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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문재인 구두 아지오'와 사회적기업의 현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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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문재인 구두 아지오'와 사회적기업의 현실
  • 정성규 기자
  • 승인 2017.05.24 22:1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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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스포츠Q(큐) 정성규 기자] "2012년 가을에 구두를 팔려고 국회에 판을 벌렸는데, 그때 직접 오셔가지고 애로사항을 들어주시고 즐겁게 한 켤레 사가셨다. 아직까지 신고 계시리라 생각 못해 깜짝 놀랐다."

요즘 장안에 화제가 되고 있는 '문재인 구두'를 만들고 판매했던 업체의 전 대표가 방송에 출연해 이렇게 5년 전 문재인 대통령을 추억했다.

지난해 5.18민주화운동 기념에 참석했을 때의 문재인 대통령 구두. [사진출처=온라인 커뮤니티]

지난해 5.18 민주화운동 36주년 기념식에 참석한 문 대통령이 무릎을 꿇고 참배하는 과정에서 밑창이 닳은 것이 여과 없이 드러나 최근 온라인상에서 화제를 모으고 있는 그 낡은 구두.

청각장애인들이 만든 수제 구두 브랜드 아지오(AGIO)의 제품이었다. 사회적기업 '구두만드는풍경'에서 38년 장인의 숙련된 기술과 청각장애인의 열정이 송글송글 뭉쳐 한땀 한땀 정성을 담아 만들어진 수제화였기에 문 대통령의 소박함과 맞물려 잔잔한 감동을 던졌다.

문재인 대통령이 입고 신고 쓰는 이른바 '문템'으로 등산복, 안경, 넥타이, 책 등에 이어 구두까지 화제가 되고 있는데, 이 '문재인 구두'는 더 이상 사 신을 수 없는 제품이어서 안타까움을 던진다.

'구두만드는풍경'을 더는 볼 수 없었던 애절한 사연이 24일 CBS라디오 '김현정의 뉴스쇼'를 통해 생생히 알려졌다. 그 수제화를 만들었던 사회적기업의 유석영 전 대표가 출연해 "지난 14일 청와대에서 구두를 다시 신고 싶다고 연락이 왔었다"며 "하지만 지금은 폐업한 상태여서 연락에 응할 수 없었다"고 말했다.

문 대통령의 장애인 배려는 남다르다.
지난 2월 자신의 저서인 '대한민국이 묻는다'의 시각장애인용 오디오북 녹음에 직접 참여하기도 했다. 저서를 읽고 싶지만 접하기 어려운 시각장애우들을 위해 문 대통령을 비롯해 고민정 아나운서, 양희문 성우, 황교익 맛칼럼니스트, 안광명 선생님, 이병돈 시각장애인협회장, 최경숙 더불어포럼 대표 등이 목소리 기부로 소리책을 탄생시켰다.

역시 시각장애를 가진 유 전 대표가 파주에서 2010년 설립해 4년 동안 경영했던 ‘구두만드는풍경’은 청각장애인 6명과 장인이 함께 구두를 만드는 사회적기업이었다.
유 전 대표는 "열심히 일했으나 장애를 가진 사람들이 만든 제품은 아무래도 품질이 낮은 게 아닌가 생각하는 분들이 많았다"고 사회적 편견을 지적했다. "파는 게 어려웠다"며 끝내 경영난을 이기지 못하고 2013년 폐업해야 했던 가슴 아픈 사연도 털어놓았다.

유 전 대표는 "편견을 넘어서기 위해 유명인들이 저희 모델이 되어주면 품질을 보증할 수 있겠다 싶어 가까이 지내던 유시민 작가님, 성우 배한성씨 (서유석, 김세민) 등을 모델로 출동시켰다"며 "하지만 편견의 벽은 높았다"고 회고했다.

그는 "문을 닫고 나서 어머니 여읠 때보다 더 많이 울었던 것 같다"며 "이번에 아지오 구두가 계속 회자되니 사실 요 며칠 잠을 계속 못 잤다. 회사를 계속 갖추고 있었으면 참 좋았을 일인데 우리가 버티지 못해서, 기회가 왔어도 잡지 못했다는 점이 더욱더 가슴을 아프게 했다"고 했다.

[사진출처=온라인 커뮤니티]

유 전 대표는 문재인 대통령의 구두 아지오가 화제를 모은 뒤 함께 일했던 구두 장인과 통화했단다. "조그마한 구멍이라도 보인다면 같이 한번 해보자고 얘기했다. 만나서 한 번 이야기를 꺼내볼까 한다"고 했다. 이번에 국민적인 관심을 불러모은데 힘을 얻어 '문재인 구두 아지오'가 부활할 수 있는 길을 찾아보고자 하는 의지를 조심스럽게 내비쳤다.

최근 블랙야크가 '등산복 단벌 신사' 문 대통령의 오렌지색 '문재인 등산자켓' 단종 모델을 재출시하면서 비정규직을 정규직으로 전환하고, 또 그 '문재인 등산복' 판매 수익금 일부를 기부하겠다는 뜻을 밝힌 것에 비하면 유석영 전 대표의 바람은 실로 절실하다.

