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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근혜퇴진행동 촛불 끄자, 정광용 구속-정유리 송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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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근혜퇴진행동 촛불 끄자, 정광용 구속-정유리 송환
  • 정성규 기자
  • 승인 2017.05.25 09:1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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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스포츠Q(큐) 정성규 기자] 박근혜 정권 퇴진을 요구하며 지난 겨울 광장에서 촛불집회를 이끈 '박근혜정권퇴진 비상국민행동(퇴진행동)'이 목표 달성과 해산을 공식 선언하던 날. 박근혜 전 대통령 사수를 위한 '태극기집회'를 주도했던 정광용 ‘박근혜를 사랑하는 모임(박사모)’ 회장이 전격 구속됐다. 또 대통령 탄핵을 불러온 국정농단의 '비선실세' 최순실 씨의 딸 정유라 씨도 항소심을 자진 철회해 한국 송환이 결정됐다.
지난달 덴마크 언론과 인터뷰하고 있는 정유라 씨. [사진출처=덴마크 엑스트라블라뎃]

박근혜 전 대통령 탄핵심판 선고 당일 폭력 시위를 주도한 혐의로 정광용 박사모 회장과 손상대 뉴스타운 대표가 24일 밤 구속됐다. 권순호 서울중앙지법 영장전담 부장판사는 "주요 혐의 사실이 소명되고 도망의 염려가 있다"며 정광용 회장과 손상대 대표에 대해 구속영장을 발부했다.

정광용 회장 등은 헌법재판소가 박 전 대통령을 파면한 3월 10일 서울 종로구 안국역 사거리 부근에서 헌재 결정에 반발하며 폭력 시위를 주도한 혐의를 받고 있다. 이 시위에서는 참가자 3명이 숨졌다. 시위 참가자 30명과 경찰관 15명이 각각 부상을 입었다. 10여명의 취재진도 시위 참가자들이 휘두른 주먹과 태극기 봉 등에 맞아 부상을 당했다.

이들의 구속 결정이 내려지던 이날 밤 덴마크에선 정유라 씨의 국내 송환이 전격적으로 결정됐다는 소식이 날아들었다. 덴마크 검찰은 이날 SNS를 통해 "정 씨의 한국 송환이 최종 결정됐다"며 "정 씨가 고등법원에 제출한 소송을 철회했다"고 밝혔다. 

덴마크 검찰의 한국 송환 결정과 덴마크 지방법원의 1심 판결에 반발, 고등법원에 한국 송환 결정 불복 항소심을 제기한 정유라 씨가 다음달 8일 예정된 항소심을 자진 철회한 것이다.
덴마크 검찰 측은 정씨의 한국 송환 날짜는 아직 정해지지 않았지만 한국 검찰 측과 협의해 30일 이내에 정씨를 한국으로 보낼 것이라고 했다. 체포 144일 만에 한국 송환이 결정된 셈이다.

한국 검찰의 '압박'과 아들 보육 문제를 들어 덴마크에서 한국송환 불복 3심은 물론 국제인권재판소행도 불사할 것으로 예상됐던 정유라 씨가 갑자기 심경의 변화를 일으켜 귀국을 결심한 것은 무엇 때문일까.

우선 정유라 씨는 항소심에서 승소 가능성이 낮을 것이라는 현실적인 판단을 한 것으로 보인다. 여기에 정권교체로 국내 정치,사법 환경이 변한 것도 심리적인 압박 요인이 될 것으로 관측된다.

23일 '세기의 재판'으로 불리는 박근혜 전 대통령에 대한 공판이 개시되면서 1주일에 세 차례씩 강도높은 재판이 이어지게 된 상황. 여기에 정유라 씨 어머니 최씨가 '40년 지기' 박 전 대통령과 함께 재판받지 않기를 요청했다가 거부돼 끝내 병합심리로 계속 법정에 함쎄 서야 하는 것이 현실화됐다.

또한 검찰개혁 여론이 높아지면서 문재인 정부가 특검 수사팀장이었던 윤석열 검사를 '박근혜-최순실 게이트' 혐의자들의 공소유지와 재수사를 맡고 있는 서울중앙지검의 수장으로 임명되면서 특검과 검찰의 공조체제가 공고화해졌다.

이런 상황 변화로 볼 때 정유라 씨는 더 이상 해외도피로 버티는 게 실익이 없을 것이라는 판단도 작용했을 것으로 보인다. 덴마크에서 수감된 기간은 향후 국내에서 유죄 판결을 받을 때 수감 단축으로 이어지지 않아 '이중처벌'을 감수해야 하는 상황이다. 

앞서 한국 특검은 정유라 씨에 대해 이화여대 부정입학 및 학사 특혜 의혹, 삼성전자의 제3자 뇌물 수수 의혹 등의 혐의를 적용해 지난 1월 덴마크 당국에 정유라 씨의 한국 송환을 요구한 바 있다. 

이제 정유라 씨의 귀국해 검찰 수사로 기소로 이어진다면 박 전 대통령에게 적용된 18가지 혐의 중에서 핵심사안인 삼성과 연루된 뇌물죄의 중요 증인이라서는 점에서 정유라 씨의 증언은 폭발력을 갖게 된다. 만약 말을 사들이고 삼성 측의 지원을 받는 과정에서 모친 최씨의 삼성 측에 대한 강요가 있었다는 정유라 씨의 증언이 나올 경우, 이번 게이트 재판은 급물살을 탈 수 있다.

'박근혜-최순실 게이트' 혐의자 중에서 특검이든 검찰의 조사를 유일하게 받지 않은 피의자 정유라 씨의 한국 송환이 결정됐기에 촛불민심이 이끈 탄핵과 국정농단 사태의 단죄 절차도 제자리를 찾을 것으로 보인다.
 

촛불집회를 주최한 퇴진행동은 이제 제자리로 돌아간다. 23차례에 걸쳐 1700만 시민이 '촛불집회'이 참가한 것으로 집계한 퇴진행동은 24일 서울 프레스센터에서 '해산선언 및 촛불대개혁 호소' 기자회견을 열고 "퇴진행동은 박근혜 정권 퇴진이라는 소임과 역할을 다했기에 국민들께 해산을 선언한다"고 밝혔다.

2300여 시민·노동단체의 모임인 퇴진행동은 "시민들의 힘으로 부패한 권력이 무너졌고 촛불 민심으로 새로운 정부가 출범했음이 자랑스럽다"며 "광장 자체가 민주주의 학습장이었고 해학으로 어우러진 축제장"이었다고 평가한 퇴진운동은 해산 이후 다시 제자리로 돌아가겠다고 선언했다.

퇴진행동은 해산 이후 기록기념위원회를 구성해 그간 촛불집회가 걸어온 길을 집대성한 백서를 만들어 촛불집회 2주년이 되는 내년 10월29일 기록을 세상에 공개하겠다고 밝혔다.

퇴진행동이 세월호 진상규명을 요구하는 노래 '어둠은 빛을 이길 수 없다'를 제창하고 해산을 선언한 이날, 촛불집회가 끝까지 지켜낸 평화시위에 반해 폭력시위를 방조한 혐의를 받은 정광용 박사모 회장은 구속되고 국정농단사태의 '마지막 퍼즐' 정유라 씨는 국내 송환이 결정되면서 길고 길었던 혼돈이 물러가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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