 방안도 고민할 필요가 있다"고 주장했다.

tankpark@sportsq.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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