'문재인 구두' 만드는 아름다운 풍경을 다시 보여줄 수만 있다면 하는 그 애잔한 소망.
이같은 애절한 스토리에 한 누리꾼은 "요즘은 뉴스 볼 맛이 나는데 감동적이기도 하고 안타깝기도 해서 매일 눈물 짓는 듯. 마음이 먹먹해진다. 펀딩이라도 해서 다시 아름다운 구두를 만드셨으면 좋겠다"는 소망을 전했다. 

사회적기업은 '사회적기업 육성법'에 근거해 장애인, 고령자, 저소득자, 성매매 피해자, 탈북주민, 가정폭력피해자, 결혼이민자 등 취약계층에 사회서비스 또는 일자리를 제공, 지역주민의 삶의 질을 높이고 사회적 목적을 추구하면서 재화 및 서비스의 생산, 판매 등 영업활동을 하는 기업이다. 현재 전국적으로 1075개 사회적기업이 등록돼 있다.

사회적기업은 영업활동을 하며 수익을 창출한다는 점에서는 일반 기업과 다를 바 없지만, 일반 기업과는 달리 경제적 가치보다 사회적 가치를 실현하는 데 주된 목표를 두고 있으므로 그 목표를 추구하는 과정에서 많은 어려움을 겪고 있다.

국민권익위원회에 따르면 그 고충을 호소하는 사례가 많다. 
공정무역 관련 사회적기업 직원은 "사회적기업은 일반 기업보다 근무환경이나 급여가 열악한 경우가 많다"고 털어놓는다. "노동자의 권리를 따지면 '사회적기업이면 소신있게 봉사하는 마음으로 일해야지, 왜 권리를 따지냐'라고 반응이 나온다"며 "사회적기업 직원은 당연히 희생해야 한다는 인식이 큰 것같다"고 지적했다.

또 사회복지 관련 사회적기업 직원은 "운영예산이 적다보니 자꾸 지원사업으로 운영하는 경향이 있다"며 "그러다보니 사업의 질과 지속성이 떨어지는 경우도 많다"고 짚었다. 이어 "소비자와 거래처의 감정에 호소해서 구걸하다시피 하기 때문에 거래처와의 관계에 있어 자연스럽게 '을'의 입장이 되는 같다"고 실태를 밝혔다.

국민권익위원회는 사회적기업의 지원 및 운영체계를 개선하기 위해 실태를 조사하고 국민신문고에 접수된 민원을 분석해오고 있다.
사회적기업의 대표적인 민원사례를 보면 우선 까다로운 인증신청 요건을 맞추기 위해 사설 컨설팅 기관에 의뢰하는 경우가 많고, 인증탈락에 대한 재심의 등의 절차가 없다. 인증심사가 서류 중심으로 이뤄져 현장성을 반영하기가 어려운 실정이기도 하다.

사회적기업은 '문재인 구두 아지오'를 만들었던 '구두만드는풍경'처럼 여전히 사회적 편견과 맞서고 경영난을 이겨내야 하는 상황이다. 단기적 자금 지원제도가 종료된 뒤에 매출 부진을 겪다가 활로를 찾지 못해 문을 닫아야 하는 사례가 사회적기업 도입 10년의 현실적인 과제로 지적되고 있다.

대선후보 시절 구두끈을 고쳐매고 있는 문재인 대통령. [사진=뉴시스]

사회적기업이 성장하기 위해서 혁신이 필요한 상황이다. 복지 차원에서 자금을 쏟아붓는 재정 지원보다는 사회적기업을 실질적으로 지원하는 방안이 확대돼야 한다는 목소리가 높다. 

한국사회적기업진흥원에 따르면 프랑스의 경우 사회적기업이 국가 전체에서 차지하는 고용비중이 10%대를 차지하는 반면, 한국의 사회적기업의 일자리 기여율은 0.09%밖에 안된다. 일반 일자리 창출에 투입되는 정부 재정지원금에 비해 사회적기업 지원금은 10분의 1에 불과한 상태다.

조사에 따르면 사회적기업에서 일하는 복지사각지대, 소외취약계층 근로자의 92%가 계속 일하고 싶다는 의향을 보이고 있다는 점에서 실질적인 일자리 창출을 위한 발상의 전환이 필요하다.

취임 1호 업무지시가 일자리위원회 설치였고, 일자리현황판까지 만든 문재인 대통령의 일자리 만들기 공약실행 의지라면 사회적기업을 통한 일자리 창출 방안도 제대로 모색돼야 한다.

단기적인 재정 지원 효과는 이미 한계를 보여주고 있다. 단계적으로 그런 직접 지원방식을 줄여나가면서 실질적으로 도움이 되는 간접 지원을 늘려야 한다. 그렇게 지속가능한 사회적기업의 생태계를 만들어 일자리도 창출하고 내수에도 활력을 불어넣을 수 있도록 하는 것, 그것이야말로 다시 신바람나게 '문재인 구두 아지오'를 만들고픈 '구두만드는풍경' 사람들이 따뜻한 공방으로 돌아오는 길이 될 수 있다.

'사람이 먼저'이고 '일자리에서 시작해 일자리로 끝난다'는 문재인 경제정책 제이노믹스도 정녕 그와 맞닿아 있다면 시선을 사회적기업에 돌려봐야 하지 않을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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