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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명박 4대강 감사-박근혜 재판-노무현 추도식, 그 묘한 시기의 '적폐청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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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명박 4대강 감사-박근혜 재판-노무현 추도식, 그 묘한 시기의 '적폐청산'
  • 정성규 기자
  • 승인 2017.05.23 14:0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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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스포츠Q(큐) 정성규 기자] 문재인 대통령은 취임 이후 대탕평 인사와 더불어 공약사항 중 우선순위에 오른 현안들을 업무지시라는 형식으로 풀어내왔다. 국민들로부터 참신과 파격이라는 호응을 얻으며 인수위원회도 없이 출발한 국정 초반을 예상 외로 빠르게 돌파해내고 있다. '소득주도 성장'을 위한 일자리 만들기부터 시작한 업무지시는 국정교과서 폐지, 세월호 기간제 교사의 순직 인정 등 '적폐 청산'에도 속도를 붙이고 있다.

그렇게 숨가쁘게 달려왔던 문 대통령은 22일 하루 휴가를 내고 양산 사저에서 정국 구상의 시간을 가졌다. 숨고르기로 보였지만 어김없이 6호 업무지시가 이어졌다.

이명박 정부가 시행한 4대강 사업에 대한 정책감사를 지시한 것이다. '녹조라떼'로 불린 4대강 사업을 정상적인 행정으로 볼 수 없다며 사업 시행상의 문제와 의혹을 샅샅이 파헤치겠다는 의지다.
정책감사로 나온 결과를 백서로 발간, 후세에 남기게 되는 만큼 이명박 정부 수사로 이어질 가능성도 있다. 이 전 대통령 측은 "시빗거리를 만들지 말라"는 입장을 발표하며 반발했다.

정권 바통터치를 한 박근혜 정부에서 제대로 짚어내지 못한 이명박 정부의 '적폐 청산'을 위한 첫 조치로 볼 수 있다.

정책감사 지시 시점도 미묘하다. 고 노무현 전 대통령 8주기 추도식이 열리기 하루 전이었기에 보수 야권에서는 '정치적 보복으로 흘러서는 안 된다'는 우려를 제기하기도 했다. 

이명박 전 대통령이 재임하던 2009년 초부터 검찰은 박연차 게이트 수사를 본격화하기 시작했고, 결국 고 노무현 전 대통령은 검찰 수사를 받다가 그해 5월 23일 부엉이바위에서 극단적인 선택으로 생을 마감했다. 당시 고 노 전 대통령 변호인이 문재인 대통령이었다.

여기에 이명박, 박근혜 정부의 방위산업 관련 비리 의혹 문제도 청와대 국가안보실에서 들여다보게 된다.
지난 9년간 보수 정권에서 행해졌던 의혹들이 국민의 삶과 국가 안보에 지대한 영향을 미쳤다는 적폐로 확인될 경우 이 환부를 도려내겠다는 의지를 보이기 시작한 셈이다.

이날 통일부에서는 "국제사회의 대북제재 틀을 훼손하지 않는 범위 내에 선에서 민간교류 등 남북관계 주요 사안들을 유연하게 검토해나갈 것"이라는 입장 발표가 나왔다.

2010년 이명박 정부 때 천안함 폭침 사건을 계기로 '5.24조치'가 내려진 그날을 이틀 앞둔 시점인 것도 미묘하다.

5.24조치로 남북 민간교류에 사실상 봉쇄령이 내려지고 이후 박근혜 정부에서는 개성공단 폐쇄가 이뤄지는 등 경색 일변도의 남북관계가 이어져 북한이 미국과만 상대하려는 편집증을 보이게 됐다. 그래서 문재인 정부는 한반도 문제를 남북이 풀어가려는 주도권 이동에 방점을 두고 9년 보수정권의 '적폐'를 일소하려는 움직임을 가시화하기 시작한 것이다.

그리고 5월 23일.
조기대선을 불러온 탄핵된 대통령에 대한 첫 공판이 열렸다.

'비선실세' 최순실 씨와 공모해 국정농단 사태를 야기했다는 혐의로 구속 53일 만에 재판정에 선 박근혜 전 대통령. 애증의 40년 지기 최순실 씨와 서울중앙지법 대법정에 피고인석에 선 박 전 대통령은 이제 주 2,3회의 강행군 재판으로 법의 심판을 받게 된다.

촛불민심이 단죄를 요구한 박근혜 전 대통령의 운명뿐만 아니라 국민으로부터 위임받은 권력을 남용해 빚어진 '적폐'를 찾아내 청산해야 하는 문재인 대통령의 명운도 이제 본격적으로 대비될 것이다.

고 노무현 전 대통령 8주기 추도식이 열리는 날, '세기의 재판'을 시작한 박 전 대통령. 여전히 모든 18가지 혐의 기소 내용에 대해 부인으로 일관할 것으로 보이는 그는 자신의 정치 노정을 상징해온 올림머리를 첫 공판에서 고수했다. 3월 31일 올림머리를 풀고 민낮으로 서울구치소로 향했던 것과 다른 결기를 보여주는 것처럼 보였다.

초반에 공개된 재판 생중계 화면을 보면, 박 전 대통령은 최순실 씨의 변호인인 이경재 변호사를 사이에 두고 40년 지기 최씨와 피고인석에 앉아 퉁퉁 부은 눈으로 앞만 응시한 채 첫 공판에 임했다. "직업은 무직"이라고 밝힌 박근혜 전 대통령은 국민참여재판을 원하지 않는다는 입장을 재판부에 전달했다. 지난 겨울 대국민담화와 헌법재판소 최후변론, 검찰수사 과정에서 줄곧 강변한 억울함을 재판부에 직접 호소할 의지로 보인다.

박 전 대통령의 동생인 박근령씨는 이날 재판정을 찾았다가 "흉악범도 아니고 중죄자도 아닌데 너무 잔인하다는 생각이 든다.(박 전 대통령의) 민낯을 보니 마음이 아프다"며 발길을 돌렸다.

박 전 대통령 측 유영하 변호사는 혐의를 전면 부인하며 검찰이 언론기사 등 불충분한 증거로 뇌물죄를 적용했다고 주장한 가운데 첫 재판은 3시간 만에 종료됐다.

법원은 박 전 대통령과 최순실 씨의 뇌물 사건을 병행해 오는 29일부터 병합 심리를 진행하기로 결정했다. 형사22분 김세윤 부장판사는 "소추권자가 특검이든 일반 검사든 적법하게 구공판에 기소된 걸 병합하는 것은 법리적으로 충분히 가능하다고 판단된다"고 밝혔다.

그리고 이날 오후 문 대통령은 김해 봉하마을에서 사상 최대규모로 열리는 고 노무현 전 대통령 서거 8주기 추도식에 참석해 정치 동지를 추모하게 된다. 노무현 정부의 마지막 비서실장, 변호인이 대통령 자격으로 헌화하고 노무현 정신을 계승할 메시지를 준비했을 듯하다. 취임 이후 세 번째 대국민 메시지를 전할 수 있다.

19대 대통령 취임사에서는 소통에, 5·18민주화운동 37주년 기념사에서는 광주정신과 국민주권에 방점을 찍은 문 대통령이다. 이번 추도식에서 '노무현 정신'의 계승과  고인이 그토록 갈망했던 '통합'을 어떻게 메시지에 담아낼 것인지 관심을 모은다.

적폐청산으로 '나라를 나라답게 만들겠다'는 공약을 한치의 흐트러짐 없이 실행에 옮기려는 문 대통령의 행보는 공교로운 5월의 그날을 전후로 본격적으로 시작되고 있는 듯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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